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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ㅣ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이런 느낌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물빛을 닮은 맑고 투명한 수채화, 그림 역시 하나하나 흐트러짐 없이 잘 그린 스케치의 그림.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참사 현장에 갔던 저자는 난생 처음 스케치북이 백지인 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풍경은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지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차마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3년후의 봄,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자선행사인 천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가해달라는 한통의 편지를 받고, 1998년 11월 천 명 중 한 사람의 첼리스트가 되어, 다시 잊어서는 안 될 풍경 앞에 섰다고 한다.
백지였던 스케치북은
첼로를 켜는 사람들의 크로키로 메워져갔다.
그로부터 2년, 이 그림책이 완성되기까지
내가 그린 첼리스트도 천 명이 되었다.
이세 히데코.
특별한 그림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000명의 첼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저자의 그림책.
지진으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 마음이 이제는 천명의 첼리스트를 그려낸 결과로, 한권의 그림책이 되어 바다 건너 내 손에 오게 된 것이었다.
첼로 교실에 처음 온 그 아이.
나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곡을 술술 켤줄 앎에도 화를 내는 것 같은 연주를 하는 소녀였다.
소녀는 어느 날 나를 불러 세워, 네 첼로 소리는 강아지처럼 앙앙 거린다고 이야길 해주었다.
소년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사랑했던 강아지 그레이를 잃고나서 아빠가 사다주신 것이 이 첼로였기에
소년과 소녀는 같이 첼로를 연주하며 가까워졌고, 그러다 첼로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게 되었다.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
지진으로 무너진 마을이나, 피해를 당한 마을의 사람들을 응원하는 음악회.
소녀는 선뜻 하겠다고 나섰다.
소년과 소녀에게 친절하게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대해 일러주셨던 첼로 할아버지는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슬픈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3년전, 마을도 집도 가족도 친구도 60년을 함께 한 소중한 첼로마저 앗아간 고베의 아픔을 말이다.
그리고 소녀 또한 고베에서 온 소녀였다.
소년은 그들의 아픈 고통을 완전히 함께 할 수는 없었으나 같이 연습하고, 노력함으로써 강아지 앙앙 거리는 소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그렇게 연습을 하고, 천명의 첼로가 켜지던 날, 천개의 소리가 하나의 마음이 됨을 느꼈다.
직접 그 음악회에 참가한 것은 아니나, 갈수록 절정을 향해 치닫는 그 느낌이 그림책이었음에도 오롯이 감동적으로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읽어주려 집어든 책이었는데 읽을때마다 내가 먼저 엄숙한 울림을 느끼게 되는 책이랄까.
천개의 바람, 천개의 소리..
천명의 첼리스트들의 그 연주가 얼마나 웅장한 울림이었을지..
그 노래를 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대지진 이후, 고베에서는 25만 그루의 목련을 심었다.
목련은 봄이 되면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란다
마을마다 나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내일에 가닿은 걸까?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 우리의 소리가...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소리와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감동 그 자체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