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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읽기전부터 무척이나 기대되는 소설이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오야마 준코는 자그마치 43세의 나이아 시나리오 학교에 입학, 여러 각본상을 수상하지만 무명이라 일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영상화에 필요한 원작을 쓰기로 결심했고, 1년에 열편 정도의 작품을 쓴 후에 고양이 변호사로 제 3회 TBS 고단샤 드라마 원작 대상을 수상한다. 이 책은 2012년 4월에 방영된 TBS 드라마 네코벤~시체의 몸값이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끝나긴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다 생각되었는데 정말 다행으로 이후의 작품들 역시 만들어지고,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다한다.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 <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로 말이다. 이후의 작품들 역시 얼른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39세의 변호사 모모세 타로, 도쿄대 법학부(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서울대 법대쯤)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어야할 지금 그의 운명은 사무소에서 고양이 열한마리를 키우고, 들어오는 의뢰 역시 고양이나 개에 관한 의뢰가 대부분이며 돈이 될만한 굵직굵직한 의뢰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직업은 변호사임에도 사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그가 값비싼 수임료를 물어가며 등록한 결혼정보회사에서는 30연패의 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책에 나온 묘사를 봐도 사실 그가 외모엔 그닥 신경을 안쓰는 주의임을 알 수 있었는데, 드라마를 찾아보니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바로 책 그대로 재현해놓았네 그려. 그나마 책 표지는 너무나 멀쩡하게 그려진 모습이었다. 드라마 속 그의 모습은..정말 안쓰럽기 그지없는 모습이랄까. 아저씨 이러시면 안돼요. 장가가고 싶으시다면서요. 하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역시나 배역을 맡은 요시오카 히데타카의 모습을 따로 찾아보니 아주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래, 이래야지. 참. 배우의 변신은 무제한이라지만, 참 안쓰러운 변신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드라마 내용도 궁금해지고 배역들의 모습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모두 일어로 되어있네. 얼굴과 화살표 만으로 대충 짐작을 해낼 수 있었는데, 이럴땐 일어를 모르는게 좀 갑갑하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 고양이 변호사.
그의 주변에는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직원 두명이 있다. 늘 잔소리를 퍼부어대지만 고양이 돌보기 주업무(사무업무가 본업이지만 절대 하지 않는다)와 엿듣기를 즐겨하나 사건에 관한한 절대 입은 무거운 나나에, 그리고 60정도의 나이에 베테랑 사무 경력의 신사 노로가 그의 비서이다. 사실 노로와 나나에는 천재와 얼간이의 중간쯤에 놓은 모모세를 좋아한다. 그들의 보스가 제발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하는 짓은 못 미덥지만 말이다.
모모세는 천재 변호사였지만 고양이 관련 사건을 너무나 성공적으로 이끌어, 본의아니게 고양이 변호사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었다. 돈도 되지 않은 (?) 명예를 얻다보니, 비싼 수임을 얻는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져버렸고, 그에게 들어오는 사건들이 대부분 애완동물 사건 의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영구차 절도 사건이 의뢰가 들어왔다. 꽤 큰 신발 회사의 회장의 시신이 들어있는 영구차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었다. 시신 납치사건이랄까.
시신 납치 사건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등장하지만, 사실 작품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고양이 변호사 모모세의 과거이야기가 살짝 들릴때면 많이 안타깝긴 했지만 말이다.
가슴 따뜻한 유머로 가득한 이야기라 해야할까. 일본 드라마나 소설을 읽다보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외설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고양이 변호사처럼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가득 채워진 그런이야기들이 은근히 많다.
자신의 형편을 아랑곳않고 다른 사람을 먼저 걱정하는 이들은 비단 주인공 모모세뿐만이 아니었다. 자기 코가 석자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들, 덜컥 일은 저질러 놓고서도 어떻게 수습할줄 몰라 하는 사람들.
사실 값비싼 호화영구차를 탈취해놓고서 부른 몸값이 너무 적어서, 그들의 소박함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2007년에 나온 우리나라의 그 어떤 코미디 범죄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 제목을 이야기하면 책내용에 많이 스포가 될 것 같아 꾹 참지만 말이다. 아마 읽어보신 분들과 그 영화를 보신 분들은 공감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때의 아픔으로 얼른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은 고양이 변호사.
30연패를 달성하다보니 사실상 여성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못하고, 눈만 한없이 낮아져 그저 내가 싫지 않은 여성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고 싶은 그이다. 외모는 궁색해도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직업임에도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런가보다.) 자신의 신변을 돌보기보다 버려진 고양이를 불쌍히 여기고 (버려진이라는데 주목을 해야한다.) 고양이 변호사로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 지금의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긍정적이고 착한 이 남자, 꼭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내 바램대로 진행되어 읽고서 참 행복하였다.
그러고나니 이후의 소설에선 그가 어떤 활약을 할지 또 기대가 되네.
이번 편에 나온 등장인물들 중에 사무실 직원과 비서는 그대로 나올테고, 수의사도 마저 나올테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