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총 21장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스타우브, 뚝배기, 만년필, 지우개, 다카시마치지미 파자마, 삼베 시트, 신문지 쓰레기봉투, 하이네리, 청소 솔, 오팔 털실, 에네탄 베개, 편지지 세트, 엽서, 콩접시, 대접시, 문짝 달린 목제 책장, 벨레다, 보디 시트, 삼베 침대 패드, 삼베 이불, 배저, 국화 모기향, 온습도계, 습윤 밴드, 스카프, 손뜨개 목도리, 손목시계, 지요가미, 포장지, 빗자루와 먼지떨이, 불상, 성모 마리아상, 고양이상, 꽃병 등에 관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차례에 있는 목록을 보고서는 '아, 취향은 나와 좀 다르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르신 취향이랄까. 하긴 얼마 전에 읽은 전작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었습니다』를 보며 '라떼는 말이야' 느낌을 좀 받기도 했으니, 충격적이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약간 거리감은 있었다.
그래도 나에게 한번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라고 인식되어 있다는 건 그 존재 자체로도 늘 궁금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니,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소소하고 잔잔하게 나를 감싸줄지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역시 가장 먼저 내 시선에 들어온 것은 필기류에 관한 이야기다.
연필은 오래전부터 미쓰비시의 하이유니를 쓰고 있다. 유니라는 제품도 있지만 몸통 끝에 금색 테가 둘러쳐진 하이유니가 나한테는 필기감이 좋다. 심은 부드러운 것을 좋아해서 4B와 6B를 한 다스씩 사서 쓴다. 돌아가신 지 제법 된 현대미술가 겸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 씨가 거의 다 써서 1센티 정도로 짧아진 연필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사진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연필 홀더를 이용해서 되도록 오래 쓰고는 있지만 그렇게나 짧아질 때까지 쓰진 못한다. (25쪽)
일상의 소소한 물건을 대하면서도 취향도 확실하고 이야기도 이렇게 신나게 풀어내니,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어쩌면 중년 세대들은 잊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까지 되살리며 '맞아, 맞아' 하면서 읽어나갈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의 똑부러진 취향이 좋다. 그 취향 존중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만년필로 편지지 디자인에 따라 세로쓰기 또는 가로쓰기로 써보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세로쓰기에는 일본 제품인 파일럿과 플래티넘, 가로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펠리칸이 쓰기 편하다.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