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 그는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비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왔다. 인생의 후반에 이르러 평생의 지적 편력을 담은 후기 대표작 '한국인 이야기(전4권)'와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6권)' 시리즈를 집필해 왔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으며, 2022년 두 시리즈의 방대한 원고를 유고로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책날개 발췌)
이야기 속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와 젓가락질의 시작 '젓가락은 문화유전자다', 여는 시 '생명공감 속으로' 등으로 시작되어, 수저 고개, 짝궁 고개, 가락 고개, 밥상 고개, 사이 고개, 막대기 고개, 엄지 고개, 쌀밥 고개, 밈 고개, 저맹 고개, 분디나무 고개, 생명축제 고개 등 열두 고개로 이어진다. 저자와의 대화 '인류 최초의 요리사와 전사의 도구, '부지깽이'와 '작대기''와 맺는 시 '보릿고개 넘어 젓가락 고개로'로 마무리된다.
만약에 말입니다, 우리가 모두 젓가락질하는 방법을 잊었더라면, 그것은 단순한 두 개의 막대기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젓가락은 옛날 유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끼니 때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천년 동안 내려온 젓가락과 젓가락질. 그 속에 한국인의 마음과 생활의식이 화석처럼 찍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고전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입니다. (14쪽)
시작부터 젓가락에 관한 방대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곧바로 집중해서 읽어나가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못 보았던 의미를 짚어주니 '아, 그렇네!' 하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아이누든, 먹을 것을 옮기는 식도구의 이름이 직접 인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한국뿐입니다. 손가락에서 젓가락이란 말이, 그리고 숟가락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래서 손가락과 연결된 젓가락, 숟가락은 바로 내 몸의 피와 신경이 통하는 아바타인 것입니다. 사람과 도구 사이만이 아닙니다. 저희끼리도 가락이라는 돌림자로 형제처럼 짝을 만들어 수저가 됩니다. 숟가락은 음으로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은 양으로 그 속에 있는 건더기를 집습니다. 그 어려운 주역의 괘는 젓가락이 되고, 태극의 원은 숟가락의 동그라미가 됩니다. (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