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방식 - 서로 기여하고 번영하는 삶에 관하여
베론다 L. 몽고메리 지음, 정서진 옮김 / 이상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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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변화시키는 잠재력을 지닌 식물 사이에서 보이는 협력 행동 가운데 군집swarming 현상이 있다. 군집은 별개 개체 간 상호작용에 기반한 공동체 행동 형태로서 작은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패턴을 형성하는 비상 전략이다. 이 현상은 다수 개체가 모두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간에 같은 방향으로 더불어 움직일 때 발생하는데, 능동 군집은 외부 힘 탓이 아니라 스스로 형성된다.......

  누구도 식물에서 무리 짓는 행동을 발견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식물은 실제로 움직인다. 2012년 생장하는 식물 뿌리가 활발하게 군집을 이룬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뿌리가 무리 짓는 일은 공동체 새로운 전략으로서 영양소를 분해하거나 곰팡이, 박테리아 같은 다른 생명체와 공생할 때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도 참여한다. (113~115)

 

  인간 생태에 변화를 촉진하려면 식물이 생태계 천이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은 능력 필요하다. 인간 제도, 즉 생태계에서 문화적 변화를 이끄는 유능한 초기 리더는 선구자로서 기능한다.......

  선구자가 꾀하는 변화 목표는 많은 경우 초기에 혼돈 시기를 거쳐야 한다. 특정 생태계를 관리하기 위해 계획한 불놓기가 필요하듯, 고착된 패턴이나 현상 유지 행동을 잘라내고 변화된 결실을 향해 의도적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계획한 혼돈이 인간 생태계에도 필요할 수 있다. (116~117)

 

누군가 이제 인류에게 공동체는 사라지고 사회만 남았다고 말했다. 사회는 있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할 때, 그 사회가 다만 개인 집합이 아닌 한, 사회도 껍데기뿐인 상황이 아닌지. 자본이 신자유주의 람보르기니 타고 달리는 세상에서 각자도생으로 내몰리는 절대다수 인민에게 이미 사회라는 말조차 허구가 아닌지. 공동체 또는 사회를 가장한 인간 집단, 정확히는 극소수 과두 집단이 인류는 물론 지구생태계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므로 공동체 내러티브를 재창조해야 할 역설 카이로스가 아닌지.

 

오늘 여기서도 승자 필멸 패자 필생이라는 역사적 진실은 가차 없이 진리다. 승자는 강해서 무리 짓지 않으므로 사라지고, 패자는 약해서 무리 지으므로 살아남는다. 사라질 승자가 접어버린 공동체를 다시 펴면 저들의 물귀신 전략에 당하지 않고 패자는 살아남는다. 공동체 재건은 비상 전략이다. 매끈한 본성 문제로 인식할 일이 아니다. 사회·역사적 책무,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직면한 자가 천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다. “고착된 패턴이나 현상 유지 행동을 잘라내고 변화된 결실을 향해 의도적으로 옮겨가기를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혼돈이라는 외길을 걸어 들어온다. “의도적변화는 계획한혼돈이라는 외길을 걸어 들어온다. 현재 고착된 패턴이나 현상 유지 행동을 그대로 놔두면 인류와 지구생태계가 겪을 혼돈이 너무나 커서 대 멸절은 필연이다. 그 파국을 막기 위해 혼돈을 계획한다. 계획한 혼돈은 파국보다 한발 앞서 군집 지성을 깨운다. 깨어난 군집 지성이 바로 개체 사이에서 온전하게 일어나는 네트워킹이다. 이 네트워킹 원리와 능력을 구현하는 DNA가 발원한 곳이 다름 아닌 숲이다. 숲이 아득한 옛날부터 실행해온 천이가 모름지기 그 본진이다.

 

천이를 선두에서 이끄는 낭·풀을 선구자 또는 개척자pioneer라 한다. 버드나무나 콩과식물이 대표적인 선구자다. 선구자는 곰팡이 같은 다른 생명과 공생하여 토양 생태계 전체에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다른 낭·풀이 들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게 한다. 그리고 표표히 떠난다. 개척, 공존, 희생(방하放下)이 선구자 낭·풀 본성이다. 이 선구자 본성을 생명 본성으로 삼아 마지막 삶 풍경을 그려 나아가고자 내가 지은 알라딘 서재 이름이 싸리·버들 글숲이다. 내가 계획한 혼돈을 기꺼이 겪을 인연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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