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
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머러스하고 담대하고 날카로운 필치!'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 이유다. 이 설명을 보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몸에 대한 수많은 책 중에서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책이면서도 유머와 날카로운 필치까지 장착했다면 당연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인지, 성, 노화 등 인체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 101가지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제임스 햄블린. 인디애나대학교 의학대학 졸업 후 UCLA 영상의학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현재 매거진 <애틀랜틱> 작가이자 수석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겉모습: 신체 표면', 2장 '인지: 감각 작용', 3장 '먹기: 생명 유지', 4장 '마시기: 수분 보충', 5장 '관계: 성', 6장 '지속: 죽음'으로 나뉜다.

그냥 목차만 보아도 궁금해지는 질문들이 즐비하다. 털을 깎거나 자르면 털이 다시 더 빨리 자라나요?, 가려운 곳을 긁으면 왜 기분이 좋을까요?,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 가끔 태양을 쳐다보는 게 정말 그렇게 안 좋은가요?, 유제품을 먹어야지 안 그럼 나중에 뼈가 부러질까요?, 양치질은 탄산음료를 마신 후에 해야 할까요, 그 전에 해야 할까요?, 코에 난 여드름을 짜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나요? 등의 질문은 당장이라도 답변을 알고 싶어서 참지 못하고 해당 페이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의 의대 룸메이트는 안과의사가 돼 텍사스로 이주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알게 되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을 이 책에서 다뤄보라고 내게 권했다. 그가 말한 질문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눈 안에서 잃어버린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나요?

이 질문을 듣고 난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는 재미로 넘길 수 없는 질문인 것이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쯤 되면 그동안 사람들과 이런 대화 한 번쯤 나눴던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렌즈 끼고 잠들었다가는 눈 뒤로 렌즈가 넘어갈 수도 있다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처럼, 나는 '으아,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니'라며, 그런 상상력에 살짝 웃다가 혹시나 진짜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이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콘택트렌즈가 뇌로 들어가지는 못해도 아주 드물게 안구 위나 아래쪽 막다른 곳에 박히는 경우가 있다. (…) 이게 바로 내게 일어난 일이다. 나는 눈에 끼고 있던 렌즈가 밖으로 빠진 줄로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엿새 뒤에 렌즈는 눈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동안 나는 꽤 아픔을 겪었다. 그러니 눈 속에 박힌 렌즈가 계속 빠져나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이 답변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전체 내용을 다 읽었기를 바란다. (11쪽)

유머 인정이다. 우리 몸에 대한 책이면서 의사의 권위적인 자세라든가 학술적인 이야기를 지루하게 펼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로 솔깃하게 이야기를 시작해 주니 여러모로 호기심이 생긴다. 다른 이야기들도 당연히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초반에 내 마음을 휘어잡아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유머 코드가 정말 잘 맞는 느낌이다. 엄청 웃어가며 읽었다. 꽤나 두꺼운 책인데, 우리가 한 번쯤 몸에 관해 들었던 풍문에 촌철살인의 한 마디 말을 훅 날려준다.

뭐 하나 언급하기에는 신기한 것이 정말 많아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래도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눈에 관한 것이다.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글이다.

먹어서 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되다니, 물론 그냥 생각해 봐도 그럴 리 없겠다고 여겨지지만, 역시나 확 찬물을 끼얹어주는 발언에 정신이 번쩍 들며 콕콕 마음에 들어온다. 비타민A를 한껏 복용하고 음식점에 있는 당근 주스를 몽땅 마신다고 해도 시력에는 여전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149쪽)라거나 베타카로틴이 남아돌아도 시력은 개선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눈과 피부가 노래지는 수가 있다(150쪽)라고 하니, 모르겠으면 그냥 뭐든 적당히만 먹어야겠다.



만약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먹고 마실지, 외면과 내면을 어떻게 고칠지, 누구와 사랑을 나누고 어떻게 살다 죽음을 맞이할지, 삶에 관한 무수한 명제 앞에서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제는 더 몸에 집중하며 귀 기울여주어야겠다. 내 몸이 힘든 줄도 모르고, 지친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왔던 시간들을 잠시 멈추며, 내 내면을 들여다보아야겠다.

이 책을 읽는 시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글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유쾌한 글이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