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기억하고 망각할 때 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당신은 학습하고 기억하게 된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머지않아 망각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과 경험들을 다시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서. 하지만 이것만은 잘 기억하시길 바란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기억에 대해 궁금해질 때마다 당신은 이 책을 수시로 펼쳐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_정재승 (뇌과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의 저자)
저자가 알게 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배운 세 가지 가르침이 인상적이다. 첫째,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계속된다. 둘째, 감정기억은 사라지지 않으니, 5분 전에 들은 말을 잊어버리고 지금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을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는 기억할 것이다. 셋째,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소중하게, 그렇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249쪽)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읊조려본다. 저자의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시던 순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생애 마지막 4년간 자신만을 돌보던 딸 메리를 자신이 온정을 베풀어 집에 들인 노숙자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병과 싸우던 마지막 수년 동안 할머니는 너무 힘든 기억만 남겼지만, 돌아가시는 그날도 할머니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셨다는 것이다.
소중한 것을 알지만 때때로 잊고, 무겁지 않게 생각하고 싶지만 가끔은 그 무게에 짓눌리는, 그런 경험을 하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삶이 그런 것이니까.
이 책에 따르면 기억이란 마치 우리가 숲을 가꾸듯이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억이 왜곡되고 망각될 때 인간은 오히려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인간 기억의 작동원리를 정말 매혹적으로 들려주어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중에 잊지 못할 책으로 기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