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은 본문을 읽기 전에 책장을 넘겨보다가 작가의 말에 먼저 시선이 갔다. 2012년 9월, 저자와 친한 작가인 조조 모예스가 링크를 공유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휴가 중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어 장기를 기증하게 된 어느 10대 소년의 소식을 전하는 링크였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2014년에 초고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책으로 낼 수 있을 정도로 다듬는 과정이 훨씬 더 오래 걸려서 2016년이 되어서야 만족할 만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장기 이식을 하고 나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관한 드라마나 소설이 제법 흔하게 있어서 그런지, 실제 작품이 탄생한 계기를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그 작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설명해 주니 이 작품만의 특별함이 느껴지고 관심이 갔다.

심장은 우리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곳으로 사랑의 원천이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면 그 사람의 정체성도 함께 내 안으로 따라 들어 오는 걸까? 그 사람의 소망과 꿈, 감성까지도? 그래서 조금은 그 사람을 닮게 되는 것일까? 조니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394쪽,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력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을 인식하며 이 책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탐신 머레이. 그림책에서부터 로맨스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은 영국 로맨스 소설가 협회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로맨스 소설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리즈 북 어워드와 햄프셔 북 어워드에서 각각 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심장을 이식받은 후 처음 주어지는 평범한 삶 앞에 막막함을 느끼는 조니,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사고로 오빠를 잃고 그늘에 갇힌 기증자의 여동생 니브.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그와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펼쳐진 운명 같은 사랑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교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조니 웹은 지난 여름에 심장이 3분 30초 동안 멈췄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심실 보조 장치를 연결한 상태다. '베를린심장'이라고 하는 인공 심장인데 실제로 몸에서 빠져나간 피가 튜브를 타고 두 개의 작고 둥근 장치에 들어갔다가 다시 몸속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조금 끔찍하긴 하지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니브는 레오와 쌍둥이다. 쌍둥이 오빠 레오와 내기를 하다가 레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병원 응급실로 갔다. 레오의 심장이 멈췄었지만 다행히 다시 뛰게 하기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 결과 레오는 뇌사 상태이며 이 상태로는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레오는 이미 사망한 거나 다름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레오의 장기 기증이 결정되고 그의 심장이 조니에게 가게 되었다. 조니는 심장을 준 아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누구였으며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식 수술 팀 상담 선생님은 기증자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셨지만, 그의 궁금증은 멈추지 않고 구글 검색을 통해 기증자 이름을 찾으려고 하니 그 또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올라가 노트북을 열었다. 기부자를 찾기 위한 인터넷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런던에 있는 내 병원에서 세 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죽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보다 더 시간이 오래 지연되면 장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까. 한두 번 허탕을 친 후에 내가 찾은 유일한 기증자는 레오라는 아이였다. 가족들과 휴가를 갔다가 가엾게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를 기념해서 페이스북에 응급 의료 헬기를 위한 기금 마련 행사 홈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가 내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라면 싫지 않을 것 같았다. (138쪽)

조니와 니브는 페이스북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심스레 가까워진다. 물론 처음에는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어떤 날에는 밤새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며 서로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드디어 만나기로 했다.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열다섯이다. 조니의 나이 말이다. 그 나이에 삶과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겪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버거운 일이겠는가. 물론 이 문제는 나이가 더 많다고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모든 것을 겪어내기에 벅찬 나이이긴 하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닥친 일들을 극복해나간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차근차근 그들만의 발걸음으로 인생을 살아내는 느낌이 들어서 이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뭉클하여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