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열 개의 길 - 로마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서유럽 역사 여행기
이상엽 지음 / 크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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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과 표지를 보며 짐작하던 것 이상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런 데에는 저자가 유럽 여행 투어 가이드라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서유럽이라는 큰 숲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럽 여행 투어 가이드가 쉽게 설명해 준다고 하니,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졌다. 직접 따라다니며 유럽 여행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설렜다.

첫 번째 길은 로마에서 시작되어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지나 밀라노까지 이어진다.

또한, 루체른과 인터라켄을 거쳐 제네바까지 연결된다.

나아가 베르사유에서 파리에 다다르며, 길의 마지막은 런던에서 끝이 난다.

이처럼 유럽은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써, 열 개의 길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역사의 축을 이룬다.

이 책을 통해 서유럽을 간접적으로 여행해보는 것은 물론, 지금의 서유럽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고 보니 지금껏 이렇게 길로 연결해서 유럽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어디 어디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 위주의 여행을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 이렇게 길을 짚어준다고 하니 그제야 서유럽을 잇는 큰 축이 보이는 것이다.

이제야 이 책의 제목도 달리 보인다. 다시 보인다. 그리고 무척 궁금해진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서 이 책 『유럽 열 개의 길』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상엽. 모두투어 투어 컨덕터이자 여행멘토다.

언젠가 유럽 투어를 끝마치고 한 손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여행이 끝나고 보니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껏 여행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그들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귀중한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네요.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유럽 여행인데 말이죠." 이 말을 듣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아쉬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손님과 내가 여행했던 시간과 공간은 달랐지만, 여행 후 느낀 아쉬움은 같았다. 그 아쉬움은 여행하는 내내 유명 관광지 같은 나무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역사와 문화가 이룩한 전체 숲을 못 본 것에서 비롯되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행의 기억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새로운 생각을 만들지 못하고 파편처럼 흩어져 버렸다. 서유럽은 유럽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는 여행객이 나와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유럽이라는 큰 숲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썼다. (6쪽)

이 책에는 총 열 개의 길이 담겨 있다. 첫 번째 길 '로마, 문명의 길', 두 번째 길 '피렌체, 회복의 길', 세 번째 길 '베네치아, 자유의 길', 네 번째 길 '밀라노, 통일의 길', 다섯 번째 길 '루체른, 창조의 길', 여섯 번째 길 '인터라켄, 개척의 길', 일곱 번째 길 '제네바, 관용의 길', 여덟 번째 길 '베르사유, 문화의 길', 아홉 번째 길 '파리, 혁명의 길', 열 번째 길 '런던, 진보의 길'로 구성된다.



패키지여행을 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부지런하게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어서 아쉬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자유여행을 즐겼지만, 내 지식과 시선의 한계 때문에 놓치는 것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피렌체 여행 또한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 원대한 이상을 품고 도시를 건설했던 중세시대 피렌체인의 마음으로 전경을 조망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다. 너무 가까이에서만 보면 특정한 한 점만 보고 끝나버릴 수 있다. 피렌체를 여행할 때는 가깝게 있는 '이런 점'과 멀리 있는 '저런 면'을 함께 봐야 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83쪽)




저자는 이 책을 서유럽 패키지 투어를 계획하고 있거나 혹은 보름 정도의 짧은 기간을 이용해 개별로 서유럽을 돌아보려는 독자에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내한다.

패키지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안 그래도 시간과 체력이 모자라니 여행 중에 서유럽을 큰 틀에서 바라보도록 안내해 주는 것까지는 힘들 수 있겠다. 그런 경우 미리 이 책을 읽어두어 기본 지식을 챙겨놓으면 그 지식을 기반으로 유럽 현지에서 세세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저자가 오랜 기간을 유럽을 여행하며 손님들이 아쉬워했던 부분들과 본인이 직접 손님의 입장이 되어 유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실었다고 하니, 부분별로 천천히 읽어두어 배경지식을 쌓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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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수소에너지 -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에너지게임 체인저
백문석 외 지음 / 라온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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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최고 에너지자원개발자 7인이 말하는 2050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및 산업경쟁력 강화 솔루션 『2050 수소에너지』이다. 이전에 이 책 저자들 중 두 명이 쓴 책 『2050 에너지 레볼루션』을 읽으며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혁명을 인식했기에, 그 연장선상에서 이 책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은 수소에너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시대가 인류 보편의 당면 과제가 되어버린 현대인에게 필독서로 적극 추천한다.

_문재도 | H2KOREA 회장

탄소중립, 탈탄소, 수소에너지 등등의 단어를 떠올리면 여전히 낯설고 멀게 느껴지지만, 일단 책을 통해 알아가며 거리감을 좁히고자 이 책 『2050 수소에너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백문석, 김진수, 이경북, 민배현, 이준석, 김기현, 천영호 공동저서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수소경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수소경제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 관련 산업이 확대되고, 국가경쟁력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_2021년 12월 저자 일동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추천의 글, 들어가는 말 '탄소중립의 에너지게임 체인저, 수소'를 시작으로, 1장 '수소에너지와 기술', 2장 '수소경제와 우리의 미래', 3장 '해외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 동향', 4장 '천연가스와 블루수소', 5장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6장 '수소의 저장과 운송', 7장 '수소의 활용과 수소 생태계', 8장 '해외 수소의 생산과 도입'으로 이어진다.

1장은 백문석, 2장은 김진수, 3장은 이경북, 4장은 민배현, 5장과 6장은 이준석, 7장은 김기현, 8장은 천영호가 나누어 맡아서 작성했다. 이 책은 수소경제에 대해 이제 막 관심을 가지거나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상관없이 집어 들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서격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구나 알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이야기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수립되면서 수소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글은 시작된다. 이제 막 수소에너지가 부상한 것인데 사실 '탄소중립', '수소에너지' 같은 단어자체 말고는 자세히 아는 것이 없지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고 생각하고 보면 된다.

잘 몰랐지만 궁금했던 부분까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어서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폭발우려까지 말이다. 혹시 나만 걱정했나?

한편 수소가 수소폭탄처럼 폭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소가 핵융합반응을 하려면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며, 또한 1억℃의 온도와 수천 기압의 압력이 필요하므로 전혀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30쪽)





멀게만 느껴지던 수소 산업 활성화는 이미 수소 시범도시가 선정되어 2022년까지 해당 지역을 수소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점까지 이 책을 보며 새로이 알게 되었다.

수소 사회로의 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실현시키느냐의 문제다. 수소는 잠재력 높은 친환경 에너지원이고, 세계 각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이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가 수소 사회를 이끄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소의 환경적, 경제적 이익을 우리가 가장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64쪽)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단계여서 생소할 수 있지만 결국은 수소에너지를 도입시켜야 하는 기로에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인식한다. 그리고 수소에너지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다면 이 책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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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 - 17번의 지리산 종주와 2번의 히말라야, 그 장대한 기록
김재농 지음 / 미다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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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지리산 종주는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일이다!"라고 말이다.

나도 언젠가 한번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해볼까 하던 생각 말이다. 아, 그때 바로 실행을 했어야 했다. 지금은 할 수 없는 이유를 대자면 줄줄이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그때라고 지리산 종주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17번의 지리산 종주와 2번의 히말라야, 그 장대한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재농.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였고 남양주시 덕소에서 카이로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지리산 종주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볼 수도 없고, 아무것도 보지 못할 수도 없다. 가령 지리산 철쭉길을 걸어보고 싶으면 5월 중순쯤이 좋고, 신록의 블랙홀에 빠져보고 싶으면 6월 중순쯤이 좋다. 주종인 굴밤나무의 잎이 좀 늦게 피기 때문이다. 새소리를 즐기려면 6월 초 전후가 좋지만 야생화는 예상이 어렵다. 개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가끔씩 경치 좋은 쉼터를 만나 가슴이 빵 터지는 통쾌함을 맛보는 것은 엄청난 힐링이 된다. 이 좋은 지리산 종주를 나만 즐길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선전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리산 전도사란 말을 듣기도 하지만, 종주가 쉬운 일은 아니다. 등산로가 험하기도 하지만 대피소 예약이며, 취사 문제, 배낭의 무게 등이 있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참여시킬 수가 없는 애로가 있다. 그러나 지리산 종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종주 산행임이 틀림없다. (프롤로그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지리산 가르마의 비경을 열다'에는 1장 '삼라만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더라', 2장 '지리산 걷고 싶은 내 마음', 3장 '내 인생이 지리산 꽃길만 같아라', 2부 '라니구라스 붉게 피는 히말라야'에는 1장 '에베레스트는 인간의 꿈이었다', 2장 '벽안의 그녀, 안나푸르나'가 수록되어 있다. 부록으로 '지리산 종주길에 보는 야생화들'로 마무리된다.

저자의 첫 지리산 종주 산행은 1964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쓴 산행일기 전문을 기재하였고, 그 당시의 흑백사진으로 분위기를 가늠해 본다.

생각보다 엄청난 스케일의 프로젝트다. 지리산 둘레길 언저리만 살짝 가본 것도 힘들었던 내가 보기에 지리산 종주를 한 번만 해도 대단해 보이는데, 인생 전반에 걸쳐 17번의 지리산 종주를 해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건 인생 프로젝트다. 인생에 걸쳐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록을 자신 있게 남길 만하다.




이 책에는 17번의 종주와 2번의 등반을 통해 저자가 직접 그린 지리산 종주 지도와 코스별 하산 루트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코스,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의 지도가 담겨 있다.

그러고 보니 에베레스트는 꿈도 꾸지 못하고 다르질링 티 트랙 정도로도 버거워하던 내 체력으로는 아무래도 저자의 산행 이야기를 책으로 보는 것으로 대리 경험을 하는 편이 낫겠다.

게다가 이 책은 한 번의 산행으로 놓치는 수많은 자연을 제대로 담아 펼쳐놓았으니, 그곳에서 직접 담은 사진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1964년 여름의 지리산 종주를 시작으로 저자는 80세를 넘은 지금까지 총 17번 지리산을 종주했다. 그렇게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까지 눈에 담은 저자에게 남은 것은 산에서 느낀 희노애락과 감동, 대자연으로부터 배운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긴 수십 편의 글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그 기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7번의 지리산 종주와 2번의 히말라야의 경험에서 가장 나눔직한 것들을 가려 실었다. 글과 함께 당시의 풍광과 감정이 그대로 담긴 사진도 아낌없이 만날 수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일생에 한 번은 지리산을 종주하라며 지리산 전도사를 자처하는 저자에게서 지리산에 대한 열정을 본다. 지리산뿐만 아니라 히말라야까지 대자연을 접하며 느낀 감동이 이 책에 담겨 있으니, 그 대장정에 함께 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펼쳐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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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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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권미선 에세이 『시간이 하는 일』이다. 아, '시간'이라!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르고 있다. 하루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후다닥 흘러간다. 조급한가 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이 말에 눈에 들어온다.

"조급한 마음이 들 때면 시간의 힘을 믿어 보기로 한다.

시간에서만큼은 낙관주의자가 되어보기로 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저자가 라디오방송 작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책의 느낌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라디오를 틀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며 음악을 틀어준다. 그 몇 마디 말속에서 '아하!' 하며 마음에 훅 들어오는 메시지가 있다.

그 말들을 건져내기 위해 얼마나 세세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거르고 골라서 마음에 담아두었을까.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펼쳐내고 있으니 즐겨 듣는 라디오방송의 DJ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권미선. 라디오 작가다.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등에서 글을 썼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누구에게나 각자의 속도가 있다', 2장 '먹고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 3장 '누군가에게 지옥이 되지 않도록', 4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다'로 나뉜다.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 세상이 끝나는 줄 알던 때가 있었지,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나,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나를 덜 불행하게 만드는 선택을 했다, 돈 받는 만큼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도 마음도 가난해지지 말 것, 누군가에게 지옥이 되지 않도록, 나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다, 몸과 마음의 소리, 잃어버린 것들이 사는 마을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살다 보면 언제든 힘든 시간을 지날 수 있다. 멀미가 나도록 굴곡진 하루하루를 지날 때는 알지 못한다. 최악의 날들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고, 다시는 좋은 시간도, 웃게될 날들도 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과 경험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를 울게 하고 힘들게 하던 일들도 결국은 흐릿해진다는 것을. 너무 달라져 길에서 만나면 모르고 지나쳐 버릴 학창 시절 동창처럼, 그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도 잊게 된다는 것을. 지금 보내는 힘든 시간들도 길고 긴 인생 그래프에서 보면 봐줄 만한 하루라는 것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리는 굴곡은 조금씩이지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거라는 것을. 이 모든 게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25쪽)

생각해보면 그렇다. 산다는 것은 항상 버겁고 힘든 일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렇게까지 힘들었는지 떠올려보면 아닌 것도 같고,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좋았던 일이든 안 좋았던 일이든, 그 시간에서 멀어지며 희미해진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렇게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날들이 지난날보다 더 좋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이 책을 읽다가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감정을 되새김질하기 싫어 마음으로만 공감하며 다음으로 넘어간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비슷한 감정들이 얽히고설키며 내 마음이 동요한다. '그래, 내가 누군가의 지옥이 되지는 말아야지'라며 이 책의 소제목으로 나름 결론도 짓는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자꾸 들여다봐야지. 물어봐야지. 살펴봐야지. 어디 잘못 꽂힌 마음은 없는지. 잃어버리고 사는 마음은 없는지. 잘 살고 있는지. (243쪽)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나는 보호자로 함께 있으면서 병문안 오는 사람들을 대하고, 엄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전화에 답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계세요."라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다시 물었다. 엄마가 아니라 나의 안부를 묻는 거였다.

나는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내 마음은 어떤지 들여다본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이 지금 다시 나의 마음을 건드린다. 잊지 말고 나에게 자꾸 안부를 물어주어야겠다. 자꾸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미처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슬슬 건드려주며 언어로 규정지어준다. '맞아, 그때 그 기분이 바로 그거였어.'라며 무릎을 탁 치며 읽어나간다. 자신만의 시간에, 고요한 때에, 몰래 라디오방송을 듣던 어느 날처럼, 라디오 DJ가 들려주는 사연이 마치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던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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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진심입니다 -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진 않습니다만
유미 지음 / 치읓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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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글쓰기에 진심입니다'인데, 자세히 보면 그 옆에 수식어가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진 않습니다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읽어보면 그 내용이 좀 더 와닿으며,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짐작하게 된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7가지 이야기'라고 하여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이 책 『글쓰기에 진심입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유미. 욕심만큼 사랑받으며 나고 자라 세계적인 반도체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며 부러울 것 없던 그녀에게 인생 처음으로 난임이라는 뜻하지 않은 고통이 찾아왔다.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힘든 나날이 계속되며,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감정을 덜어내고자, 매일 한 페이지 이상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솔직한 감정들을 억누르고 살았다는 것과, 그저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의 노력이 도리여 자신을 혹사시켰음을 깨달았다. 그는 동기부여가이자 꿈 전도사로 살아가고 있으며,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던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삶의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책날개 발췌)

내가 쓴 글을 가장 여러 번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였다. 그럼 누가 가장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을까? 그 역시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쓴 글은 나의 내면을 향하고 있었다. 고통의 중심에서 벗어난 것도 매일 글을 토해낸 덕분이었다. 매일 쓰고 다시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11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글쓰기에 진심입니다'에는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지 않습니다', '일단,쓰세요', 2부 ''글'을 쓰길 바랍니다'에는 '쓰기를 위한 독서의 힘', '쓰기의 기적, 감사 일기', '거짓 없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 '규칙적인 일상 속에 숨겨진 힘'이 있다.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자극적인 뉴스 기사를 보는 대신 그동안 써온 글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 비슷한 상황에서 이렇게도 느꼈다가 저렇게도 느꼈다가 갈팡질팡하는 내가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묘한 모습이 내가 쓴 글 속에 남았다. (12쪽)

안 그래도 하루 시간이 훅 지나가버린다고 한탄하면서도 컴퓨터를 켜면 자극적인 뉴스 기사를 훑어보는 데에 시간을 보내곤 했다. 비록 하루 중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보다는 내 글을 쓰고 내 글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쓰고자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글쓰기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이 책에서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들을 발견하며 글쓰기에 마음을 더해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네'라든가 '나도 이 정도는 해야겠네'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 옆에 수식어처럼,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더라도, 살아가며 힘들고 벅찰 때에도, 아니면 그냥 소소한 일상에서라도 글을 쓰며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글쓰기는 내가 나에게 해주는 심리적 CPR 이었다. 글을 쓰며 '마음이 어떠니?'라고 스스로 묻고 들어주며 내 마음에 정확히 공감했다. 글쓰기를 통해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23쪽)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책이다.



마지막에 보면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라는 부분이 있다. 솔직한 글쓰기, 서평 쓰기, 감사일기, 소비의 시간 vs 생산의 시간, 작게 시작하기, 자기 이해, 건강한 욕심, 꿈, 목표, 계획, 그리고 삶의 목적 등 독자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요약해서 들려주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독서와 기록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는 유미 작가. 그녀는 우리에게 좋든, 나쁘든, 삶의 흔적을 남기라고 조언한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든 책상 앞에 앉을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통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미 작가의 책을 꼭 권하고 싶다.

_나단, 『공부의 품격』,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저자

이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단하거나 잘 쓰는 글이 아니라도 일단 시작하도록 격려해준다. 펜을 들고 쓸 수밖에 없는 힘을 안겨준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가 치유도 되고 살아가는 힘도 될 수 있으니, 일단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이 책이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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