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은 외국인 1 달링은 외국인 1
오구리 사오리 글 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11월
절판


영화같기도 만화같기도 한 스토리구나 생각을 했는데,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연애담을 직접 만화로 시리즈로 그려내었고, 이후 영화로까지 개봉되었다. 음, 역시 둘다 적합한 소재였군.

우리나라와 일본 만화풍이 비슷한 건지 아니면 일본 만화에 내가 그만큼 익숙해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우선 그림체가 익숙하다.



예전에는 드물었던 국제결혼도 이제는 꽤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언니, 뭐 이렇게 한다리만 건너도 바로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아는 사람 중에는 없어서인지. 아, 아니다 예전 (대학을 두군데 입학했다.)대학 동창 중에 하나 있구나. 그 친구 결혼식에도 못 갔고, 결혼 후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말로만 전해들어서 그런지 더더욱 외국인과의 결혼생활을 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는 생각은 멀게만 드는 기분이다. 일본인들도 우리네와 비슷한 것일까? 외국인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도 여전히 호기심을 갖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외국인 남자에 대한 환상, 저자가 말한대로 아침에 달콤한 목소리로 깨우며 침대로 모닝커피와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식사를 갖다 주는 허황된 상상을 했을 수 있다. 저자는 꼭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이 늘 코믹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이렇게 깨가 쏟아져요. 라는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십년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같은 나라 남녀가 만나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든 법인데, 아예 쓰는 말, 자라온 환경, 먹거리 등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생활하게 된다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것만도 아주 큰 수확이 아닐 수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토니(수염이 그렇다고해서 야성적이라기보다 어깨도 동그랗고 사실 초식남에 가깝다고는 하지만)가 꽤나 감성이 여리고 충격을 잘 받는다는 점이었다. 그저 놀라운 상식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상처입고 괴로워한다. 그것을 살짝 즐기기도 하는 저자.

그들의 생활 방식은 만화 바깥에서는 쿨해보인다. 물론 둘 사이에는 나름 전전긍긍하는 기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래보인다. 서로 맞춰줄 것은 맞춰주고, 참을 것, 양보할 것 등등을 생각할 터이기에 말이다. 우선 일본으로 건너온 토니, 그는 헝가리,이탈리아의 혈통을 이어받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일본어가 좋아 일본으로 건너온 철저한 어학 마니아이다. 일본어를 깊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연인(나중에 아내가 된다)이 영어를 싫어하는 것 같자, 잠꼬대도 영어로 하다 만다. (여기서 여자는 남자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말이다.)

또 워낙 감정 표현이 큰 외국인들인줄은 알았지만 토니의 반응은 정말로 코미디 그 자체였다.

재미난 것 하나. 일본 영화를 볼때는 일본어로 감탄사를, 프랑스 영화를 볼때는 프랑스어로 감탄사를 외친다.

영화를 보다가 충격에 직접 뛰어오르기도 하고 (그래서 만화나 영화로 제작이 가능한 소재가 아닌가 싶었던 부분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잠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독자적으로 갖기도 한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상황인가? 짐짓 의아해질정도로 말이다.



모든 외국인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토니 한사람이 좀더 감수성이 풍부할 수도 있겠지만 웬지 낯설었던 그들을 조금은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연인의 눈으로 철저히 살펴본 저자에 의해 말이다. 토니는 웬지 자신이 나쁜 모습이 많이 그려졌다며 서운해했다는데, 만화 한권을 다 읽고 어디가 나쁘다는 거지? 갸웃거리게 되었다.



아뭏든 알콩달콩 연애하는 사람들의 곁에만 있어도 웬지 생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데, 문화적 충돌로 잘 안맞을 것 같은 동서양의 연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좀더 아기자기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잘 맞으니 이후 후속편들에서는 아기낳고 사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부부의 아기 낳고 키우는 좌충우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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