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디테일 - 비슷비슷 헷갈리는 것들의 한 끗 차이
브렛 워쇼 지음, 제효영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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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뒤표지에 보면 이런 질문이 있다. 식탁 앞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들이라고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 디종, 홀그레인, 잉글리시 머스터드는 뭐가 다를까?

  • 진저비어와 진저에일은 같은 걸까? 다른 걸까?

  • 셰프와 요리사의 차이는 뭘까?

  • 스카치위스키와 버번위스키, 뭘 마셔야 하지?

음… 하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야 궁금하다.

세상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먹어보면 미묘하게 다른 수많은 음식과 재료가 있다. 먹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들, 말은 많지만 결론이 곧바로 나지 않던 그 디테일들을 뉴욕의 푸드 칼럼니스트 브렛 워쇼가 한데 모아 개운하게 풀어준다.

알쏭달쏭하고 흐릿했던 세상의 많은 음식과 재료, 조리법을 이토록 명쾌하게 설명하다니, 알고 먹을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 맛의 한 끗 차이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디테일에 주목해보시길. (책날개 중에서)

무엇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될지 기대하며 이 책 《미식가의 디테일》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브렛 워쇼. 뉴욕에 사는 작가다. '애플 뉴스'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음식 잡지 《러키 피치》와 웹사이트 '푸드52'의 발행 업무도 맡고 있다. 시간이 남으면 저녁에 파티를 열거나 식료품 저장실을 정리한다. (315쪽)

지금 여러분이 읽는 이 책에는 식음료와 관련된 최상의 정보가 담겨 있다. 오랜 시간 조사하고, 인터뷰하고, 또 열심히 먹으면서 만들어낸 성과다. 요리사든, 요리를 사랑하는 일반인이든, 매 끼니를 식사 대용 셰이크로 때우는 사람이든, 모두가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리라 장담한다. 이 책을 쓰면서 내가 그랬으니까. (5쪽)

이 책에는 레스토랑, 요리와 식사, 돼지고기와 기타 육류, 해산물, 소스, 페이스트, 드레싱, 맥주, 와인, 술, 커피와 음료, 파스타, 쌀, 조리와 재료, 과일과 채소, 피클, 제과 제빵, 설탕, 초콜릿, 치즈와 유제품, 아이스크림과 냉동 디저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이 책에서는 셰프와 요리사의 개념부터 잡아주고 시작한다. 셰프는 기본적으로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주방을 운영하는 전문 요리사를 일컫는 것이며, 요리사는 셰프보다는 아마추어의 느낌이 더해진다고.

하지만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 주방이 어떤 서열로 구성되는지 더 자세히 파헤쳐 준다.

대부분의 주방은 100년도 더 전에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라는 셰프가 고안한 몇 가지 버전의 '여단 편성'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사실. 이 책 덕분에 주방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음식점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 계급 시스템'을 최상위 계급부터 살펴본다.

셰프

총괄 셰프

주방의 먹이사슬에서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 전 직원을 감독하고, 메뉴를 만들고, 사업을 관리한다. 음식점에 따라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수도 있고 실무에 참여할 수도 있다.

주방장

주방 업무를 적극적으로 담당하는 사람. 규모가 작은 음식점에서는 총괄 셰프가 주방장을 겸한다. 규모가 큰 음식점, 특히 지점이 여러 곳인 음식점은 총괄 셰프가 매일 한 곳에만 나갈 수 없으므로 주방장이 총괄 셰프에게 업무를 보고한다.

부주방장

주방의 관리자. 창고를 관리하고, 운송장을 처리하고, 주방이 제때 모든 준비를 마치도록 관리하며, 완성된 요리가 홀에 나가기 전 점검하는 사람이다.

요리사

부문별 요리사

주방의 각 부문, 또는 특정 영역을 담당하는 직원. 소스 담당(소시에), 육류 담당(로티쇠르), 생선 담당(푸아소니에), 채소와 수프 담당(앙트르 메티에), 샐러드처럼 차게 먹는 음식 담당(가드 망제) 요리사로 나뉜다. 페이스트리 요리사라는 뜻의 '파티시에'도 원래 이들 중 하나다.

보조 요리사

부문별 요리사를 돕는 직원. 보통 아직 훈련 단계이거나 요리 학교를 막 졸업한 신입 요리사가 맡는다.

실습생

일반적으로 학생이며, 주방의 '인턴'이라고 보면 된다. 감자 껍질을 벗기거나 양파를 써는 등 기본적인 재료를 다듬는다.

이 여단 체계에는 홀과 주방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아브와이외르'와 주방 직원의 식사를 만드는 '코뮈나르', '설거지 담당자인 '플롱죄르'가 포함되기도 한다.

(14~15쪽, 주방 계급 시스템 전문)



무엇이든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더 디테일하게 짚어주고 알려주어 흥미롭게 읽었다.

예를 들어 바삭바삭과 오도독의 차이를 말할 때에도 학술논문에 정의된 내용과 함께 비과학적으로 정리해준 내용도 흥미롭다.

비과학적으로 정리해보면, 앞니 4개로 씹어 먹는 음식은 바삭바삭한 음식이고 어금니로 씹어 먹는 음식은 식감이 오도독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바삭한 음식은 쉽게 부서지지만, 오도독한 음식은 대체로 턱을 좀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또 바삭한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가 오도독한 음식을 씹는 소리보다 음이 더 높다. 바삭바삭 소리가 플루트라면 오도독오도독 부서지는 소리는 바순이다. (41쪽)

감자칩은 바삭바삭한 음식, 얼음은 오도독 씹히는 음식으로 정리 끝.



알듯 말듯, 궁금했던 것이든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든 상세하게 정리하여 알려준다.

그런데 '오호, 그랬구나!'라는 재미가 느껴진다.

이제야 비로소 '맞아, 나 이거 궁금했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책에 집중하게 된다. '오오~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제목에 부합하는 책이다. 미식가의 디테일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음식에 관해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310가지 요리의 디테일을 알려주는데, 하나하나 알아가며 흥미로운 생각이 든다.

긴가 민가 알쏭달쏭하던 것을 간단하게 딱딱 짚어주니 속이 다 시원하다.

미식가라면 물론 이 책에서 알려주는 디테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세상을 더 알아가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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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문학 이야기 - 중고생이 꼭 알아야 할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안주영 지음 / 리베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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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고전문학 말이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지겨워서다.

학창 시절에 지겹게 외웠던 고전문학이 문득 지금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 책은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이니, 중고생이라면 당연히 익혀두어야 할 책 『한국고전문학이야기』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상고 시대의 한국 문학', 2장 '고려 시대의 한국 문학', 3장 '조선 전기의 한국 문학', 4장 '조선 후기의 한국 문학'으로 나뉜다. 상고 시대의 한국 문학으로는 설화, 고대 가요, 향가, 한시, 고려 시대의 한국 문학으로는 가전, 설, 고려 가요, 경기체가와 시조, 한시, 조선 전기의 한국 문학으로는 한문 소설과 수필, 악장과 언해, 시조, 가사, 조선 후기의 한국 문학으로는 고전 소설, 수필, 판소리·민속극, 가사, 시조·한시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고전문학을 다시 보겠다고 이 책을 선택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이 책에는 고전문학 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고전문학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즉, 배경을 알아야 문학이 보인다며 국어 교과서 수록 문학을 집중 해설한 것이니,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아주 오래전 상고 시대부터 비교적 가까운 조선 시대 후기까지, 우리나라에 있었던 여러 고전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중요한 작품들을 엄선했지요. 물론 그냥 읽어도 재미있고, 우리나라 고전 문학사를 공부하기 위해 읽어봐도 좋은 작품들이랍니다. 각 장의 끝마다 '역사 함께 읽기'를 덧붙여 작품이 창작된 당대의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설명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문학과 역사를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문학과 역사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까지 짐작할 수 있을 테고요. 결과적으로는 우리를 이뤄온 옛 정신과 토대에 대해서도 깊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쪽)



읽어나갈수록 '이 책 괜찮네.' 생각했다. 이거 옛날이야기 아닌가. 이야기보따리 같다.

우리 어렸을 때 옛날이야기는 정말 눈이 초롱초롱해서 들었는데, 시험 때문에 하기 싫은 공부가 되어 버린 거다.

이야기로 읽어나가니 정말 재미있어서 저절로 시선이 집중된다.

억지로 외우는 시험공부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렇게 이야기로 접하면 거리감이 훨씬 좁아지겠다.

아니, 처음부터는 아니라도 이 책으로 재미있게 접한 기억이 있다면 고전문학이 색다르게 기억될 것이다.



나도 물론 고전문학을 다시 보겠다며 이 책을 읽어보고자 했지만, 재미없었다면 바로 덮었을 것이다.

재미가 있으니 계속해서 집중해서 읽어나갔고, 이야기로 되어 있으니 더욱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었다.

공부하라며 억지로 아이들 읽으라고 하지 말고, 그냥 같이 읽어보자.

그냥 읽어도 재미있고, 우리나라 고전 문학사 공부를 위해서도 더없이 좋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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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3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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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크레이지 가드너 3권이 출간되었다. 난 가드너가 될 자신은 없지만, 크레이지 가드너의 독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다. 재미있으니까.

이 책에 나오는 초록이들과 저자의 기막힌 동거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그 웃음이 나를 힐링 시켜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생각보다 3권이 빨리 출간되어 엄청 반가웠다.

1,2권을 읽으며 으흐, 하하, 크흑, 커헉, 어흑 웃고 즐기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또 읽을 책이 한 권이 생겨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책을 받아들자마자 《크레이지 가드너》 3권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일로. 부산 온천장에 살면서 매주 열심히 목욕탕을 다닌 경험을 《여탕보고서》로, 반려견 '솜이'와의 좌충우돌 일상을 《극한견주》로 그렸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은 극한 대형견 솜이를 키울 때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식물들이 말썽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크레이지 가드너'가 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는 25화 '웃자람과 식물 조명', 26화 '겨울', 27화 '핑크 특집', 28화 '식충식물', 29화 '식물 지지대', 30화 '유실수', 31화 '콜레우스와 베고니아', 32화 '행잉 플랜트', 33화 '허브', 34화 '크리스마스 트리, 스투키', 35화 '사막이리응애'로 나뉘며, 스페셜 '작가 후기'로 마무리된다.



오오~ 첫 이야기는 '웃자라는 것'에 대한 것이다.

아, 나도 식집사 초보 지망생이지만, 혹시 직접 키운다면 이렇게 웃자라게 해놓고 잘 자란다고 자랑하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특히 다육이는 웃자라서 무슨 이름인지도 알기 힘들지만, 초보 가드너가 딱히 불만이 없고 마음에 든다면 그렇게 키우는 것도 상관은 없겠다고.

하지만 밀도 있게 자란 느낌이 좋다면 식물이 원하는 만큼의 빛을 충분하게 주는 게 웃자람 예방의 첫 번째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웃자람을 예방할 수 있는지 방법도 알려주니 식집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식집사들의 세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를 들어 '실제로 다육이를 직광이 닿는 실외에서 키우는 걸 노숙시킨다고 말한다'라는 말 같은 것은 이 책에서 처음 보았고, 다육이가 신문지 덮고 있는 그림이 귀여워서 자꾸 눈길이 갔다. 그런데 직박구리들이 다육이를 훔쳐먹는다고 하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한겨울에 추운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정말 많은 식물을 초록별로 보내버렸다고 한다. 식물은 초록별로 보내는 거구나. 그런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인상적이다.



파리 이야기도 특이하다.

파리를 잡을 요량으로 파리지옥을 들였건만 파리를 한 마리도 잡지 않았다나.

파리지옥이 일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 일을 제대로 해줄 신입을 들여오기로 했으니, 그 이름은 네펜데스.

네펜데스는 소화액이 들어있는 통 속으로 벌레들을 유인하는데, 입구가 미끄러워서 벌레들이 통 안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 후,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얘들 말고 효과적인 식물을 소개해주니 참고할 것.




유실수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안 그래도 집 근처 감나무의 꽃이 피었나 안 피었나 관찰 중이라 그런지 감 이야기가 나오니 더욱 반가웠다.



또한 중간중간 '마일로의 식물 119' 코너가 있어서 식물 키우는 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Q&A를 제공해준다.

마일로 작가에게 해결책을 듣는 것만으로도 우왕좌왕하던 마음이 든든해질 것 같다.



관엽식물, 허브, 유실수, 다육이, 식충식물까지 포기를 모르는 마일로 작가의 우당퉁탕 '식물 금손' 도전기! (책 뒤표지 중에서)

크레이지 가드너 1,2권에 이어 3권도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식물을 키우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맛깔나게 풀어나가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식물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것도 키우고 싶고, 저것도 키우고 싶고, 이왕이면 유실수도 키우고 싶으니, 식물에 대한 관심이 가득해진다.

작가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하니, 식집사 지망생이나 초보라면 이 책을 읽고 정보도 얻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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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
민이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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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제1회 SF 공모전 대상작이다.

제목이 무서워서 쳐다보고 벌벌 떨고 그러길 며칠, 하지만 그런 내용은 아니었으니 제목만 보고 무서워하지 말 것.

아니, 오히려 '으흐흐흐~~' 하고 달려드는 공포소설이 아니어서 더욱 무서웠다고 할까.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민이안. 저자 소개가 인상적이다.

사람은 성장 시기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앞구르기, 뒷구르기, 옆돌기를 매일 하는 시기.

공룡의 이름과 특성을 읊고 다니는 시기.

별의 형태와 은하들의 거리를 외우고 다니는 시기.

나물 반찬을 싫어하는 시기.

체육 활동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

록이야 말로 진정한 음악이라고 믿는 시기.

영원의 시작과 시공의 끝에 대해 (답 없는) 고민을 하는 시기.

삶에 떠밀려 꿈을 잊고 사는 시기.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돌아다니는 시기.

코어를 목놓아 부르짖으며 근육 예찬론자가 되는 시기.

새로운 나물 무침 레시피를 찾는 시기.

따뜻한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받는 시기.

상상을 글자로 옮겨보는 시기.

마침 상상을 글자로 옮겨보는 시기가 되어 글을 쓰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뽀얗고 ,굴곡진, 어떤 덩어리.

눈을 떴을 때, 정체불명의 물체가 코앞에 놓여 있었다. 색깔이나 표면의 느낌으로 보아 지점토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어째서 이런 물체가 내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젯밤에 술을 진탕 마셨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필름이 끊기지 않고서야 이런 걸 기억 못 할 리는 없을 텐데.

"뭐야. 이거…." (5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이 깨어나는 장면이다.

얼핏 인간과 로봇이라는 SF소설이라고 알고 읽어서 그조차도 스포일러 같아서 안타까운 것이 이렇게 시작되는 첫 장면이었다.

같은 사람이 주인공일 때 이 장면은 너무 흔하고 사소한 시작이겠지만, 로봇이라면 엄청 충격적인 시작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런 생각도 하며 깨어나는 일도 있다.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하는 바로 그거. 소설이나 영화의 도입부로 많이 쓰이는 장면. 이렇게 낯선 천장을 보고 누워 있으니 괜스레 내가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25쪽)

그리고 이 책은 충격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상상도 못해보았다. 나 자신이 로봇이라는 것은 소설을 읽으며 얼핏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두개골을 열고 뇌를 만져가며 고치는 것 말이다.

폐기 더미 사이에서 발견된 파란 피 타입 로봇인 주인공은 진짜 메모리 데이터만 이상한 건지, 아닌지, 혼란스러운데…….

점점 작가가 들려주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너도…. 로봇이야?"

조심스러운 물음에 녀석이 코웃음 치듯 되물었다.

"그럼 넌 인간이라도 돼?"

"응." (32쪽)

이럴 수도 있는 세상이 오긴 올까.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인 것만은 아닌 것인가.

어쨌든 상상으로 그런 세상을 먼저 만나본다. 그게 소설의 힘이다.



사실 이 소설을 조금 더 알고 읽는 것이 오히려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

심사평 첫 줄을 읽어보면 이 책의 매력이 더욱 와닿는다.

민이안 작가의 공상과학소설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는 한때 인간이었던 안드로이드 '풀벌레' 자신이 어떻게 로봇이 되었는가를 추적해나가는 작품입니다. 그는 멸종된 인류 냉동 보관소에서 극적으로 재성성에 성공한 유일한 존재인데 이미 로봇의 명령어가 이식된 상태였습니다. 냉동 보관소는 그의 인간 무덤이자 로봇으로 부활한 공간입니다. 이런 이력을 가진 신생 안드로이드 로봇은, 자유와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로봇 세계의 악마 같은 현실을 두려워합니다. '반인반안'의 로봇 인간을 탐구하기 위해서 작가는 이 작품에 로드 무비 형식을 끌어들입니다. 이것은 주인공이 여행하는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다루는 방식인데, 이런 사건을 통해 어떤 자각과 의미를 터득하게 됩니다. (167~168쪽)

그랬다. 이 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그동안 인간이면 인간, 로봇이면 로봇, 혹은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로봇 정도를 접해왔다면, 이 책에서는 그 생각을 뛰어넘게 만드는 데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지?'로 시작했다가 '어, 어?, 어!' 하면서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이다.

과연 그는 누구이고 어떻게 된 일인지,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여정이 획기적이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독자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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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스마트폰
박준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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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2000년대 생이 20대의 나날을 보내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Z세대에 대해 말한다.

분명 같은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세계에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신인류, 디지털 원주민, 모바일 네이티브, 소셜세대 그리고 'Z세대'라고 부릅니다. 나라나 연구기관마다 연령구분이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Y세대의 다음 세대라서 Z세대라고 부릅니다. (21쪽)

그리고 이 책을 단순히 세대론에 대한 것인가 생각하고 펼쳐들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스마트폰 화면을 분석하고,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앱을 관찰하고, 각 앱의 책임자와 핵심 이용자의 온라인 설문과 심층 인터뷰에서 발견한 통찰을 담았다고 하니 더욱 흥미로웠다.

그들이 어떤 앱을 이용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이 책 『Z의 스마트폰』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준영. 분야별 경계를 넘나드는 브랜드 기획자이자 마케터이며, 크로스IMC 대표다. 그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컬처코드 발굴자, 브랜드 비전 수립가, 연결하는 실행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Z세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의 경영자, 마케터, Z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한 앱 기획자, Z의 가치관과 욕구를 이해해야 하는 브랜드 캠페인 기획자, Z와 함께 일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 오피니언리더와 정책 전문가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지침이 될 것입니다. 알파세대나 Z세대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결되는 기회로 쓰여지기를 기대합니다. (14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Z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를 시작으로, 1부 'Z의 손가락 끝에 '시장의 열쇠'가 있다', 2부 'Z의 진심이 향하는 곳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3부 'Z가 만들어낸 세상 속에 '다음 세계'가 있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말 하면 옛날 사람 같지만,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함께 있어도, 따로 있어도,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시선을 고정하니 그들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부터가 중요하고 특별한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에게 스마트폰은 세상과의 연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소통뿐만 아니라 여가, 쇼핑, 금융, 여행, 건강, 자기계발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을 즉각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담겨 있고, 디지털에서의 행동과 기록이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로 입장하는 주요 도구가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스마트폰은 매일의 기록이자 사회화가 일어나는 소통의 창입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플레이그라운드이자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창작도구가 되었습니다. (77쪽)

그림 13은 'Z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앱 지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둔 것인데, Z세대 300명의 스마트폰에서 자주 이용하고 있는 80개의 앱을 11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본 것이라고 한다. Z세대들은 어떤 앱을 활용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콘텐츠 서비스인 폴인의 스토리북 'Z세대 스마트폰엔 뭐가 있을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Z세대에게는 '바로 내 이야기'라는 공감이, 다른 세대에서는 Z세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요즘 애들 도통 모르겠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면 어떨까. 그러는 데에는 그들이 항상 끼고 다니는 스마트폰 속을 들여다보는 데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신체의 일부이자 일상의 전부인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그들의 세상을 들여다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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