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냉담합니다.
이치가 본디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냉담이란 나 아닌 모든 사람이 일부러 나한테 차갑게 구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느라 남에게 온정을 베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나 또한 남의 눈에는 냉담한 사람일 따름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너그러워져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땅에서
선한 자가 밝혀내는
진실이 원의 반지름이면
악한 자가 덮어버리는
진실은 그 둘레다
.
음악은 음과 음 사이 허공이 빚어내는 감흥이다.
상담은 말과 말 사이 침묵이 빚어내는 감동이다.
나와 남은 본디 다릅니다.
그러나 온전히 쪼갤 수 없습니다.
나와 남은 결국 같습니다.
그러나 온전히 포갤 수 없습니다.
쪼갬도 포갬도 탐욕입니다.
쪼갬과 포갬의 경계(境界)에서 닮음의 이치가 피어납니다.
닮음엔 여백이 있습니다.
여백엔 서로 얽매지 않고 놓아주는 너그러움이 있습니다.
너그러움이야말로 향 맑은 연꽃입니다.
오직, 그
한
꽃
!
진실의 문은, 언제나
둘입니다.
하나가 닫히면, 다른
하나는 열립니다.
동시에
둘 다 닫혔다고 절망하는 이에게, 둘 다
열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자
그가 누구든
악마의 전령입니다.
닫히지 않은, 또 다른
하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자
신의 전령입니다.
그리고,
여닫이 시공에 몸 맡기고 노는 이
그가 다름 아닌
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