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이 작품에서 대중에게 너무도 친숙한,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엔터테인먼트 가 아니라 그야말로 하드코어한, 아주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의미에서.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본색은 리얼리즘의 대극에 서서 동시대 대중의 즉물적인 환상, 예를 들어 절세미녀, 절세 미남, 절세 신공, 무제한의 권력, 금력, 금단의 정보에의 접근 등에 호소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 소설이 그런 작품이며, 바로 거기에 이 소설이 제공하는 재미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

 

요시다 슈이치의 유명한 전작인 <악인><퍼레이드>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읽겠다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 못 읽었고, 그의 작품 중 읽은 책이라곤 <도시여행자><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등의 여행 에세이 같은 책이 전부였다. 책을 읽다보면 먼저 책을 읽어본 이들의 평을 보고 기대감에 작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경우도 그러했다. 그래서 늘상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는데 내가 읽은 책들이 그의 소설을 대변해주기엔 좀 무관한 책들이어서, 새로운 요시다 슈이치는 어떨까 하고 기대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하드보일드한 액션 소설이다. 그의 전작들과는 좀 많이 다른 분위기라 하니 이 책을 읽고 만난 요시다 슈이치의 첫인상이 그의 모든 것이라 정의하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전작을 읽은 사람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마당에 나는 우선 처음 만나본 그의 소설인, 이 액션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노라 말하고 싶다.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액션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베트남 병원에 들어간 어느 아시아인 남자.그리고 곧이어 그가 찾아간 일본인 남성이 살해되고, 병원은 발칵 뒤집어진다. 등장인물들에 대해 파악도 하기 전에 살인사건부터 접하기 시작하니 다소 허겁지겁, 사건에 긴급하게 투입된 초보 형사처럼, 어리둥절해하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집중하라구" 하는 식의 쪼임을 받는 느낌이었다.

 

AN통신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다카노는 그 아시아 남성이 데이비드 김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와 데이비드 김은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대립구도로 등장한다. 한일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인 저자의 시선에서 한국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거나 하는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다카노도, 그의 라이벌인 데이비드 김도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AYAKO조차도 모두가 애정이 가는 인물이랄까.

각 나라를 대표한다기에는 각국의 정보 스파이같은 이 인물들은 돈을 좇아 활동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다카노, 다오카 등의 AN 통신 정보원들은 참으로 비참한 신세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부하인 다오카가 납치되었을때 다카노는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하기는 커녕, 어떻게든 자기 혼자 해결해보려고 고군분투한다. 왜 저렇게 답답하게 행동할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에게는 하루살이와 같은 비참한 족쇄가 달려있었다. 평범한 행복같은건 꿈꾸지도 못한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그런 느낌. 그래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완벽에 가깝게 일을 해결해나가려는 그들의 근성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사람에게 그런 족쇄를 채운다는 가정은, 할복 문화가 내려앉아있는 일본이기에 가능했던 잔인한 설정이 아니었나도 싶었다.

 

처음에는 베트남 유전 개발 사업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가 그보다 더한 '돈' 냄새를 강력히 풍기는 사업으로 초점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와는 비교도 안될 가치가 있다는 사업, 바로 우주 태양광 에너지 발전 사업이었다. 이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 뿐 아니라 중국 cnox기업도 마찬가지였다. 발로 뛰는 인물들 외에도 정치권이나 여러 각국의 실제 행동대원이라고 해야할지,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니 처음엔 좀 헷갈릴 수도 있었지만, 읽다보면 금새 흐름이 잡히는 소설이었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사회, 제대로 된 정보를 물고 있다면, 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동반자도 쉽게 경계하고, 언제든 버릴 패라는 것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다. 버려질 수 있는 말로 활동하는 실제 발로 뛰는 정보원= 스파이들.

그들이 바로 다카노, 데이비드 김, AYAKO 등이었다.

 

어쩐지 그들의 마지막을 보니, 다음 편에서 또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마무리였달까.

해피엔딩 같기는 한데, 끝 장면의 느낌이 To be continued 자막이라도 올라갈 것 같은 액션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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