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의 의대 룸메이트는 안과의사가 돼 텍사스로 이주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알게 되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을 이 책에서 다뤄보라고 내게 권했다. 그가 말한 질문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눈 안에서 잃어버린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나요?
이 질문을 듣고 난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는 재미로 넘길 수 없는 질문인 것이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쯤 되면 그동안 사람들과 이런 대화 한 번쯤 나눴던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렌즈 끼고 잠들었다가는 눈 뒤로 렌즈가 넘어갈 수도 있다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처럼, 나는 '으아,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니'라며, 그런 상상력에 살짝 웃다가 혹시나 진짜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이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콘택트렌즈가 뇌로 들어가지는 못해도 아주 드물게 안구 위나 아래쪽 막다른 곳에 박히는 경우가 있다. (…) 이게 바로 내게 일어난 일이다. 나는 눈에 끼고 있던 렌즈가 밖으로 빠진 줄로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엿새 뒤에 렌즈는 눈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동안 나는 꽤 아픔을 겪었다. 그러니 눈 속에 박힌 렌즈가 계속 빠져나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이 답변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전체 내용을 다 읽었기를 바란다. (11쪽)
유머 인정이다. 우리 몸에 대한 책이면서 의사의 권위적인 자세라든가 학술적인 이야기를 지루하게 펼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로 솔깃하게 이야기를 시작해 주니 여러모로 호기심이 생긴다. 다른 이야기들도 당연히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초반에 내 마음을 휘어잡아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