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ㅣ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장바구니담기


이런 느낌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물빛을 닮은 맑고 투명한 수채화, 그림 역시 하나하나 흐트러짐 없이 잘 그린 스케치의 그림.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참사 현장에 갔던 저자는 난생 처음 스케치북이 백지인 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풍경은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지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차마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3년후의 봄,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자선행사인 천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가해달라는 한통의 편지를 받고, 1998년 11월 천 명 중 한 사람의 첼리스트가 되어, 다시 잊어서는 안 될 풍경 앞에 섰다고 한다.

백지였던 스케치북은

첼로를 켜는 사람들의 크로키로 메워져갔다.

그로부터 2년, 이 그림책이 완성되기까지

내가 그린 첼리스트도 천 명이 되었다.

이세 히데코.



특별한 그림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000명의 첼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저자의 그림책.

지진으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 마음이 이제는 천명의 첼리스트를 그려낸 결과로, 한권의 그림책이 되어 바다 건너 내 손에 오게 된 것이었다.


첼로 교실에 처음 온 그 아이.

나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곡을 술술 켤줄 앎에도 화를 내는 것 같은 연주를 하는 소녀였다.

소녀는 어느 날 나를 불러 세워, 네 첼로 소리는 강아지처럼 앙앙 거린다고 이야길 해주었다.

소년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사랑했던 강아지 그레이를 잃고나서 아빠가 사다주신 것이 이 첼로였기에


소년과 소녀는 같이 첼로를 연주하며 가까워졌고, 그러다 첼로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게 되었다.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

지진으로 무너진 마을이나, 피해를 당한 마을의 사람들을 응원하는 음악회.

소녀는 선뜻 하겠다고 나섰다.


소년과 소녀에게 친절하게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대해 일러주셨던 첼로 할아버지는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슬픈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3년전, 마을도 집도 가족도 친구도 60년을 함께 한 소중한 첼로마저 앗아간 고베의 아픔을 말이다.

그리고 소녀 또한 고베에서 온 소녀였다.



소년은 그들의 아픈 고통을 완전히 함께 할 수는 없었으나 같이 연습하고, 노력함으로써 강아지 앙앙 거리는 소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그렇게 연습을 하고, 천명의 첼로가 켜지던 날, 천개의 소리가 하나의 마음이 됨을 느꼈다.



직접 그 음악회에 참가한 것은 아니나, 갈수록 절정을 향해 치닫는 그 느낌이 그림책이었음에도 오롯이 감동적으로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읽어주려 집어든 책이었는데 읽을때마다 내가 먼저 엄숙한 울림을 느끼게 되는 책이랄까.


천개의 바람, 천개의 소리..

천명의 첼리스트들의 그 연주가 얼마나 웅장한 울림이었을지..

그 노래를 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대지진 이후, 고베에서는 25만 그루의 목련을 심었다.

목련은 봄이 되면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란다

마을마다 나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내일에 가닿은 걸까?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 우리의 소리가...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소리와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감동 그 자체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옥사 폴락 1 - 선택받은 소녀 ㅣ 옥사 폴락 1
안 플리쇼타.상드린 볼프 지음, 이혜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한 여자아이가 태어나고, 걱정하는 아버지와 반대로 할머니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바로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이 될 것이기에..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아기는 중 2 소녀가 되었고, 파리에 살던 그녀의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를 오면서 성 프록시무스 중학교에 그녀와 그녀의 절친 구스가 같이 전학을 오게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그녀의 담임을 맡게 된 맥그로우 선생은 초반부터 그녀에게 유독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사실 그녀는 에데피아의 젊은 여왕이 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소녀였다. 지도상 좌표로 쉽게 찾을 수 없는 에데피아라는 공간, 반역자들에 의해 그 곳을 떠나게된 여왕의 후손인 옥사 폴락네 가족과 그녀를 돕는 탈주자 일원들은 소녀가 자신의 배에 드디어 여왕의 무늬가 나타나고, 마법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에데피아로 돌아가기 위한 여왕의 기본 교육과 훈련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사사건건 학교에서 그녀에게 시비를 걸던 선생님이 사실은 반역자 오시우스의 아들 오손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졌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기에 (판타지의 단 일부일뿐인데도 벌써 이렇게나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였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요약하려 해도 정말 그 스토리를 다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을 정도였다.

흔히 청소년 판타지 소설 하면 떠올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도 있지만, 요즘의 판타지 소설들은 조금씩 그 양상을 달리해서 새로운 구도로 모색을 해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학생이지만, 여기서는 거죽만 선생님인 적과 공공연히 대적하는 그런 관계가 나타나는 가 하면 청소년기 소설 답게 어린 아이의 생각일지언정 어른들 또한 소녀의 생각에 귀기울이고,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많이 자란 것 같아도 아직 어리다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분했을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소설이 정말 그야말로 환타지 같을 터.

굳이 소설에서처럼 갖은 마법과 비술을 부리지 않더라도, 내가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 어른들까지도 나를 필요로 하고 나 하나가 주목받는 그런 위치에 있다면 그 자체가 환타지가 되리라.

 

여왕이 있어야 에데피아로 가는 문을 열 수 있기에 탈주자 뿐 아니라 반역자들까지도 여왕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맥그로우는 끝없이 옥사를 괴롭히고, 그녀를 납치하려 하는데, 옥사와 옥사의 가족들, 또한 옥사의 절친인 구스까지도 힘을 더해, 그 일을 호락호락하게 만들지 않는다. 맥그로우라는 악역을 책의 끝까지 끌고 가려다보니, 좀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아비쿰 할아버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출생이나 그저 존재감없는 줄 알았던 폴딩고들의 놀라운 비밀 폭로 등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기도 하였다.

 

2부에서는 옥사와 주변인물들, 그리고 옥사를 위협하는 새로운 세력의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또 어떤 이야기와 새로운 마법들로 우리 귀를 쫑긋하게 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구판절판


절에서는 최소한 하루 세 번의 청소를 한다고 한다. 청소란 그냥 공간을 쓸고 닦는 것 이상의 의미, 수행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공간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닦는 행위.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건, 갈수록 무뎌지는 청소에 대한 내 무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나도 지저분하고 정리안된건 싫은데, 자꾸 정리안된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꾸 청소가 아닌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곤 하였다. 마음 한켠에서는 우리집도 좀 깨끗하게 해놓고 살고 싶은데 아이가 금새 어지르네? 이러고 그냥 넘어가는 것, 정리해도 바로 어지르고 또 정리해도 또 어지르고. 그래도 정리하고 또 정리해야하는데도, 어떤땐 정말 이게 다 뭐야? 이런 상태로 방치해놓을때도 많았다.



아이가 있다보니 장난감과 책도 많아지고, 아이 관련 용품들이 많아지다보니 수납해서 넣어둘 공간이 필요한데 장난감 수납장을 따로 안사서 아이의 많은 장난감들이 갈곳을 잃고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저기 모아두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딘가 쌓아두고 싶어도 가구를 사서 놓을데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방치하니 그냥 방치가 계속 쌓이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데, 자꾸 내가 무뎌지는게 문제였다. 아이에게 정리안한다 뭐라고 하면서도 정작 나도 제대로 정리를 안해주니 이거야 원.



집안이 깔끔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퇴근하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남편 또한 집에서 휴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주변에서도 많이 들은 말이었고 책에도 그 말이 나와 있었다.) 그생각을 하면 신랑에게 늘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살림 그 많은 과정 중에서도 유독 청소에 취약한 나.



하다 못해 신랑에게 청소 서비스를 좀 신청해볼까 부탁하기도 하였는데,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냥 살자~ 하고 대꾸를 하는 바람에 그것도 실행을 못하고 (사실 바깥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1회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와서 손을 댄다는 것도 찜찜하기도 할 것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다른 식구들이 와서 후다닥 정리를 하면 잠깐동안이라도 어쩜 그리 빠르게 정리가 되는지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내가 정리하면 한도끝도 없고 제대로 정리도 안되는 것인지..



그냥 치우는게 우선이 아니라 우선, 이걸 어디에 두고 뭘 버리고 부터 등등을 고민하느라 일이 진행이 되지 않아 청소가 어렵게 느껴지고 하다가 포기하고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집안에 한가득 쌓여있는 장난감, 그 중 아이가 가장 열을 올리는 레고를 드디어 좀 한 곳에 모으기로 하였다. 커다란 장난감 통 하나를 비워서 레고를 채우는데, 그 커다란 통 하나가 가득 차고도 작은 통들에도 가득가득 쌓인 레고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도 우선 그렇게 좀 정리를 했다는 데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다른 부분들도 눈에 띄게 깨끗하게 정리하고픈 마음에서 눈을 더 돌리니, 어디에 어떻게 배치를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짜증만 부리고 있으니 신랑이 외출하자 하여서 외출하고 돌아오니 그대로 쌓여있는 거실.

매번 나의 청소가 실패로 돌아가는데는 나의 지루함과 끈기 부족에 있던게 아닌가 싶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갈한 곳에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며 나를 닦아가는 것, 잡념을 없애고 핸드폰 등의 불필요한 정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에서도 주변 청소부터 하라고 되어 있었다. 사실 요즘 나를 사로잡는 잡념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는 가정주부이고, 아이도 사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없을 정도로 유순한 편인데도 그래도 다섯살인지라 가끔 말안듣는 행동을 할때가 있어 짜증을 부리곤 했는데, 엄마가 먼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아이와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재미나게 놀아주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면 우리 아이가 그렇게 짜증낼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들처럼 산다는 것이 어려운게 아닌데.

사실 신랑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모두가 이상적인 그런 식구들인데..

나만 늘 미안한 마음을 달고 사는 것 중 하나가, 청소를 잘 못 해서 식구들을 깨끗한 공간에서 살지 못하게 하였다는 죄책감이 들고 있어서였나보다.


나를 위한 마음, 식구들을 위한 마음, 모든 것이 깨끗한 환경, 내 마음을 닦는 그 과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어수선한 청소법을 두루두루 늘어놓은 그런 책은 아니고, 다만 청소를 깨끗이 해야하는 그 당위성에 대해 조용조용, 짚어주는 그런 선의 책이었다.



참선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긴 힘드나, 우선 나의 청소부터 시작을 해야겠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청소하는 그 과정에서부터 얻어지기 시작하겠지.

양가 부모님댁에 가보면 언제나 깨끗한 양가를 보고 반성하게 된다.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길래, 난 못하겠어. 하고 지레 포기하고 말았던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나니, 참 기운 빠진 인생이 되었는데 예전의 자신있던 나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 시작은 아침 청소부터 시작하련다.

눈뜨면 인터넷부터 켜던것을, 이제는 눈뜨면 정리하는 것으로.

또한 너무나 당연한 말들인데 (특히 동생이 언니, 제발 제 자리에 좀 둬~ 하고 지적하던 바로 그것)

원래 제자리에만 두면 정리정돈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우선는 그냥 어딘가에 걸쳐버리고 나니 그 나중에 없어지고, 쌓이고 해서 청소가 더욱 가중되었던 것 같다.



우선은 아이가 주로 놀고 활동하는 거실부터 화사하게 정리정돈하고 아이와 재미나게 놀아주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

신랑에게도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 들지 않도록.

스님의 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소가 곧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삶의 의미를 좀더 깊이 부여해서, 실행해볼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탄 자신을 웅크리고 드러내지 않는 소녀,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그녀의 옆에 때마침 앉게 되었으면서 어쩐지 그녀에게 자꾸 비호감처럼 느껴진 남자 폴, 두 사람의 운명적인 비행기에서의 만남은 표면상으로는 그냥 이렇게 보였다.

 

사실 소녀는 자살을 한번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있다가, 모범적인 일로 점수를 쌓아 엄마에게 갈 기회를 얻어낸 것이었다. 그 비행기 안 화장실에서 자살하겠다는 2차 계획은 꼭꼭 숨겨둔채 그녀는 거짓말을 일삼아왔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약을 입에 털어넣는 순간, 비행기가 갑자기 암흑이 되고, 튕겨나가는 느낌으로 여기저기 부딪히더니 급강하하고 말았다.

 

사람들과 얽히는 것도 싫고, 그냥 죽음만을 동경하던 소녀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간신히 목숨을 구한 단 하나, 아니 단 두명의 생존자 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차피 죽으려 한 것이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 앞에서 눈꼴 실만큼 애정을 표현하던 새댁인 마거릿은 죽었고, 죽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자기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너무나 죄스럽게 느껴지는 일이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생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어도, 운이 닿지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이렇게 얼어죽기는 싫었다.

그녀가 끔찍히 듣기 싫어했던 , 오지랖 넓던 그 옆자리 청년 폴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고, 같이 살아남기 위해서 그와 함께 해야함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폴과 우정과 사랑을 쌓아나간다.

 

행복할 거라 믿었던 날에, 자살한 아버지, 그리고 또 자살했던 할머니, 자신 또한 죽음이 낯설지가 않다. 그냥 남겨질 어머니가 불쌍하게 느껴질뿐.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주는 상처는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하게 만들 수가 없었나보다.

폴 또한 가족의 죽음, 어머니와 형 윌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공통점을 찾아나가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더욱 강한 결속력으로 춥디추운 조난 현장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한 행보를 시작하였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침낭과 초코바 4개 정도, 그리고 빈 생수병.

 

추울때 눈을 물 대신 먹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다는것, 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먹을 것도 거의 없는데 그들은 아껴 나눠먹어가며 걸음을 지속하였다.

거의 폴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걸음걸이였는데, 그러다 폴이 사고를 당해 더이상 걷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제인은 더이상, 죽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 자신의 상처까지도 사랑할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세상은 또 이렇게 정말 필요한 사람을 내 곁에 두질 않는다.

 

참, 잔인하고 슬픈 생의 현장 앞에서, 그녀가 토끼를 잡아 굽는 과정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들이 이렇게 살아남았으면 좋겠단 행복한 바램을 가지면서 말이다. 부디 살아남아줘. 나의 바램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잡았어?"

"죽였어요. 밟은 다음에 폴이 만들어준 막대기로 찔렀죠."

나는 다리 하나를 뜯어 그에게 건넨다. 그가 살을 물어뜯더니 걸신들린 듯 집어삼킨다. 우리는 남은 고기를 찢어 내어 토끼를 싹 먹어치운다. 224p

 

"솔리스, 이 야만인."

225p

사실, 조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끼 등을 사냥해 먹는다는건 쉽게 쓰여지는 이야기이고 소재이다. 그런데, 정말 한번도 생명을 죽여본 적 없는 제인같은 여자아이가, 토끼를 잡아 죽여서 손질까지 해서 구울 생각을 한다는거, 책이나 영화로는 즐겨 쓰이는 소재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또한 그런 상황이기에 정말 무한 공감이 갔다. 살아남기 위해, 제인은 폴과 자신을 위해 토끼를 잡을 용기를 냈던 것이다.

 

서바이브,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데 상당히 몰입도가 높았고, 금새 끝을 향해 달려간 소설이었다.

목숨을 쉽게 포기하려는 소녀가 어떻게 생에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의, 극한 상황에서 그녀가 살아남는 그 이야기를, 서바이브를 통해 강렬히 만나게 되었다.

 

제발, 살아남아줘.

목숨이란 정말 소중한 것이다.

손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목숨이라고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까지 생각해주기를..

지금 처한 현실이 힘들다고,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이 책 서바이브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ㅣ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절판


클래식을 즐겨 듣는 신랑과 달리, 조예가 깊지 못한 나는 클래식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듣고 있으면 참 좋기는 한데, 그냥 그것이 다일뿐, 찾아서 더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클래식에 거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내게도 귀에 익은 몇 유명인이 있었는데, 그중 우리나라의 정 트리오는 잊을 수 없는 음악가 집안이었다. 한 집에서 세명의 천재 음악가가 나오다니, 그것도 지금처럼 유학이 쉬워진때도 아닌 때에 말이다. 놀라운 것은 형제 자매가 셋이 아닌, 원래는 7명의 형제 자매라는 점이었다.



몇년전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책을 저술한 분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자녀들을 모두 하버드 등의 최고 대학의 교수로 만들거나 그 수준으로 키워낸 놀라운 어머니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정명훈님의 어머님도 그분을 떠올리게 하였다. 당시로선 드문 신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음악을 중시하는데 있어서 정말 당시 다른 어떤 이보다도 더욱 깨인 눈을 가진 분이 정명훈님의 어머니가 아니셨나 싶다.



이 책은 명진의 유명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중 한권이었는데, 읽기 지루한 일반 위인전들과 달리, 실제 가까이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몇백년전의 오래된 위인이 아닌, 실존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이들에게 더욱 와닿는 롤모델을 골라, 현대판 위인전으로 보다 재미나고 실감나게 쓰여진 책 중 한 권이었다. 청소년 책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빠르게 정명훈님의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인터뷰를 하기 싫어하고, 음악으로 모든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과묵한 성격의 정명훈인지라 이 분의 이야기를 다른 매체 등을 통해 쉽게 접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형제분들이 가끔 방송에 나와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적이 있다고는 하나 말이다. 아뭏든 이 책을 통해 정명훈님과 그 가족분들의 성장배경에서부터 오늘날의 정명훈님이 있기까지 본인의 불철주야 노력뿐 아니라 어머님의 물밑 배려가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일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대학교육까지 받았던 신여성인 어머니였지만 근현대사가 격랑을 이루던 시기였기에 할만한 일이 많지 않아 시장통에서 국밥 장사를 해야했다. 시장통이란 환경탓에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까 걱정한 어머니는 음악에서 정서안정을 찾기로 하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피아노를 가르치기로 하였다. 우선 빚을 내어 야마하 피아노 한대를 빌리고, 선생님을 모셔다 아이 셋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6.25가 터지고 부산으로 피란을 가는 틈에도 결국 구입하게 된 피아노를 들고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트럭에 실고서긴 했지만, 모든 재산을 다 놓고 가던 시절에 피아노라는 큰 짐을 들고 가다니, 정말 이런 맹모가 따로 있을까 싶었다. 전국에서 모인 우수한 선생님들을 부산에서 만난 고로 엄마는 오히려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을 기뻐할 정도였다.



네 아이의 음악 교육을 하면서, 점차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찾아주게 되었다.

그리고 밑으로 태어난 세 아들들은 어리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살림 핑계로 어린 아들들에게는 음악을 접하게 할 생각을 못하고 있던 차에, 그녀의 아이들이 모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이화여전 후배가, 밑에 아이들도 혹시 모르니 가르쳐보겠다 나서게 되었다. 명철과 명훈, 즉 다섯째와 여섯째를 보내 가르쳤는데, 명훈은 그녀의 아이들 중, 음악 특히 피아노를 재미있어한 유일한 아이가 되었다. 소질 또한 남달랐고 말이다.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통의 어려웠던 시절서부터 유학자체를 꿈꾸기 어려웠던 때에 엄마의 발이 부르틀 노력으로 하나하나 성공의 자리로 올려놓는 과정들을 놀라워하면서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귀에 익숙했던 정명훈님의 지휘가 얼마나 유명하고 고된 과정이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단지 피아노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잘 할수가 없었다. 피아노와 함께 어우러지는 다른 악기들까지 함께 훑어봄을 배우게 되면서, 그는 지휘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은사님들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존경하고 영향을 깊이 받은 분인 지휘자 줄리니는 오케스트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전권을 가진 자의 지엄한 지시가 아니라 공기 중에 뿌려져 확 퍼지는 향수와도 같았다. 118p

사실 사람이 부드럽고, 사랑으로 대한다 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것을 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 오히려 강압적으로 군림하는 강자들에게만 순종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정명훈님의 롤모델 줄리니라는 분은 이상적으로 그 과정을 승화한 분 같았다. 지휘자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롤모델로서도 부러운,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젊은 나이에 세계의 지휘자의 최고봉에 선 정명훈님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정말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천재로 태어났어도, 세계를 호령할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야말로 제대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줄리니를 롤모델로 삼고 커나간 정명훈님처럼 우리 청소년들도 정명훈님을 롤모델로 삼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그런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