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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반찬 잘 차리는 책 - 대한민국 대표 밥반찬 201가지
이미옥 지음 / 성안당 / 2012년 1월
구판절판
그냥 있는 반찬에 어묵을 부쳐서 내놓을까 하다가 (어묵은 늘 탕이나 조림으로 먹다가 계란에 부쳐먹어도 별미임을 최근에 알았다.) 이 책을 한번 휘리릭 넘겨봤다가 눈에 띄는 메뉴 (신랑 퇴근이 코앞이라 재료준비가 다 되어있고 빨리 만들수있는 메뉴가 필요했다.)가 있어 참치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에도 다른 책을 보고 한번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반응이 좋아서 한번 더 해봐야지 했었던 메뉴다. 게다가 마침 집에 있는 느타리 버섯과 파프리카까지 다져만드니 예전 레시피보다 더욱 보강된 맛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그냥 아침에 못 먹은 국이랑 먹겠다던 신랑, 고소한 냄새에 뭐하는 거냐며 부치는 어깨너머로들여다보고 좋아한다. 안 그래도 치킨 배달부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치킨도 안 땡기고 군만두라도 해먹어야하나 입맛이 없는데 뭔가는 먹고 싶었다며 기뻐하였다. 며칠전 해물파전을 해줬을땐 미리 해물파전 해준다고 공지해놓고 해준거라 오늘 갑자기 등장한 참치전보다 감흥이 덜하게 먹었던 것 같다. 안 된다 했지만 어느새 좋아하는 맥주 한캔 꺼내들고 안주 삼아 반찬 삼아 먹기 시작한 참치전. 신랑이 알려준 대로 시원한 김장 김치를 한 쪽 얹어서 먹으니 따끈한 참치전과 시원한 김치가 조화가 잘 되어 더 맛있었다. 책에 나온 것보다 재료를 많이 넣었기에 입맛대로 계란은 좀더 추가하고, 밀가루 분량은 줄여서 부쳤다.
레시피 사진은 타지도 않고 깔끔하게 잘 부쳐졌건만, 내가 한 요리는 어째 이렇게 다 타거나 모양이 없는지 사진 찍기도 민망했지만 맛있게 먹어준 고마운 메뉴라 찍어봤다.
저자분을 보니 꽤 젊은 분 같은데 전공도 의직과라 요리와 상관없는 과였음에도 결혼 후 집밥을 고집하는 신랑 덕에 엄마 삼총사의 힘을 빌어 (친정 어머니, 큰어머니, 시어머니) 이 책 한권을 낼만큼의 요리솜씨가 자리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부러운 처자다. 나도 신혼 초반에는 정말 반짝 열심히 책보고라도 다양한 요리들을 해보곤 했는데 임신하면서 입덧이 생기고, 아기낳고 몸조리하고, 남들 다겪는 평범한 코스를 혼자만 더 부담스럽게 거치면서 요리에 흥미를 좀 잃어버렸다. 요리책은 여전히 좋아해서 열심히 보면서 가끔씩 뭔가 해봐야지 하고 마음먹었지만 요리책 권수 늘어나는 것과 내 요리 솜씨가 향상되는 것이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요리가 만족스러워서 내일은 또 뭐해먹을까? 하고 책을 살펴보다보니,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요즘 요리책들이 감각적으로 예쁘게 잘 나온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예쁘게 꾸미기보다 실용적인 요리책에 더 가깝다. 그리고 초보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양한 비결과 팁들이 아낌없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도 닮고 싶은 어머니 손맛을 한분도 아니고 세분께 전수받은 저자의 노하우가 젊은 사람들을 위해 밥숟가락과 종이컵 계량법으로 자세히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몇인분인지 잘 나와있지 않은 요리책들이 제법 많아서 아쉬웠던 점도 이 책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요리별로 몇인분인지 나와있고, 조리법의 난이도까지 표기되어 있어 레시피는 쉬워보여도 막상 도전했다가 실패할만한 어려운 요리는 미리 짐작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메뉴들도 당장 내일 밥상에 올리고 싶은 그런 메뉴가 가득하였다. 이런 요리책 정말 좋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요리책을 많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요리책 자체의 컨셉은 마음에 들지만 막상 하나하나 따라해먹어보려면 책 한권에서 내가 취할 레시피는 많지 않은 그런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의 반찬들은 정말 한식의 집반찬 그 자체이다. 그러고보니 그 흔한 스파게티 하나 못 본 것 같다. 오히려 다른데서는 보기 힘든 흑마늘 제조법까지 나와 있었다.
요리할때마다 이 반찬은 여기서, 이 반찬은 저기서 하는 식으로 여러권의 책을 펼쳐놓고 요리하려니 정신이 산만했는데 이 책은 웬만한 한식 반찬들을 아우르고 있어서 몇권의 책을 주방에 어지러이 펼쳐놓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평소 안해봤지만 엄마가 많이 만들어주셔서 나도 해보고 싶은 그런 메뉴가 있다면 목차에서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쉬운 반찬서부터 안해봤지만 해보고 싶은 그런 메뉴들까지 다양하게 실려있어 마음껏 고를 수 있다. 마트에서 장 봐온 재료로 뭔가 만들고 싶은데 막막할때 펼쳐봐도 뭐가 나와도 나오는 그런 책이란 뜻이다. 같은 재료로 무치거나 볶고 조려도 여러 방법으로 할 수있는 방법이 같이 소개되어 있어서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그런 반찬들을 만날 수 있던 것도 좋았다. 느타리 버섯 무침은 매콤하게 무치고, 느타리 버섯볶음은 파프리카와 같이 볶아 색감도 좋고 맛도 매운 맛이 아니라 아이도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다. 꺳잎 말고 꺳잎 순나물을 식당에서 먹어보고 반한 적이 있었는데 그 메뉴도 나와 있었다. 각 메뉴 하단에 재료별 효능이 실려있었는데 깻잎에 들어있는 파이톨 성분은 훌륭한 항암 효과를 갖고 있어 위암예방에 효과적이고, 철분과 칼슘이 많아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나물을 안 좋아하는 우리 아기도 깻잎 순나물은 안줘봤는데 보드라워서 잘 먹을 것 같았다. 느타리버섯은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을 주어 비만 예방에 좋고, 셀레늄이라는 성분이 있어 인체의 노화를 예방하고 칼륨이 풍부해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버섯 좋은건 대강으로 알고 있었지만 효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더 해주고 싶은 메뉴가 되었다.
새우튀김 하나만 해도 워낙 간단해서 그런지 많은 요리책을 봐도 제대로 새우튀김을 다룬 책이 드물었는데 이 책에서는 재료 손질법(새우 꼬리의 물주머니 잘라내기부터 시작)부터 친절하게 새우튀김을 하나의 요리로 대접해주었다. 바로 얼마전 새우튀김을 하려다가보니 너무 당연한 메뉴인데도 요리책에서 찾기가 힘들어서 (대부분은 대하찜 위주로 나오고 새우 튀김은 자세한 방식보다는 약식으로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쉬웠다가 여기서 보고 반가웠다. 아, 그렇다. 내가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메뉴도 다양하거니와 그동안 내가 다른 책들에서 찾고 찾아도 눈에 잘 안띄면서 그러면서도 너무 쉽게 당연한 반찬들이 여기 많이 몰려 있었다.
임신했을때 엄마 병문안 (교통사고로 몇달이나 입원해 계셔서, 나도 거의 병원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했다.)을 갔다가 옆자리 환자분이 오늘은 도토리묵이나 무쳐먹어야지 하는 이야길 듣고 갑자기 너무 먹고 싶은데, 엄마는 입원 중이시지 난 못만들겠지 (임신전 같으면 책보고 만들었겠지만 그때는 내가 만든건 먹기 싫었다.) 사먹자니 관광지 아니면 안 팔것같지 (그래도 먹고 싶었는데 신랑이 관광지에서 먹는 파전과 도토리묵은 가격만 비싸고 맛이없다고 싫어해서 이야기도 못 꺼냈다.) 못먹고 마음에만 담아두었는데, 그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이후로 엄마 퇴원하신 이후로 도토리묵 무침만 내리 해달라고 해서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그 메뉴도 나와있다. 고기 싸먹고 남은 상추, 어떻게 처리할까 싶어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쉽게 후다닥 무쳐서 반찬 한가지 또 올릴 수 있는 상추 무침도 옆에 소개되어 있다. (베테랑 주부들은 아니 이런 쉬운 메뉴들도 잘 못하나? 할 수 있겠지만 초보에게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게 반갑기만 하다. 요즘은 책 안보고도 하는 메뉴들도 생기긴 했지만 뭔가 입맛에 안맞을때도 있기에 책보고 하는게 가장 안심되긴 한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잔멸치 조림, 내가 하면 멸치가 튀겨지다시피 하거나 타기일쑤였는데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멸치조림은 늘 맛있고 아이도 좋아하였다. 그래서 잔멸치가 냉장고에 가득해도 섣불리 조릴 생각을 못했는데 이 책의 팁을 보니 나의 문제를 알 것 같았다.
바삭한 조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멸치를 기름에 충분히 볶고, 뜨거운 김이 빠진 후에 설탕을 넣어야 딱딱해지지 않는단다.
매워서 그냥 먹기는 힘든 마늘도 튀겨서 무치는 새로운 메뉴가 선보이기도 한다. 귤과 사과로 잼을 만들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흑마늘 제조 등의 비법도 나왔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메뉴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먹고 싶었던 엄마표 반찬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고마운 요리책이었다. 요리가 부담스럽고 어려워지는 이유중의 하나가 요리책 보고 뭐 한가지를 만들려고 해도 집에 없는 재료가 꼭 한두가지는 생겨서, 그 재료 살때까지 미루다보니 막상 할 메뉴가 턱없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었는데 책에는 재료가 많이 필요없는 그런 반찬이 많아서 정말 기본 야채와 있는 재료로 뚝딱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 같은 그런 책이었다. 뭐 하나 만들래도 장보고 시작하는 나와 달리, 집에 아무것도 없어도 뭔가 만들어내시는 엄마의 차이를 이 책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요리에 충실한 책이라 초보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 같은데, 사진의 색감이 조금 옅어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시키지 못한게 약간 아쉬웠고, 표지로 확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 수 있는 면이 아쉽게 느껴졌다. 내용만 보자면 정말 진국인데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은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대박나게 될 책이 아닐까 싶다. 몇년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내가 좋아한 모 파워블로거님의 요리책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