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는 말 대신
강관우 지음 / 히읏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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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 이런 말이 있다.

"위로는 낼 힘조차 없는 이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당신 곁에 있겠다 말하는 일입니다." (책 띠지 중에서)

이 문장을 보며 '위로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군.' 생각했다.

위로를 받을 입장이 되었을 때에는 좋은 의미로 하는 말까지도 다 송곳처럼 쿡쿡 쑤시며 나를 괴롭혔는데, 내가 위로할 입장이 되고 보니 '힘내라', '응원한다' 같은 말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 말이다. 살아가는 것은 참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책은 바닷마을 보건소에서 근무한 의사의 에세이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바닷마을 보건소 의사선생님, 실제로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이 책 『힘 내라는 말 대신』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강관우. 의사.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현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강원도의 한 보건소에서 근무했던 때의 기록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삼 년 동안의 그저 스쳐가는 곳이었지만, 저는 그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환자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듣다보면 지극히 평범한 사연 속에도 각각 보석 같은 마음들이 있었습니다. 그 보석은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지피는 위로나 공감,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것들을 글로 엮었습니다. (4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어디 또 불편한 데 없으세요?', 2장 '마음 둔 곳', 3장 '작별'로 나뉜다. 약값이 없어요, 술에 취한 아들, 난 입원 못해요, 약을 복용하지 않는 청년, 위로, 내 아내랑 며느리예요, 정신과나 가래요, 검사기기 좀 똑바로 관리하세요, 어디 또 불편한 데 없으세요, 차가 전복되었어요, 심정지, 수면제를 모은 어머니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안 그런 분들도 많지만, 현실에서 만나본 의사선생님들은 차갑고, 몇 마디 안하고, 그나마 말을 건네도 툭툭, 그런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장소도 그렇고 스토리도 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씩 담아놓은 듯하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계신 의사선생님들은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말고 책을 내서 알려주십사, 말씀드리고 싶다. 아주 바람직하고 훈훈하고 그렇다.

병원에서 의사들의 말 한 마디에 눈물 쏙 빼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공감할 것이다. 환자들이 어떤 말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지 말이다.

오늘 내가 진료했던 환자도 '정신과나 가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속상해했다. 그것도 의사한테 들은 말을 듣고 말이다. 배려와 사랑이 빠진 진료는 환자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것이다. (60쪽)

의사들이 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또한 별별 환자가 다 오는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현명한 방법을 엿보는 듯했다. 환자 마음 상하지 않고 의사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지혜롭게 해결하는 모습을 글을 통해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여서 있었던 일들에 울컥,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콕콕 와서 박힌다. 아프다는 것은 멀리하고 싶은 일, 매일같이 환자를 대하는 의사 입장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의사와 환자와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냥 글자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뭉클, 울컥, 씁쓸, 아픔… 또 무엇이 있을까? 내가 아는 단어들보다 조금 더 보태면 될 듯하다. 그만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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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멘토 GOOD MENTOR - 당신이 성공하기로 결정한 순간
데이비드 코트렐 지음, 박은지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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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파이팅 하고자 읽어본 책이다.

책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성공하기로 결정한 순간" (책표지 중에서)

그래, 내 성공은 내가 정해야지.

그런데 띠지에 있는 말이 영 거슬리면서도 신경 쓰이고 그렇다. '이게 뭐 어때서'라며 버럭 화를 내다가도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영 찜찜한 그런 느낌말이다.

인생을 망치고 싶다면 지금과 똑같이 살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책 띠지 중에서)

하긴 언제부터인가 안일한 일상에 적응하면서 변화 없이 뜨뜻미지근하게 살고 있긴 하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였으니 한 번 바꿔 봐? 표지를 보며 벌써 마음이 시끌시끌해지는 책 『굿 멘토』다. 이런 느낌 좋다. 내 안의 내가 달그락달그락 토론하며 활기차게 북적북적 떠드는 느낌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코트렐. 미국 최대의 자기계발, 리더십, 경영 철학을 제공하는 코너스톤 연구소의 CEO이다. 오늘날 매우 성공한 기업들과 함께 일하며 최고의 성과를 이끄는 방법을 전하는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지금 손에 든 이 책이 정답을 알려줄 것이다. (12쪽)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Lesson 1 '과감하게 돌파하라', Lesson 2 '방황은 그만', Lesson 3 '변화를 받아들여라', Lesson 4 '사소한 일을 잘하자', Lesson 5 '안개를 걷어라', Lesson 6 '진실을 경배하자', Lesson 7 '이유를 물어라', Lesson 8 '행운을 찾아라', Lesson 9 ''언젠가섬'에서 탈출하기'로 나뉜다.



이 책은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되어 가독성이 좋다. 독자는 이 책에 나오는 잭 데이비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된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읽는 마음도 잭 데이비스와 비슷했다. 부정적이고 시큰둥한 마음이 비슷해서였을까. 이 만남에서 나 또한 하나씩 깨달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인생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방해하는 거대한 음모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 현재 맞닥뜨린 문제는 당신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가야 하는 올바른 길로 경로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피해자라고 여기지 말고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고 이유를 스스로 되물어 보세요. 여기서 얻어야 하는 교훈이 무엇일까요? '나한테'가 아니라 '나를 위해'로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라보는 생각의 관점을 바꿨을 때 훨씬 빠르게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28쪽)

처음에는 나도 무언가 밀어내는 느낌으로 툴툴거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점점 와지직 으지직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나다가 결국에는 부드럽게 녹아내려 열정이 샘솟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 괜찮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고 보니 더더욱.



중간중간 강조하고 싶은 문장은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각 레슨의 마지막에는 'Jack's Note'가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한 번 더 정리해 준다.



솔직히 띠지의 말은 자극적으로 낚은 느낌이다. 하지만 낚여서라도 한번 읽어볼 만했다. 사람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변화를 위해 이 책은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을 다잡으며 핵심적인 내용을 짚어보고 자기계발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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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
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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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하고 담대하고 날카로운 필치!'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 이유다. 이 설명을 보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몸에 대한 수많은 책 중에서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책이면서도 유머와 날카로운 필치까지 장착했다면 당연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인지, 성, 노화 등 인체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 101가지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제임스 햄블린. 인디애나대학교 의학대학 졸업 후 UCLA 영상의학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현재 매거진 <애틀랜틱> 작가이자 수석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겉모습: 신체 표면', 2장 '인지: 감각 작용', 3장 '먹기: 생명 유지', 4장 '마시기: 수분 보충', 5장 '관계: 성', 6장 '지속: 죽음'으로 나뉜다.

그냥 목차만 보아도 궁금해지는 질문들이 즐비하다. 털을 깎거나 자르면 털이 다시 더 빨리 자라나요?, 가려운 곳을 긁으면 왜 기분이 좋을까요?,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 가끔 태양을 쳐다보는 게 정말 그렇게 안 좋은가요?, 유제품을 먹어야지 안 그럼 나중에 뼈가 부러질까요?, 양치질은 탄산음료를 마신 후에 해야 할까요, 그 전에 해야 할까요?, 코에 난 여드름을 짜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나요? 등의 질문은 당장이라도 답변을 알고 싶어서 참지 못하고 해당 페이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의 의대 룸메이트는 안과의사가 돼 텍사스로 이주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알게 되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을 이 책에서 다뤄보라고 내게 권했다. 그가 말한 질문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눈 안에서 잃어버린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나요?

이 질문을 듣고 난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는 재미로 넘길 수 없는 질문인 것이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쯤 되면 그동안 사람들과 이런 대화 한 번쯤 나눴던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렌즈 끼고 잠들었다가는 눈 뒤로 렌즈가 넘어갈 수도 있다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처럼, 나는 '으아,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니'라며, 그런 상상력에 살짝 웃다가 혹시나 진짜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이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콘택트렌즈가 뇌로 들어가지는 못해도 아주 드물게 안구 위나 아래쪽 막다른 곳에 박히는 경우가 있다. (…) 이게 바로 내게 일어난 일이다. 나는 눈에 끼고 있던 렌즈가 밖으로 빠진 줄로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엿새 뒤에 렌즈는 눈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동안 나는 꽤 아픔을 겪었다. 그러니 눈 속에 박힌 렌즈가 계속 빠져나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이 답변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전체 내용을 다 읽었기를 바란다. (11쪽)

유머 인정이다. 우리 몸에 대한 책이면서 의사의 권위적인 자세라든가 학술적인 이야기를 지루하게 펼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로 솔깃하게 이야기를 시작해 주니 여러모로 호기심이 생긴다. 다른 이야기들도 당연히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초반에 내 마음을 휘어잡아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유머 코드가 정말 잘 맞는 느낌이다. 엄청 웃어가며 읽었다. 꽤나 두꺼운 책인데, 우리가 한 번쯤 몸에 관해 들었던 풍문에 촌철살인의 한 마디 말을 훅 날려준다.

뭐 하나 언급하기에는 신기한 것이 정말 많아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래도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눈에 관한 것이다.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글이다.

먹어서 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되다니, 물론 그냥 생각해 봐도 그럴 리 없겠다고 여겨지지만, 역시나 확 찬물을 끼얹어주는 발언에 정신이 번쩍 들며 콕콕 마음에 들어온다. 비타민A를 한껏 복용하고 음식점에 있는 당근 주스를 몽땅 마신다고 해도 시력에는 여전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149쪽)라거나 베타카로틴이 남아돌아도 시력은 개선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눈과 피부가 노래지는 수가 있다(150쪽)라고 하니, 모르겠으면 그냥 뭐든 적당히만 먹어야겠다.



만약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먹고 마실지, 외면과 내면을 어떻게 고칠지, 누구와 사랑을 나누고 어떻게 살다 죽음을 맞이할지, 삶에 관한 무수한 명제 앞에서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제는 더 몸에 집중하며 귀 기울여주어야겠다. 내 몸이 힘든 줄도 모르고, 지친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왔던 시간들을 잠시 멈추며, 내 내면을 들여다보아야겠다.

이 책을 읽는 시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글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유쾌한 글이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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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뇌과학 - 움직임은 어떻게 스트레스, 우울, 불안의 해답이 되는가
캐럴라인 윌리엄스 지음, 이영래 옮김 / 갤리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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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요즘처럼 움직임을 최소화하던 시기가 있었나 곰곰 생각에 잠긴다. 물론 없었다. 한때는 나도 매일 새벽에 운동을 하기도 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기도 했으며,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자의반 타의 반 묶여있는 생활을 하며 점점 활동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움직임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의 해답이 된다지 않은가.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걷기로 개선되는 인지 능력부터

코어를 단련해서 얻는 심리적 안정감까지

최신 과학계가 주목하는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 (책 띠지 중에서)

움직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움직임의 뇌과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캐럴라인 윌리엄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에디터. 《뉴 사이언티스트》에 정기적으로 과학 칼럼을 기고하며 BBC 라디오 제작자, 《뉴 사이언티스트》 팟캐스트의 공동 진행자로 일했다. 전작으로는 신경가소성을 주제로 뇌의 능력을 탐구한 『나의 말랑한 뇌』가 있다. 새롭고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책날개 발췌)

산책을 하고 나면 뒤죽박죽이었던 아이디어가 몇 개의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은 왜일까? 어째서 요가를 하고 나면 하루 종일 머리를 어지럽히던 걱정거리와 거리를 두게 되는 걸까? 뇌과학에서 진화생물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몸담은 과학자들이 신체의 움직임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발견하고 있는 사실은 과학의 판도를 바꿀 만큼 새롭고 흥미로우며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대단히 중요하다. (5쪽)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움직임과 정신의 긴밀한 연관에 대해 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을 시작으로, 1장 '우리는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다', 2장 '걷기는 어떻게 창의력을 높이는가', 3장 '근력이 정신력을 만든다', 4장 '춤을 추면 행복해지는 이유', 5장 '단단한 코어의 힘', 6장 '기분이 좋아지는 가장 빠른 방법, 스트레칭', 7장 '오직 인간만이 호흡을 제어한다', 8장 '휴식의 기술', 9장 '일상에 더 많은 움직임을'로 나뉜다.

이 책의 원제는 'MOVE!'다. 그것보다는 '움직임의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 훨씬 시선을 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도입 부분이다. 멍게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 책의 도입 부분이 독특하고 사랑스러워 나는 이 책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멍게는 제법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올챙이를 닮은 멍게의 유생은 어리고 힘이 넘칠 때 바다를 헤엄치고 다니다가 경치 좋은 바위를 찾으면 휴식을 위해 자리를 잡는다. 바위에 일단 달라붙은 녀석은 성체(관이 두 개 있는 둥근 통 모양)로 변태를 시작한다. 그러고는 남은 평생을 거기에 눌러앉는다. 고무로 된 작은 백파이프같이 한쪽 관으로 물을 천천히 빨아들였다가 다른 관으로 내뱉으면서 말이다.

평생에 걸친 이런 느긋한 휴식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어린 멍게에게는 매우 단순하지만 뇌가 있고, 꼬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삭도 있다. 멍게는 이 신경삭을 이용해서 헤엄치면서 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거기까지 이르는 움직임을 조정한다. 하지만 일단 바위에 닿으면, 멍게는 머리를 바위에 찰싹 붙인 후 거의 모든 신경계를 소화해버리고, 다시는 그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

'일회용 뇌'라는 이 흥미로운 사례는 우리가 대체 왜 신경계를 갖고 있는지에 관한 힌트를 준다. (19~20쪽)




그러고 보면 운동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냥 움직임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열과 성을 다해 땀을 내어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늘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바쁜 일상, 정신없는 일들에 치여서 운동은 습관처럼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 대한 부담감을 확 덜어준다. 단순히 '움직임'을 많이 하더라도 충분히 뇌의 혈류량이 증가하여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땅에 발을 대고 일어서서 움직이는 것, 그거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움직이는 방법을 자기 관리의 한 방식으로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당신의 자아가 머릿속에 살면서 눈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고 믿든 자아가 뇌를 비롯한 몸 전체에 분배되어 있다고 믿든 자아라는 것이 전혀 없다고 믿든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뇌, 몸, 정신이 하나의 훌륭한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움직일 때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작용을 한다. (37쪽)



지금 당장 설거지나 신발 정리 같은 사소한 집안일을 하며 몸을 움직여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느라 계속 움직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움직이는 일이 조금씩이나마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집안일 하나를 하는 시간도 좀 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235쪽)

이 책에서는 거창한 운동보다는 간단한 움직임에 대해 집중한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들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우울할 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일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며, 우울해서 움직이기 싫은 건지, 움직이지 않으니 우울한 건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일단 움직이자. 운동을 하면 우울한 감정이 없어진다고 할 때 그 '운동'에 대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움직이면 된다. 그것만으로 기분은 물론 더 커다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똑똑해지고 싶고, 우울한 기분을 떨치고 싶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움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이 하루를 보내는 방식을 바꾸고, 삶에 대한 당신의 관점을 바꿀 것이다.

_조슈아 메즈리치 『죽음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저자

코로나 때문에 어디 다니지 못한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다. 집 안에서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몸을 움직일 수도 있고,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일단 이 글을 다 쓰고 난 후에 일어나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움직이고 싶다. 나를 당장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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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렌 허프 지음, 정해영 옮김 / ㅁ(미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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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파란만장한 삶의 스토리에서 놀라게 된다. 그리고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이게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니, 정말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자라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다가 공군에 입대한 로렌 허프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은 끝에 군대를 제대한다. 이후 홈리스가 되었다가 클럽 기도, 바리스타, 바텐더, 콜택시 기사, 케이블 기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임금 체불, 자연재해, 이삼일의 병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언제든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는 취약 계층 여성은 광신 집단과 닮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삶과 회복, 자유와 정체성에 대한 솔직하고 재미있는 에세이집.(책 뒤표지 중에서)

솔직하고 재미있다는 설명과 수많은 찬사들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호기심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와 연결되며 본격적으로 본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우리에게 호기심이 있다면, 그리고 그런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글을 읽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저자와 등장인물, 그리고 글 속에 표현된 생각과 연결될 수 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집어들 만큼 호기심이 있다는 것에 나는 무척 감사한다. (15쪽, 한국 독자에게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로렌 허프. 독일에서 태어나 일곱 개 국가와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살았다.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악명 높은 사이비 종교 재단에서 자라 미 공군에 입대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후 제대했고 이후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2018년 말, 《허핑턴 포스트》의 요청으로 10년 동안 여성 케이블 기사로 일한 경험이 담긴 <케이블 기사>를 쓰게 되었고, 이 에세이는 미국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케이블 기사>와 열 편의 통찰력 있는 에세이가 실린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는 저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광신 집단(cult)과 현 사회의 공통점을 비롯해 취약 계층 노동 환경의 부조리,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 여성 혐오 등을 적나라하게 짚어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나는 최대한 정확하고 진실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진실이란 기억에 대한 기억이며,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건넨 이야기다. (17쪽)

이 책에는 혼자서 하는 카드놀이, 나락, 배드랜즈, 방언, 의미 없는 남자들, 적을 만드는 법, 독방동,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애완 뱀, 케이블 기사, 모든 아름다운 것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등 11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헉!' 하면서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세상 일이 그렇다.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구나.'와 같은 느낌을 받으며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데, 이 책은 정말 '헉'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가며 읽었다. 누군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너무도 생생하게 듣고 나니 내 안의 기가 쫙 빨려나가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그런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겠다고. 하물며 이런 인생이라니.

그런데 읽어나가며 이 사람의 개인사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이고 사회가 보이고 국가가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지금껏 보지 못한 무언가가 훅 튀어나오며 이상하게 보인다. 새롭게 보는 것이다.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어느 순간 그 느낌이 훅 치고 들어오며 마음을 휘젓는다.

부디 이 책에 대한 추천사는 처음이 아니라 나중에 읽기를 권한다. 울고 웃으며 조각난 퍼즐이 맞춰지고 난 후에 보면 읽기 전에 보는 것과 천차만별의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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