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헤르만 헤세. 소설가, 시인, 화가. 헤세는 음악 예술에 대한 애정이 특별히 깊었고, 그의 문학 세계에는 '악보 없는 음악'이라 불릴 정도로 깊게 음악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그가 일평생 음악에 대해 쓴 글을 묶어낸 책이다. 각각의 글은 별자리처럼 아름다운 형태를 완성하는 한편, 헤세의 문학에 은은하게 일렁이는 음악의 그림자를 또렷한 시적 형체로 드러내준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완전한 현재 안에서 숨 쉬기: 사색과 시', 2부 '이성과 마법이 하나되는 곳: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로 나뉜다. 오르간 연주, 일요일 오후의 <마술피리>, 모차르트의 오페라들, <마술피리> 입장권을 들고,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화려한 왈츠, 어느 연주회의 휴식 시간, 나의 바이올린에게, 쇼팽, 사라사테, 보니파치오의 그림, 『유리알 유희』를 위한 작업 노트에서, 플루트 연주, 4월 밤에 쓰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초반부터 나를 휘감는다. 생생하게, 그리고 글자 속에서 음악의 선율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내가 지금껏 삶에서 음악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리고 음악에 관해 그 어떤 책에서도 못 보았던 표현을 접하는 듯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두근거렸다.
이때 오르간의 강렬한 고음이 울린다. 오르간 음은 점차 커지면서 어마어마한 공간을 채우더니 음 스스로가 공간이 되어 우리를 온전히 휘감는다. 음은 자라나 편안히 쉰다. 다른 음들이 합류한다. 별안간 모든 음이 다급히 도망치며 추락하고 몸을 숙여 경배하며, 문득 치솟다가 제지되어서는 조화로운 베이스 음 속에 꿈쩍 않고 머문다. 이제 음들은 침묵한다. 휴지부는 뇌우 전의 미풍처럼 홀안에 나부낀다. 장중한 음들이 다시 깊고 황홀한 열정으로 일어서더니 격정적으로 팽창하며, 소리 높여 헌신하는 자세로 신께 저들의 탄원을 부르짖는다. 그렇게 한 번 더. 더욱 통절히, 더욱 우람하게. 그러다 뚝 그친다. 음들이 다시 일어선다. 이 대담하고 무아경에 빠진 대가는 자신의 막강한 목소리를 신을 향해 들어올리며 애원하고 간구한다. 그의 노래는 음을 휘몰아치며 원 없이 펑펑 운다. 다시 고이 머물면서 몰입해 경외와 위엄의 성가로 신을 찬미하고, 높고 어스름한 곳에 황금빛 둥근 천장을 만들고, 둥근 기둥들과 소리의 다발 기둥들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자신의 경배로 성당을 지어 올린다. 마침내 성당이 완성되어 고요히 서 있다. 음이 다 사그라들었을 때도 성당은 여전히 고요히 서서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다. (12~13쪽)
지금껏 나는 음악과 글을 따로 생각해왔다. 그런 나에게 이런 표현들은 새롭고 신비롭다. 음악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 그 표현 속에 빠져든다.
이 책이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 헤르만 헤세와 음악의 조합이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헤르만 헤세를 음악 안에서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