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최악의 여름 우리문고 22
사소 요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우리교육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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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 요코는  1996년 발표한《우리들의 최악의 여름》으로 제30회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과 제26회 아동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동과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많은 터라, 특히나 미국의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품들을 재미나게 읽고 나니, 일본에서도 아동문예 신인상을 탔다는 이 책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표지를 보기만 해도 시원한 마치 일본의 만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지 않는가?

 

"모모이와 구리다, 복숭아와 밤이로군(일본어로 모모는 복숭아, 구리는 밤)"

열세살의 주인공 모모이는 친구들과 계단에서 뛰어내리기를 하다가 옆반 구리다의 선전으로 내기에서 지자, 격분해서 무리해서 뛰다가 그만 깁스를 할 정도의 부상을 입고 만다. 이 일로 시합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에게 방학 내내 수영장청소라는 엄벌이 내려지고, 모모이의 친구들과 옆반 아이들의 하기 싫다는 뜻을 감지하고 모모이는 자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에 혼자 자원했다가 의외로 모모이를 도와 같이 청소하겠다는 구리다의 의견으로 둘이서 방학 내내 수영장을 청소하게 되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떠들썩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있을때는 남들의 몇 배나 떠들어 대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기운이 빠져 쪼그라들어 버린다.

"그런 사람을 '아랫목 대장과 심술쟁이 속'이라고 하는거야."

"아랫목 대장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잘난척, 강한 척 하지만 낯선 곳에서는 조용해지는 아이를 말하지. 심술쟁이는 비뚤어진 심사를 가진, 남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골치 아픈 아이를 말하는 거야." 52p

 

 이런 나와 달리 어쩐지 구리다는 혼자서도 고독을 즐기고 성숙해보인다. 내기에 진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그가 마음에 안들었던 터라 서로 거의 말도 않고 일만 열심히 하였다.

남말 하기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구리다네 가족이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큰 집에서 허허로이 살고 있음을 듣고, 모모이 또한 자기 집의 불화를 친구들이 알까봐 입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찮은 기회에 구리다의 여동생을 만나게 된 모모이는 다음날부터 구리다와 할말이 무척 많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 소설임에도 국내 여건과 비슷해 우리나라 소설이라 해도 믿을거라 했던 이야기를 정말 책을 읽으며 실감하였다. 특히나 모모이의 형 이야기는 워낙 뛰어난 수재였던 터라 주위의 지나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자 스스로를 테두리 안에 가둬 버린 메기가 되어버리고, 그 아픔이 가족들에게도 전해져 모두들 우울함 속에 살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에게 가족의 불운을 알리기 싫어 더 당당하게 행동하려 했던 모모이.

 

형의 웃는 얼굴을 '카하하' 하는 건강한 웃음소리와 함께 드라이아이스 상자에 넣어서 선물로 들고 가고 싶었다. 91p

 

강인한듯 하나 착하고 약했던 모모이가 좋은 친구 구리다를 만나 서로가 견고해지고 더욱 강해지는 모습은 우리들의 여름을 최악에서 최고로 승화시켜주는 그런 이야기가 되었다. 떼지어 몰려다니는 친구가 아닌 서로의 일에 열중하면서도 진실한우정을 찾을 수 있는 성숙함을 만들어주는 이야기.

 


 

이런 나를 없애고 싶은 '첫번째 나'와 그것이 불가능한 '두번째 나'가 싸우면 당연히 '두번째 나'가 이긴다. 그래서 나는 오늘까지 꼴사납고 창피한 채로 살아왔다. 하나도 태연하지 않지만 태연한 척 하면서 살아왔다. 틀림없이 앞으로 몇 십년 동안 나는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콘크리트 틈으로 돋아난 잡초처럼 끈질기게.

102p



 

장난꾸러기인줄 알았던 모모이가 차츰차츰 성숙해나가는 그 과정이 자못 진지했고, 그들의 즐거운 우정이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으로까지 이어져서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올 여름 따뜻하면서도 재미난 이야기가 생각난다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두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게 어떨까 권유하고 싶은 즐거운 만남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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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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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난 어린 아들을 두고 있어서인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마치 내 아이인양 가슴이 저리고 아플때가 있다. 이 소설 버니 먼로의 아들인 버니 주니어를 보면서도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가슴이 아프고 또 아파서..읽으면서 몇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속뜻을 헤아리고 느껴야 할텐데, 우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니 버니 먼로라는 그 토끼라는 순수한 이름을 지닌 이의 난잡한 행각들이 지나치게만 보였다. 사랑하는 아내가 낳은 자신의 아이를 보고서도 영 정이 가지 않고, 사랑이 가질 않는다. 그저 자기는 안녕이라고 말하고 그 자리를 떠야 할것같았고, 산후 조리를 도와주기 위해 온 아내의 친구의 엉덩이를 성적으로 움켜쥐는 등 도저히 보통 사람들이라면 하기 힘든 행동들을 한다. 갈수록 그의 뻔뻔한 외도 행각은 심해져만 가고, 외면하려 한 아내는 그가 외도하는 날이면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며 우울증을 키워 간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을 놔두고 자살을 하고 말았다. 

 

아이는 아무래도 자신이 길고도 긴 시간동안, 마치 100만년에 걸쳐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이는 곧 집을 나온지 겨우 3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40p

 

아내가 죽고 난 이후에도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명한 가수 에이브릴 라빈, 카일리 미노그를 성적인 대상으로 상상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성모 마리아까지 야릇한 상상으로 치부한다. 어쩌면 좋을까.

모든 여자들이 다 그에게는 그저 하룻밤 대상으로 보일 뿐이다. 심지어 아홉살 난 아들을 대동하고 다니면서도 자신의 행위에 방해가 된다며 귀찮아하기까지 한다.

음식점에서 세살난 어린 여아를 음흉스레 바라봐 엄마에게 일갈을 듣기까지 했으니 그는 정말 상식을 벗어난 난봉꾼이었다.

그의 곁에 함께 하는 아홉살난 아들.

난 그가 걱정이 될 뿐이었다.

 

엄마조차도 정신 나간 아빠라고 말했지만, 또한 아빠가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나오는 다른 아빠들- 이를테면 아이가 장님이 되지 않도록 안약을 사주거나 공원에서 놀이용 플라스틱 원반을 던져주는-처럼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아이는 아빠를 온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수백 년이 지나도 아빠를 다른 아빠와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아빠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을때 버니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버니는 바지를 발목에 걸친채로 황폐하고 낡은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 내려온다.

'도대체 어떤 아빠가 이럴 수 있을까?' 263p

 

안약을 넣지못해 심하게 부어오른 눈을 아빠의 선글라스로 간신히 가리고 있음에도 술에 쩔고 다음 대상 찾기에 골몰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상태를 보고도 파악하지 못한다. 돌아가신 엄마가 사주신 백과사전 하나를 품에 꼭 껴안고 학교도 못간채 아버지의 이상한 일에 따라다니는 아들.

 

분명 아버지 버니의 이야기였고, 그가 주인공인 소설이었지만, 내 눈에는 아들 버니 주니어만 보였다.

할아버지를 꼭 닮은 아버지, 부전자전이라는 난봉꾼 유전자를 손자는 받지 않은 걸까? 아직 어린 아홉살난 아들이 헤치고 나가야 할 세상은 너무나 험난해보였다. 못난 아버지일지언정 미친 사람처럼 이상하게 행동하는 아버지일지언정 아무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아들.

그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어 버니의 끔찍한 행동들이 용서가 된다는 것일까? 그가 한 행동들은 모두에게.. 그를 아는 모두에게 야유받을 것이었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으나 단 하나 그의 아들, 버니 주니어만이 그를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일까..

 

만약에 모두가 그를 용서한다 해도 나는 버니를 용서하지 못하겠다. 그가 여자들에게 한 못된 짓을 다 묻어둔다해도..아버지로써 너무나 못났던 그의 모습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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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좋아! 베이비 스티커 그림책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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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 시리즈가 우리 아이가 만난 최초의 스티커 책이었답니다.

22개월인 우리 아들보다 6개월 빠른 친구네 딸은 진즉에 스티커 책에 홀릭되어서 보이는 스티커마다 방이며 책에 붙여 놓고 혼자 앉아서 한권을 다 붙이며 노는데 열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들에게도 스티커 책을 사줘야지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처음으로 아들에게 선물해줬던 창의력 스티커 왕.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아기 테이블에 가서, 그 책을 붙이는데 정신이 팔려서 정말 너덜너덜할 정도로 다 붙인 책이 되었답니다. 워낙에 붙여도 시리즈는 스티커 종류가 400~600가지나 되어서 아이들이 한참을 붙이고 놀 수가 있지만, 아무래도 난이도는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좀 쉬운 것부터 시작하긴 했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같은 삼성 출판사에서 나온 동물이 좋아는 붙여도 시리즈보다 쉬운 단계였답니다.

책도 보드북이라 스티커를 떼내면 책이 다 떨어져서 너덜거리는 종전의 책과 달리 이 책은 스티커를 다 붙이고 나서도 아이에게 그림책처럼 보여줄 수 있어 장점을 갖춘 책이었어요. 붙여도 시리즈보다 더 어린 아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스티커 갯수는 100개 정도였구요.

 

맨 첫장은 역시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친근한 멍멍이부터 시작이 되네요. 그 다음에는 고양이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각종 동물들, 그리고 숲에서 만나는 동물들, 나무 위의 새들, 땅속에 사는 동물들, 바닷 속 물고기들, 뒤뚱뒤뚱 얼음나라 동물들까지 멋진 동물들이 모두모두 모여 있어서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가들과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붙이고 놀기에 재미나게 구성되어 있답니다.

 

빳빳한 보드북인것도 행복한데 우리가 교과서를 소중하게 포장했듯이 비닐로 다시 한번 쌓여있어서 (뜯어내는 비닐 말고 책 포장용 비닐 말입니다.)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엇어요. 비닐의 모서리에 아기 손이 베일까 걱정되는 엄마들이라면 과감히 비닐을 벗겨내도 되겠지만요. 책 모서리도 당연히 둥글게 처리되어 있어서 아기 엄마와 아기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답니다.

 

창의력, 동물, 그리고 한글까지 총 세권의 스티커 북으로 놀았던 우리 아들.

이 책은 사진이 아닌 그림 스티커 인데다가 구성이 새로워서 느낌이 다른가 봅니다.

혼자 또 열중하는 자세로 열심히 붙여 보네요.

 

처음에는 스티커 북인지도 모르고 데면데면하게 굴더니 (새책은 좀 낯설어 하는 편입니다. ) 책의 비닐 뒤에 붙어있던 스티커를 떼내어 줬더니 눈이 똥그래지면서 열심히 열중해서 붙이기 시작하는 모습이 엄마 눈엔 한없이 귀엽기만 하더라구요.

 

딱딱한 보드북도 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예전 붙여도 시리즈를 떠올리며 붙여놓은 스티커를 다시 떼어 다른 곳에 붙이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랍니다. 한번 붙이면 잘 안떨어지는 스티커라 아들의 의지는 욕심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왕이면 붙였다 뗐다 하는 재질이면 더 재미났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그림과 잘 어울리는 스티커의 조합이 새로운 그림책으로 재탄생되는 것 같아서 아이와 만들어가는이야기책으로 활용해도 좋겠네요.

 

재미나고 즐거운 삼성출판사의 동물이 좋아!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첫 스티커 북으로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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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의 하루
홍남권 지음 / 파코디자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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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시의 하루.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안시성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하루가 1일이 아닌 고구려 말로 "봄"을 지칭하고 있음은 또한, 한 여인을 가리키고 있는 말임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표지에 자리잡은 고혹적인 한 여인, 그저 주인공인 남자의 삼각관계이거나 할 줄 알았던 이 여인이 바로 안시의 하루, 이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이 될 그 여인이었다. 다른 주인공은 계백.

고구려 안시성의 전투에서 갑자기 백제의 명장 계백의 이야기가 나오다니, 의아하기도 하였다.

 

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교과서적 사실을 많은 부분 뒤엎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 또한 사실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팩션을 가미해서, 역사적 인물들을 재창조해내었다고 하니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와 다르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1500년전의 일이고, 역사는 기록의 지배를 받는 터라, 누군가의 의도된 기록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수정된 것이라면 우리가 알고 배운 역사가 모두 다 옳은 것이라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지금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남아있는 문헌에 의할 수 밖에 없다.

그 문헌조차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

 


 

그 후 이세민의 명으로 세상은 요동에서의 패망을 거론치 못하게 되었고, 역사에 하루성주의 이름을 남기는 것도 윤허되지 않았다. 안시성의 여자 성주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기록말살의 형벌을 받아 당나라 사서에 단 한 줄도 남겨지지 못했다. 천군 50만이라는 숫자도 기록에서 삭제되었고, 이세적의 요동도행군 15만과 장량의 수군만 사서에 기술되었다. 342p

 



 

백성 위에 군림하는 군주가 아닌 백성을 믿고 존중하는 그리하여 심복마저도 아우로 대하는 성군 계백은 백제의 왕자, 의자왕의 동생으로 등장한다. 그런 계백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타로, 그리고 고구려의 국모로 칭송될 정도로 안시성의 굳건한 여주인이 된 평강 공주와 그의 손녀딸 하루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다.

 

무엇보다도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의 화려한 부활(?)은 과연 그가 어떤 인물이었나도 몰랐던 나를 부끄럽게 하며 책을 다 읽고 찾아보게 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의 업적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보고자 노력했던 작가의 바램과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였고..

백제가 아닌 고구려의 후예가 일본의 천황이 되었다는 새로운 가설에 단지 그냥 재창조일뿐인지 아니면 정말로 어느 정도의 뒷받침이 되는 문헌을 기초로 추측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정사가 아니라 믿으면서도 역사와 허구가 혼합이 되어 있으니 읽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혼동스러워 할만도 하겠다 싶었다.

 

황산벌 전투로 아스라이 스러져간 백제의 최후의 명장 계백. 때를 잘못 타고난 그 계백장군을 뛰어난 안목을 지닌 백제의 왕자로 승화시켜 고구려 안시성의 여주인인 양만춘을 도와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한 주역으로 만들어냄은 소설이라는 장르만이 가능할 통쾌한 승부수가 아니었나 싶다.

 

1500년간 회자되지 못한 안시성의 전투, 50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당군을 이겨낸 안시성의 위대한 승리는 현세에 다시 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무모한 전투였으나 용맹한 안시성 사람들은 해내고 말았다. 이 소설은 중국이라는 그늘에 드리워져 빛을 보지 못한 조선시대의 억압된 감정을 뚫기 위해 그 이전의 용맹했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를 작가가 세상 밖으로 끌어낸 울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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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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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일본은 매혹적이었다.무엇보다 놀랍도록 잘 보존된 자연환 경이 부러웠다. 여행을 할 수록 나는 이 나라가 좋아졌다. 가까이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다니. 이토록 거대한 자연이 남아 있다니..게다가 일본은 익명의 여행자로 머물고 싶다는 욕망도, 이방인으로서 눈길을 받고 싶다는 욕망도 충족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행과 일상,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은 여행지로서 일본이 지닌 미덕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닮았고, 닮은 만큼 다르기도 했다. 이 나라에 대한 내 사랑과 관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웃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그날까지.

prologue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학창 시절에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를 읽고 정말 많이 흥분하고 분노했었다.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나라에 우리나라가 이토록 힘들어했다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갈수록 그들의 문화를 외면하고 산다는게 참 쉽지 않다는 듯 나도 모르게 일본의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무조건 열광할 필요까진 없어도 외면한다고 나아지는게 아니지 않은가? 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히 알고 있는게 중요하겠지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좋은 것은 받아들이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의 작가이자 도보여행가 김남희님도 역시 본인이 알고 있던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이 타국 여행지에서 만난 몇명의 소박한 일본인들에 의해 새로이 바뀜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일본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인도와 남미 등 타국을 여행하려던 경비와 준비를 뒤엎고 일본을 여행하며 걷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사랑하게 되었다.

 

일본 하면 시골의 문화보다는 도쿄, 오사카 등의 도시문화가 더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실제로도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도시 쪽 여행이야기가 많다. 도시에 맛집도 많고, 여행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어서 숙박하기도 쉽고 관광자원도 많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김남희 님이 보여주는 많은 사진과 길 이야기는 우리를 또다른 "일본"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정말 그의 말대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곳이 가까이 있었다니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다테야마 연봉의 최고봉 오난지야마에 서면 정말 히말라야에라도 온듯 까마득한 발밑 세상이 펼쳐진다.시레토코 국립공원에는 곰조심 표지가 달려있을 정도로 야생 불곰의 세계적인 고밀도 서식지다. 불곰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지나가다가 붉은 여우를 실제로 보기도 하였단다.

 

 

걷기는 풍경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여행이다. 발자국으로 남기는 몸의 흔적이자 지구에게 건네는 몸의 인사다. 길위에서 기다리는 모든 만남을 몸과 마음에 새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홋카이도를 걷는 동안 새삼 깨닫고 있다. 사람이 자연을 통해 얼마나 큰 위안을 받는지, 몸을 쓰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77p

 

사실 제주 올레 걷기가 아주 보편화된 트렌드처럼 인기를 끌고 있듯, 이제는 국내를 넘어서 국외, 일본에까지 걷기 여행 에세이 책이 이렇게 나와주고 있다. 여행도 좋아하고, 걷기도 즐기던 나였지만, 아기엄마가 되고 나이를 조금씩 먹다보니 차를 타는데 익숙해지고, 걷는 것은 최소화하는 여행을 하려는 게으름이 늘고 있다. 핑계는 아기가 걷기 힘들어하기때문이라는게 가장 큰 핑계였지만, 마음껏 자유로이 걸으며 세상을 온통 누리는 도보 여행가의 이야기를 읽으니 다시 한번 또 게으른 마음에 불이 지펴지는 듯 하였다.

 

자연이 만들어낸 황홀경 뿐 아니라 수백년된 전통가옥들이 즐비해있는 거리와 골목길도 걷는 재미가 쏠쏠한 코스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황폐하게 만들여 놓고 정작 자신들은 전통을 보존하며 살고 있다고 하니 다소 씁쓸하기는 했지만, 옛것을 다시 보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느껴짐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길 위에서 만난 부모님의 인연, 그리고 인연의 동생부부와의 만남 등등 저자가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책의 맨 끝에는 여행에세이다운 꼼꼼함으로 그녀가 걸어온 여행 코스와 찾아가는 법, 여행 팁 등을 지도와 함께 소상하게 싣고 있다.

 

그녀를 따라 걸으면 정말 제대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채워줄 수 없는 허전함이 있다 하면, 일상이 아닌 낯선 여행지에서 채워줄 수 있는 헛헛함이 아닌가 싶다.

책을 따라 걷는길, 그녀의 소개를 받아 찾아가는 길, 그 길 위에 서면 비로소 걷기의 진정한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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