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가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감정을 되새김질하기 싫어 마음으로만 공감하며 다음으로 넘어간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비슷한 감정들이 얽히고설키며 내 마음이 동요한다. '그래, 내가 누군가의 지옥이 되지는 말아야지'라며 이 책의 소제목으로 나름 결론도 짓는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자꾸 들여다봐야지. 물어봐야지. 살펴봐야지. 어디 잘못 꽂힌 마음은 없는지. 잃어버리고 사는 마음은 없는지. 잘 살고 있는지. (243쪽)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나는 보호자로 함께 있으면서 병문안 오는 사람들을 대하고, 엄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전화에 답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계세요."라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다시 물었다. 엄마가 아니라 나의 안부를 묻는 거였다.
나는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내 마음은 어떤지 들여다본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이 지금 다시 나의 마음을 건드린다. 잊지 말고 나에게 자꾸 안부를 물어주어야겠다. 자꾸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미처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슬슬 건드려주며 언어로 규정지어준다. '맞아, 그때 그 기분이 바로 그거였어.'라며 무릎을 탁 치며 읽어나간다. 자신만의 시간에, 고요한 때에, 몰래 라디오방송을 듣던 어느 날처럼, 라디오 DJ가 들려주는 사연이 마치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던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