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이브에 읽는 노엘이라니...

마치 나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인 것처럼.

어제 오늘 묵은 대청소, 그동안 손도 못대던 곳들까지 다 해내고 나서 읽는 이 책의 한줄 한줄은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세 편의 이야기와 에필로그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각각 다른듯 하지만 주인공들이 서로 연계가 되는 이야기면서 동화와 현실을 오가는 입체적 구성임에도 꽤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책 속의 책, 또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스토리였다.

 

맨 처음의 스토리에서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가 하늘을 날다가, 웬 여자아이가 하늘을 나는 것을 발견한다. 그 여자아이 머리 위에는 장수 풍뎅이가 있었는데, 어디선가 또 잉꼬가 등장을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각각의 단편들의 동화 속에서 다시 등장함으로써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절대 그냥 등장한 것들이 아닌.

그리고 반전을 위한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에.. 아..이런 안타까울 데가 하고 아쉬워할무렵.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반전으로 해피엔딩이 되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반복적인 구조였지만, 그러기에 정말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비극보다는 해피엔딩을 더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다.

 

게이스케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집의 아이였다. 부잣집 아이를 중심으로 해서, 초등학교때부터 이어진 언어폭력은 중학교때는 신체적 집단 구타로 이어졌다. 단지 게이스케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에 비해 우리집은 이렇게 부자다. 하고 떠벌리며 왕따를 주도한 아이가 정말 가증스러울 정도였고, 그런 아이가 좋아한다 고백하고 퇴짜맞은 상대가 바로 게이스케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였다는 것이 실로 통쾌한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 가난하지만 홀로 동화, 이야기를 쓰며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났던 게이스케는 그런 자신을 동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똑바로 바라봐준 유일한 소녀 야요이에게 마음을 역시 시작하였다. 야요이는 게이스케의 고통을 직시하고, 선생님께 일러줄까 말했지만 오히려 더 괴로워질 뿐이라며 묵묵히 맞고 견디는 게이스케에게 그럼 같이 그림을 그리자 ~ 말을 꺼내었다. 게이스케가 그림을 못 그리지만, 대신 글을 쓴다며 두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는 글을 쓰고, 하나는 그림을 그리는 이상적인 친구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두권의 동화책을 한권씩 나눠가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자연스레 서로에게 호감이 깊어진 두 아이는 서로를 좋아하기에 다른 이성이 끼어들까봐 불안해하는 그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워낙 좋아했으니까. 그 사이에 누군가 끼어들 틈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등학교때의 심각한 오해 하나로 멀어진 둘의 사이였는데,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 동화 작가로 성공한 게이스케는 오랜만에 동창회에 가게 되어, 그 곳에서 야요이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기다라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야요이에게 확인하려 나서는 찰나,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게이스케가 쓴 동화는 어린 아이들의 동화라기엔 좀더 섬세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순수한 게이스케의 마음이 닿아서인지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사람들조차 힘든 생활의 탈출구를 찾는 느낌이었다. 뭔가 자꾸 헷갈리게 하는 구성.

소설과 현실이 뒤섞이고, 상상했던 상황과 뒤바뀌어버린 현실 앞에서 갑자기 멍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라 아,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이 들게 하는 이야기.

그런데 끝의 이야기는 그게 과연 해피엔딩일까 싶긴 하였지만. 그래도 그 선택이 옳다 여긴 할아버지의 뜻이 있었으니 그것도 역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야할까.

 

왕따, 성폭력, 내가 싫어하는 그 모든 이야기들이 그것도 지인에 의해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동화속으로 보듬어진, 그래서 결국은 해피엔딩이 된 이야기기에.

반짝 반짝. 그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소는 일본여자들처럼 - 매일 채소를 찾게 되는 놀라운 변화
강한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먹방 추사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나도, 가끔 친정에 가서 보게 되는 추사랑이라는 아이는 자꾸 눈길이 가는 무척이나 귀여운 아이였다. 아빠인 추성훈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엄마인 야노 시호가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라는데, 집에서는 아이육아와 남편 내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대스타라는 모습을 잊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추사랑과 추성훈이 단둘이 할머니댁으로 여행을 가게 되자, 엄마가 강조해 부탁하는게 있었다. "되도록 고기를 먹이지 말고 채소를 먹게 하라"는 것이었다. 엄마가 모델이라 딸 어릴 적부터 몸매 걱정하는 건가? 하고 섣부른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요즘 엄마들, 건강에 좋다고 고기보다는 채소를 아이들에게 열심히 먹인다는게 대세란다. 게다가 일본은 워낙에 채소 열풍이 심한 곳이라, 이런 책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채소는 일본 여자들처럼>

 

이 책의 저자 강한나님은 한국에서 글쓰는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일본에 건너가 늦깎이 연예계 데뷔를 했다한다. 사실 어여쁜 외모라 연예인을 해도 되겠다 생각은 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예전에 강한나님의 책 <우리 흩어진 날들>이라는 일본 여행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여행 에세이 치고 참 괜찮다란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여행책도 아니고, 방송에 관련된 책도 아니고, 그녀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일본 여성들의 채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식품이나 요리를 전공한 사람들이 다룰 법한 책인데, 어쩌면 독자의 측면에서 주위 일본 지인들의 채소 사랑에 놀라워하며 궁금증에 좀더 파고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읽기가 우선 쉬운 책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부족한 자료와 정보를 메우기 위해 사람들의 말만 참고하지 않고 서점등에 수시로 드나들며 여러 책을 참고했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 만큼이나 원래가 채소를 좋아해 이렇게 되었어요~ 뭐 이런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의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도 나처럼(?) 어릴 적에는 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한다. 일본에서 그녀의 식탁을 책임져준 일본 지인이 그녀의 변화에 놀라워할정도로 말이다. 처음에는 자잘하게 썰은 당근과 양파까지 모두 골라냈던 그녀가 지금은 너무나 채소를 좋아하게 되어 놀랐다고 말이다. 음, 난 그 정도는 아닌데.. 나 역시도 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무척 즐기지만 어릴적에 비해 지금은 웬만한 채소들을 잘 먹게 되었다. 다만 채소를 더 좋아해서 챙겨먹고 할 정도는 아니고 볶음밥이나 반찬 등에 들어있는 채소를 가리지 않고 먹을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일뿐. 그런데 나보다 입이 짧았던 그녀가 일본에 건너가 일본 여인들의 맛있게 채소 먹는 모습에 익숙해지다보니 그녀 역시 채소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은 채소 애호가로 이런 책을 쓸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을 보며. 어떻게 하면 이렇게 채소 사랑에 빠지게 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변화의 원인이 궁금했던 것이다.

 

채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일반 책에 나온 채소의 효능 등과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제철 채소의 중요성이나 효능 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나온 요리 전문가, 식품 전문가의 책이 더 전문성이 높게 나와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 책이 신선했던 점은 일본 현지 여성들의 식탁, 밥상을 들여다보게 해주었고, 현지의 채소 열풍이나 실제 그들이 섭취하는 채소의 양, 종류 등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일본 요리책에 나오는 오쿠라 등의 재료가 낯설게 느껴져 굳이 해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그들이 자주 해먹는 오쿠라, 생무, 마 등의 우리가 잘 먹지 않는 채소들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등을 눈으로 보고 나니, 채소 섭취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구나. 어떤 채소를 먹을지 몰라 막막했는데, 콩나물, 호박, 가지 등에서 조금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별로 맛은 없을 것 같은 '그린 스무디'- 하지만 건강에는 무척 좋은 효과가 있다는, 그리고 그녀를 채소 사랑으로 이끌게 해준 일등 공신 중 하나라는 퐁듀를 떠올리게 하는 '바냐 카우다와 생채소', 채소 애호가인 미치루가 자신있게 강조한 '디톡스 효소 시럽', '두유'와 '토마토' 사랑 등등.. 다양한 채소를 정통 일본식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여러 레시피를 다양하게 활용해 즐길 줄 아는 그녀들의 요리법이 탐나기 시작했다.

 

채소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일본 여성 몇명 조차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의 건강을 위해 채소 섭취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레시피 등을 자주 접하다보니 저절로 채소 요리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 건강에 소홀했던 나 자신이 정말로 반성이 되었다.

하루 350g의 채소 섭취. 당장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 나도 좀 육식 밥상에서 벗어나 채식 위주의 밥상을 차리도록 노력해볼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이 작품에서 대중에게 너무도 친숙한,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엔터테인먼트 가 아니라 그야말로 하드코어한, 아주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의미에서.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본색은 리얼리즘의 대극에 서서 동시대 대중의 즉물적인 환상, 예를 들어 절세미녀, 절세 미남, 절세 신공, 무제한의 권력, 금력, 금단의 정보에의 접근 등에 호소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 소설이 그런 작품이며, 바로 거기에 이 소설이 제공하는 재미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

 

요시다 슈이치의 유명한 전작인 <악인><퍼레이드>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읽겠다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 못 읽었고, 그의 작품 중 읽은 책이라곤 <도시여행자><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등의 여행 에세이 같은 책이 전부였다. 책을 읽다보면 먼저 책을 읽어본 이들의 평을 보고 기대감에 작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경우도 그러했다. 그래서 늘상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는데 내가 읽은 책들이 그의 소설을 대변해주기엔 좀 무관한 책들이어서, 새로운 요시다 슈이치는 어떨까 하고 기대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하드보일드한 액션 소설이다. 그의 전작들과는 좀 많이 다른 분위기라 하니 이 책을 읽고 만난 요시다 슈이치의 첫인상이 그의 모든 것이라 정의하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전작을 읽은 사람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마당에 나는 우선 처음 만나본 그의 소설인, 이 액션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노라 말하고 싶다.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액션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베트남 병원에 들어간 어느 아시아인 남자.그리고 곧이어 그가 찾아간 일본인 남성이 살해되고, 병원은 발칵 뒤집어진다. 등장인물들에 대해 파악도 하기 전에 살인사건부터 접하기 시작하니 다소 허겁지겁, 사건에 긴급하게 투입된 초보 형사처럼, 어리둥절해하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집중하라구" 하는 식의 쪼임을 받는 느낌이었다.

 

AN통신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다카노는 그 아시아 남성이 데이비드 김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와 데이비드 김은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대립구도로 등장한다. 한일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인 저자의 시선에서 한국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거나 하는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다카노도, 그의 라이벌인 데이비드 김도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AYAKO조차도 모두가 애정이 가는 인물이랄까.

각 나라를 대표한다기에는 각국의 정보 스파이같은 이 인물들은 돈을 좇아 활동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다카노, 다오카 등의 AN 통신 정보원들은 참으로 비참한 신세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부하인 다오카가 납치되었을때 다카노는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하기는 커녕, 어떻게든 자기 혼자 해결해보려고 고군분투한다. 왜 저렇게 답답하게 행동할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에게는 하루살이와 같은 비참한 족쇄가 달려있었다. 평범한 행복같은건 꿈꾸지도 못한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그런 느낌. 그래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완벽에 가깝게 일을 해결해나가려는 그들의 근성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사람에게 그런 족쇄를 채운다는 가정은, 할복 문화가 내려앉아있는 일본이기에 가능했던 잔인한 설정이 아니었나도 싶었다.

 

처음에는 베트남 유전 개발 사업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가 그보다 더한 '돈' 냄새를 강력히 풍기는 사업으로 초점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와는 비교도 안될 가치가 있다는 사업, 바로 우주 태양광 에너지 발전 사업이었다. 이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 뿐 아니라 중국 cnox기업도 마찬가지였다. 발로 뛰는 인물들 외에도 정치권이나 여러 각국의 실제 행동대원이라고 해야할지,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니 처음엔 좀 헷갈릴 수도 있었지만, 읽다보면 금새 흐름이 잡히는 소설이었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사회, 제대로 된 정보를 물고 있다면, 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동반자도 쉽게 경계하고, 언제든 버릴 패라는 것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다. 버려질 수 있는 말로 활동하는 실제 발로 뛰는 정보원= 스파이들.

그들이 바로 다카노, 데이비드 김, AYAKO 등이었다.

 

어쩐지 그들의 마지막을 보니, 다음 편에서 또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마무리였달까.

해피엔딩 같기는 한데, 끝 장면의 느낌이 To be continued 자막이라도 올라갈 것 같은 액션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기대하고 읽었던 책인데, 알고보니 미스터리 더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기도 하였다.

미스터리 더는 보다 품격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골라 소개하겠다는 레드박스의 야심찬 시리즈로 1권인 귀동냥과 2권인 종착역 살인사건 모두 재미나게 읽었던 책들이었다. 이번 미나토 가나에의 망향 역시 마음에 들었다.

 

단편집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단편이 주는 짧고 굵은 울림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난처럼 시작된 동생의 말에 선선히 응답한 언니.

늘 자신이 희생자라 생각했던 동생에게 언니는 그리 길지 않은 답변으로 이야기를 끝맺음하고 나중에서야 동생은 언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귤꽃>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라는 책에 대해 누누히 들어왔지만 마음이 너무 쓰일 것 같다는 핑계로 미처 펼쳐들지 못했었는데..

그간 읽었던 모성, 왕복 서간, 야행 관람차 등만으로도 미나토 가나에의 최고봉까지 다다르진 못하더라도 그녀의 잔잔한듯 깊게 울리는 필력에는 감동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시라쓰나지마라는 섬. 그 섬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섬을 떠났다 다시 되돌아온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아직 섬에 남아있던 동생의 시선에서 그려진 언니의 25년만의 짧은 귀향을 그린 귤꽃에서부터 실종된 아버지를 평생 기다리고 살아간 엄마와 외동아들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어느 아저씨와의 인연을 그린 <바다별>, 너무나 먼 미지의 꿈처럼 느껴진 도쿄 드림랜드, 그 꿈나라라는 공간에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너무 멀어서도 아닌, 다만 할머니의 반대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늘 꿈을 접어야했던 어느 소녀의 수십년에 걸친 오래된 꿈이 실현되는 이야기를 다룬 <꿈나라>, 아빠를 살해한 엄마의 주홍글씨를 평생 낙인처럼 달고 살아야했던 소년의 벗어던지고 싶었던 고향의 기억을 그린, 그리고 그꿈을 이룬 자신을 끌어내리려(?)했던 고향에 대한 강한 원망이 그려졌던 <구름 줄>,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와 친구들의 오해로 왕따를 당하게 되면서 착하지만 수줍은 친구를 사귀게 된 이야기가 담긴 <돌 십자가> , 왕따 사건이 저자의 소설 속에서는 꽤 중요한 소재로 계속 자리매김을 하는데, 그 왕따 사건에 대처하는 선생님들의 대를 이은 이야기를 다룬 < 빛의 항로>에 이르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하나하나의 제목이 마치 동시처럼 참 아름다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고향 하면 참 즐거운 일, 그리운 일만 있을 법 한데, 의외로 살인, 자살? 등의 죽음에 관련된 무거운 주제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나밖에 쓸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나라는 인간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세계, 그것이 망향이다. -미나토 가나에

 

33년이라는 세월을 섬에서 살아온 저자였기에 자신만이 쓸수 있는 소설을 써내고 싶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망향이라 하였다.

고백이라는 대작이 늘 그녀의 이름 앞에 걸려 있어서, 고백을 넘을 새로운 책을 쓰고 싶었고, 이 책은 심사위원들의 극찬 속에 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분 수상을 하며 미나토 가나에 2기의 서막을 만방에 알렸다 (작가 소개 중).

 

<고백>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고백과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망향의 독특함은 인정하고 싶다.

섬을 떠난 이가 되돌아와 그 사연을 , 오해를 풀어주지 않는한, 혹은 그와 반대로 오해만 가득 안고 섬을 떠난 사람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다시 그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 들려주지 않는 한, 평생을 잘못 알고 살았을지 모를 그 많은 이야기들.

뭍혀있던 누군가의 과거가 수면에 떠오르고 그리고 그 순간 숨죽여 울게 될, 또 누군가의 혹은 내 안의 새로운 그 무언가가 샘솟게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미나토 가나에는 그렇게 툭. 마음을 울리는 소설을 써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상사에 가보지 못했고, 그에 얽힌 이야기도 몰랐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길상사 창건에 대한 비화를 접할 수 있었다.

삼각산 자락에 지어진 한식당이 제3공화국 시절 국내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이 되었다 한다. 노년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은 김영한님이 시가 1천억원도 넘는 대원각을 스님께 시주하며 절로 만들어달라 청하여 절이 된 곳이 바로 길상사라 하였다.

법정스님에게 감화를 받은 이들의 이야기는 길상사 외에 매실마을을 만들게 된 계기로도 이어진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에 대해 들어만 보고, 사실 종교도 다르고, 제대로 읽어볼 기회조차 없었지만, 워낙 유명한 분이시고, 책이었던 지라 귀에는 익은 그런 내용이었다.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법정스님은 생전에 본인이 말씀하신 바를 직접 실천하시고, 이름을 널리 알린 스님이었음에도 욕심을 버리고 죽비 하나, 불화 한점 그리고 방석 몇점만 소유하셨다 한다.




사람들이 존경하는 수많은 종교인들의 표상이 되는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사실 종교에 귀의했다고 해도 욕심을 다 버리고, 청빈하게만 살아가는 분은 극히 드문 것 같다.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모습을 강조하면서 본인 스스로는 사리사욕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봐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법정스님의 몸소 실천하신 그 진리가 사람들에게 더욱 인상깊게 남아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의 모습은 인연이 안되어 못 찍고, 길상사에서의 법정스님과의 인연으로 법정스님의 일상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는 일여님.

법정스님을 그리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에게는 생전의 법정 스님의 못다뵌 모습을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간직할 수 있는 책이 나온 것이 정말 반가운 일이 되었을 것이다. 다른 종교라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한장이라도 더 간직하고픈 마음은 미루어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길상사를 담아내었다라는 이야기 속에는 무릇 법정 스님의 사진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전의 모습이기에, 흑백으로 담아내고, 이후의 길상사의 다른 스님들이나 일반 사람들의 모습은 컬러로 담아내어 구분을 지었다.

여러 종교가 첨예하게 대립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둥글게 어울리고 화합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참으로 아름답게 비춰진다.

길상사는 우리나라 가톨릭의 성지랄 수있는 곳에 위치해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신부님, 수녀님들이 길상사를 산책삼아 나오는 사진도 간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종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독자의 시선에서는 참으로 아름다워보였다.




법당으로 가시기전에 행전을 고쳐매시던 스님의 '작은 일에도 충실하신 모습', 간간히 보여주시던 미소와 달리 드물지만 파안의 미소로 눈까지 모두 감기게 웃어주시던 미소, 사진 찍히시는 분은 사실 좀 불편하셨을지 몰라도, 옆에서 밀착 취재를 하다시피한 작가의 노력 덕분에 법정스님의 가까운 모습들, 대화에 집중할때의 버릇이라던지. 길을 가면서 손가락을 튕기던 버릇이라던지. 그분을 소중히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추억하고 기리기 위해 기억하고 싶었을 그런 여러 모습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사진집이었다.




맑고 향기롭게,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실천덕목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민활동을 펼치도록 길상사 사무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스님이 발족하신 시민 모임. 길상사의 시작 자체가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감화된 ,욕심을 버린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듯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향기로운 마음의 연꽃을 피우고자 했던 법정스님의 마음은 이제 맑고 향기롭게와 길상사에 남은 사람들로 인해 은은하게 지속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