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나태주 시인과 BTS'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언가 세대 간의 화합 느낌이랄까. BTS의 유명세에 비해 그들의 노래를 애써 찾아 듣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것이 반갑다. 그것도 나태주 시인의 시선으로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이 일곱 소년이 우리 곁에 있는 한, 우리는 너무 일찍 절망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어." (책 띠지 중에서)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을 출간했다. (책날개 발췌)

*시와 노래는 「 」로, 드라마 제목은 〈 〉로 표기했다.

(일러두기 중에서)

프롤로그에서는 나태주 시인이 영어를 잘 하는 예원에게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에서 영어를 좀 알려달라며 부탁하는 글로 시작된다.

이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길이야. 하지만 너만 같이 가준다면 이 길을 성공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한다. 좀 도와다오. 같이 가자. 낯선 길에서 우리 낯설지 않은 구름과 바람으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9쪽)

솔직히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노래들을 잘 모른다. 나중에 한번 찾아서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그러다가 잊고 말았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이 노랫말 하나하나를 짚어보자며 이렇게 책으로 출간해 주니 나도 이번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일단 노랫말부터 접하기 시작해 본다.



이 책은 BTS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를 나태주 시인이 음미하며 들려주는 에세이다. 사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연결된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건 아니고 감상을 담은 산문집이었다.

이 책에서는 BTS의 노래 가사에 나태주 시인의 산문을 더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이 시가 되고, 시인이 우리들의 일상 언어로 들려주는 말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 특별했다.



파란색으로 담긴 것은 방탄소년단 노래의 가사이고, 검은색으로 담긴 것은 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방탄소년단 노래의 가사들을 제대로 접해보고 나태주 시인이 그 노랫말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BTS, 방탄소년단. 휘황찬란 빛나는, 아름다운 젊은이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 나는 처음 그들의 노래 역시 휘황찬란 빛나기만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정작 가사 내용은 안 그런 거야. 오늘날 '미생'이니 '취준생'이니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보통 젊은이들의 심정과 형편과 꿈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야.

가슴이 먹먹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그런 심정이야. 분명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듣는다면 더욱 그 느낌은 격렬하고 실감이 날 거야. 아, 그렇구나. 그래서 방탄소년단인 거구나.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거구나. 반복되는 이런 가사는 나이 든 내 가슴도 울려줘. 그러니 젊은 네 가슴은 더욱 감동 쪽으로 줄달음치겠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에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니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 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결국 이 노래는 우리에게 미래의 희망을 잃지 말라고 종용하는 노래이고 또 용기를 북돋워주는 노래였던 거야. (37쪽)



나의 시 중에 이런 작품이 있어."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손을 잡은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어깨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것은 푸르른 5월 한낮/ 능금꽃 꽃등을 밝힌/ 능금나무 아래서였다."

「능금나무 아래」라는 제목의 시지. 시에서 보이듯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을 하는 일은 보통의 일이 아니란 것이지. 그것은 하나의 우주와 또 하나의 우주가 서로 만난 것을 말하는 것이지. 그만큼 사랑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놀랍고도 신비한 그 무엇이 있다는 말이야.

노래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야. 사랑을 놀라운 일, 기적 같은 일로 보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란 것이지.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냐/ 그냥 그냥 나의 느낌으로/ 온 세상이 어제완 달라/ 그냥 그냥 너의 기쁨으로// 니가 날 불렀을 때/ 나는 너의 꽃으로/ 기다렸던 것처럼/ 우린 시리도록 피어/ 어쩌면 우주의 섭리/ 그냥 그랬던 거야/ U know I know/ 너는 나 나는 너." (153~154쪽)



예원아, 너도 알다시피 BTS, 그들의 노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노래는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라 할 수 있어. 매크로,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으면서 마이크로, 일상적이고 소소한 개인의 그리움과 사랑을 담고 있지. 스케일이 다르고 심도가 다르다고 보아야 해.

그리고 BTS,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기상천외해. 매우 새롭다는 얘기지. 하지만 내용만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친근함을 느끼게 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이게 또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특징이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 (328쪽)

이 책은 세대 간의 단절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애들 노래 잘 모르겠다는 세대라도, 이들 노래의 가사를 깊이 음미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모두들 한마음으로 감상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겠다. 서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한때는 음악을 즐겨들으며 지냈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그랬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던 사람에게도 BTS의 노래 가사도 보여주고 거기에 대해 나태주 시인 자신의 생각도 들려주니,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다. 경계를 허물어버린 느낌이랄까. 나이의 경계, 시와 산문과 노랫말의 경계,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느낌말이다. 높이 쌓아올린 팥빙수를 잘 섞어서 맛보는 느낌이다. 다양한 시도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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