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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위트 뉴욕 - 혀끝에 맴도는 뉴욕의 백만 가지 맛
김지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마이 스위트 뉴욕을 읽기 전에 처음에는 얼마 전에 읽은 도쿄 관련 책처럼 스위츠, 말 그대로 디저트에 대한 맛집만 수록된 책인 줄 알았다. 읽어보니 디저트 뿐 아니라 뉴욕의 유명한 맛집들을 모두 소개하는 책이다. 17편의 주요 맛집에 얽힌 저자의 에세이와 175개의 레스토랑을 따로 부록에 소개해낸 정성. 그리고 뉴욕 맛집이 수록된 뉴욕의 지도까지..
사실 나는 요리도 여행도 몹시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맛집 탐방이다.
용기가 없어 저자처럼 과감히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로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요리를 전공하기 위해 뉴욕까지 떠날 자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있는 선택을 한 그녀를 보며 한없이 부러운 마음은 들었다. 그냥 부러워만 하는 소시민. 그래도 그녀의 요리수업 외에 하루에 5끼를 소화해가며 1년 동안 치열하게 맛집을 찾아다니는 실험 정신과 맛있는 요리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앞으로 전공이 아닌 순수한 취미의 여행으로써의 뉴욕을 그리워하게끔 만들어주는데는 충분히 보탬이 되었다.
미국에 3년동안 파견근무를 다녀온 친구가 미국의 치즈케익은 너무 달아서 못 먹고, 웬만한 핫도그와 피자도 너무너무 짜서 못먹겠다 불평한 적이 있었다. 그런 친구가 잠시 한국에 다녀오는 사이에 먹은 그 음식들이 이번에는 너무 싱거워서 먹기 힘들었다며, 살다보니 적응되더라 하는 말을 전해준적이 있었다.
책속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달콤한 컵케이크로 너무너무 유명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한참 줄을 서서 컵케이크를 샀더니 한번 베어무니 머리가 띵할정도로 달아서 하나를 다 먹지 못했다는 말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띵할정도로 달콤한 맛이 오히려 그리워지더란 작가의 말에 친구가 떠올랐다.
단 것도 느끼한 것도 잘 먹는 나는 어쩐지 뉴욕에 잠깐 가 살다오더라도 살이 찌면 쪘지, 굶다 오지는 않겠단 생각과 더불어 말이다.
생각만 해도 달디단 그 맛, 사실 컵케이크라 하면 내가 알고 있는 머핀만 생각했는데, 그 위에 버터 크림이나 생크림등을 얹어 더 달콤한 맛이 나게 장식한 것이 컵케이크라 하였다. 그렇다면 여태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단 건데, 책을 읽고 나서 무수하게 맛있어 보이는 많은 다른 음식을 제외하고, 바로 그 달콤한 컵케이크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졌는데, 이 근처 제과점에서는 팔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섹스앤더시티의 여주인공들처럼 입주변에 크림을 묻혀 가며 한입 가득 베어물고 싶었는데 말이다.
어디를 놀러가든, 항상 가장 중요한 정보로 맛집을 챙기는 나로써는 뉴욕 여행을 위해서는 이 맛집 정보가 아주 꼼꼼히 실려 있는 책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에 대부분의 맛집이 모두 모여 있고, 사람들이 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맨해튼. 이 곳에 대한 책들을 자주 읽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뉴욕에 대한 환상을 자꾸 갖게 되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뉴욕 맛집 가이드 중에 가장 저명하게 알려진 자갓과 미슐랭을 많이 참고한 그녀
50여권에 달하는 한국, 일본, 미국의 뉴욕 레스토랑 관광서와 잡지를 읽고, 300여곳의 레스토랑 및 카페 방문을 통해 뉴욕을 맛보는데에 정신을 쏟았다. 그 소중한 순간이 담겨져 있는 이 책.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내 수첩은 더이상 진열대에 숱하게 진열되어 있던 새것이 아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뉴욕 맛집 여행서이다. 수첩에 빼곡히 적었던 레스토랑 리스트에는 <자갓>과 <미슐랭> 같은 유명한 레스토랑 가이드뿐 아니라 <New York> <Time Out>같은 주간지 정보도 있었다. 74p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대통령도 찾아와 먹은 집,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배경이 되기도 한 집, 2006년에는 <미슐랭> 3스타인 다니엘의 직원들이 회식을 했다 하여 더욱 화제가 된 집, 카츠 델리카트슨이라는 핫도그 가게.
자갓의 넘버 1레스토랑인 그래머시 태번에서는 코스 식사에 대한 하나하나의 메뉴 품평이 자세히 나온다. 그냥 어떤 메뉴가 어떻게 나왔더라가 아니라 상세한 설명이 사진에 덧붙여져서 정말 내가 식사라도 하고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었다. 게살은 집게발 부위인데 어떻게 이렇게 잘 벗겨냈나 감탄할 정도로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한입 베어문 게살은 적당히 잘 익어 촉촉하고 쫄깃해 크리미한 순무 퓌레와 석류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통통거렸다. 51P

수많은 맛집 정보를 많은 서적을 통해 분석하고, 스스로 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서, 수첩에 그녀만의 기록으로 승화하여 한권, 아니부록까지 두권의 책으로 압축해낸 정성. 그 축약된 정보를 읽고 있자니,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저 내가 여행을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책 읽기와 인터넷 검색밖에 없는데 객관적인 정보를 이렇게 많이 검색해서 비교해볼 수는 없지 않았을까 싶으니 말이다.
뉴욕을 나누고픈 마음이 어우러져 나온 즐거운 마음이 깃들어진 책, 이 책을 통해 만난 뉴욕은 달콤하면서도 새로운 맛이었다. 나도 얼른 뉴욕에 가서 맛보고 싶은 몇집을 골라두고 나니 마음이 급해진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