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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탄 자신을 웅크리고 드러내지 않는 소녀,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그녀의 옆에 때마침 앉게 되었으면서 어쩐지 그녀에게 자꾸 비호감처럼 느껴진 남자 폴, 두 사람의 운명적인 비행기에서의 만남은 표면상으로는 그냥 이렇게 보였다.
사실 소녀는 자살을 한번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있다가, 모범적인 일로 점수를 쌓아 엄마에게 갈 기회를 얻어낸 것이었다. 그 비행기 안 화장실에서 자살하겠다는 2차 계획은 꼭꼭 숨겨둔채 그녀는 거짓말을 일삼아왔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약을 입에 털어넣는 순간, 비행기가 갑자기 암흑이 되고, 튕겨나가는 느낌으로 여기저기 부딪히더니 급강하하고 말았다.
사람들과 얽히는 것도 싫고, 그냥 죽음만을 동경하던 소녀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간신히 목숨을 구한 단 하나, 아니 단 두명의 생존자 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차피 죽으려 한 것이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 앞에서 눈꼴 실만큼 애정을 표현하던 새댁인 마거릿은 죽었고, 죽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자기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너무나 죄스럽게 느껴지는 일이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생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어도, 운이 닿지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이렇게 얼어죽기는 싫었다.
그녀가 끔찍히 듣기 싫어했던 , 오지랖 넓던 그 옆자리 청년 폴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고, 같이 살아남기 위해서 그와 함께 해야함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폴과 우정과 사랑을 쌓아나간다.
행복할 거라 믿었던 날에, 자살한 아버지, 그리고 또 자살했던 할머니, 자신 또한 죽음이 낯설지가 않다. 그냥 남겨질 어머니가 불쌍하게 느껴질뿐.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주는 상처는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하게 만들 수가 없었나보다.
폴 또한 가족의 죽음, 어머니와 형 윌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공통점을 찾아나가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더욱 강한 결속력으로 춥디추운 조난 현장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한 행보를 시작하였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침낭과 초코바 4개 정도, 그리고 빈 생수병.
추울때 눈을 물 대신 먹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다는것, 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먹을 것도 거의 없는데 그들은 아껴 나눠먹어가며 걸음을 지속하였다.
거의 폴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걸음걸이였는데, 그러다 폴이 사고를 당해 더이상 걷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제인은 더이상, 죽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 자신의 상처까지도 사랑할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세상은 또 이렇게 정말 필요한 사람을 내 곁에 두질 않는다.
참, 잔인하고 슬픈 생의 현장 앞에서, 그녀가 토끼를 잡아 굽는 과정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들이 이렇게 살아남았으면 좋겠단 행복한 바램을 가지면서 말이다. 부디 살아남아줘. 나의 바램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잡았어?"
"죽였어요. 밟은 다음에 폴이 만들어준 막대기로 찔렀죠."
나는 다리 하나를 뜯어 그에게 건넨다. 그가 살을 물어뜯더니 걸신들린 듯 집어삼킨다. 우리는 남은 고기를 찢어 내어 토끼를 싹 먹어치운다. 224p
"솔리스, 이 야만인."
225p
사실, 조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끼 등을 사냥해 먹는다는건 쉽게 쓰여지는 이야기이고 소재이다. 그런데, 정말 한번도 생명을 죽여본 적 없는 제인같은 여자아이가, 토끼를 잡아 죽여서 손질까지 해서 구울 생각을 한다는거, 책이나 영화로는 즐겨 쓰이는 소재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또한 그런 상황이기에 정말 무한 공감이 갔다. 살아남기 위해, 제인은 폴과 자신을 위해 토끼를 잡을 용기를 냈던 것이다.
서바이브,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데 상당히 몰입도가 높았고, 금새 끝을 향해 달려간 소설이었다.
목숨을 쉽게 포기하려는 소녀가 어떻게 생에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의, 극한 상황에서 그녀가 살아남는 그 이야기를, 서바이브를 통해 강렬히 만나게 되었다.
제발, 살아남아줘.
목숨이란 정말 소중한 것이다.
손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목숨이라고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까지 생각해주기를..
지금 처한 현실이 힘들다고,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이 책 서바이브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