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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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들어가는 말'을 보면,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사약을 먹고 죽었는데,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를 반대하다 죽었으며, 당시 아테네는 직접민주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소크라테스는 직접민주제가 타락하면 중우정치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당대 아테네 상류층과 민중들에게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을 현혹하여 아테네의 전통을 해친다고 여겨졌으니 소크라테스는 위험인물로 찍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일은 바로 소크라테스는 평생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플라톤이라는 훌륭한 제자를 두었기에 그의 말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플라톤은 수많은 저작에서 스승에게서 배운 것들을 풀어놓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헤겔, 키에르케고르, 니체의 작품에 반영된 것처럼 현대에도 소크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예술, 문학 및 대중문화에서 소크라테스에 대한 묘사는 그를 서양철학 전통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로 만들었다. 거의 모든 앙케이드에서 철학자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인물은 소크라테스다. (7쪽)

이쯤 되니 소크라테스의 말을 하나씩 음미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글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엮은이는 이채윤. <시민문학사> 주간과 인터넷서점 <BOOK365>의 CEO를 역임했다.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고, <문학과 창작>에 소설이 당선된 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10년간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뜻한 바 있어서 5년간 절필하고 공부와 시 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2000년 이상 전해져오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말에는 철학의 진수가 숨겨져 있다. 고대 현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도록 하자. (7쪽)

이 책은 총 12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지혜란 무엇인가?', 챕터 2 '인간이란 무엇인가?' 챕터 3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챕터 4 '가족과 이웃에 대하여', 챕터 5 '우정과 사랑에 대하여', 챕터 6 '인간이 지켜내야 할 도덕에 대하여', 챕터 7 '시민의 권리, 자유와 의무에 대하여', 챕터 8 '돈의 문제, 소유냐 존재냐', 챕터 9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가?', 챕터 10 '예술과 영원한 것에 대하여', 챕터 11 '죽음과 영혼, 그리고 신에 대하여', 챕터 12 '무엇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가?'로 나뉜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책을 남긴 바가 없으니, 이 책에 담긴 소크라테스의 말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전달된 것이다.

그래서 제목과 내용 말고 밑에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남긴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각각의 말은 짧고 긴 것이 섞여 있으며, 명언집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그중 대부분은 '이런 말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으로 처음 접한 듯한 느낌이 들고, 그래도 가끔은 들어본 이야기가 나오면 반갑다.

그냥 아무 데나 툭 펼쳐들고 읽어나가며 생각에 잠길 수 있다.

73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두 부류의 사람들

인간은 두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아는 현명한 사람들과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바보들. (73쪽)

나는 어느 쪽인지,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느 쪽인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은 말한다. 서양 철학의 시초가 되는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인생을 보는 눈을 높여준다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엿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가 엮은 소크라테스의 말을 통해 지혜를 건네받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지혜를 구할 수 있으니 곁에 두고 펼쳐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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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해줘야겠다 - 일상을 함께하는 아이에게
수정빛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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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어떤 말을 듣거나 부모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 어떤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지 미처 생각지 못하고 말하고 행동하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이렇게 말해줘야겠다'에 눈길이 갔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개선의 의지를 보여준다. 혹시 내가 이러이러한 말을 해서 상처를 주었다면, 그렇게 말고 '이렇게 말해줘야겠다'라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이런 자세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에게도 그 진심이 전달될 것이다.

이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이렇게 말해줘야겠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수정빛. 글을 쓰고 아이들과 미술로 소통하는 작가이자 미술 교육자이다. 저자는 10년이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교육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아이들의 정서 지능을 높여주는 아동 심리 미술 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책날개 발췌)

앞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어른들이 먼저 알아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들,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한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 어른들이 인도해야 할 아이들의 삶의 방향 등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이 책을 펼치셨을 독자님들에게, 이 책이 단순히 어떠한 정답을 강요하는 교육 분야의 책이 아닌, 아이를 떠올리기 이전에 '나'라는 존재를 먼저 이해하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다정한 책으로 여러분 곁에 함께하길 바랍니다. (13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아이를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을 당신에게'를 시작으로, 1부 '아이에게 말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들려줘야 할 이야기', 2부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를 위해, 내가 먼저 알아야 할 것들', 3부 '일상을 함께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4부 '교육기관에 다니며 시작되는 아이의 첫 사회생활'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저자는 유년 시절에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를 경험한 교육자다. 그러니 트라우마와 상처, 불안과 우울감,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지 대략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황색 글씨로 표시해주고 있다. 스스로 경험한 감정에 비추어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들려주니 귀 기울여볼 만하겠다.

예를 들어 많은 어른들과 사회에서 "부모니까 그래도 챙겨야지. 미워하면 안 돼."라고 이야기를 할 때 오히려 "아니야. 부모라고 다 사랑해야 될 필요 없어. 용서하지 않아도 돼."라고 유일하게 말해준 어른, 심리치료사 비벌리 엔젤의 이야기가 오히려 용기를 주었으니, 그 덕분에 무의식 속 깊은 내면에 자리 잡은 잘못된 부모의 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부모상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 과감하게 부모가 밉다고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하는 착하고 여린 당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주황색 글씨로 조언하니 그 글을 읽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을 느껴본다.

어떤 때에는 누군가의 조언이 맞는 말인 것 같지만 내 마음은 더 답답해지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옳은 말이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야속하기만 한 것이다.

또한 그럴 때에는 오히려 다르게 이야기해주는 경우에 위로를 받기도 하니,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언하는 법이 있다. 그렇게 저자의 말에도 집중해본다.



'훗날, 아이의 기억 속에 당신은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270쪽)

이 책을 읽어보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부모란, 좋은 대학을 보내주는 부모도 아니고, 경제적인 풍족함만 물려주는 부모도 아니다. 아이에게 있어 가장 좋은 부모는 아이가 훗날 어른이 되어 '부모'라는 존재를 떠올렸을 때 얼굴에 가득 미소가 퍼지게 만들어주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부모이다. (262쪽)

이 책은 저자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진심을 담아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거기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자기 자신도 돌아보고 스스로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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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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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클래식 아고라 제1권 『징비록』이다. 지성의 광장, 클래식 아고라는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품격의 고전 시리즈를 표방한다.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전이라고 하여 더욱 관심이 간다.

그 시작으로 『징비록』이 문을 열었다.

임진왜란의 냉철한 자기반성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코로나19 이후 재편되는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 400여 년 전 저술이 오늘날 신냉전으로 치닫는 동북아 3국의 생존전략을 제시한다! (책 띠지 중에서)



『징비록』은 조선 중기의 문신, 서애 유성룡이 제2의 임진왜란을 경계하며 후대에 남긴 것이다.

자서에 보면 '『시경』에 이르기를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경계하여 뒤의 근심거리가 없도록 조심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9쪽)'라고 하면서 『징비록』 저술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천재지변이든 인재든 어떤 큰일이 일어났을 때 협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오히려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또다시 반복되곤 한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기에 경계하는 마음에서 유성룡이 징비록을 쓴 것이니 이를 읽고 마음에 새겨볼 일이다.



유성룡은 듣고 보고 겪은 것들을 임진년(1952)부터 무술년(1598)에 이르기까지 대략 기술했다고 한다. 그 뒤에 장계, 소차, 문이 및 잡록을 붙였다고 한다.

또한 일러두기에 보면 이 번역서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2권본 『징비록』을 저본으로 하되, 16권본 『징비록』과 비교·대조하여 번역했다고 한다.

『징비록』은 강목체 역사서인데, 강이란 시간 순서에 근거하여 사실의 대강을 나타낸 것으로 글의 제목 역할을 하고, 목은 강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이어서, 본 번역서에서는 강목체 사서인 『징비록』의 특징을 부각하여 강에 해당하는 기사는 볼드체로 처리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징비록』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유성룡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호는 서애西厓이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이황의 문하에서 후에 1590년 통신사로 갔던 조목·김성일과 동문 수학하였으며 성리학에 정통하였다. 과거를 통해 관료로 등용되어 서인이 아닌 이산해와 같은 동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정여립의 난과 기축옥사를 계기로 강경파인 아계 이산해, 정인홍 등과 결별하고 남인을 형성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군관인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전라좌수사로 임명하도록 하였으며 이순신으로 하여금 임진왜란 당시 열세였던 조선의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공을 세웠고, 임진왜란에 4도 도제찰사, 영의정으로 어려운 조선 조정을 총 지휘하였다. 정인홍, 이이첨 등 북인의 상소로 인해 노량해전이 벌어진 날 영의정에서 관직삭탈하게 된다. 안동으로 내려가 선조의 부름에도 올라가지 않고 임진왜란 때 겪은 후회와 교훈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징비록』을 저술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징비록』권1, 『징비록』권2, 녹후잡기, 해설의 순서로 전개된다. 『징비록』권1에는 자서, 제1장 '전란 전 대일관계', 제2장 '전란대비책', 제3장 '임진왜란의 발발과 초기 전투 상황', 제4장 '충주의 패전과 파천 논의', 제5장 '선조의 몽진과 구원군의 요청', 『징비록』권2에는 제6장 '의병의 활동과 명군의 평양성 탈환', 제7장 '도성 수복과 백성들의 동향', 제8장 '일본군의 재침과 정유재란의 전개', 제9장 '이순신의 재기용과 명량해전', 제10장 '일본군의 퇴각과 노량해전', 제11장 '이순신의 인품'이 수록되어 있다.

녹후잡기에는 제1장 '전란 발생의 전조', 제2장 '전시 중 각종 대비책', 제3장 '김성일의 죽음과 제2차 진주성 전투', 제4장 '정유재란', 제5장 '심유경', 해설에는 『징비록』은 어떤 책인가,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임진왜란 당시 동아시아 3국 정세, 왜 지금 『징비록』일까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 이따금 전란 전에 있었던 일도 기록한 것은 난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서다. 아아, 임진년의 전화는 참혹했다. 수십 일 동안에 삼도(한양·개성·평양)를 지키지 못했고, 조선 팔도가 무너졌으며, 임금은 피난을 떠나셨다. 오늘이 있는 것은 하늘이 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대 임금들의 어질고 두터운 은덕이 깊게 백성들의 마음을 굳게 연결시켜, 백성들이 나라를 사모하는 마음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임금께서 명나라를 섬기는 정성이 황제(명 신종)를 감동시켜 구원군이 여러 차례 파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9쪽, 자서 중에서)

이 책은 유성룡이 들려주는 그 당시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어보면 '고전이 의외로 읽을 만하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이 아니라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전 시리즈여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고 이렇게 읽을 만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막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그런 건 아닐지라도, 읽는 글을 또다시 다듬고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읽는 족족 의미가 와닿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독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징비록』을 읽어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때이니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쯤 『징비록』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 중이라면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서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더 와닿게 하는 것은 꽤나 두툼하고 구체적으로 해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였다. 단순히 옛 기록을 해석하는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또한 2007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유성룡 특별전이 열렸는데, 그 해는 서애 유성룡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였으며, 특별전의 부제는 '하늘이 내린 재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604년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할 무렵 그는 일본과 화친을 주장해서 나라를 그르친 간사한 인간이라고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징비록』이 간행되었을 때 서인들은 '자신의 공로만을 드러낸 책'이라고 책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고 한다. 그런데 400주년인 2007년에 그는 '하늘이 내린 재상'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 · 해설한 젊은 사학자 장준호는 그 시대의 산물인 유성룡과 『징비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를 둘러싼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유성룡을 '불편부당한', '하늘이 내린' 등의 수식어를 붙인 채 박제된 위인으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유성룡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탐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술했다고 한다.

이 해설을 통해 『징비록』의 배경지식을 알고 이해의 폭을 넓혀본다. 특히 '왜 지금 『징비록』일까'라는 결어를 통해 『징비록』의 의미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들어본다. 이 해설이 있기에 『징비록』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그동안 『징비록』은 만화로도 책으로도 드라마로도 접했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 알고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에 읽어보았는데, 예전보다 지금이 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다방면으로 살펴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번역과 해설이 『징비록』의 이해를 풍부하게 해주어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징비록』 한번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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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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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나는 파친코라는 소설과 애플TV 드라마를 통해 잘 몰랐던 세상을 엿보게 되었다.

이는 내게 충격이었다.

파친코를 통해 처음으로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인 '자이니치'에 대해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중요한 의미였다.

소설도 드라마도 각자의 개성으로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파친코를 읽었다.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를 번역과 출판사를 달리하여 새롭게 출간한 것이다.

이번에는 이 책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해서 《파친코 1》을 읽어보게 되었다.

미리 감상을 언급해 보자면, 다시 읽은 지금, 이번에는 대략 알고 읽으니까 더 진하게 우러나오는 느낌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다 들여다보는 듯했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도록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심리묘사를 정말 잘해서 읽는 맛을 깊게 해주니 역시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민진.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다.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 단편소설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8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으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는 작가가 역사학과 학생이었던 1989년에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후 2017년 출간되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집필한 대작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등 75개가 넘는 주요 매체에서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33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파친코》는, 2022년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영되어 다시 한번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이민진 작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날개 전문)



2007년에 미국에서 출간한 첫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나오기까지 11년이 넘게 걸렸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몇 년 앞서, 그 소설을 구상하기도 전에 나는 '모국(Motherland)'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쓰고 있었다. 이 글은 긴 시간이 흐른 후 《파친코》로 바뀌어 2017년에 출간됐다. 첫 소설을 낸 후 딱 10년 만이었다.

지금 나는 세 번째 소설 《아메리칸 학원》을 쓰고 있으며, 이 소설은 주제가 연결된 디아스포라 3부작 '한국인(The Koreans)'의 완결편이 될 예정이다. 나는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가능한 한 오래 이 주제로 작업하고 싶다.

"왜 한국인 이야기를 쓰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 질문에 대체로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인 이야기를 쓴다고.

내게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다. 온갖 놀라운 상황들을 견디며 분투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 발췌)



'고향'은 이름이자 단어이며, 강한 힘을 지닌다.

마법사가 외는 어떤 주문보다도

혹은 영혼이 응하는 어떤 주술보다도 강하다.

찰스 디킨스



이 소설 《파친코》 1권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고향 1910-1933, 2부는 모국 1939-1962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는 우릴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15쪽)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마 이전에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나 그 작품 읽었는데…….'라는 생각보다는 '이번에는 어떻게 번역했을까?'하는 호기심에 책을 펼쳐들고 비교해 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그랬다. 궁금해서.

첫 페이지만 살짝 보아도 다르게 했다. 번역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번에는 이 작품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다시 한번 파친코의 세계에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책을 읽고 애플TV 드라마를 보았고, 이번에 다시 책을 읽었다.

이전에는 못 보았던 것이 보이는 것은 다시 한번 이 작품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드라마에서 보았던 등장인물들이 눈앞에서 직접 대사를 하고 돌아다니는 듯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번 독서는 맛이 또 달랐다. 3D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감으로 다가와서 전율하며 읽어나갔다.

디테일한 심리 묘사도 한몫해서 드라마를 볼 때 느끼지 못했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짚어보았다.



그런데 아직 1권만 출간되어서 2권이 더욱 기다려진다.

예전에 읽은 사람도, 아직 책으로 읽지 않은 사람도,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사람도, 이 책을 통해 작품을 접해보면 좋겠다.

작중인물들의 감성과 그들의 심리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실감 나는 표현들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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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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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진석 교수와 함께 읽는 인생의 문장들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이다.

예전에 최진석 교수가 나온 방송을 한번 본 적이 있다. 노자에 관한 것이었는데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생각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이 책으로 열 권의 책과 함께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을 들려주니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어떤 책들과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퇴임하고,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으로 있다. 건명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탁월한 사유의 시선』 등이 있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은 2013년 중국에서 번역·출판되었다. (책날개 중에서)

책 읽기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일입니다. 하늘을 나는 융단에 몸을 싣고 '다음'을 향해 가는 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곧 상상력이고 창의력이지요. 우리 모두 책을 읽고 '마법의 양탄자'에 올라탑시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서문 중 발췌)

이 책은 총 열 걸음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걸음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두 번째 걸음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세 번째 걸음 '알베르 카뮈 『페스트』', 네 번째 걸음 '헤르만 헤세 『데미안』', 다섯 번째 걸음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여섯 번째 걸음 '조지 오웰 『동물농장』', 일곱 번째 걸음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여덟 번째 걸음 '이솝 『이솝 우화』', 아홉 번째 걸음 '루쉰 『아Q정전』', 열 번째 걸음 '유성룡 『징비록』'으로 나뉜다.



이 책에는 최진석 교수와 문답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과 함께 '최진석의 독후감'이 담겨 있다.

짤막한 질문과 긴 답변이 이어지니, 북토크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게 언급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배경지식을 채울 수 있고, 그렇게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또한 독후감을 통해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깊이 있는 책 감상을 전해 듣는다.

특히 철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으니 배움의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다.



저자의 이야기는 흐름이 있어서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나름의 순서와 흐름이 중심을 잘 잡고 있어서 순서대로 강의를 듣듯이 읽어나가면 좋을 것이다.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니, 천천히 하나씩 짚어보면 좋겠다.

『돈키호테』 『어린 왕자』 『페스트』 『데미안』에 이어 이번은 『노인과 바다』인데요. 선정하신 책들에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돈키호테』부터 『노인과 바다』까지, 이 책들의 큰 흐름은 '자기를 지키는 사람들, 자기를 함부로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끝없이 질문하며 탐험하는 인물들이 책에 등장합니다. 진짜 나를 발견하기 위해 애쓰는 자들이지요. 이전에 읽었던 『데미안』에도 이런 대목이 나오잖아요. "모든 삶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향해 걷는 일이다." 『노인과 바다』도 자기를 향해 걸으며 자기를 발견하고 스스로 지키는 자의 이야기입니다. (127쪽)



제가 '책 읽고 건너가기'를 총 열 편으로 구성하면서 이 열 편을 세 부분으로 나눠보았습니다. 『돈키호테』부터 『이솝우화』까지 여덟 편, 『아Q정전』 한 편, 그리고 『징비록』 한 편입니다. 『돈키호테』부터 『이솝 우화』까지의 구성은 전부 자기를 섬기는 자들의 이야기예요. 저는 일부러 이 여덟 편을 자기를 향해서 걷고, 자기가 자기에게 분명하며, 스스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이 책들의 등장인물처럼 자기가 자기에게 분명한 사람만이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자기가 자기에게 분명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왜 사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이어서 자기를 섬기지 않는 삶을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인생이 어떻게 엉망진창이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Q정전』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를 공유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징비록』을 뽑아봤습니다. (305~306쪽)

이 책은 나름의 순서를 정해서 최진석 교수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이다. 단계별로 한 권씩 읽어나가며 생각의 폭을 넓혀볼 수 있겠다.

또한 '감사의 글'을 읽다보니 이 책이 개그맨이자 사업가인 고명환 대표와 나눈 대화와 「광주일보」에 실었던 독후감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라고 한다.

『돈키호테』를 시작으로 마지막에 선택한 『징비록』까지, 지금 현재 꼭 짚어보아야 할 책 이야기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알차게 밟아가도록 도움을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주니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 또한 그 통찰력을 건네받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북토크 형식으로 현장감 있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더욱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시대에 의미를 두고 읽어볼 만한 책을 차례차례 단계별로 읽어나가며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짚어준다. 이 책과 함께 책 읽고 건너가기 내공을 키워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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