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진희 지음 / 이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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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공감

아, 이 책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나야 솔직히 얼굴에 철판깔고 내 책 마구 읽으며 취미를 넘어선 독서를 즐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육아와 아이 교육에 지쳐 아이들 책만 읽고 육아서만 읽고, 내 책 읽을 시간은 나질 않아요 하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들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이라면 그런 엄마들에게 다소나마 힐링이 되지 않을까.






어렸을 적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화가 작품을 이해하고 뭔가에 심취하고,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학교 숙제로 다니던 작가전 감상, 그리고 유명하대서 찾아가본 전시회 관람 등이 내 미술 관람의 거의 전부일정도로 지식도 얕은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림을 굳이 이해하려 하기보다, 저자가 들려주는 육아의 이야기, 무엇보다도 결혼후 너무나 달라져 버린 엄마의 자아, 아내의 자아를 찾는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거기에 부수적인 그림이 더해진다는 것일뿐.

그림을 이해하려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없다.

저자의 설명과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쳐다보면, 그런 공감이 된다는 것이라고 편안히 이해하면 된다.



표지에 한 여자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약간 앞으로 두손을 모은 자세로 거울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책 날개를 펼치면 숨겨진 공간에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여자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이 사진이 참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한참 읽다가 중반부에서 발견한 것을 보고 또 놀라고 말았다.




이 표지의 사진은 사진이 아닌 그림이었다.

정말 사진인줄로만 알았다.

이 책의 이미지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설정해서 찍은 사진인줄로만 알았는데 2011년에 스티븐 얼 로저스가 그린 <마이클과 조지아>라는 유채로 그린 작품이란다.



아내는 거울에 비치지만 남편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메아리 없는 울림으로 그치고 마는 부부의 대화, 그 씁쓸함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조지아처럼 나만 보이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다면 대화는 이미 힘들어진다. 부부의 대화가 얽히고설켜 갈 곳을 모르게 되었을때 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한다. 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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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을 만나 독립된 가정을 꾸렸다는게 참으로 기분이 오묘했다.

며칠전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왔고, 다행히 신혼집 근처에 친정이 있어 시집을 갔다는 느낌이 덜 들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진 것은 바로 아기를 낳고 나서였다. 뱃속에 있을때만해도 별일 아닐 거라 생각이 되었는데, 아기를 낳고 그 아기가 내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기임을 깨달았을 적엔, 정말 엄마가 된다는 것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지나치면서 보고 책에서 봐온 그 많은 일상적인것들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 놀라운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유 시간이 이제는 전혀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내 아이니까. 내가 돌보고 내가 모든것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당연한건데도 그 일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남들은 다 잘해. 몇씩 낳고서도 잘 지내.

이 세상 많은 엄마들이 너무나 잘해내고 있어서, 초보엄마였던 나는 더욱 충격을 먹었다.

산후 우울증을 앓지는 않았지만 엄마 팔이 아닌 바닥에 등을 대고는 단 10분도 자지 않으려 한 우리 꼬맹이를 거의 8개월간을 앉아서 안고 재우면서, 밤에 한숨도 자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고문인지를 처음 깨달았다. 엄마의 사랑, 본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풀수 없는 과제였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고, 그냥 나 혼자 외롭고 지치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바로 그 위로를 받을 그 무언가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그림과 자기 사연과 그리고, 또 어느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책과 영화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가며 결혼 후 일상이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숙명 앞에 어리둥절해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지금 힘이 든 엄마가 있다면.

결혼 후 남편과의 의견 대립 등으로 힘든 아내가 있다면.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을. 글과 그림을 통해 위로받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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