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절판


클래식을 즐겨 듣는 신랑과 달리, 조예가 깊지 못한 나는 클래식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듣고 있으면 참 좋기는 한데, 그냥 그것이 다일뿐, 찾아서 더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클래식에 거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내게도 귀에 익은 몇 유명인이 있었는데, 그중 우리나라의 정 트리오는 잊을 수 없는 음악가 집안이었다. 한 집에서 세명의 천재 음악가가 나오다니, 그것도 지금처럼 유학이 쉬워진때도 아닌 때에 말이다. 놀라운 것은 형제 자매가 셋이 아닌, 원래는 7명의 형제 자매라는 점이었다.



몇년전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책을 저술한 분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자녀들을 모두 하버드 등의 최고 대학의 교수로 만들거나 그 수준으로 키워낸 놀라운 어머니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정명훈님의 어머님도 그분을 떠올리게 하였다. 당시로선 드문 신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음악을 중시하는데 있어서 정말 당시 다른 어떤 이보다도 더욱 깨인 눈을 가진 분이 정명훈님의 어머니가 아니셨나 싶다.



이 책은 명진의 유명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중 한권이었는데, 읽기 지루한 일반 위인전들과 달리, 실제 가까이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몇백년전의 오래된 위인이 아닌, 실존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이들에게 더욱 와닿는 롤모델을 골라, 현대판 위인전으로 보다 재미나고 실감나게 쓰여진 책 중 한 권이었다. 청소년 책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빠르게 정명훈님의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인터뷰를 하기 싫어하고, 음악으로 모든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과묵한 성격의 정명훈인지라 이 분의 이야기를 다른 매체 등을 통해 쉽게 접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형제분들이 가끔 방송에 나와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적이 있다고는 하나 말이다. 아뭏든 이 책을 통해 정명훈님과 그 가족분들의 성장배경에서부터 오늘날의 정명훈님이 있기까지 본인의 불철주야 노력뿐 아니라 어머님의 물밑 배려가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일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대학교육까지 받았던 신여성인 어머니였지만 근현대사가 격랑을 이루던 시기였기에 할만한 일이 많지 않아 시장통에서 국밥 장사를 해야했다. 시장통이란 환경탓에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까 걱정한 어머니는 음악에서 정서안정을 찾기로 하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피아노를 가르치기로 하였다. 우선 빚을 내어 야마하 피아노 한대를 빌리고, 선생님을 모셔다 아이 셋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6.25가 터지고 부산으로 피란을 가는 틈에도 결국 구입하게 된 피아노를 들고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트럭에 실고서긴 했지만, 모든 재산을 다 놓고 가던 시절에 피아노라는 큰 짐을 들고 가다니, 정말 이런 맹모가 따로 있을까 싶었다. 전국에서 모인 우수한 선생님들을 부산에서 만난 고로 엄마는 오히려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을 기뻐할 정도였다.



네 아이의 음악 교육을 하면서, 점차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찾아주게 되었다.

그리고 밑으로 태어난 세 아들들은 어리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살림 핑계로 어린 아들들에게는 음악을 접하게 할 생각을 못하고 있던 차에, 그녀의 아이들이 모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이화여전 후배가, 밑에 아이들도 혹시 모르니 가르쳐보겠다 나서게 되었다. 명철과 명훈, 즉 다섯째와 여섯째를 보내 가르쳤는데, 명훈은 그녀의 아이들 중, 음악 특히 피아노를 재미있어한 유일한 아이가 되었다. 소질 또한 남달랐고 말이다.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통의 어려웠던 시절서부터 유학자체를 꿈꾸기 어려웠던 때에 엄마의 발이 부르틀 노력으로 하나하나 성공의 자리로 올려놓는 과정들을 놀라워하면서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귀에 익숙했던 정명훈님의 지휘가 얼마나 유명하고 고된 과정이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단지 피아노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잘 할수가 없었다. 피아노와 함께 어우러지는 다른 악기들까지 함께 훑어봄을 배우게 되면서, 그는 지휘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은사님들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존경하고 영향을 깊이 받은 분인 지휘자 줄리니는 오케스트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전권을 가진 자의 지엄한 지시가 아니라 공기 중에 뿌려져 확 퍼지는 향수와도 같았다. 118p

사실 사람이 부드럽고, 사랑으로 대한다 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것을 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 오히려 강압적으로 군림하는 강자들에게만 순종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정명훈님의 롤모델 줄리니라는 분은 이상적으로 그 과정을 승화한 분 같았다. 지휘자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롤모델로서도 부러운,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젊은 나이에 세계의 지휘자의 최고봉에 선 정명훈님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정말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천재로 태어났어도, 세계를 호령할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야말로 제대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줄리니를 롤모델로 삼고 커나간 정명훈님처럼 우리 청소년들도 정명훈님을 롤모델로 삼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그런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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