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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에 대하여 -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ㅣ 철학자의 돌 1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11월
평점 :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 본문만 따져 200쪽이 채 안 되는 이 책 한 권을 한 달에 걸쳐 읽었습니다. 내용 자체의 난해함도 부분적으로 없지는 않았습니다. 읽기를 힘들게 한 것은 그런 어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사유를 가차 없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결곡함에 질려서 자꾸 책을 덮게 되는 어려움이었습니다. 잠시 중단한 채 그 베이는 느낌 또는 얼얼한 느낌을 들여다보는 짬이 필요했습니다. 그의 사유와 거기서 나온 표현이 이럴 수밖에 없는 곡절, 그러니까 그의 삶을 알기에 독서에 들인 시간은 일종의 예의, 아니 제의에 해당하는 무엇이 아니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프리모 레비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서 진지하게 논급한 장 아메리, 그는 독일 국적의 유대인으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입니다. 레지스탕스 전사로 나치와 싸우다가 밀고로 체포되었습니다. 탈출해서 다시 싸우다가 다시 체포되었습니다. 아우슈비츠를 포함한 악명 높은 수용소들로 끌려 다니며 뼈가 으스러지는 참혹한 고문에 시달렸습니다. 끝끝내 살아남았습니다. 나치 패망 후 작가로 활동하며 그 치열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 66세이던 어느 날 홀연히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습니다. 9년 뒤 프리모 레비 또한 같은 길을 걸어 떠났습니다.
장 아메리처럼, 프리모 레비처럼 극적이고 숭고한 삶을 살지는 못했으나 숙명에 걸맞은 곡진함을 향해 애면글면 살아 저도 이제 육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십이 되었을 때 찰나적으로 허청 하던 느낌, 십 년 뒤 오십이 되었을 때 스치듯 맡아지던 절멸의 냄새, 그리고 다시 십 년 뒤, 늙어감이 온몸에서 날카롭고 생생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금 쯤 삶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어루만져보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절인연으로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를 만났으니 이를 경전canonical text 삼아 다시 사제의 자세로 주해annotation 리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