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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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젓가락이다.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소재로 젓가락이 선택되었다. 안 그래도 첫 번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를 읽으며 옛날이야기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젓가락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지난번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어령 선생님이 고인이 되셨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책을 펼쳐들면 이 안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남기신 이야기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리라.

한국인 이야기는 전4권으로 구성되는 한국인 이야기와 전6권으로 이제 가제만 정해진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의 대작이다. 평생의 지적 편력을 집대성한 최후의 저작 시리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너 누구니』를 읽으며 젓가락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 그는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비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왔다. 인생의 후반에 이르러 평생의 지적 편력을 담은 후기 대표작 '한국인 이야기(전4권)'와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6권)' 시리즈를 집필해 왔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으며, 2022년 두 시리즈의 방대한 원고를 유고로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책날개 발췌)

이야기 속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와 젓가락질의 시작 '젓가락은 문화유전자다', 여는 시 '생명공감 속으로' 등으로 시작되어, 수저 고개, 짝궁 고개, 가락 고개, 밥상 고개, 사이 고개, 막대기 고개, 엄지 고개, 쌀밥 고개, 밈 고개, 저맹 고개, 분디나무 고개, 생명축제 고개 등 열두 고개로 이어진다. 저자와의 대화 '인류 최초의 요리사와 전사의 도구, '부지깽이'와 '작대기''와 맺는 시 '보릿고개 넘어 젓가락 고개로'로 마무리된다.

만약에 말입니다, 우리가 모두 젓가락질하는 방법을 잊었더라면, 그것은 단순한 두 개의 막대기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젓가락은 옛날 유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끼니 때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천년 동안 내려온 젓가락과 젓가락질. 그 속에 한국인의 마음과 생활의식이 화석처럼 찍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고전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입니다. (14쪽)

시작부터 젓가락에 관한 방대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곧바로 집중해서 읽어나가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못 보았던 의미를 짚어주니 '아, 그렇네!' 하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아이누든, 먹을 것을 옮기는 식도구의 이름이 직접 인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한국뿐입니다. 손가락에서 젓가락이란 말이, 그리고 숟가락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래서 손가락과 연결된 젓가락, 숟가락은 바로 내 몸의 피와 신경이 통하는 아바타인 것입니다. 사람과 도구 사이만이 아닙니다. 저희끼리도 가락이라는 돌림자로 형제처럼 짝을 만들어 수저가 됩니다. 숟가락은 음으로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은 양으로 그 속에 있는 건더기를 집습니다. 그 어려운 주역의 괘는 젓가락이 되고, 태극의 원은 숟가락의 동그라미가 됩니다. (17쪽)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짤막한 문단으로 끊어서 번호를 붙여서 들려주니 긴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읽어나가게 된다. 다 읽고 보면 상당히 두꺼운 분량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게다가 이 한 권에 젓가락 이야기만 가득한 것이니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다. 그것도 이렇게 연결되는 것도 신기하고,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도 신기하고, 죄다 신기한 것투성이라는 점에서 놀랍게도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젓가락' 하면 '젓가락 행진곡'을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런데 젓가락 행진곡의 원제목은 <The Celebrated Chop Waltz>이며,1877년 영국에서 16살 소녀 유페미아 앨렌이 아르투르 데 륄리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곡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우리는 몇천 년 동안 사용해왔고, 지금도 매일 젓가락으로 식사를 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젓가락 행진곡이 작곡된 것처럼, 젓가락을 문화로 만들지 못했을까? 엉뚱하게 젓가락질도 못 하는 서양 사람이 만든 찹스틱 왈츠라는 곡을, 그걸 어쩌다 우리가 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젓가락 문화권에서 젓가락 왈츠 같은 음악이 작곡되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도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면서 그냥 지나칠 것인가. 흔하게 보는 하찮고 작은 것에 문화의 단초를 끌어내, 응용하고 창조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다. (47쪽)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야말로 젓가락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보면 되겠다. 주역과 젓가락이라든가, 한중일 3국의 젓가락 문화 등등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젓가락의 가격은 얼마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니 저절로 시선이 집중된다.

그래서 그 답은 무엇일까? 이건 살짝 언급해야겠다. 사진은 그다음다음 페이지에 있으니 참고할 것.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젓가락의 가격은 얼마일까? 무려 1억 원에 달한다. 일본 최대의 젓가락 제조회사 효자에몽에서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동아시아의 젓가락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흑단나무에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것인데, 그 호사스러움에 입이 벌어진다. 그래도 이 젓가락을 만든 사람이 한국인이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일본은 젓가락 관련 '특허 기술'만도 2,000여 종이 넘는다. 효자에몽에서 운영하는 젓가락 전문 판매점도 500여 곳이다. 이처럼 일본은 젓가락에 있어선 가히 독보적이다. (277쪽)



이 책을 펼쳐들면 이야기보따리가 큰 것 하나 뚝 떨어진다. 젓가락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따리를 풀어보니 갖가지 이야기가 오색찬란하게 방안 가득 펼쳐진다. 아니,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사진처럼 생각하면 되겠다. 젓가락과 이 세상이다. 지구를 들어 올리고 있는 젓가락이다. 이렇게 보면 이 한 권으로도 사실 모자란 셈이다. 고르고 골라서 담아낸 것이라 보면 된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 중 특히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앞으로도 출간되는 대로 다 볼 것이며, 모두 소장해둘 것이다. 꺼내들어 아무 데나 펼쳐들고 읽어도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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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멈추다 - 어느 채식부부의 고백
강하라.심채윤 지음 / 사이몬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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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작부터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5개의 자격증을 가진 요리 선생님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리하지 않는 요리사'가 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요리를 잘 하지 않고 싶은 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고, 그런데 요리까지 하려면 정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럴 때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안 하는 편이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니 요리를 하지 않는 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요리를 멈춘 요리 선생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요리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에 책 내용을 들려주며 괜찮다고 응원해 주고 싶어서 이 책 『요리를 멈추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강하라 심채윤 공동 저서다. 아내 강하라는 많은 나라를 여행했고 화려한 요리사도 꿈꾸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양념과 불 사용으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요리하지 않는 요리책>을 준비 중이다. 남편 심채윤은 멀티미디어를 공부했고 방송 PD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지금은 환경과 음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 <식탁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들>을 준비 중이다. (책날개 발췌)

"음식을 바꾸자 건강 문제(비만과 비염과 변비 등)가 저절로 해결되었다. 안타까웠던 큰 아이의 틱과 ADHD도 사라졌다. 저절로 미니멀 패밀리가 되었다. 세상의 욕망도 성공의 조급함도 사라졌다. 지금 우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다. 이 책은 그 3년 간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는 왜 '요리하지 않는 요리사'가 되었나', 2장 '음식을 바꾸자 전혀 다른 하와이가 나타났다', 3장 '달라진 입맛에 깜짝 놀라다', 4장 '잃어버린 밥상을 찾아서', 5장 '목숨 걸고 편식합시다', 6장 '3년 후, 우리 가족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로 나뉜다. 나는 5개의 자격증을 가진 요리 선생님이었다, 아침식사를 바꾸자 20년 변비가 사라졌다, 풀 섞은 샐러드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어?, 나물비빔밥을 먹고 체한 속을 풀다,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운명 같은 식당을 만나다, '맛없는 채식'에 대한 편견을 깨다, 예쁘게 차리면 마음이 예뻐진다, 아무거나 먹느니 차라리 굶어라, 몸을 녹여주는 식물의 힘 허브차, 불에 익히지 않고도 이렇게 맛있다니, 음식을 바꾸자 저절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식생활에 관한 책은 다양하고 뭐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사람마다 맞는 것이 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것이 있다. 나도 하비 다이아몬드 박사의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읽고 나서 아침 한 끼를 과일로 하고 있는데, 속이 편안하고 매 끼니 식사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강박관념도 버릴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책을 읽은 후 삶을 바꾼 것이다. 나야 원래 요리도 서툴고 하기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요리 수업도 하고 각종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며 맛있는 음식도 많이 경험한 저자가 그렇게 하는 데에는 정말 인생이 바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이렇게 책을 출간하니, 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음식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이어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풍성했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 각국의 비건 식당이나 채식요리를 덕분에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이렇게 먹어도 괜찮겠다, 안심하게 된다. 너무나 뿌리 깊이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들은 어떤 계기로 채식의 세계로 들어갔고, 어떻게 생활을 바꿨는지 생생하게 조목조목 들려준다. 첫걸음을 함께 하듯이 하나씩 정보를 얻어 가며 자신들이 경험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그 진솔함에 시선이 갔다.

특히 여전히 깨기 힘든 단백질 신화에 대해서 현미채식으로 이미 유명한 황성수 박사님의 이야기를 언급하니 이 또한 기록에 남겨놓고 다시 단백질 신화에 흔들릴 때면 또다시 살펴봐야겠다.

황성수 박사님의 말로는 현미에 단백질이 8%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미 현미밥만으로도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식사할 때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채소, 과일도 먹기 때문에 일상에서 단백질이 부족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단백질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에도 충분히 들어있다. 물과 단맛만 있을 것 같은 수박에도 단백질이 있다. 단백질이 늘 부족하고 영양보충이 필요하다고 세뇌시키는 일반적인 메시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9쪽)



더 간소하게 먹고 그로 인해 아낀 시간들은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먹는 것의 변화로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음식이 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249쪽)

나 또한 지금 이러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으니, 주눅 들지 말고 밀고 나가야겠다. 언젠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조차 희미해지고 그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떠올리며 힘을 얻고 계속 그러한 식생활을 해나가야겠다. 그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소박하지만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사진들도 인상적이고,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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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동물 -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세계사 가로지르기 5
임정은 지음 / 다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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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 사실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로는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즉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점에서였고, 또 한 가지는 tvN 책읽어주는 나의 서재 방송 도서라는 점에서였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가축화된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동물들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환경을 파괴해 그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가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동물이 인간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를 다시 살펴보며, 같은 지구를 공유하는 생명으로서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또한 이 책은 청소년 도서인데 그 점에서 보면 핵심을 잘 짚어주면서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리라 생각되어 더욱 기대되었다. 동물들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세상을 바꾼 동물』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정은. 책을 쓰거나 외국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지낸다. 동물인 사람이 사람 아닌 나머지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으며, 모든 동물이, 그리고 모든 식물과 생명들이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살기를 바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서는 기록이 없는 먼 옛날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역사를 만들며 살아왔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7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동물을 통해 역사를 본다'를 시작으로, 1장 '동물과 인류의 공존 - 선사시대'. 2장 '동물과 신화 - 고대', 3장 '전쟁과 역병, 비극의 시작 - 중세', 4장 '산업화에 이용되다 - 근대', 5장 '과학 기술의 제물이 되다 - 현대', 6장 '함께, 평화롭게 -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며, 맺음말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는 인간이 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동물들 스스로가 가축화되기를 택했다고 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선사시대에 인간의 주변에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있었고, 인간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아주 일부만이 가축이 되었다. 프랜시스 골턴은 이러한 동물과 인간의 초기 역사를 아주 잘 요약했다.

"모든 야생동물은 한 번쯤 가축이 될 기회가 있었다. 그중 일부는 … 이미 오래 전에 가축이 되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어떤 사소한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가축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야생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22쪽)



이 책은 먼저 차례를 속도감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장에서는 개, 소, 말 등 선사시대에 인간들이 동물을 길들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다음으로는 신화로 이어진다. 장면이 신화로 넘어가며 거기에 나온 동물들을 짚어준다. 그리고 이어서 중세의 전쟁과 전염병, 특히 쥐와 벼룩이 옮긴 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에는 근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동물과 인류가 지나온 역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다음에는 한 부분씩 정독을 하며 그 시대의 사회상을 가늠해 보고 동물의 위치도 짐작해 본다. 시대에 따라 동물들의 모습이 사뭇 다르게 굵직하게 펼쳐지고 있으니 이 또한 시대의 특징을 동물을 매개로 살펴보는 느낌이 들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세상을 바꾼 동물』은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자본, 수레, 수학, 나무 등 한 가지 키워드를 통해 세계사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꿰뚫는다는 기획 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204쪽)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색다른 역사 읽기 도서 시리즈이다. 세상을 바꾼 수레를 시작으로 수학, 자본, 나무, 동물, 물리, 길, 인권, 맛, 기후, 미디어, 탐험, 이슬람, 전염병, 질문, 화학, 미술, 건축, 공, 씨앗 등이 출간되어 있다.

그중 이 책은 동물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도움을 준다. 저자는 말한다. 책 제목은 '세상을 바꾼 동물'이지만 사실 책의 내용은 '인간이 동물을 이렇게 저렇게 이용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 와중에 세상이 바뀐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205쪽)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고 학대하고 착취하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인간의 인식은 바뀌고 있다. 유럽에서는 동물 사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했고, 스페인의 한 도시에서는 투우가 금지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동물실험에 관한 윤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으니 이제 동물 권리도 존중받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이 시리즈의 책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색다른 역사 읽기를 시도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동물과 인간 역사에 관해서 흥미롭게 훑어볼 수 있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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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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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본문을 읽기 전에 책장을 넘겨보다가 작가의 말에 먼저 시선이 갔다. 2012년 9월, 저자와 친한 작가인 조조 모예스가 링크를 공유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휴가 중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어 장기를 기증하게 된 어느 10대 소년의 소식을 전하는 링크였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2014년에 초고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책으로 낼 수 있을 정도로 다듬는 과정이 훨씬 더 오래 걸려서 2016년이 되어서야 만족할 만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장기 이식을 하고 나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관한 드라마나 소설이 제법 흔하게 있어서 그런지, 실제 작품이 탄생한 계기를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그 작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설명해 주니 이 작품만의 특별함이 느껴지고 관심이 갔다.

심장은 우리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곳으로 사랑의 원천이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면 그 사람의 정체성도 함께 내 안으로 따라 들어 오는 걸까? 그 사람의 소망과 꿈, 감성까지도? 그래서 조금은 그 사람을 닮게 되는 것일까? 조니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394쪽,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력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을 인식하며 이 책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탐신 머레이. 그림책에서부터 로맨스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은 영국 로맨스 소설가 협회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로맨스 소설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리즈 북 어워드와 햄프셔 북 어워드에서 각각 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심장을 이식받은 후 처음 주어지는 평범한 삶 앞에 막막함을 느끼는 조니,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사고로 오빠를 잃고 그늘에 갇힌 기증자의 여동생 니브.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그와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펼쳐진 운명 같은 사랑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교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조니 웹은 지난 여름에 심장이 3분 30초 동안 멈췄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심실 보조 장치를 연결한 상태다. '베를린심장'이라고 하는 인공 심장인데 실제로 몸에서 빠져나간 피가 튜브를 타고 두 개의 작고 둥근 장치에 들어갔다가 다시 몸속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조금 끔찍하긴 하지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니브는 레오와 쌍둥이다. 쌍둥이 오빠 레오와 내기를 하다가 레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병원 응급실로 갔다. 레오의 심장이 멈췄었지만 다행히 다시 뛰게 하기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 결과 레오는 뇌사 상태이며 이 상태로는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레오는 이미 사망한 거나 다름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레오의 장기 기증이 결정되고 그의 심장이 조니에게 가게 되었다. 조니는 심장을 준 아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누구였으며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식 수술 팀 상담 선생님은 기증자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셨지만, 그의 궁금증은 멈추지 않고 구글 검색을 통해 기증자 이름을 찾으려고 하니 그 또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올라가 노트북을 열었다. 기부자를 찾기 위한 인터넷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런던에 있는 내 병원에서 세 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죽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보다 더 시간이 오래 지연되면 장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까. 한두 번 허탕을 친 후에 내가 찾은 유일한 기증자는 레오라는 아이였다. 가족들과 휴가를 갔다가 가엾게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를 기념해서 페이스북에 응급 의료 헬기를 위한 기금 마련 행사 홈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가 내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라면 싫지 않을 것 같았다. (138쪽)

조니와 니브는 페이스북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심스레 가까워진다. 물론 처음에는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어떤 날에는 밤새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며 서로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드디어 만나기로 했다.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열다섯이다. 조니의 나이 말이다. 그 나이에 삶과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겪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버거운 일이겠는가. 물론 이 문제는 나이가 더 많다고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모든 것을 겪어내기에 벅찬 나이이긴 하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닥친 일들을 극복해나간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차근차근 그들만의 발걸음으로 인생을 살아내는 느낌이 들어서 이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뭉클하여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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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 불확실성의 시대, 경제기사 속에 답이 있다, 2022 개정증보판 300문 300답
곽해선 지음 / 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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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이다. 어려운 경제정보를 쉽게 읽는 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보면 경제 관련 다른 서적과 엇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바로 24년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다. 24년 넘게 증쇄를 계속하며 경제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니 특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2022년 개정증보판이다. 1998년 초판 1쇄를 발행하였고, 2021년 11월에 16판 1쇄, 총 124쇄 발행했으며, 내가 읽은 책은 2022년 2월 10일에 16판 2쇄 즉 총 125쇄를 발행한 책이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개정증보를 거쳐가며 독보적 위치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들 하는데, 사실 요즘은 경제 기사를 보면 내가 제대로 해석을 하고 있는지, 이 기사에서 어떤 의미를 잡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이미 많은 독자들이 선택했으며 경제기사에 대해 300가지로 정리해서 알려주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곽해선.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이다. 경제 해설에서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한 경제교육 전문가이며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실용 경제서적을 다수 집필했다. KBS 라디오 '경제전망대'에서 여러 해 시사경제 해설을 맡았으며 현재 기업, 금융기관, 정부, 대학 등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경제 원리와 현실을 알기 쉽게 설명한 실용판 경제 입문서다. 경제 지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입문서라면 쉽게 설명해야 한다. 쉽게 설명한다고 해서 내용이 빈약해져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골라 깊이 있게 다듬었다. 시사 경제 해설도 많이 넣었다. 최신 경제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군데군데 최근 경제기사를 골라 해설한 '기사독해'에서는 이 책을 읽고 얻은 지식이 과연 유용한지 독자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 읽다 보면 경제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단시일에 경제를 보는 실력이 좋아지리라고 기대한다. (6쪽)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경제를 알면 세상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생긴다!'를 시작으로, 1장 '경제, 어떻게 움직이나', 2장 '경기', 3장 '물가', 4장 '금융', 5장 '증권', 6장 '외환', 7장 '국제수지와 무역', 8장 '경제지표'로 나뉜다. 부록 '경제기사 독해 테크닉'에는 '경제기사, 왜 읽나', '경제기사를 술술 읽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기사 독해 테크닉 14가지'가 있으며, 경제 용어 찾아보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저자는 대체로 이야기마다 내용을 완결했으니,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고 아무 데나 골라 읽어도 된다고 언급한다. 다만 뒤로 갈수록 독자가 앞에 나온 이야기나 용어를 안다고 간주하고 설명한 게 많으니, 읽다가 혹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만나면 우선 앞서 나온 이야기에서 답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책 말미의 경제용어 찾아보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경제기사를 읽으며 행간을 읽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공부 좀 한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분량을 나눠서 접근해 보면 좋겠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어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면서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경제' 하면 어려운 느낌이지만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도록 짚어주고 설명해 주는 책이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저 책 고민하지 말고, 이 책 한 권을 교과서 삼아서 읽고 공부해 보면 경제 기사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으로 기본기를 잘 다져볼 수 있으니, 경제공부의 시작을 이 책으로 제대로 해주어도 좋겠다.



특히 이 책에서는 경제 기사 독해를 해주어서 해당 기사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전 같으면 기사를 보았을 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기사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지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한 걸음씩 성장하며 지식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는 책이다.



왜 경제기사는 어렵게 느껴질까? 단순히 용어를 몰라서거나 복잡한 수치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기사를 잘 이해하려면 경제 용어와 통계 수치가 나오게 된 배경적 지식과 이론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용어와 이론을 서로 잘 연결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읽고 나면 경제를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_홍기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그냥 단순히 경제에 관한 이론적 지식만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제기사를 잘 섞어가며 글을 풀어나가고 있어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 교양을 쌓으려면 경제 기사를 읽으라는 이야기는 다들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기사의 행간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경제기사를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 이 책을 계기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

게다가 이 책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개정증보판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 이미 많은 독자들이 선택했고 입소문도 나있는 책이기에 더더욱 경제학 교과서 삼아서 분량을 나누어 프로젝트처럼 읽어나갈 필요가 있겠다. 어려운 경제정보를 쉽게 읽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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