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김재농.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였고 남양주시 덕소에서 카이로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지리산 종주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볼 수도 없고, 아무것도 보지 못할 수도 없다. 가령 지리산 철쭉길을 걸어보고 싶으면 5월 중순쯤이 좋고, 신록의 블랙홀에 빠져보고 싶으면 6월 중순쯤이 좋다. 주종인 굴밤나무의 잎이 좀 늦게 피기 때문이다. 새소리를 즐기려면 6월 초 전후가 좋지만 야생화는 예상이 어렵다. 개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가끔씩 경치 좋은 쉼터를 만나 가슴이 빵 터지는 통쾌함을 맛보는 것은 엄청난 힐링이 된다. 이 좋은 지리산 종주를 나만 즐길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선전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리산 전도사란 말을 듣기도 하지만, 종주가 쉬운 일은 아니다. 등산로가 험하기도 하지만 대피소 예약이며, 취사 문제, 배낭의 무게 등이 있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참여시킬 수가 없는 애로가 있다. 그러나 지리산 종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종주 산행임이 틀림없다. (프롤로그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지리산 가르마의 비경을 열다'에는 1장 '삼라만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더라', 2장 '지리산 걷고 싶은 내 마음', 3장 '내 인생이 지리산 꽃길만 같아라', 2부 '라니구라스 붉게 피는 히말라야'에는 1장 '에베레스트는 인간의 꿈이었다', 2장 '벽안의 그녀, 안나푸르나'가 수록되어 있다. 부록으로 '지리산 종주길에 보는 야생화들'로 마무리된다.
저자의 첫 지리산 종주 산행은 1964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쓴 산행일기 전문을 기재하였고, 그 당시의 흑백사진으로 분위기를 가늠해 본다.
생각보다 엄청난 스케일의 프로젝트다. 지리산 둘레길 언저리만 살짝 가본 것도 힘들었던 내가 보기에 지리산 종주를 한 번만 해도 대단해 보이는데, 인생 전반에 걸쳐 17번의 지리산 종주를 해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건 인생 프로젝트다. 인생에 걸쳐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록을 자신 있게 남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