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절에도 안 가본 곳인데, 이렇게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제한해야 할 때는 더더욱 안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이야기이니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을 보며 '아, 그곳에 안 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 그런데 유머 코드는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때에는 재미있지만, 이게 뭔가 싶을 때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영국식 유머인가 보다. 가끔은 웃음이 터지는 박자가 뜬금없기도 하고, 한 박자 늦기도 한다. 아, 왜 아까 전에 읽었던 것이 지금 웃기냐고.
그러면서도 문득 한 마디씩 던져지는 촌철살인의 문장들, 여기에서 공감을 하며 읽어나간다.
여행하는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곳에 있음으로써 느끼는 생소함은 주위 모든 것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대 그리고 결국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대신 아이 같은 순진함이 생겨난다. 나는 그런 느낌이 어마어마하게 즐겁다. (321쪽)
한때 남들이 가는 데에 똑같이 가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남들 가는 데 굳이 안 가는 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고 책을 통해 상상으로 여행 가는 것을 즐기는 중이다. 이 책은 특히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여행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험심을 자극하니, 여행을 하지 못해 아쉬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