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구판절판


절에서는 최소한 하루 세 번의 청소를 한다고 한다. 청소란 그냥 공간을 쓸고 닦는 것 이상의 의미, 수행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공간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닦는 행위.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건, 갈수록 무뎌지는 청소에 대한 내 무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나도 지저분하고 정리안된건 싫은데, 자꾸 정리안된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꾸 청소가 아닌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곤 하였다. 마음 한켠에서는 우리집도 좀 깨끗하게 해놓고 살고 싶은데 아이가 금새 어지르네? 이러고 그냥 넘어가는 것, 정리해도 바로 어지르고 또 정리해도 또 어지르고. 그래도 정리하고 또 정리해야하는데도, 어떤땐 정말 이게 다 뭐야? 이런 상태로 방치해놓을때도 많았다.



아이가 있다보니 장난감과 책도 많아지고, 아이 관련 용품들이 많아지다보니 수납해서 넣어둘 공간이 필요한데 장난감 수납장을 따로 안사서 아이의 많은 장난감들이 갈곳을 잃고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저기 모아두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딘가 쌓아두고 싶어도 가구를 사서 놓을데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방치하니 그냥 방치가 계속 쌓이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데, 자꾸 내가 무뎌지는게 문제였다. 아이에게 정리안한다 뭐라고 하면서도 정작 나도 제대로 정리를 안해주니 이거야 원.



집안이 깔끔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퇴근하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남편 또한 집에서 휴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주변에서도 많이 들은 말이었고 책에도 그 말이 나와 있었다.) 그생각을 하면 신랑에게 늘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살림 그 많은 과정 중에서도 유독 청소에 취약한 나.



하다 못해 신랑에게 청소 서비스를 좀 신청해볼까 부탁하기도 하였는데,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냥 살자~ 하고 대꾸를 하는 바람에 그것도 실행을 못하고 (사실 바깥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1회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와서 손을 댄다는 것도 찜찜하기도 할 것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다른 식구들이 와서 후다닥 정리를 하면 잠깐동안이라도 어쩜 그리 빠르게 정리가 되는지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내가 정리하면 한도끝도 없고 제대로 정리도 안되는 것인지..



그냥 치우는게 우선이 아니라 우선, 이걸 어디에 두고 뭘 버리고 부터 등등을 고민하느라 일이 진행이 되지 않아 청소가 어렵게 느껴지고 하다가 포기하고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집안에 한가득 쌓여있는 장난감, 그 중 아이가 가장 열을 올리는 레고를 드디어 좀 한 곳에 모으기로 하였다. 커다란 장난감 통 하나를 비워서 레고를 채우는데, 그 커다란 통 하나가 가득 차고도 작은 통들에도 가득가득 쌓인 레고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도 우선 그렇게 좀 정리를 했다는 데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다른 부분들도 눈에 띄게 깨끗하게 정리하고픈 마음에서 눈을 더 돌리니, 어디에 어떻게 배치를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짜증만 부리고 있으니 신랑이 외출하자 하여서 외출하고 돌아오니 그대로 쌓여있는 거실.

매번 나의 청소가 실패로 돌아가는데는 나의 지루함과 끈기 부족에 있던게 아닌가 싶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갈한 곳에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며 나를 닦아가는 것, 잡념을 없애고 핸드폰 등의 불필요한 정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에서도 주변 청소부터 하라고 되어 있었다. 사실 요즘 나를 사로잡는 잡념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는 가정주부이고, 아이도 사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없을 정도로 유순한 편인데도 그래도 다섯살인지라 가끔 말안듣는 행동을 할때가 있어 짜증을 부리곤 했는데, 엄마가 먼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아이와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재미나게 놀아주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면 우리 아이가 그렇게 짜증낼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들처럼 산다는 것이 어려운게 아닌데.

사실 신랑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모두가 이상적인 그런 식구들인데..

나만 늘 미안한 마음을 달고 사는 것 중 하나가, 청소를 잘 못 해서 식구들을 깨끗한 공간에서 살지 못하게 하였다는 죄책감이 들고 있어서였나보다.


나를 위한 마음, 식구들을 위한 마음, 모든 것이 깨끗한 환경, 내 마음을 닦는 그 과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어수선한 청소법을 두루두루 늘어놓은 그런 책은 아니고, 다만 청소를 깨끗이 해야하는 그 당위성에 대해 조용조용, 짚어주는 그런 선의 책이었다.



참선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긴 힘드나, 우선 나의 청소부터 시작을 해야겠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청소하는 그 과정에서부터 얻어지기 시작하겠지.

양가 부모님댁에 가보면 언제나 깨끗한 양가를 보고 반성하게 된다.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길래, 난 못하겠어. 하고 지레 포기하고 말았던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나니, 참 기운 빠진 인생이 되었는데 예전의 자신있던 나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 시작은 아침 청소부터 시작하련다.

눈뜨면 인터넷부터 켜던것을, 이제는 눈뜨면 정리하는 것으로.

또한 너무나 당연한 말들인데 (특히 동생이 언니, 제발 제 자리에 좀 둬~ 하고 지적하던 바로 그것)

원래 제자리에만 두면 정리정돈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우선는 그냥 어딘가에 걸쳐버리고 나니 그 나중에 없어지고, 쌓이고 해서 청소가 더욱 가중되었던 것 같다.



우선은 아이가 주로 놀고 활동하는 거실부터 화사하게 정리정돈하고 아이와 재미나게 놀아주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

신랑에게도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 들지 않도록.

스님의 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소가 곧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삶의 의미를 좀더 깊이 부여해서, 실행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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