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을 함께한 두 여자, 왜 강물로 몸을 던져 동반 자살했을까?"라는 띠지의 질문에 대한 호기심에서였고, 두 번째는 온다 리쿠가 저자라는 점에서였다.
온다 리쿠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책에서 읽었던 온다 리쿠의 이야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써야 할 분량을 정해놓고 쓰진 않아요. 잘 안 써질 땐 펜을 놓고, 잘 써질 땐 한꺼번에 몰아서 쓰죠. 영감이 안 떠오르면 싱크대 청소를 해요. 저희 집이 깨끗하면 글이 잘 안 써지고 있다는 겁니다."
『글쓰기 훈련소』를 읽다가 본 온다 리쿠의 인터뷰 내용이다.
나도 사실 무언가에 집중할 때에는 청소는 뒷전으로 미루게 되고, 뭔가 잘 안 풀리는 경우에 비로소 청소에 신경 쓰게 되니, 그 인터뷰를 보며 무척 공감했다. 그 이후로는 '온다 리쿠'하면 이상하게도 작품보다는 그녀의 집이 지금 깨끗할까 더러울까에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야 말게 된 동기는 이거였다.
그 기사는 채 몇 줄 되지도 않는 단신 기사였다.
신문에 실린 위치도 소위 삼면기사. 그러니까 신문이 사면으로 발행되었을 때 게재된 사회기사였다.
같은 나이 또래의 두 여자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동반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대학 시절 친구로 같이 살았다고 한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어쩌다 그 기사에 시선이 닿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기사가 내 눈에 확 들어온 느낌이랄까. 충격이 컸다는 사실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21쪽)
지금도 매일같이 수많은 사건사고가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사건은 이렇게 누군가의 작품으로 재탄생 된다. 작가의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들어 몇 년을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휘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특별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소설이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잿빛 극장》을 읽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