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단출한데다 거의 밖에서 각자 식사를 해결한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보관된 식재료를 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게 마련이다. 얼마 전, 싹이 나고 뿌리 부분에 이미 곰팡이까지 생긴 마늘 여남은 개를 발견했다. 무심코 버리려다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먹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폐기하는 건 옳지 않은 일 아닌가. 싹이 났으니 혹 땅에 심으면 살아나지 않겠는가. 마침 아무것도 심지 않은 오래된 화분이 있기에 흙을 부드럽게 한 뒤 적절한 깊이로 심어주었다. 이내 잊어버렸다. 사나흘 뒤, 우연히 머문 눈길에 연둣빛 마늘 대궁들이 낭창거리며 달려들었다. 바로 얘들이다. 나는 그냥 엎어져 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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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1-02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쎄인트saint 2019-01-02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큰절 하실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