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 인생 - 내 안에 잠든 나를 깨우다
김미진 지음 / 하모니북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블로그 이웃 님의 책이다. 블로그에서 오며 가며 댓글로 만나던 이웃님들이 작가로 책을 출간하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책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글을 읽는 이가 자신에 대해 돌아보도록 돕습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나는 책이나 영화라는 그 작품 자체도 좋지만,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영화는 요즘 들어 거의 안 보게 되어서 그런지,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면 흡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 『다시, 내 인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미진. 현 고등학교 교사다. 교사 겸 작가로 2020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영화와 책이라는 매개체를 성장의 뿌리로 삼아, 다시 아름다운 내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책날개 발췌)

같은 영화와 책을 봐도 그 사람의 입장과 상황,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거나 습득된 가치관에 따라 각자 다른 부분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됨을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영화와 책을 보며 나의 삶, 주변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 신기했다. (5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다시, 영화에 빠지다', 2장 '다시, 책에 빠지다', 3장 '다시, 글쓰기에 빠지다', 4장 '다시, 사랑에 빠진다면', 5장 '다시, 살아가리라'로 나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영화를 매개로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꼭 영화'만'이 아니라 영화'도'의 느낌이어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느낌으로 읽어보았다. 작정하고 영화감상평을 거창하게 들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담담하게 풀어내는 생활 속 이야기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반가움을 느낀다.

'나도 이 영화 봤어'라든가 '이 영화 꼭 보고 싶어', '이 배우는 지금 잘 지내나?' 등등의 감정과 함께 우리 일상과 어린 시절 기억들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조곤조곤 재잘재잘 자신의 마음을 열어 풀어내는 글을 보며 마음에 담아둘 무언가를 건져내는 시간을 갖는다.

마침 TV 프로그램 중 '옥탑방의 문제아'에서 국내 최초 정신과 의사 형제 '양재진','양재웅'이 나왔다. 그 프로그램에서 12분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12분의 행복 비법'이 제시되었다. 스트레스는 감소시키고 행복감은 높이는 12분의 행복 비법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이 나왔다. 과연 정답이 무엇일까?

정답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사랑의 마음이 샘솟는 원리, 타인의 착한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내가 더 행복해지는 '헬퍼스 하이'와 같은 원리인가 보다.

매년 학생 한 명 한 명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그것이 나의 행복감을 느끼는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즐거울 때가 많은 이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나는 잘 살아가고 있구나. (40쪽)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영화와 책에서 나의 삶과 사고를 성장시키는 요소를 발견했기 때문에, 독자들도 한번 경험해보길 바란다.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와 책을 통해 배울 게 많다. 성장할 기회가 넘쳐난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 책을 본다. 영화와 책에 빠진다. 몰입한다. 그리고 영화와 책을 통해 배운 점과 성장한 점에 대해 쓴다. (227쪽)

누군가의 에세이는 책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려고 하지 말고 진솔하게 담아내어 들려주면 독자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을 알게 된다. 개인으로는 말괄량이이면서도 책과 영화를 좋아하고, 선생님으로서는 아이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린 시절도 엿보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그 마음까지 바라본다.

추억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기분으로 읽게 된 에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잿빛극장
온다 리쿠 지음, 김은하 옮김 / 망고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을 함께한 두 여자, 왜 강물로 몸을 던져 동반 자살했을까?"라는 띠지의 질문에 대한 호기심에서였고, 두 번째는 온다 리쿠가 저자라는 점에서였다.

온다 리쿠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책에서 읽었던 온다 리쿠의 이야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써야 할 분량을 정해놓고 쓰진 않아요. 잘 안 써질 땐 펜을 놓고, 잘 써질 땐 한꺼번에 몰아서 쓰죠. 영감이 안 떠오르면 싱크대 청소를 해요. 저희 집이 깨끗하면 글이 잘 안 써지고 있다는 겁니다."

『글쓰기 훈련소』를 읽다가 본 온다 리쿠의 인터뷰 내용이다.

나도 사실 무언가에 집중할 때에는 청소는 뒷전으로 미루게 되고, 뭔가 잘 안 풀리는 경우에 비로소 청소에 신경 쓰게 되니, 그 인터뷰를 보며 무척 공감했다. 그 이후로는 '온다 리쿠'하면 이상하게도 작품보다는 그녀의 집이 지금 깨끗할까 더러울까에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야 말게 된 동기는 이거였다.

그 기사는 채 몇 줄 되지도 않는 단신 기사였다.

신문에 실린 위치도 소위 삼면기사. 그러니까 신문이 사면으로 발행되었을 때 게재된 사회기사였다.

같은 나이 또래의 두 여자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동반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대학 시절 친구로 같이 살았다고 한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어쩌다 그 기사에 시선이 닿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기사가 내 눈에 확 들어온 느낌이랄까. 충격이 컸다는 사실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21쪽)

지금도 매일같이 수많은 사건사고가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사건은 이렇게 누군가의 작품으로 재탄생 된다. 작가의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들어 몇 년을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휘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특별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소설이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잿빛 극장》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온다 리쿠. 일본에서 가장 대중성이 높고 권위 있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온다 리쿠가 처음이다. 《잿빛 극장》은 온다 리쿠의 작품 중 최초로 실존 인물의 죽음을 파헤친 일명 '모델 소설'로,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인다. 작품 속 허구 세계가 작가 온다 리쿠의 현실과 연동되면서 중층의 서사를 이루고, 일상과 환상이 뒤섞이며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구조 속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익명의 존재가 절망에 이르는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한 문제작이다. (책날개 발췌)

* 오직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온다 리쿠 친필 사인본!



이 책의 시작에는 '옮긴이의 말'이 먼저 나온다.

온다 리쿠.

미스터리, SF 판타지, 호러, 청춘물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써낼 뿐 아니라 일본 사상 최초로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 수상한 작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작풍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하는 소설가. 명실공히 일본 대표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온다 리쿠는 2021년 등단 30주년을 맞이하여 일흔 번째 소설 《잿빛 극장》을 선보였다. 문예 잡지 <분케이>에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장장 7년간 연재한 이야기를 묶었다. 그녀의 장편 소설 중 최초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구성부터 내용까지 이전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문제작이다. (4쪽)

온다 리쿠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옮긴이의 이야기에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된다. 일흔 번째 소설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이전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문제작이라는 점을 알고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은 구성을 간단하게 알고 읽기 시작하는 게 좋겠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이 작품을 읽으니 바로 작품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 설명이 없었다면 한참은 헤맸으리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0,(1),1로 구성되는데, 0은 《잿빛 극장》을 집필하는 '나'의 일상, (1)은 《잿빛 극장》을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과정, 1은 실존인물이자 작중 두 주인공인 'T'와 'M'이 대학에서 처음 만나 사회에 나오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재회하여 중년에 이른 어느 날, 다리 위에서 함께 투신자살하기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현실과 허구가 연동되면서 전개되는 작품인데,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점점 경계가 흐려진다. 현실 의식이 강해질수록 허구 세계가 견고해진다. (5쪽)

이 정도의 정보는 미리 알고 본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잘 몰랐던 내 소설 취향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바로 작품에 빠져들어 휘몰아치듯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액자식 구성으로 소설 속 상상 부분과 현실 같은 소설 속 이야기가 교차되며 소설인지 현실인지 모호하게 혼란을 일으키는 작품도 좋아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뒤흔들다가 내동댕이치는 소설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며 독자를 마음껏 끌고 다닌 후에 제자리에 앉혀놓는 느낌이랄까.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소설 잘 읽었다'라는 생각을 하며 바로 일상에 들어가지만, 그 일상의 경계가 마구 흔들려 그제야 혼란스러운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소재는 두 사람의 동반 자살이지만, 단순히 신문기사 몇 줄의 사건으로 진작에 흘러가버린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로 만들어냈다. 단순한 사건 기사에 생명을 불어넣어 현실에 끌어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 그 이유에서인가 보다.

그것도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은근히 발효시켜 뭉근한 불로 달여서 조금씩 꺼내 보여주어 더욱 탄탄한 소설로 탄생시켰다. 소설가의 힘이 거기에서 나오는 것인가 보다.

게다가 이 사실을 알고 보니 더욱 생각할 거리가 풍성해진다.

온다 리쿠는 언제나 제목부터 정하고 나서 그 제목을 염두에 두면서 작품을 그려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소설 《잿빛 극장》에서 가장 뚜렷한 실체는 잿빛이라는 그 색감, 그 이미지다. 'T'와 'M'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T'와 'M'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번민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7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단순히 잿빛이라는 빛깔을 싫어한다는 호불호로 다가가지 말고, 그 의미에 대한 사색은 이제부터 시작해 보아야겠다. 인간 심리의 기저로 들어가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특별하게 다가왔다. 헤르만 헤세와 음악이라니. 이 조합을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건 읽어야 해!'라는 생각을 했다. 읽어보고 싶다는 것을 넘어서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감정 말이다. 읽기도 전에 이 책이 주는 첫인상이 폭풍이 몰아치는 듯 강렬했다.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애호가는 많지만 헤세만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가 쇼팽을 이토록 내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리라. 헤세에게 음악은 찬란하게 펼쳐진 그림이고 영롱한 소리로 쓴 문학이었다. 이 책으로 그는 우리에게 시공을 뛰어넘어 그 감동적인 체험을 전한다."

_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 『음악과 페미니즘』, 『난처한 클래식 수업』 저자)

독일어판 편집자 후기에 의하면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글 중 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중요한 텍스트들을 아우르는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 이 책이 지금까지 생각하던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리라 기대하며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헤르만 헤세. 소설가, 시인, 화가. 헤세는 음악 예술에 대한 애정이 특별히 깊었고, 그의 문학 세계에는 '악보 없는 음악'이라 불릴 정도로 깊게 음악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그가 일평생 음악에 대해 쓴 글을 묶어낸 책이다. 각각의 글은 별자리처럼 아름다운 형태를 완성하는 한편, 헤세의 문학에 은은하게 일렁이는 음악의 그림자를 또렷한 시적 형체로 드러내준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완전한 현재 안에서 숨 쉬기: 사색과 시', 2부 '이성과 마법이 하나되는 곳: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로 나뉜다. 오르간 연주, 일요일 오후의 <마술피리>, 모차르트의 오페라들, <마술피리> 입장권을 들고,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화려한 왈츠, 어느 연주회의 휴식 시간, 나의 바이올린에게, 쇼팽, 사라사테, 보니파치오의 그림, 『유리알 유희』를 위한 작업 노트에서, 플루트 연주, 4월 밤에 쓰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초반부터 나를 휘감는다. 생생하게, 그리고 글자 속에서 음악의 선율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내가 지금껏 삶에서 음악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리고 음악에 관해 그 어떤 책에서도 못 보았던 표현을 접하는 듯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두근거렸다.

이때 오르간의 강렬한 고음이 울린다. 오르간 음은 점차 커지면서 어마어마한 공간을 채우더니 음 스스로가 공간이 되어 우리를 온전히 휘감는다. 음은 자라나 편안히 쉰다. 다른 음들이 합류한다. 별안간 모든 음이 다급히 도망치며 추락하고 몸을 숙여 경배하며, 문득 치솟다가 제지되어서는 조화로운 베이스 음 속에 꿈쩍 않고 머문다. 이제 음들은 침묵한다. 휴지부는 뇌우 전의 미풍처럼 홀안에 나부낀다. 장중한 음들이 다시 깊고 황홀한 열정으로 일어서더니 격정적으로 팽창하며, 소리 높여 헌신하는 자세로 신께 저들의 탄원을 부르짖는다. 그렇게 한 번 더. 더욱 통절히, 더욱 우람하게. 그러다 뚝 그친다. 음들이 다시 일어선다. 이 대담하고 무아경에 빠진 대가는 자신의 막강한 목소리를 신을 향해 들어올리며 애원하고 간구한다. 그의 노래는 음을 휘몰아치며 원 없이 펑펑 운다. 다시 고이 머물면서 몰입해 경외와 위엄의 성가로 신을 찬미하고, 높고 어스름한 곳에 황금빛 둥근 천장을 만들고, 둥근 기둥들과 소리의 다발 기둥들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자신의 경배로 성당을 지어 올린다. 마침내 성당이 완성되어 고요히 서 있다. 음이 다 사그라들었을 때도 성당은 여전히 고요히 서서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다. (12~13쪽)

지금껏 나는 음악과 글을 따로 생각해왔다. 그런 나에게 이런 표현들은 새롭고 신비롭다. 음악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 그 표현 속에 빠져든다.

이 책이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 헤르만 헤세와 음악의 조합이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헤르만 헤세를 음악 안에서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헤르만 헤세는 음악에 대한 취향이 확실한 느낌이다.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해주며,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듣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모든 과정에서의 들뜬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는 니논에게 연주회가 시작되기 직전 속삭였다. <숲의 정경>이 아니라 <다채로운 작품집>이라서 얼마나 아쉬운지. <숲의 정경>이 더 아름답다고 혹은 훨씬 더 좋다고. 슈만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소품 <예언하는 새>를 한 번, 아니 여러 번 더 듣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연주회는 매우 좋았고 덕분에 자못 사적인 취향과 소망을 잊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은 기대 이상 행복했다. 열렬한 환호를 받은 예술가가 앙코르 곡을 선사했는데 오, 세상에, 다름 아닌 내가 좋아하는 <예언하는 새>를 연주했던 것이다! (314쪽)

그리고 그 감상은 헤르만 헤세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함께 사멸하고 침묵하게 될 많은 것을 긴 생애 내내 끌어안고 다니는 법이다. 슬픈 눈동자를 지닌 그 음악가가 죽은 지 거의 오십 년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때론 가까이 있다. 여러 해가 지나도 <숲의 정경>의 소품 <예언하는 새>는 들을 때마다 슈만이 걸어둔 작품 고유의 마법을 넘어 기억을 불러들이는 샘이 되어준다. (314쪽)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꼭 연주회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한 번의 피아노 소리면, 고마운 휘파람이나 노래나 흥얼거림이면 족하다. 아니면 잊을 수 없는 몇 마디를 소리 없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누군가 나나 그럭저럭 음악적이라 할 사람에게서 바흐의 성가곡을,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을 빼앗고 금지하고 기억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속수무책일 때, 하늘의 쪽빛과 총총한 별밤이 우리에게 더 이상 기쁨을 주지 못할 때, 시인의 책조차 없을 때, 그럴 때 얼마나 자주 기억의 보물 창고에서 슈베르트 가곡 하나, 모차르트 한 소절, 미사곡과 소나타가- 우리가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이젠 알 수도 없는 그것들이- 울려와 환히 빛나며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우리의 고통스러운 상처 위에 사랑의 약손을 얹어주는가… 아,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35쪽)

그동안 알던 세상에서 한 단계 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책을 만나면 두근두근 설렌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해준다. 그동안 헤르만 헤세에 대한 생각이 문학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음악으로 뻗어나간다. 이 책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음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표현 하나하나가 다른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는 듯한 감흥을 안겨주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어서 아껴두고 꺼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경 혁명 - 게임의 판을 바꾼 5가지 생각의 전환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제목만으로 예상할 수 없던 책이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어보았다. '안경 혁명'이라고 해서 나는 안경에 대한 이야기라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안경 업계에 변혁을 가져온 마케팅 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안경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안경 혁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손재환. (주)지앤디 대표이사, 아이데코 본점 원장, 한국 안경아카데미 강사이다. 지금까지 그는 독일식 전문 검안기 도입, 외곽 지역에서의 고급화 매장, 공장형 할인, 티타늄 소재의 대중화, 피팅 체험형 매장 등 새로운 콘셉트를 안경원 매장에 시도해 오고 있다. 그가 새로운 걸 도입하고 대체로 3~5년이 지나면 같은 콘셉트를 따라하는 매장들이 폭발적으로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안경 업계의 혁신가, 선구자'로 불린다.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던 경험과 노하우, 안경사로서의 기술적 체험과 지식을 안경사 후배들에게 나누기 위해 한국안경아카데미를 설립했으며, 안경원 창업 컨설팅, 안경 착용의 불편함을 없애는 피팅 등의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가끔씩 나에게 대형 매장을 키워낸 비법이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비법을 묻는 후배들이 있다. 이 책이 그들에게 답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해본다. 시대의 판이 바뀔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덮쳐오는 걸 느끼고는 있지만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현명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분들에게도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7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시골에서 불 피워 보셨어요?'를 시작으로, 1장 '안경은 의료기기다', 2장 '한 분 한 분 최선을 다하라', 3장 '대구·경북 1등 프랜차이즈 무극안경', 4장 '확실한 차이가 있어야 마음을 움직인다', 5장 '대한민국 대표 안경원을 꿈꾼다', 6장 '10년 후에도 여전히 활기차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로 마무리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중학생 이후로 안경을 써왔기 때문에 여러 안경점을 거쳐왔다. 그런데 안경점에 가보면 나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여기는 또 오지는 말아야지'와 '번거롭게 다른 데 가지 말고 여기로 와야지'라는 것이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객으로 남을 수 있으니, 안경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나같은 고객도 이탈하지 않도록 만들어줄지 그들의 마케팅이 궁금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냥 억지로 물건만 떠넘기려고 해서 다시 안 가고 싶던 곳들이 떠올랐다. 그런 곳에서는 나는 불편한데 무조건 괜찮다고 우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 생각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나는 불편한데 안경사는 자꾸 괜찮대요"라는 글을 보면서 문득 그랬던 안경점도 떠오르고, 신발도 떠오르고, 옷도 떠올랐다. 예전 기억들이 떠오르며 공감한다. 그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속이 후련하다.

안경을 맞추면서 예민한 손님을 대할 때 안경사들은 흔히 설득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건 이래서 괜찮고 저건 저래서 괜찮다는 것이다. 안경을 쓰는 당사자가 불편하다고 하는데도 안경사가 자꾸 아니라고 하면서 손님을 압도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은 그저 손님이 "까탈스럽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은 것뿐이다. 이럴 때 손님이 그냥 쓰겠다고 하는 것은 안경사의 말이 맞기 때문이 아니라, 안 되는 일에 더 이상 에너지 쓰기가 싫어서 손님이 먼저 물러서는 것뿐이다. (21쪽 발췌)

그냥 고객 입장에서도 안경사라는 업무를 하며 그 분야에서 자리잡고 알게 된 알토란 같은 노하우를 대방출해 주니 솔깃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되는데, 같은 업계에 종사하며 좀 더 잘 해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늘 배우고 새롭게 익히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모습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안경사 업무 종사자들과 예비 종사자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직종에 대한 열정도 샘솟을 듯하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도 좋겠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로 근시인구가 더 많아질 테니, 이들을 위해 어떤 마케팅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실천할 일이 많겠다.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니 안경계의 마케팅 혁명을 알고자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나태주 시인과 BTS'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언가 세대 간의 화합 느낌이랄까. BTS의 유명세에 비해 그들의 노래를 애써 찾아 듣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것이 반갑다. 그것도 나태주 시인의 시선으로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이 일곱 소년이 우리 곁에 있는 한, 우리는 너무 일찍 절망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어." (책 띠지 중에서)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을 출간했다. (책날개 발췌)

*시와 노래는 「 」로, 드라마 제목은 〈 〉로 표기했다.

(일러두기 중에서)

프롤로그에서는 나태주 시인이 영어를 잘 하는 예원에게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에서 영어를 좀 알려달라며 부탁하는 글로 시작된다.

이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길이야. 하지만 너만 같이 가준다면 이 길을 성공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한다. 좀 도와다오. 같이 가자. 낯선 길에서 우리 낯설지 않은 구름과 바람으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9쪽)

솔직히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노래들을 잘 모른다. 나중에 한번 찾아서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그러다가 잊고 말았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이 노랫말 하나하나를 짚어보자며 이렇게 책으로 출간해 주니 나도 이번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일단 노랫말부터 접하기 시작해 본다.



이 책은 BTS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를 나태주 시인이 음미하며 들려주는 에세이다. 사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연결된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건 아니고 감상을 담은 산문집이었다.

이 책에서는 BTS의 노래 가사에 나태주 시인의 산문을 더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이 시가 되고, 시인이 우리들의 일상 언어로 들려주는 말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 특별했다.



파란색으로 담긴 것은 방탄소년단 노래의 가사이고, 검은색으로 담긴 것은 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방탄소년단 노래의 가사들을 제대로 접해보고 나태주 시인이 그 노랫말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BTS, 방탄소년단. 휘황찬란 빛나는, 아름다운 젊은이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 나는 처음 그들의 노래 역시 휘황찬란 빛나기만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정작 가사 내용은 안 그런 거야. 오늘날 '미생'이니 '취준생'이니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보통 젊은이들의 심정과 형편과 꿈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야.

가슴이 먹먹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그런 심정이야. 분명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듣는다면 더욱 그 느낌은 격렬하고 실감이 날 거야. 아, 그렇구나. 그래서 방탄소년단인 거구나.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거구나. 반복되는 이런 가사는 나이 든 내 가슴도 울려줘. 그러니 젊은 네 가슴은 더욱 감동 쪽으로 줄달음치겠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에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니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 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결국 이 노래는 우리에게 미래의 희망을 잃지 말라고 종용하는 노래이고 또 용기를 북돋워주는 노래였던 거야. (37쪽)



나의 시 중에 이런 작품이 있어."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손을 잡은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어깨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것은 푸르른 5월 한낮/ 능금꽃 꽃등을 밝힌/ 능금나무 아래서였다."

「능금나무 아래」라는 제목의 시지. 시에서 보이듯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을 하는 일은 보통의 일이 아니란 것이지. 그것은 하나의 우주와 또 하나의 우주가 서로 만난 것을 말하는 것이지. 그만큼 사랑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놀랍고도 신비한 그 무엇이 있다는 말이야.

노래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야. 사랑을 놀라운 일, 기적 같은 일로 보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란 것이지.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냐/ 그냥 그냥 나의 느낌으로/ 온 세상이 어제완 달라/ 그냥 그냥 너의 기쁨으로// 니가 날 불렀을 때/ 나는 너의 꽃으로/ 기다렸던 것처럼/ 우린 시리도록 피어/ 어쩌면 우주의 섭리/ 그냥 그랬던 거야/ U know I know/ 너는 나 나는 너." (153~154쪽)



예원아, 너도 알다시피 BTS, 그들의 노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노래는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라 할 수 있어. 매크로,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으면서 마이크로, 일상적이고 소소한 개인의 그리움과 사랑을 담고 있지. 스케일이 다르고 심도가 다르다고 보아야 해.

그리고 BTS,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기상천외해. 매우 새롭다는 얘기지. 하지만 내용만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친근함을 느끼게 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이게 또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특징이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 (328쪽)

이 책은 세대 간의 단절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애들 노래 잘 모르겠다는 세대라도, 이들 노래의 가사를 깊이 음미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모두들 한마음으로 감상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겠다. 서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한때는 음악을 즐겨들으며 지냈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그랬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던 사람에게도 BTS의 노래 가사도 보여주고 거기에 대해 나태주 시인 자신의 생각도 들려주니,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다. 경계를 허물어버린 느낌이랄까. 나이의 경계, 시와 산문과 노랫말의 경계,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느낌말이다. 높이 쌓아올린 팥빙수를 잘 섞어서 맛보는 느낌이다. 다양한 시도를 환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