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은 외국인 1 ㅣ 달링은 외국인 1
오구리 사오리 글 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11월
절판


영화같기도 만화같기도 한 스토리구나 생각을 했는데,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연애담을 직접 만화로 시리즈로 그려내었고, 이후 영화로까지 개봉되었다. 음, 역시 둘다 적합한 소재였군.

우리나라와 일본 만화풍이 비슷한 건지 아니면 일본 만화에 내가 그만큼 익숙해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우선 그림체가 익숙하다.



예전에는 드물었던 국제결혼도 이제는 꽤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언니, 뭐 이렇게 한다리만 건너도 바로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아는 사람 중에는 없어서인지. 아, 아니다 예전 (대학을 두군데 입학했다.)대학 동창 중에 하나 있구나. 그 친구 결혼식에도 못 갔고, 결혼 후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말로만 전해들어서 그런지 더더욱 외국인과의 결혼생활을 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는 생각은 멀게만 드는 기분이다. 일본인들도 우리네와 비슷한 것일까? 외국인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도 여전히 호기심을 갖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외국인 남자에 대한 환상, 저자가 말한대로 아침에 달콤한 목소리로 깨우며 침대로 모닝커피와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식사를 갖다 주는 허황된 상상을 했을 수 있다. 저자는 꼭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이 늘 코믹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이렇게 깨가 쏟아져요. 라는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십년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같은 나라 남녀가 만나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든 법인데, 아예 쓰는 말, 자라온 환경, 먹거리 등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생활하게 된다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것만도 아주 큰 수확이 아닐 수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토니(수염이 그렇다고해서 야성적이라기보다 어깨도 동그랗고 사실 초식남에 가깝다고는 하지만)가 꽤나 감성이 여리고 충격을 잘 받는다는 점이었다. 그저 놀라운 상식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상처입고 괴로워한다. 그것을 살짝 즐기기도 하는 저자.

그들의 생활 방식은 만화 바깥에서는 쿨해보인다. 물론 둘 사이에는 나름 전전긍긍하는 기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래보인다. 서로 맞춰줄 것은 맞춰주고, 참을 것, 양보할 것 등등을 생각할 터이기에 말이다. 우선 일본으로 건너온 토니, 그는 헝가리,이탈리아의 혈통을 이어받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일본어가 좋아 일본으로 건너온 철저한 어학 마니아이다. 일본어를 깊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연인(나중에 아내가 된다)이 영어를 싫어하는 것 같자, 잠꼬대도 영어로 하다 만다. (여기서 여자는 남자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말이다.)

또 워낙 감정 표현이 큰 외국인들인줄은 알았지만 토니의 반응은 정말로 코미디 그 자체였다.

재미난 것 하나. 일본 영화를 볼때는 일본어로 감탄사를, 프랑스 영화를 볼때는 프랑스어로 감탄사를 외친다.

영화를 보다가 충격에 직접 뛰어오르기도 하고 (그래서 만화나 영화로 제작이 가능한 소재가 아닌가 싶었던 부분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잠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독자적으로 갖기도 한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상황인가? 짐짓 의아해질정도로 말이다.



모든 외국인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토니 한사람이 좀더 감수성이 풍부할 수도 있겠지만 웬지 낯설었던 그들을 조금은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연인의 눈으로 철저히 살펴본 저자에 의해 말이다. 토니는 웬지 자신이 나쁜 모습이 많이 그려졌다며 서운해했다는데, 만화 한권을 다 읽고 어디가 나쁘다는 거지? 갸웃거리게 되었다.



아뭏든 알콩달콩 연애하는 사람들의 곁에만 있어도 웬지 생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데, 문화적 충돌로 잘 안맞을 것 같은 동서양의 연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좀더 아기자기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잘 맞으니 이후 후속편들에서는 아기낳고 사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부부의 아기 낳고 키우는 좌충우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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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가는 길에
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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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며칠전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있다. 아이와 밖에 나서면 미끄러지기라도 할까봐 손을 꼭 잡고 걷게 된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숲길을 지나 할머니 댁에 케이크 심부름을 가는 여자아이 키코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할머니댁에 눈을 치우러 가신 아빠가 깜빡하고 케잌을 두고 가셨다. 키코는 먼저 나서서 갖다 드리러 혼자 다녀오겠다고 한다. 이제 갓 다섯살이 된 우리 아이 제법 잘 자라서 집안에서는 곧잘 심부름도 척척 해내는데 아직 밖에서 혼자 다녀오는 심부름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차이를 아직 잘 모르지만, 아들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림책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색감이 없는 그림이라 낯설게 느꼈지만, 흑백의 그림속에 깃든 따뜻함을 느낀 걸까? 아이도 재미난 이야기속, 그리고 환상적인 동화 속으로 이내 빠져들었다.

눈쌓인 숲길에서 아빠 발자국을 발견하고 따라가다가 넘어져서 그만 케이크 상자가 찌그러지고, 케이크도 망가지고 말았다. 속상한 키코가 얼른 아빠를 따라가니 처음 보는 낯선 집으로 아빠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창밖에서 본 아빠는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보니 아빠가 아니라 옷을 입은 커다란 곰이었다. 너무 놀란 키코 앞에 어린 양이 다가와 숲속 파티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였다. 이때의 어린양의 모습은 키코 또래의 친구 아이처럼 보였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동물들에게 무척 친근함을 느낀다. 그래서 아이들이 즐겨보는 책에서부터 다양한 장난감 등에도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진다. 처음 만난 동물친구로 어린 양, 딱 좋은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좀더 무서운 동물이 다가와 같이 들어가자 했으면 키코가 겁먹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도 즐거운 마음으로 양과 함께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갔다.

키코가 들어서자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기고 동물들이 모두 새로운 손님을 바라봤다. 눈이 아주 똥그래진게 키코 뿐 아니라 바라보는 나까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불안과 긴장 등이 적절히 조화되어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다음 장을 열었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아이들 책인데 (조금 더 큰 아이들 책에는 가끔 나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른들의 소설책에는 나쁜 일이 아주 당연하게 일어나는게 현실의 수순이라 슬프다.) ...

너무나 반갑게도 모든 친구들이 키코를 반기며 환대하였다. 놀라긴 하였으되 다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친구들이었던 것.

마치 내가, 또 내 아이가 환대를 받은 것처럼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동물이 친숙하기는 해도 또 의인화된 동물들이라고는 해도 동물 책에서는 동물들끼리만, 사람이 주인공인 책에서는 또 사람들만 (동물이 나와도 의인화된 동물 말고 대개는 동물과 사람의 수직적인 관계가 이뤄지기 일쑤였다.) 나오는 동화를 많이 보곤 했는데, 이렇듯 의인화된 동물들과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동화책을 읽어주니 아이도 뭔가가 새로운 기분이 들었나보다. 말로는 좋아하는 동물들이 있었어도 또 직접 친구가 되고 초대받고, 환대받는 것은 또다른 경험이니 말이다.

모두 키코와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키코의 망가진 케이크를 걱정해 자기가 먹을 케이크들을 모아 너무 정성스럽고 예쁜 모듬 케이크를 완성해주기도 한다. 정말 이렇게 따뜻한 친구들이 어디 있을까. 길 잃은 아이들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소중한 사람들, 아니 소중한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는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전해져왔다. 아이를 제외한 풍경과 동물, 가족들 모두 흑백으로만 처리가 되었는데 모두가 십시일반 걷어준 케이크가 알록달록 예쁜 컬러 케이크가 되었다. 아이가 전해받는 그 따뜻한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 극적 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처음부터 모두 알록달록한 컬러 색깔이었으면 그 케이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왜 다른 것에는 색깔을 칠하지 않았냐며 자기가 색칠하겠다고 하는 아이를 말리느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작가가 전해주는 의미를 엄마는 조금은 깨달을 수 잇었던 것 같아 행복했다. 아이가 좀더 자라면 그 의미를 따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되겠지. 그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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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2012-01-0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아이에게 칠하라고 크레파스나 색연필 줄 것 같아요. 케이크의 색이 좀 바래더라도. 바우어의 색깔의 여왕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저의 아이들도 그 그림책에 그리고 싶더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리라고 했어요. 저의 애들은 거기에다 신나게 그리더라구요.지금 펼쳐보면 그게 추억이 되더라구요. 러브캣님의 아이가 흑백의 그림을 칠하고 싶다는 말, 이쁘네요. 어쩜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은게.

러브캣 2012-01-10 06:11   좋아요 0 | URL
^^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스케치북 외에는 책에는 글이나 그림, 색칠등을 못하게 많이 말렸거든요. 음..생각했단것 자체만으로도 참 예쁜 것인데 그 생각까지는 미처 못했네요.^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 초등 저학년 편 - 1∼3학년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아이 성장에 관한 모든 것 ㅣ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아직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이 아님에도 이 책은 정말 술술 잘 읽혔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즈음과 입학 이후 3학년때까지도 유용하게 활용해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라면 더욱 더 관심있게 한줄 한줄 새기는 심정으로 읽지 않을까 싶다.

 

유치원에 처음 입학하는 (어린이집에 보내본 적이 없고 문화센터 등에도 다니지 않아서) 아들을 두고 있어서 엄마도 초등학교 입학까지는 아니라도 조금씩 마음이 떨리고 긴장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요즘 인터넷과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왕따 자살 사건서부터 심각한 학교 폭력사건 등을 보고 있으면 아이를 둔 엄마 모두가 그렇겠지만 아직 어리기만 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잘 적응은 하게 될까, 괴롭히는 아이가 생기면 어떡하나 등의 불안이 증폭되어 남의 일도 내 일인양 안타깝고 현재의 방치된 이런 상태가 얼른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히 생겼다. 지금 이대로가 계속 유지된다면 아마도 같은 일들이 계속 발생할테니 말이다.

 

초등학교 1~3학년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아이심리백과 책이기에 기존 유치원들과는 또다른 집단인 학교라는 곳에 적응하는 과정과 아이가 지켜야할 생활 습관등을 마지막으로 자리잡게 만들 시기가 바로 초등 저학년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내용들이 새겨져있었다.

책의 맨 처음에는 이 시기 아이를 둔 모든 엄마들이 가장 걱정하는 12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먼저 실려 있었다. 그 다음이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초등학교 2~3학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도 소아과 의사이기전에 두 아들의 엄마로써, 예전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육아경험과  많은 엄마와 아이들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와 답변을 들어가며 서술하고 있어서 이론 위주의 막연한 육아서가 아니라 정말 참고할만한 육아서라는 생각에 신의진님의 아이심리백과를 유아편에서부터 찾아 읽고 있다.

 

한창 뇌가 발달하는 초등학생은 스트레스때문에 뇌 발달 정도도 달라지고, 심지어 이미 완성된 능력이 퇴행하기까지 합니다. 스트레스에 장기간 과하게 노출되었을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기억력입니다. 41p 근거도 없이 아이 영재 교육 등을 어려서부터 열을 올리다가 아이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될때 자신감을 잃고, 기억력까지 감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덕성이 떨어지고 공격성을 키우는 현상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부모가 지나치게 나서 아이의 영재교육에 열을 올리기보다 새로운 자극을 원할때를 놓치지 않고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하는 것과 경쟁 스트레스를 이겨낼수있는 충분한 힘이 생길때 비로소 특별한 교육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부모 자신의 불안감부터 없애고 1학년이 인생의 초석을 다지는 첫 걸음이라는 믿음을 갖고, 눈에 보이는 학습능력에 연연하기보다는 더 넓은 설계도를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뇌가 공부의 원리를 깨칠만큼 발달할 순간을 기다리면서 남보다 조금 뒤처진다 하더라도 아이가 기본 틀을 튼실히 다질 수 있도록 생활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에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 74p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부모보다 더 잘 살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 없지 않다. 저자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지나치게 아이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근본적인 자신감,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게 도움을 주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에게 특히 중요한 것이 내 자식을 바로볼줄 알아야한다는 것인데,사실상 엄마가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전혀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하였다. 아이를 바로 봐야 왜곡된 욕심으로 아이를 망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장 좋은 방법이 아이를 기르는 또래 엄마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 한다. 같은 반 엄마들을 자주 만나 내 아이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 저자 또한 직장일로 바쁜 와중에도 한학기에 한두번 정도는 반드시 친구 엄마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고, 일하는 엄마라도 한 명이라도 인연을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걱정하게 될, 게다가 요즘같이 흉흉한 이야기가 더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 왕따와 괴롭힘에 대한 조언도 현실적이었다. 저자의 큰 아들도 초등학교 3학년때 한 친구의 집중적인 괴롭힘을 받았다 하였다. 그때마다 저자는 알림장에 꼼꼼히 적어두라고 일러두었다. 몇월 며칠 몇시 누가 발을 걸어서 넘어지게 했다.

첫째 경모에게 고자질 같은 방법을 쓰지 않고도 선생님에게 부당하게 당한 일을 알릴 수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고, 둘째 경모 스스로 분노나 억울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도 상대 아이에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10p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며칠후 그 친구가 스스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경모가 적는 것을 궁금해하자, 친구를 괴롭힌 일을 적어 증거로 남기면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경모가 아이에게 들려주었고, 겁이 난 아이가 사과하고 다시는 괴롭히지 않았다는 것.  초등학교 2~3학년의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이런 단순한 방법도 효과적이라 하였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간다 생각하니 친구가 때리지는 않을까 친구를 사귀지 못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사소한 문제서부터 온갖 것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뉴스를 들으면 초등학교 중학교 등은 더 무섭게 느껴졌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실제 눈으로 봤으면 안심이 되겠지만 아직 시설에다녀본적 없는 아이라 더 불안감이 컸는지 모른다. 조리원 동기 중에 저자와 마찬가지로 소아과 의사인 분이 있는데 그분 또한 우리 아이처럼 아이가 여려서 시설에 보낼때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보다 일년 일찍 보냈다.) 그러나 데리고 있었던 엄마의 기우일뿐, 막상 보내놓고 나서 서로가 떨어져있는 시간을 갖다보니 아이하나만 생각하고 전전긍긍하는 그 마음에 오히려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면서 지금 집에만 데리고 있어서 미리 걱정하는 마음이 커진 까닭이니 시설에 보내놓고 조금 느긋이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유치원때도 이런데 학교에 입학하면 어떤기분이 들까. 막상 유아기때는 열심히 열을 올리던 엄마들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이제 됐다며 안심해버리는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유아기때보다 절대로 덜 중요하다 말할 수 없는 그 시기에 말이다. 아이에게 너무 모든 것을 다해주어 의존심을 높여서도 안되고, 무관심과 방치로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아이의 모든 것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개입하는 헬리콥터 맘이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할때 몰라보고 아이의 학교 생활이 엉망이 되지 않도록 바로잡아주는 것은 필요하다. 엄마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아이가 해결할 수 있도록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대응책을 제시해주거나 아이의 성향에 맞게 부족한 자신감을 키워주고, 산만한 생활습관은 더 늦기 전에 고쳐주는 등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걱정만 한가득 미리 떠안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책을 읽으니 마음이 좀 가벼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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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책 한권을 읽었다.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을 보여주려고 도서관을 찾다 한계에 부딪쳐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뜻으로 개인 도서관을 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유럽에 책마을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럽의 도서관, 책 마을, 서점 등을 찾아 뜻이 있는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 설문대 어린이도서관관장과 동행하게 되어 일행은 셋으로 늘어났고, 유럽에서도 지인들의 도움으로 통역, 번역 등에 도움을 얻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중에는 목표가 뚜렷이 세워진 사람들도 있다. 작가가 되겠다, 개인 소장 책들로 도서관을 내겠다 , 북카페를 하고 싶다. 혼자서 책을 보던 때와 달리 인터넷 서점이나 포털의 서평단, 북까페 등을 통해 다양한 책 매니아들을 만나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도 조금씩 관심기 가기 시작했다. 아직 나는 무작정 책이 좋아서 읽고 있는 시점이다. 원래 어릴적부터 동화, 소설 등 재미난 책을 좋아해서 즐겨 읽었다가 공부를 해야한다며 책읽기를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책 읽기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이후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을 거치는 동안 읽은 책은 초등학교때 읽은 책과 또 지금 아이엄마가 되어 읽고 있는 책들에 비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책이 좋아 책꽂이가 넘치도록 책 욕심을 부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는 마음을 쉬 갖지 못했다. 내 것이라는 욕심의 끈을 아직 놓지 못한 까닭이다. 좋아하는 책을 친구에게 선물한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았고, 또 정말 좋아하는 책은 갖고있는 책을 주기보다 친구에게 새로 사서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는 나 같은 이기심을 넘어서서 진정 좋아하는 책을 공유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도 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이 책의 저자부부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아마 내가 만난 많은 북홀릭들 중에서도 이런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으리라. 책을 너무나 사랑해서 많은 책을 읽고, 나누고 싶었고 그 마음을 더 채우기 위해 유럽의 책 공간을 찾아 떠났다.

 

도서관, 서점, 책마을, 그리고 동화마을까지..아이엄마이고, 어여쁜 동화의 꿈을 동경하다보니 볼거리가 많고 아기자기 예쁜 동화마을에 가장 관심이 갔다. 생전 처음 듣는 책마을이라는 것도 신기하였다. 그런가하면 다른여행서적에서도 많이 접했던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 서점의 본질을 새로 알고 놀라게 되기도 하였다.

 

아이 책을 읽어주며 나 또한 그림책의 세계에 새로이 눈뜨게 되었는데 어렸을적 심하게 축약된 동화책을 읽고 자랐다가 어른이 되고보니 동화들을 무삭제 완역본으로 접하면 성인 분량의 어마어마한 책들이 됨을 보고 놀랐다. 저자도 그런 경험을 책속에 잘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100페이지 내에서 마감했던 해저 2만리가 원래는 단행본 두권 분량인것을 알게 되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심지어 다섯권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역시 성인용으로 완역했을 때 육백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서 거듭 놀랐다. 우리가 어떻게 이 책들을 읽었다고 할 수 잇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이 책들은 어린 시절에 읽기를 끝마치기를 요구받았던 동화였고 성인이 되어 다시 접근 할 수 있는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걸작들을 잃어왔는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길에서 나는 잃어버린 걸작의 세계를 다시 찾아보고 싶었다. 189p 나 또한 최근 읽은 삼총사 프랑스어 완역본이 500페이지가 넘는 두권짜리 책이었고 어릴적 읽었던 짧은 동화와 많이 달라 놀라운 느낌이었기에 저자의 말에 백분 공감했다.

 

우리나라에도 만화 둘리 테마공원이 생겼단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해진 하나의 주제로 마을 전체가 관광산업이 된다는게 아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 어릴적 꿈을 다시 심어줄수있다면 상혼과 만날것이언정 그 뜻이 그리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유럽의 동화마을에서도 앨리스와 관련한 여러 추억과 피노키오 마을, 하이디 마을, 피터래빗을 찾아 떠난 곳 등의 저자 여행을 따라다니며 나 또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다. 피노키오 마을에서는 디즈니 피노키오와 다른 (어릴 적 세계 명작은 다 디즈니 모습으로만 기억을 한다.) 피노키오를 만나고, 하이디 마을에서는 성숙한 하이디 소녀의 충격을 먹은 저자가 "네가 하이디?" 라며 놀라기도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디 소녀의 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익숙한 우리 세대이기에 그들이 내세운 모습이 생소했을 것이다. 다른 마을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하이디마을은 일본 중년 부인들이 주로 찾는 상흔으로 얼룩진 마을이라는 유럽인 친구의 만류가 있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어릴적 추억을 되새기며 잘 만들어지고 동화의 내용 그대로 구성된 하이디 하우스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있다. (하이디가 그보다 50년전 먼저 나온 독일의 동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저 발길 따라 다니며 사진과 여행기만 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읽은 책 속 이야기까지 같이 포함되어 유럽의 책공간을 거닐며 친근한 책 이야기를 전해 듣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가 없어서, 같은 대학 총장의 딸인 앨리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은 동화가 요즘의 불후의 명작 동화가 되었다는 배경은 물론이고,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가 <비포 선셋>이라라는 영화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장될뻔했던 소설 율리시스의 출판을 직접 나서서 맡게 되어, 묻힐뻔한 명작을 우리에게 남기게 해준 실비아의 공간이었고, 그 뒤를 이은 서점 주인 조지 휘트먼 (지금의 서점 명으로 개명한 ) 역시 가난한 작가들에게 침대와 먹거리를 제공하며 마음껏 글을 쓰고 출판하게 도움을 준 비범한 사람이었다. 영업이 늘 어려우면서도 돈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한 서점 주인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가 완성이 되었다. 그런 공간이었기에 저자의 남편 역시 가장 인상 깊은 곳으로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의 인상을 받았다 한다.

세련된 서가, 잘 배열된 책들, 이래도 안 사갈래 하면서 으르렁거리는 대형서점의 모습이 아니라 책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가치를 뽐내면서 그 수많은 책이 모여 향기를 뿜어내는 모습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확실히 이곳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숨막힐듯 가득차 보이지만 결코 짧은 시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않아 시간이 주는 안정감, 가득찬 것은 책이 아니라 이곳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읽어냈을때 확 밀려오는 따뜻함이 있다. 153p

 

저자 부부는 지금 충북 괴산에 내려가 예전의 도서관을 다시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전의 도서관이 아닌 유럽의 책마을과 같은 공간을 꿈꾸고 있다. 한국에도 파주 헤이리에 책을 위한 신도시가 건립이 되었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도시가 아닌 시골이고, 정부의 후원이 아닌 개인의 의지로 갖춰진 유럽의 책마을을 표방한다. 책마을은 또 어떤 곳인가 싶어 그들의 발길을 따라다니다보니 도시에서 책방과 출판사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농촌은 농촌대로 사람들이 없어서 마을이 공동화되어 가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이때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농촌 살리기 정책이 결합돼 시골마을 곳곳에 '책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252p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서문 인용편)

 

 35일동안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의 책공간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돌아왔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전국의 어린이 도서관을 수소문해 일년여동안 차근차근 살펴본후 충북 괴산의 도서관 건립을 꿈꾸는 그들, 그들을 따라 유럽을 돌고 전국을 다니지는 못했겠지만 충북 괴산 어린이 도서관이 생기면 아이와 함께 꼭 들러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또 책속의 책들에도 관심이 생겨서 읽고 싶은 책 몇권을 적어두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1년 라가찌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우리나라 작가가 수상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기에 창비의 <마음의 집>이라는 책을 사보려 한다. 런던 워터 스톤즈에서 스페셜 코너로 만난 그림책 작가 에밀리 그라벳의 <겁쟁이 꼬마 생쥐 덜덜이>도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다. 마지막 반전이 통쾌한 그림책이라니 무척 기대가 된다. 한권의 책을 읽고, 유럽 여행도 다녀오고 책에 대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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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반찬 잘 차리는 책 - 대한민국 대표 밥반찬 201가지
이미옥 지음 / 성안당 / 2012년 1월
구판절판


그냥 있는 반찬에 어묵을 부쳐서 내놓을까 하다가 (어묵은 늘 탕이나 조림으로 먹다가 계란에 부쳐먹어도 별미임을 최근에 알았다.) 이 책을 한번 휘리릭 넘겨봤다가 눈에 띄는 메뉴 (신랑 퇴근이 코앞이라 재료준비가 다 되어있고 빨리 만들수있는 메뉴가 필요했다.)가 있어 참치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에도 다른 책을 보고 한번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반응이 좋아서 한번 더 해봐야지 했었던 메뉴다. 게다가 마침 집에 있는 느타리 버섯과 파프리카까지 다져만드니 예전 레시피보다 더욱 보강된 맛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그냥 아침에 못 먹은 국이랑 먹겠다던 신랑, 고소한 냄새에 뭐하는 거냐며 부치는 어깨너머로들여다보고 좋아한다. 안 그래도 치킨 배달부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치킨도 안 땡기고 군만두라도 해먹어야하나 입맛이 없는데 뭔가는 먹고 싶었다며 기뻐하였다. 며칠전 해물파전을 해줬을땐 미리 해물파전 해준다고 공지해놓고 해준거라 오늘 갑자기 등장한 참치전보다 감흥이 덜하게 먹었던 것 같다. 안 된다 했지만 어느새 좋아하는 맥주 한캔 꺼내들고 안주 삼아 반찬 삼아 먹기 시작한 참치전. 신랑이 알려준 대로 시원한 김장 김치를 한 쪽 얹어서 먹으니 따끈한 참치전과 시원한 김치가 조화가 잘 되어 더 맛있었다. 책에 나온 것보다 재료를 많이 넣었기에 입맛대로 계란은 좀더 추가하고, 밀가루 분량은 줄여서 부쳤다.

레시피 사진은 타지도 않고 깔끔하게 잘 부쳐졌건만, 내가 한 요리는 어째 이렇게 다 타거나 모양이 없는지 사진 찍기도 민망했지만 맛있게 먹어준 고마운 메뉴라 찍어봤다.



저자분을 보니 꽤 젊은 분 같은데 전공도 의직과라 요리와 상관없는 과였음에도 결혼 후 집밥을 고집하는 신랑 덕에 엄마 삼총사의 힘을 빌어 (친정 어머니, 큰어머니, 시어머니) 이 책 한권을 낼만큼의 요리솜씨가 자리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부러운 처자다. 나도 신혼 초반에는 정말 반짝 열심히 책보고라도 다양한 요리들을 해보곤 했는데 임신하면서 입덧이 생기고, 아기낳고 몸조리하고, 남들 다겪는 평범한 코스를 혼자만 더 부담스럽게 거치면서 요리에 흥미를 좀 잃어버렸다. 요리책은 여전히 좋아해서 열심히 보면서 가끔씩 뭔가 해봐야지 하고 마음먹었지만 요리책 권수 늘어나는 것과 내 요리 솜씨가 향상되는 것이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요리가 만족스러워서 내일은 또 뭐해먹을까? 하고 책을 살펴보다보니,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요즘 요리책들이 감각적으로 예쁘게 잘 나온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예쁘게 꾸미기보다 실용적인 요리책에 더 가깝다. 그리고 초보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양한 비결과 팁들이 아낌없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도 닮고 싶은 어머니 손맛을 한분도 아니고 세분께 전수받은 저자의 노하우가 젊은 사람들을 위해 밥숟가락과 종이컵 계량법으로 자세히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몇인분인지 잘 나와있지 않은 요리책들이 제법 많아서 아쉬웠던 점도 이 책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요리별로 몇인분인지 나와있고, 조리법의 난이도까지 표기되어 있어 레시피는 쉬워보여도 막상 도전했다가 실패할만한 어려운 요리는 미리 짐작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메뉴들도 당장 내일 밥상에 올리고 싶은 그런 메뉴가 가득하였다. 이런 요리책 정말 좋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요리책을 많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요리책 자체의 컨셉은 마음에 들지만 막상 하나하나 따라해먹어보려면 책 한권에서 내가 취할 레시피는 많지 않은 그런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의 반찬들은 정말 한식의 집반찬 그 자체이다. 그러고보니 그 흔한 스파게티 하나 못 본 것 같다. 오히려 다른데서는 보기 힘든 흑마늘 제조법까지 나와 있었다.



요리할때마다 이 반찬은 여기서, 이 반찬은 저기서 하는 식으로 여러권의 책을 펼쳐놓고 요리하려니 정신이 산만했는데 이 책은 웬만한 한식 반찬들을 아우르고 있어서 몇권의 책을 주방에 어지러이 펼쳐놓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평소 안해봤지만 엄마가 많이 만들어주셔서 나도 해보고 싶은 그런 메뉴가 있다면 목차에서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쉬운 반찬서부터 안해봤지만 해보고 싶은 그런 메뉴들까지 다양하게 실려있어 마음껏 고를 수 있다. 마트에서 장 봐온 재료로 뭔가 만들고 싶은데 막막할때 펼쳐봐도 뭐가 나와도 나오는 그런 책이란 뜻이다. 같은 재료로 무치거나 볶고 조려도 여러 방법으로 할 수있는 방법이 같이 소개되어 있어서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그런 반찬들을 만날 수 있던 것도 좋았다. 느타리 버섯 무침은 매콤하게 무치고, 느타리 버섯볶음은 파프리카와 같이 볶아 색감도 좋고 맛도 매운 맛이 아니라 아이도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다. 꺳잎 말고 꺳잎 순나물을 식당에서 먹어보고 반한 적이 있었는데 그 메뉴도 나와 있었다. 각 메뉴 하단에 재료별 효능이 실려있었는데 깻잎에 들어있는 파이톨 성분은 훌륭한 항암 효과를 갖고 있어 위암예방에 효과적이고, 철분과 칼슘이 많아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나물을 안 좋아하는 우리 아기도 깻잎 순나물은 안줘봤는데 보드라워서 잘 먹을 것 같았다. 느타리버섯은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을 주어 비만 예방에 좋고, 셀레늄이라는 성분이 있어 인체의 노화를 예방하고 칼륨이 풍부해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버섯 좋은건 대강으로 알고 있었지만 효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더 해주고 싶은 메뉴가 되었다.



새우튀김 하나만 해도 워낙 간단해서 그런지 많은 요리책을 봐도 제대로 새우튀김을 다룬 책이 드물었는데 이 책에서는 재료 손질법(새우 꼬리의 물주머니 잘라내기부터 시작)부터 친절하게 새우튀김을 하나의 요리로 대접해주었다. 바로 얼마전 새우튀김을 하려다가보니 너무 당연한 메뉴인데도 요리책에서 찾기가 힘들어서 (대부분은 대하찜 위주로 나오고 새우 튀김은 자세한 방식보다는 약식으로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쉬웠다가 여기서 보고 반가웠다. 아, 그렇다. 내가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메뉴도 다양하거니와 그동안 내가 다른 책들에서 찾고 찾아도 눈에 잘 안띄면서 그러면서도 너무 쉽게 당연한 반찬들이 여기 많이 몰려 있었다.

임신했을때 엄마 병문안 (교통사고로 몇달이나 입원해 계셔서, 나도 거의 병원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했다.)을 갔다가 옆자리 환자분이 오늘은 도토리묵이나 무쳐먹어야지 하는 이야길 듣고 갑자기 너무 먹고 싶은데, 엄마는 입원 중이시지 난 못만들겠지 (임신전 같으면 책보고 만들었겠지만 그때는 내가 만든건 먹기 싫었다.) 사먹자니 관광지 아니면 안 팔것같지 (그래도 먹고 싶었는데 신랑이 관광지에서 먹는 파전과 도토리묵은 가격만 비싸고 맛이없다고 싫어해서 이야기도 못 꺼냈다.) 못먹고 마음에만 담아두었는데, 그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이후로 엄마 퇴원하신 이후로 도토리묵 무침만 내리 해달라고 해서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그 메뉴도 나와있다. 고기 싸먹고 남은 상추, 어떻게 처리할까 싶어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쉽게 후다닥 무쳐서 반찬 한가지 또 올릴 수 있는 상추 무침도 옆에 소개되어 있다. (베테랑 주부들은 아니 이런 쉬운 메뉴들도 잘 못하나? 할 수 있겠지만 초보에게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게 반갑기만 하다. 요즘은 책 안보고도 하는 메뉴들도 생기긴 했지만 뭔가 입맛에 안맞을때도 있기에 책보고 하는게 가장 안심되긴 한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잔멸치 조림, 내가 하면 멸치가 튀겨지다시피 하거나 타기일쑤였는데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멸치조림은 늘 맛있고 아이도 좋아하였다. 그래서 잔멸치가 냉장고에 가득해도 섣불리 조릴 생각을 못했는데 이 책의 팁을 보니 나의 문제를 알 것 같았다.

바삭한 조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멸치를 기름에 충분히 볶고, 뜨거운 김이 빠진 후에 설탕을 넣어야 딱딱해지지 않는단다.

매워서 그냥 먹기는 힘든 마늘도 튀겨서 무치는 새로운 메뉴가 선보이기도 한다. 귤과 사과로 잼을 만들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흑마늘 제조 등의 비법도 나왔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메뉴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먹고 싶었던 엄마표 반찬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고마운 요리책이었다. 요리가 부담스럽고 어려워지는 이유중의 하나가 요리책 보고 뭐 한가지를 만들려고 해도 집에 없는 재료가 꼭 한두가지는 생겨서, 그 재료 살때까지 미루다보니 막상 할 메뉴가 턱없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었는데 책에는 재료가 많이 필요없는 그런 반찬이 많아서 정말 기본 야채와 있는 재료로 뚝딱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 같은 그런 책이었다. 뭐 하나 만들래도 장보고 시작하는 나와 달리, 집에 아무것도 없어도 뭔가 만들어내시는 엄마의 차이를 이 책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요리에 충실한 책이라 초보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 같은데, 사진의 색감이 조금 옅어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시키지 못한게 약간 아쉬웠고, 표지로 확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 수 있는 면이 아쉽게 느껴졌다. 내용만 보자면 정말 진국인데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은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대박나게 될 책이 아닐까 싶다. 몇년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내가 좋아한 모 파워블로거님의 요리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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