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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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진리는 착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진리는 언제나 위협적인 것이다. 그리고 자아는 진리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185쪽)

 

진리처럼 존귀한 것이 어디 또 있을까요. 진리처럼 제멋대로고 그래서 허접한 것이 또 있을까요. 둘 다 맞는 말입니다. 물론 요즘 세상은 두 번째 말이 ‘진리’입니다. 진리가 제멋대로고 그래서 허접해진 까닭은 그것이 진실 아닌 ‘이야기’에 실려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권력이 만들고 자본이 유포하며 종교가 후견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권력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자본은 탐욕을 부추기며, 종교는 무지를 부풀립니다. 공포·탐욕·무지가 증폭되면 진실이 참살당합니다. 진실이 참살당하면 진리는 ‘이야기’ 꾼들 입맛대로 뒤틀어집니다. 뒤틀어진 진리가 허접스럽지 않을 도리란 없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느끼는 참담함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제멋대로고 그래서 허접한 진리에 코 박고, 본디 진리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자아들의 준동이 사회 전체를 쓰레기통에 처넣고 있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저 자아들은 왜 진리를 알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착하다’는 칭찬 들으며 '우아하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애들 놀러가다 죽었다, 누가 죽으라고 했느냐, 교통사고일 뿐이다.···일부러 죽인 진실 알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가짜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인간이기를 마다하는 저 잔혹한 행태들.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진리를 버리고 비인간의 ‘이야기’를 지키는 시대에 화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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