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기대하고 읽었던 책인데, 알고보니 미스터리 더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기도 하였다.

미스터리 더는 보다 품격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골라 소개하겠다는 레드박스의 야심찬 시리즈로 1권인 귀동냥과 2권인 종착역 살인사건 모두 재미나게 읽었던 책들이었다. 이번 미나토 가나에의 망향 역시 마음에 들었다.

 

단편집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단편이 주는 짧고 굵은 울림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난처럼 시작된 동생의 말에 선선히 응답한 언니.

늘 자신이 희생자라 생각했던 동생에게 언니는 그리 길지 않은 답변으로 이야기를 끝맺음하고 나중에서야 동생은 언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귤꽃>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라는 책에 대해 누누히 들어왔지만 마음이 너무 쓰일 것 같다는 핑계로 미처 펼쳐들지 못했었는데..

그간 읽었던 모성, 왕복 서간, 야행 관람차 등만으로도 미나토 가나에의 최고봉까지 다다르진 못하더라도 그녀의 잔잔한듯 깊게 울리는 필력에는 감동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시라쓰나지마라는 섬. 그 섬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섬을 떠났다 다시 되돌아온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아직 섬에 남아있던 동생의 시선에서 그려진 언니의 25년만의 짧은 귀향을 그린 귤꽃에서부터 실종된 아버지를 평생 기다리고 살아간 엄마와 외동아들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어느 아저씨와의 인연을 그린 <바다별>, 너무나 먼 미지의 꿈처럼 느껴진 도쿄 드림랜드, 그 꿈나라라는 공간에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너무 멀어서도 아닌, 다만 할머니의 반대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늘 꿈을 접어야했던 어느 소녀의 수십년에 걸친 오래된 꿈이 실현되는 이야기를 다룬 <꿈나라>, 아빠를 살해한 엄마의 주홍글씨를 평생 낙인처럼 달고 살아야했던 소년의 벗어던지고 싶었던 고향의 기억을 그린, 그리고 그꿈을 이룬 자신을 끌어내리려(?)했던 고향에 대한 강한 원망이 그려졌던 <구름 줄>,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와 친구들의 오해로 왕따를 당하게 되면서 착하지만 수줍은 친구를 사귀게 된 이야기가 담긴 <돌 십자가> , 왕따 사건이 저자의 소설 속에서는 꽤 중요한 소재로 계속 자리매김을 하는데, 그 왕따 사건에 대처하는 선생님들의 대를 이은 이야기를 다룬 < 빛의 항로>에 이르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하나하나의 제목이 마치 동시처럼 참 아름다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고향 하면 참 즐거운 일, 그리운 일만 있을 법 한데, 의외로 살인, 자살? 등의 죽음에 관련된 무거운 주제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나밖에 쓸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나라는 인간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세계, 그것이 망향이다. -미나토 가나에

 

33년이라는 세월을 섬에서 살아온 저자였기에 자신만이 쓸수 있는 소설을 써내고 싶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망향이라 하였다.

고백이라는 대작이 늘 그녀의 이름 앞에 걸려 있어서, 고백을 넘을 새로운 책을 쓰고 싶었고, 이 책은 심사위원들의 극찬 속에 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분 수상을 하며 미나토 가나에 2기의 서막을 만방에 알렸다 (작가 소개 중).

 

<고백>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고백과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망향의 독특함은 인정하고 싶다.

섬을 떠난 이가 되돌아와 그 사연을 , 오해를 풀어주지 않는한, 혹은 그와 반대로 오해만 가득 안고 섬을 떠난 사람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다시 그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 들려주지 않는 한, 평생을 잘못 알고 살았을지 모를 그 많은 이야기들.

뭍혀있던 누군가의 과거가 수면에 떠오르고 그리고 그 순간 숨죽여 울게 될, 또 누군가의 혹은 내 안의 새로운 그 무언가가 샘솟게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미나토 가나에는 그렇게 툭. 마음을 울리는 소설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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