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읽기전부터 무척이나 기대되는 소설이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오야마 준코는 자그마치 43세의 나이아 시나리오 학교에 입학, 여러 각본상을 수상하지만 무명이라 일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영상화에 필요한 원작을 쓰기로 결심했고, 1년에 열편 정도의 작품을 쓴 후에 고양이 변호사로 제 3회 TBS 고단샤 드라마 원작 대상을 수상한다. 이 책은 2012년 4월에 방영된 TBS 드라마 네코벤~시체의 몸값이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끝나긴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다 생각되었는데 정말 다행으로 이후의 작품들 역시 만들어지고,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다한다.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 <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로 말이다. 이후의 작품들 역시 얼른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39세의 변호사 모모세 타로, 도쿄대 법학부(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서울대 법대쯤)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어야할 지금 그의 운명은 사무소에서 고양이 열한마리를 키우고, 들어오는 의뢰 역시 고양이나 개에 관한 의뢰가 대부분이며 돈이 될만한 굵직굵직한 의뢰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직업은 변호사임에도 사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그가 값비싼 수임료를 물어가며 등록한 결혼정보회사에서는 30연패의 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책에 나온 묘사를 봐도 사실 그가 외모엔 그닥 신경을 안쓰는 주의임을 알 수 있었는데, 드라마를 찾아보니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바로 책 그대로 재현해놓았네 그려. 그나마 책 표지는 너무나 멀쩡하게 그려진 모습이었다. 드라마 속 그의 모습은..정말 안쓰럽기 그지없는 모습이랄까. 아저씨 이러시면 안돼요. 장가가고 싶으시다면서요. 하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역시나 배역을 맡은 요시오카 히데타카의 모습을 따로 찾아보니 아주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래, 이래야지. 참. 배우의 변신은 무제한이라지만, 참 안쓰러운 변신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드라마 내용도 궁금해지고 배역들의 모습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모두 일어로 되어있네. 얼굴과 화살표 만으로 대충 짐작을 해낼 수 있었는데, 이럴땐 일어를 모르는게 좀 갑갑하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 고양이 변호사.

그의 주변에는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직원 두명이 있다. 늘 잔소리를 퍼부어대지만 고양이 돌보기 주업무(사무업무가 본업이지만 절대 하지 않는다)와 엿듣기를 즐겨하나 사건에 관한한 절대 입은 무거운 나나에, 그리고 60정도의 나이에 베테랑 사무 경력의 신사 노로가 그의 비서이다. 사실 노로와 나나에는 천재와 얼간이의 중간쯤에 놓은 모모세를 좋아한다. 그들의 보스가 제발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하는 짓은 못 미덥지만 말이다.



모모세는 천재 변호사였지만 고양이 관련 사건을 너무나 성공적으로 이끌어, 본의아니게 고양이 변호사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었다. 돈도 되지 않은 (?) 명예를 얻다보니, 비싼 수임을 얻는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져버렸고, 그에게 들어오는 사건들이 대부분 애완동물 사건 의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영구차 절도 사건이 의뢰가 들어왔다. 꽤 큰 신발 회사의 회장의 시신이 들어있는 영구차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었다. 시신 납치사건이랄까.



시신 납치 사건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등장하지만, 사실 작품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고양이 변호사 모모세의 과거이야기가 살짝 들릴때면 많이 안타깝긴 했지만 말이다.

가슴 따뜻한 유머로 가득한 이야기라 해야할까. 일본 드라마나 소설을 읽다보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외설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고양이 변호사처럼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가득 채워진 그런이야기들이 은근히 많다.



자신의 형편을 아랑곳않고 다른 사람을 먼저 걱정하는 이들은 비단 주인공 모모세뿐만이 아니었다. 자기 코가 석자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들, 덜컥 일은 저질러 놓고서도 어떻게 수습할줄 몰라 하는 사람들.

사실 값비싼 호화영구차를 탈취해놓고서 부른 몸값이 너무 적어서, 그들의 소박함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2007년에 나온 우리나라의 그 어떤 코미디 범죄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 제목을 이야기하면 책내용에 많이 스포가 될 것 같아 꾹 참지만 말이다. 아마 읽어보신 분들과 그 영화를 보신 분들은 공감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때의 아픔으로 얼른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은 고양이 변호사.

30연패를 달성하다보니 사실상 여성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못하고, 눈만 한없이 낮아져 그저 내가 싫지 않은 여성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고 싶은 그이다. 외모는 궁색해도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직업임에도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런가보다.) 자신의 신변을 돌보기보다 버려진 고양이를 불쌍히 여기고 (버려진이라는데 주목을 해야한다.) 고양이 변호사로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 지금의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긍정적이고 착한 이 남자, 꼭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내 바램대로 진행되어 읽고서 참 행복하였다.



그러고나니 이후의 소설에선 그가 어떤 활약을 할지 또 기대가 되네.

이번 편에 나온 등장인물들 중에 사무실 직원과 비서는 그대로 나올테고, 수의사도 마저 나올테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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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즐거웠던 12기 알라딘 신간 평가단이 벌써 끝날때가 되었네요.

 

무척이나 아쉬워요.

 

이번에도 역시 좋은 책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은 다른 서점, 다른 카페와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출판사나 서점의 영향이 아닌, 신간평가단들 스스로가 결정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추천하고, 거기에서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책들을 선정해 읽고 리뷰하는 시스템이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요.

 

 

제가 좋아하는 유아 부문과 가정 실용부문을 합한 이번 활동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다섯권을 꼽아보았습니다.

 

 

 

 

    먼저 까사마미 수납개조

 

  정리벽이라곤 도통 없는 제게는 문화적 충격과도 같은 책이었지요.  이미 인터넷에서 꽤 이름을 알리신 분이시더라구요. 이분의 책에는 제 마음과 같은 내용이 참 사연으로 많이 담겨있었어요.

 

깨끗한 집에서 살아보고픈건 여자들의 힐링, 그리고 치유가 되는 과정이라구요. 신혼때처럼 그렇게 깔끔한 공간으로 되돌아가보고 싶어요.

 

청소 못한다 늘 둘러대기만 했는데 이 책 한권이면 참 많은 것을 배울 수있겠더라구요.

 

 

 제가 집계를 맡아서 최다 득표 이런 책이 어떤 책인지 아는데..

이 책은 정말 신간 평가단 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책이었구요.

제가 따라 만들어보니 정말 맛이 나요. ㅎㅎ

 

저자의 이전 책인 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도 읽어보았는데 두 책을 같이 보고 요리를 하면 브런치 한상 근사하게 차려지겠더라구요.

 

요리책의 기본이자 최고봉은 따라하기 쉽고 정말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책이랍니다.

 

 

 신기한 붓은 비슷한 내용을 다른 저자의 그림으로 읽어보았었는데 이 책의 그림이 너무나 좋아서 더욱 마음에 든 책이었어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너무나 근사하게 잘 그려낸 책이었어요.

 

신기한 붓을 못 보신 분이시라면 이 버전으로 꼭 읽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네요.

 

 

 

 

 

  빵과 과자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들은 정말 떡을 더 좋아해요. 예전엔 백설기나 꿀떡 등을 잘 먹었는데 요즘 제일 좋아하는 떡은 바로 인절미랍니다. 집근처 입소문난 떡카페에서 파는 호박 인절미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떡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라 빵 등에 비해 살찌거나 부담되는 재료가 덜 들어가고, 우리 몸에도 훨씬 좋지요. 이런 떡을집에서 만들수 있다면? 이라는 초보 주부들, 초보 엄마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랍니다.

 

 

 

 

 

 

 그림책의 내용도 무척 중요하지만 전 그림을 더욱 높이 보나봅니다.

이 책도 역시 유명한 작가 프로스트의 시가 무척이나 돋보였지만 전 그 그림이 너무 좋아 한없이 들여다보기만 해도 좋더라구요.

 

실제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그려내지 못한 눈보라 등의 모습.

정말 그림책의 품격을 한층 드높여준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즐거웠던 12기 신간 평가단 활동을 아쉽게 마무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끝이 아쉬운가 봅니다.^^

 

좋은기회가 닿는다면 연임을 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활동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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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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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그 2권째 책이 나왔다. 역시나 단숨에 읽히는 스토리.

1권에 비해 러브라인에 살짝쿵 진도가 있었다면, 두 사람이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과 남자주인공인 고우라 다이스케의 옛 사랑이 등장해 살짝 긴장감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정도랄까?

 

그저 책을 사들이고 판매하는 그 과정, 혹은 책에 관련된 손님들의 이야기 등을 근거로 그 뒤에 숨은 진의까지 파악해내는 놀라운 통찰력을 지닌 여주인공 시노카와 시오리코. 그녀는 사실 가냘픈 외모에 얼마전 스토커에 의해 상해까지 입고, 보통때도 허약한 체력을 지녔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책에 대한 놀라운 지식, 그리고 날카로운 통찰력 등은 책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어렸을 적의 트라우마로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남자 주인공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둘다 무척 수줍은 성격이라고 해야하나?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도 못하다가도 책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적극적이 되는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는 남자주인공, 그 호감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 모호하게 이어가는 고서당 주인과 알바 남자와의 관계

 

가끔 국제적인 무슨 경매에 어떤 예술품, 유물 등이 얼마에 낙찰되었다 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또 우리나라에도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가 생겨서 가끔 봤을 적에 오래된 서민들의 물건 등도 희귀성이나 보존 상태 등을 미루어 값이 매겨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고서의 세계는 이 책을 통해 더욱 새롭게 알게 된 세계였다.

꼭 문학이 아니라, 만화, 추리 소설 등도 유명한 작가의 사인본, 희귀본 등이 꽤 놀라운 가격에 거래됨을 보고 1부에서도 놀랐지만..

1부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아시즈카 후지오의 최후의 세계대전이 나온다. 가격 또한 입이 떡 벌어질 가격이다. 책에 대한 지루한 설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은 지나칠 책 속에 담긴, 아니 그 책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사연이 실제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하나의 사건을 이루는 것이 무척 독특한 구조였다. 어쩜 이런 상상을 해내나 싶었다.

 

서서히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풀려나오기 시작하고, 그녀 자신이 미스터리였던 여주인공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녀가 미처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슬퍼지는 그녀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서 말이다.

3권에서는 또 어떻게 둘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새로운 책의 세계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한 책들에 대한 궁금증, 특히 나는 시바 료타로에 대해 궁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역사소설이 아닌 추리소설로 그가 썼다는 <돼지와 장미>(책에서 등장하는 책이다)를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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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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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은 소금이지만, 아버지, 또 다른 이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한 염부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단지 그것이 이 세상 아버지들을 대표한 희생적인 아버지의 죽음, 그것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장면은 작품 속에 강하게 새겨져 몇번이나 다시 회상되는 장면이었다.

 

똑 부러지는 엄마, 그런 엄마에 비해 존재감이 거의 없던 아빠. 많은 집에서 그렇게 살아오다시피, 아빠는 거의 돈을 벌어오는 기계처럼 전락해버리고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깊어진 집들이 많겠지만 유독 그 집은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세 딸은 아빠를 도대체 무엇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놀랐던 것이 엄마가 막내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배동 일식집 주방장에게 전화를 걸어 생선을 집으로 직접 배달시켜 파티를 연다는 점이었다. 그냥 그렇게 평범한 가정이 아니었다. 일식집의 식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할 정도로 꽤나 잘 사는 그런 집의 이야기였다. 막내딸의 생일날, 묵묵히 일만 하던 가장인 아버지가 가출을 하였다. 아니, 그대로 소식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의 췌장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졌다.

 

췌장암에 걸려 실종이 된 아버지, 이후 정말 사상누각처럼 무너져버린 집, 그토록 강인해 보였던 엄마도 무너져내리고, 세 딸에게 남은건 빚더미 뿐이었다.

 

아버지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두 딸과 달리 유일하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막내딸 시우만이 끊임없이 아버지를 찾아나서고 있었다. 십여년.. 췌장암 환자인 아버지가 6개월도 못 사실 거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아버지가 살아계실거라 믿고만 싶었다.

아빠를 닮은 사람을 본 것 같다는 강경에 그녀가 내려왔다가 폐교의 배롱나무를 보고 그녀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받은 듯한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열살 차이나는 그 시인.

 

시인의 아버지는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이사를 가고, 모든 걸 감내해야함을 너무나 버거워하면서도 일용직 부두 노동자로 전락한 삶을 끝까지 이어나간 그런 아버지였다. 치사해 치사해. 온갖 굴욕을 견뎌내며 그가 내뱉을 수 있는 유일한 항거였고, 그런 그에게 대든 아내를 때리고 아내도 치사해치사해, 자식마저도 치사해가 전염되어 버리고 말았다.

 

가족은 차츰 그 자신을 다만 '통장'같이 취급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어린 딸들과도 따뜻이 지내던 시절의 짧은 추억들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이었다. 그러나 잉여재산이 불어나면서 그는 차츰 그 모든 사랑의 관계를 잃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그는 자식들을 소비의 괴물로 만들었을 뿐이었고, 아내와의 사랑 역시 서로 '빨대'를 꽂아 빠는 기능적 관계로 변모됐다.248p

 

 

그들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이 책에는 엄마보다 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강하고 쓸쓸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딸이라 같은 성별인 엄마와 더 친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우리집만 해도 아들인 오빠도 엄마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평생을 가정을 위해 일하신 아버지, 묵묵히 일하고 성실히 살아오신 아버지지만 자식들과의 대화의 창은 엄마만큼 편하게 열려있지않고 어딘가 모를 서먹함을 꾸리고 있었다. 아버지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그리고 인정하기 싫어하는 말, 내가 돈 버는 기계냐.

우리나라의 이런 모습, 편모, 편부 가정이 아닌데도, 아버지는 한국에서 돈을 벌고 아이들과 엄마는 해외에 나가 기러기 생활을 하며 아빠가 등골빠지게 번 돈으로 공부하고, 아예 외국에 눌러앉아 살거나 아버지와의 연을 끊는 가정의 해체조차 일어난다. 물론 책에선 기러기 이야기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주어지는 등짐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자녀들에게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나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님, 또 우리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우리 신랑까지.. 내 주위의 모든 아버지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이야기에 몰입되는 속도감도 엄청났고,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되어있는 듯하나 너무나 명약관화하게 연결되는 이야기들에 눈이 저절로 번쩍 뜨이는 그런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된거로구나. 뒤늦게 아버지의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100% 공감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공감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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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진희 지음 / 이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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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공감

아, 이 책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나야 솔직히 얼굴에 철판깔고 내 책 마구 읽으며 취미를 넘어선 독서를 즐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육아와 아이 교육에 지쳐 아이들 책만 읽고 육아서만 읽고, 내 책 읽을 시간은 나질 않아요 하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들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이라면 그런 엄마들에게 다소나마 힐링이 되지 않을까.






어렸을 적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화가 작품을 이해하고 뭔가에 심취하고,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학교 숙제로 다니던 작가전 감상, 그리고 유명하대서 찾아가본 전시회 관람 등이 내 미술 관람의 거의 전부일정도로 지식도 얕은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림을 굳이 이해하려 하기보다, 저자가 들려주는 육아의 이야기, 무엇보다도 결혼후 너무나 달라져 버린 엄마의 자아, 아내의 자아를 찾는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거기에 부수적인 그림이 더해진다는 것일뿐.

그림을 이해하려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없다.

저자의 설명과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쳐다보면, 그런 공감이 된다는 것이라고 편안히 이해하면 된다.



표지에 한 여자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약간 앞으로 두손을 모은 자세로 거울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책 날개를 펼치면 숨겨진 공간에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여자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이 사진이 참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한참 읽다가 중반부에서 발견한 것을 보고 또 놀라고 말았다.




이 표지의 사진은 사진이 아닌 그림이었다.

정말 사진인줄로만 알았다.

이 책의 이미지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설정해서 찍은 사진인줄로만 알았는데 2011년에 스티븐 얼 로저스가 그린 <마이클과 조지아>라는 유채로 그린 작품이란다.



아내는 거울에 비치지만 남편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메아리 없는 울림으로 그치고 마는 부부의 대화, 그 씁쓸함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조지아처럼 나만 보이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다면 대화는 이미 힘들어진다. 부부의 대화가 얽히고설켜 갈 곳을 모르게 되었을때 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한다. 75p


.



결혼을 하고 나서,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을 만나 독립된 가정을 꾸렸다는게 참으로 기분이 오묘했다.

며칠전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왔고, 다행히 신혼집 근처에 친정이 있어 시집을 갔다는 느낌이 덜 들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진 것은 바로 아기를 낳고 나서였다. 뱃속에 있을때만해도 별일 아닐 거라 생각이 되었는데, 아기를 낳고 그 아기가 내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기임을 깨달았을 적엔, 정말 엄마가 된다는 것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지나치면서 보고 책에서 봐온 그 많은 일상적인것들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 놀라운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유 시간이 이제는 전혀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내 아이니까. 내가 돌보고 내가 모든것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당연한건데도 그 일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남들은 다 잘해. 몇씩 낳고서도 잘 지내.

이 세상 많은 엄마들이 너무나 잘해내고 있어서, 초보엄마였던 나는 더욱 충격을 먹었다.

산후 우울증을 앓지는 않았지만 엄마 팔이 아닌 바닥에 등을 대고는 단 10분도 자지 않으려 한 우리 꼬맹이를 거의 8개월간을 앉아서 안고 재우면서, 밤에 한숨도 자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고문인지를 처음 깨달았다. 엄마의 사랑, 본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풀수 없는 과제였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고, 그냥 나 혼자 외롭고 지치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바로 그 위로를 받을 그 무언가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그림과 자기 사연과 그리고, 또 어느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책과 영화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가며 결혼 후 일상이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숙명 앞에 어리둥절해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지금 힘이 든 엄마가 있다면.

결혼 후 남편과의 의견 대립 등으로 힘든 아내가 있다면.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을. 글과 그림을 통해 위로받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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