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쓰기 첫 경험
석경아 지음, 강수현 그림 / 다독다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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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더 챙겨 읽다 보니 책을 쓰시는 분들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겠기에 더 그렇다. 특히 블로그 이웃분들도 출간 소식을 알려오는데, 블로그에서 댓글 주고받는 사이라서 그런지 아는 사람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반가움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책 쓰기는 재능이 아닌 의지라고 말이다. 소소한 글쓰기로 시작해 3권의 책 저자가 되었다고 하니, 저자가 말하는 책 쓰기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이 책 《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쓰기 첫 경험》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석경아. 두 아이의 엄마이며 매일 일상을 글로 남겼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200일이 지난 후 책 출간이라는 꿈에 도전하여 성공적으로 출간했고, 출간의 전 과정을 이 책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책 쓰기와 관련된 책은 출판사 편집장부터 전업 작가가 쓴 것까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나까지 보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멈칫한 적도 있지만 겨우 두 권의 책을 쓴 초보 작가인 내가 《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쓰기 첫 경험》을 쓴 이유는 분명하다.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아직 그 첫 발을 떼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다. 책의 주제 선택, 출간기획서 작성, 원고 투고, 출판사 선정, 출간계약서 작성, 퇴고, 출간 후 홍보 방안 등을 철저하게 저자의 입장에서 기록했다. 이런 것까지 궁금해할까 싶을 정도로 세세한 내용까지 담은 이유는 이 모든 것이 첫 책을 쓸 때 나에게는 결코 사소해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이 사람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책 쓰기의 첫 발을 내딛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책, 나도 한번 써 볼까', 2부 '난생처음 원고 투고', 3부 '험난하고 험난한 퇴고의 길', 4부 '드디어 출간! 끝이 아닌 시작'으로 나뉜다.



저자는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이야기하니 주변에서 "네가 무슨 책이야."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괜찮았던 게, 사실 자신도 책을 쓰겠다고 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은 뜬금없다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책 쓰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주며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격려해 주는 느낌이다.

책 출간도 마찬가지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공모전에 등단한 작가의 화려한 데뷔 이야기보다 나와 같은 평범한 아줌마가 우여곡절 끝에 책을 낸 소박한 성공담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18쪽)

무의 상태에서 하나씩 실제로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처음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사람에게 길이 보일 것이다.



중간중간 담긴 그림도 어려운 과정을 쉽게 설명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막상 '책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를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또한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서 글쓰기의 매력을 느끼고 책 쓰기까지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스스로 해낸 책 쓰기를 돌아보며 책 쓰기에 관련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있는 것이다.

무료하고 지긋지긋했던 일상을 글로 풀어 가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나의 평범했던 일상에 생기가 돌아왔다. 글감을 찾기 위해 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내 일상이 하나둘 특별해졌다. (45쪽)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글쓰기와 책 쓰기를 통해 스스로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자신처럼 글쓰기에 이어 책 쓰기까지 도전해볼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책, 당신도 쓸 수 있다. 아무나가 아니라 누구나가 되어 보자.

반짝이는 나의 모습을 아직 꺼내지 못했을 뿐, 우리 모두는 이미 특별한 사람이다. (43쪽)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는 없다"라는 문장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하지만 마음먹고 책 쓰기를 한다면 아무나가 아니라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책 쓰기의 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면 일단 이 책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보는 것도 좋겠다. 일단 자신감을 얻고 어떻게 해볼지 길을 안내해 주니 말이다.

실제 우왕좌왕하며 첫 책을 내고 내친김에 두 번째 책까지 내본 저자가 처음 책을 내고자 막연히 생각만 하는 사람의 손을 확 잡아서 자신의 노하우를 들려주는 책이다.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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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김다슬 에세이
김다슬 지음 / 클라우디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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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며 공감한다. 기분은 우리의 하루를 움직인다. 맞다. 그렇다. 인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분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또 기분이다. 맑다가도 갑자기 흐리고, 언제 해 뜰 날이 있기는 할까 하다가도 결국 비가 그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삶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우리가 마음속에 지녀야 할 107가지 마음가짐.

좋지 못한 생각에 휩싸인다면 꼭 펼쳐볼 책. (책 띠지 중에서)

이 책에서 힘들 때 위로가 될 말을 건져내고 싶어서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다슬. 작가, 작사가, 작사가로 먼저 데뷔하여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을 다수 만들었다. 마음을 읽는 듯한 노랫말이 특징인 그의 곡은 여러 차례 여러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담백하고 속 시원한 문체가 특징인 그의 글은 흔들리는 독자의 마음을 다잡아 주는 힘이 있다. (책날개 발췌)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하루를 결정하는 건 그날의 기분이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날이 행복하게 산 거고, 기분이 잘 정돈된 날이 잘 산 날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를 시작으로, 1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계속된다면', 2부 '마음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3부 '삶을 대하는 알맞은 온도', 4부 '마음 속 깊이 새길 온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나는 풀 한 포기다'로 마무리된다.

먼저 차례에 있는 소제목들을 살펴본다. 호구보다 이기적으로 사는 게 더 어렵다, 좋지 못한 생각에 휩싸일 때, 정신이 뺏기지 않아야 충실한 하루다, 잘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균형 잡힌 휴식, 맺고 끊는 것이 잘 안되는 이유, 무례해도 참고 넘기는 이유,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 없다, 나 하나도 버거운데 주변을 짊어진다, 좋다는 말은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별거 아니었는데 나이 들수록 어려운 것, 평생 상처로 남는 말과 등불처럼 힘이 되는 말 등이 눈에 띈다.

먼저 보이는 제목의 글을 찾아서 보아도 된다.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깔끔하게 읽고 사색에 잠길 수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잘 맞아떨어져서 뜨끔, 때로는 주변의 누군가가 생각나서 살짝 미소 짓기도 하고, 촌철살인의 한 마디에 정갈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특히 지금은 <멘탈이 흔들릴 때 명심할 3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다른 사람이 뭐라든 신경 쓸 것 없다. 본인 삶이 초라한 인간일수록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법이다.(52쪽)' 인정.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두 번째, 시샘은 잘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 번째, 멘탈이 강한 사람은 없다.' 여기에서 울컥한다.

나만 멘탈이 약하다고 나약한 나 자신을 비하할 뻔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멘탈이 강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힘이 되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글로 위안을 받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세 번째, 멘탈이 강한 사람은 없다.

단단한 멘탈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더 자주 멘탈을 잡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멘탈은 누구나 흔들리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속으로 한 번 더 붙잡는 사람이 강해 보이는 거다.

멘탈이 자꾸 흔들린다고 무너지지 말길.

자주 흔들리면 더 자주 잡으면 되는 일이다.

마음은 몇 번이고 다잡을 수 있다. (53쪽)



읽다 보면 '맞아, 맞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발견을 하면 반갑고 뿌듯하다.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때로는 게으름 부리는 나를 정신 바짝 차리게도 하고, 때로는 바보 같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북적북적 마음속의 말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내 마음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책을 풍성하게 즐기는 것이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니 알차게 읽었다.

이 책은 말이 많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짤막한 말속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느낌이 든다. 그러니 읽으면서 뭉클하기도 하고, 맞다며 공감하기도 하며,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담백하고 속 시원한 문체가 특징인 저자의 글에서 기분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힘을 주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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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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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는 데에는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스틸 앨리스』의 저자,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가 들려주는

불완전하지만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비밀 (책 띠지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자신의 할머니를 모티프로 쓴 첫 소설 『스틸 앨리스』는 전 세계 37개 언어로 번역되며 260만 부가 판매되었고, 2014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스틸 앨리스』 (개정 전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를 읽기 전까지 나는 그저 '치매' 하면 주변인의 고통만을 떠올렸다. 그 책이 나에게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으니, '리사 제노바'라는 이름만으로도 눈을 반짝이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기억하고 망각할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탐구한 제노바의 첫 논픽션이라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기억의 뇌과학』을 펼쳐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리사 제노바.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귀를 가진 신경과학자, 그리고 소설가다. 알츠하이머병, 외상성 뇌손상, 자폐증, 헌팅턴병 등 신경질환에 대한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소설로 풀어내며 현대소설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소설계의 올리버 색스'이자 '뇌과학계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책날개 중에서)

기억은 결국 우리가 기억하고 망각하는 것들의 총합이고 기억과 망각 모두 어떤 면에서는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다. 오늘 경험하고 배운 것을 내일이면 잊을 것인가, 세세한 추억과 지식을 수십 년이 지나도록 간직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의 기억은 기적이라 할 만큼 강력한 동시에 허점투성이인 채로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21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말 '기적이라 할 만큼 강력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한'을 시작으로, 1부 '기억의 과학', 2부 '망각의 예술', 3부 '기억의 숲을 가꾸는 법'으로 이어지며, 부록 '기억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 더 읽을거리, 감사의 말, 찾아보기 등으로 마무리된다.

3부의 내용은 총 18장으로 나뉘는데,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당신이 주차 위치를 잊어버린 이유, 우리의 기억은 틀렸다, 혀끝에 기억이 맴돌 때, 기억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는 법,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기억이 사라질까, 망각이 우리를 살게 한다, 잠이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뇌, 소중하게 그러나 결코 무겁지 않게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들어가는 글부터 몰입해서 읽는다.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뇌에 대한 탐험에 동참하며 눈을 반짝인다.

우리 뇌는 애초에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나중에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세세한 경험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뇌가 불완전한 것은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출고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뇌가 명석한 사람이라도 기억에 결함이 있게 마련이다. 파이를 소수점 아래 10만 자리 넘게 외워서 유명해진 사람도 아내의 생일을 잊거나 지금 자신이 거실에 뭘 하러 나와 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늘 경험한 일 대부분을 내일이면 잊는다. 결국 인생 대부분을 잊어버린다는 이야기다. (14쪽)

시선을 이끌어서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도록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리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그때 또 읽으면 되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푹 빠져들어 읽게 되는 멋진 책.



왜 그 방에 들어갔는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게 되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 멍한 상태는 일생일대의 위기도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다시 뇌를 움직이면 해결되는 일이다. (205쪽)

이 책을 읽으며 기억의 수많은 허점에 대해 느긋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며칠 전에도 무엇을 찾으러 갔다가 '내가 왜 여기 왔지?'라며 한참 멍하게 서있었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못 찾을까 봐 걱정하기도 했으며, 쌀을 사겠다며 마트에 가서 쌀만 빼놓고 다른 것을 사 왔던 일들에 더욱 관대해진다.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주차 장소, 지인의 이름, 하려던 말 등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이 있냐고 말이다. 아직 걱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단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얼마나 다행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되도록 자세하게 설명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풍부한 예시를 들면서, 때로는 자신의 경험도 들어가며 이야기해 주는데,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해 보았을 문제이면서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접근해서 풀어나가니 안심하면서 읽게 된다.



내일 거대 제약회사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신약을 내놓는다면 사겠는가? 얼마까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 그런데 사실 그런 약이 이미 있다.

잠이라는 약이다. (224쪽)

잠에 대한 한마디도 남다르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재주가 있다. 여기에 더해 이야기해 보자면, 저자는 '우리는 잠을 박탈당하고도 적게 자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곱 시간도 채 자지 않는 생활습관을 열정으로 포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허세다.(232쪽)'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일곱 시간에서 아홉 시간을 푹 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 전두피질 신경세포가 무기력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기억들을 부호화하는 능력이 저해된다.

· 전날 배우고 경험한 것을 분명하고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 전날 레슨을 받고 18홀을 다 돌았어도 골프 스윙이 나아지지 않는다.

· 기억용량이 일찍 한계에 도달해 학습량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233쪽)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기억하고 망각할 때 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당신은 학습하고 기억하게 된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머지않아 망각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과 경험들을 다시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서. 하지만 이것만은 잘 기억하시길 바란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기억에 대해 궁금해질 때마다 당신은 이 책을 수시로 펼쳐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_정재승 (뇌과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의 저자)

저자가 알게 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배운 세 가지 가르침이 인상적이다. 첫째,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계속된다. 둘째, 감정기억은 사라지지 않으니, 5분 전에 들은 말을 잊어버리고 지금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을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는 기억할 것이다. 셋째,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소중하게, 그렇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249쪽)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읊조려본다. 저자의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시던 순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생애 마지막 4년간 자신만을 돌보던 딸 메리를 자신이 온정을 베풀어 집에 들인 노숙자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병과 싸우던 마지막 수년 동안 할머니는 너무 힘든 기억만 남겼지만, 돌아가시는 그날도 할머니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셨다는 것이다.

소중한 것을 알지만 때때로 잊고, 무겁지 않게 생각하고 싶지만 가끔은 그 무게에 짓눌리는, 그런 경험을 하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삶이 그런 것이니까.

이 책에 따르면 기억이란 마치 우리가 숲을 가꾸듯이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억이 왜곡되고 망각될 때 인간은 오히려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인간 기억의 작동원리를 정말 매혹적으로 들려주어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중에 잊지 못할 책으로 기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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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하늘처럼
이민아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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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어령 교수의 첫째 딸 이민아 목사의 10주기를 맞이하여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책 『땅에서 하늘처럼』이다. 이민아 목사의 신앙 고백록이다. CTS기독교방송과 함께 기획한 영성 고백 및 간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1년 10월부터 11월까지의 강연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민아 목사의 책은 진작에 한번 읽어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10주기를 맞이하여 책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나온 덕에 기회를 잡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민아 목사에 대해서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땅에서 하늘처럼』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민아. 1959년 서울에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과 강인숙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의 1녀 2남 중 첫째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후 헤이스팅스 로스쿨에서 학위 및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캘리포니아주 검사로 임용돼 청소년 범죄 예방과 선도에 헌신했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LA 지역 검사를 역임했다.

1992년 세례를 받은 이후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되고, 이혼과 발병, 첫아이의 사망 등 온갖 시련을 겪는 와중에 신실하게 신앙심을 키워 하나님을 온전한 주로 영접하게 된다. 2009년 정식으로 목사 안수를 받고 미국 각 주와 오스트레일리아, 푸에르토리코, 아프리카, 중국 등을 돌며 열정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고, 한국에서 선교 및 사역에 전념했다. 2012년 3월 15일,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암 투병 끝에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열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 '거듭나야만 들어가는 아버지의 나라', 두 번째 장 '기도-아버지와의 교제', 세 번째 장 '성령으로 인도받는 삶', 네 번째 장 '하나님을 사랑하는 법', 다섯 번째 장 '치유자 하나님과의 만남', 여섯 번째 장 '완전한 치유와 회복', 일곱 번째 장 '하나님의 사랑', 여덟 번째 장 '관계 맺기', 아홉 번째 장 '환난의 아름다움', 열 번째 장 '승리하는 신부의 삶'으로 나뉜다.



이민아 목사는 무신론자였던 아버지 이어령 교수를 영성의 문턱으로 인도했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절절하고 조목조목 신앙심으로 채워진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쓰고 있던 당시 이민아 목사는 위암 말기 환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마음에 아픔과 원망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의와 기쁨과 평강이 있다고 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을 볼 수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의 믿음은 적어도 돼요. 그냥 접속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우리 믿음은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하나님을 버리지만 않고, 떠나지 않고, 하나님께 계속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병이 나을 때까지. 여섯 번째 안 되면, 일곱 번, 일곱 번째도 안 되면 여덟 번.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171쪽)



하나님의 사랑으로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땅끝의 아이들과 동행한 이민아 목사의 신앙 고백록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이민아 목사의 강론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책 속 가득 신앙심이 꽉 채워져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신론자 아버지 이어령 교수를 신앙으로 전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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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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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확실한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카모메 식당』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영화를 보고는 매혹되어서 몇 번이나 더 보았던지 모른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라는 단어만 나오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손부터 뻗곤 한다.

이 책도 그래서 읽어보게 되었다.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의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행복 이야기'라고 하여 관심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나도 거창한 무언가보다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다른 이에게는 별것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이것만 있으면 행복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것들이 삶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 『이걸로 살아요』를 읽으며 무레 요코의 이야기에서 그런 것들을 발견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무레 요코. 영화의 원작인 『카모메 식당』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으며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표현해 '요코 중독' 현상을 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대표 작가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21장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스타우브, 뚝배기, 만년필, 지우개, 다카시마치지미 파자마, 삼베 시트, 신문지 쓰레기봉투, 하이네리, 청소 솔, 오팔 털실, 에네탄 베개, 편지지 세트, 엽서, 콩접시, 대접시, 문짝 달린 목제 책장, 벨레다, 보디 시트, 삼베 침대 패드, 삼베 이불, 배저, 국화 모기향, 온습도계, 습윤 밴드, 스카프, 손뜨개 목도리, 손목시계, 지요가미, 포장지, 빗자루와 먼지떨이, 불상, 성모 마리아상, 고양이상, 꽃병 등에 관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차례에 있는 목록을 보고서는 '아, 취향은 나와 좀 다르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르신 취향이랄까. 하긴 얼마 전에 읽은 전작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었습니다』를 보며 '라떼는 말이야' 느낌을 좀 받기도 했으니, 충격적이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약간 거리감은 있었다.

그래도 나에게 한번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라고 인식되어 있다는 건 그 존재 자체로도 늘 궁금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니,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소소하고 잔잔하게 나를 감싸줄지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역시 가장 먼저 내 시선에 들어온 것은 필기류에 관한 이야기다.

연필은 오래전부터 미쓰비시의 하이유니를 쓰고 있다. 유니라는 제품도 있지만 몸통 끝에 금색 테가 둘러쳐진 하이유니가 나한테는 필기감이 좋다. 심은 부드러운 것을 좋아해서 4B와 6B를 한 다스씩 사서 쓴다. 돌아가신 지 제법 된 현대미술가 겸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 씨가 거의 다 써서 1센티 정도로 짧아진 연필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사진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연필 홀더를 이용해서 되도록 오래 쓰고는 있지만 그렇게나 짧아질 때까지 쓰진 못한다. (25쪽)

일상의 소소한 물건을 대하면서도 취향도 확실하고 이야기도 이렇게 신나게 풀어내니,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어쩌면 중년 세대들은 잊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까지 되살리며 '맞아, 맞아' 하면서 읽어나갈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의 똑부러진 취향이 좋다. 그 취향 존중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만년필로 편지지 디자인에 따라 세로쓰기 또는 가로쓰기로 써보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세로쓰기에는 일본 제품인 파일럿과 플래티넘, 가로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펠리칸이 쓰기 편하다. (28쪽)



그런데 읽어나가며 점점 솔깃해서 검색까지 해가며 시선 집중한다. 땀 나는 계절에 입고 잤더니 다른 파자마는 못 입게 됐다며 '다카시마치지미 파자마'를 사람들에게 권하는 이야기를 보며, 그 제품이 바로 다음에 나온다면 주문 버튼을 눌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기도 했다.

취향이 독특하고 강한 것이 의외로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니, 이건 순전히 무레 요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보다. 전에는 발우만 있으면 모든 식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지금은 밥그릇도 국그릇도 감촉이 똑같은 게 용납이 안 된다고 하니, 취향이 정말 확실하다. 절대 '아무거나' 같은 거 생각지도 않을 듯한 모습에 우유부단한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난 사실 물건에 대한 취향이 별로 없다. 아무거나 있으면 쓰는 타입이라 당연히들 알고 있는 물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물건들에 어찌나 솔깃하며 읽어나갔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었다.

특히 요즘에는 누군가의 사용기를 보고 구입했다가 대실패를 경험한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냥 아는 언니가 '나 이거 써봤는데 좋더라'라고 콕 집어서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물건 고민하는 데에 시간 보내지 말고 그냥 그거 사용하고 싶은 거다.

그 '아는 언니'가 무레 요코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특히 앞뒤 안 맞는 취향까지도 인간적이어서 내 스타일이다. 플라스틱 제품 최대한 안 쓰려고 하면서도 에네탄 베개를 사버리고, 계절별로 침구를 세세하게 달리하는 모습에도 그냥 웃음이 나오며 요코 스타일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개성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이왕 사용하는 물건들에 설레는 기쁨을 느끼며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무레 요코가 좋아한다는 물건들 비슷한 것이라도 검색해보기도 하고, 나의 취향도 더듬어보고, 내 주변의 소소한 물건들에서 의미도 찾아보았으니, 알차게 오밀조밀 읽어나간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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