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 In the Blue 8
김현정 지음 / 쉼 / 2012년 10월
절판


번짐 시리즈가 이 책까지 총 9권이 시중에 나온 듯 싶다. 그중 내가 읽어본 번짐 시리즈는 5권 정도가 되는데, 그 중 저자분이 백승선님이 아닌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파리 편은 기존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지성과 감성, 두 권으로 나뉘어 나왔다. 지성은 김현정님이, 감성은 백승선님이 저술한 책이었다. 지성과 감성 파트를 나누었다고 해서, 다닌 곳들이 전혀 다른 곳도 아니다. 오히려 겹치는 곳들이 상당히 많아 놀라웠다. 쌍둥이같이 닮은 듯 다른 느낌의 이 두권의 책은 그래서 더욱 독창적인 번짐 시리즈가 되어주었다.

이 책 역시 기존의 번짐시리즈처럼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책을 통해 여행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지성이라는 말 답게 사진도 많지만, 글을 조금 더 많이 실었다는 차이점도 있다. 읽을 거리가 많아 좋기도 하지만, 한편 아쉬웠던 점 하나는 뒷부분에서 많은 그림 부분을 설명해줄때 참고 사진이 너무 작아서, 알아보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아예 실지 않거나, 실으려면 좀 크게 실어서 눈에 띌 정도는 되어주면 좋았을 텐데, 거의 증명사진 만하게 나온 사진들은 제대로 형태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 이외의 사진들은 만족스러웠다.

이 책의 서문은 더욱 특별하기도 하였다. 저자분도 결혼한 여성이기에 사실 여행 작가로 여기저기 다닌다는 것이 가족들을 신경쓰지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닌, 아예 해외 거주는 그래서 꿈꾸기만 할뿐 실행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외국 할머니 한분이 그런이야기를 해주었다 한다.

"늙은 것보다 나쁜 조건은 없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속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4p



사실 나 역시도 그녀 같은 고민을 많이 안고 살아왔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난 항상 늦은 나이같았다. 그런데 남들이 보면 한참인 30대의 젊은 나이인데, 항상 뭐가 안되고 걸리고, 하면서 재어보기만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일흔이 넘은 할머니도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나는 두려워하는게 너무나 많았다. 그녀의 글에서 그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스쳐지나온 파리의 족적과 사진들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더욱 큰 묘미는 백승선님의 파리 감성여행과 함께 읽으니, 퍼즐의 잃어버린 반쪽을 맞춘 듯, 명쾌하게 이해되는 느낌이랄까?

아마 같은 여행지를 다룬 여러 여행서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다녀온 곳들이 비슷한 두 책을 통해 (그것도 같은 타이틀을 달고 나온 두 책이기에 더더욱) 같은 장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야기가 겹치지 않고 묘하게 이어지는 그 느낌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누구든 붙잡고 이야기하고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파리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비슷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겹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같은 곳을 다른 이가 다녀오고, 다른 책을 써냄으로써, 어떻게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를 눈으로 비교확인하는 재미는 정말 그야말로 참신한 재미라 할 수 있었다.

파리의 다리 하면 퐁네프를 제일 먼저 떠올렸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다리는 의외로 철제로 만들어지고, 걷는 부분은 목재로 이뤄진 퐁데자르라 한다. 또 가장 화려한 다리로 알려진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정말 보이는 입이 벌어질만큼 아름다운 그런 다리였다.

사실 사진 속에 담긴 파리의 모습들이, 아름다운 곳들만 골라 담아내 그런 것인지 몰라도, 관광객들이 스파팅하며 찍어온 그런 사진과 확연히 다른 느낌 (전문가가 찍어 그런지 몰라도)이 들어 파리에 대한 매력적인 면들을 더욱 부추겨 주었다.

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도 나온다. 또 마리 드 메디치라는 비운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은 장소만 남아있는 그 곳들을 기리며, 역사의 한 토막을 장식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도 또한 기억할 만한 일이었다. 파리를 여행하기전 이렇게 쌓아놓고, 기억해둔 것들이 직접 다녀보게 되면 여기가 그런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그 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가보지 못한 유럽, 그 중 정말 가보고 싶은 파리라 그런지, 한권의 책이 아닌 두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이 만남이 더욱 행복한 추억이 되어 주었다. 따로 봐도 괜찮지만, 두 권을 쌍을 이루어 보면 더 새로운 느낌을 받을 거라 확신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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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이 번지는 파리 감성여행 In the Blue 9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11월
절판


처음에는 각각의 파리 여행책을 따로 읽었다. 그리고 책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자, 그 이야기가 맞는지 다시 책을 비교하면서 두번째 읽어보게 되었다.



여행서를 좋아하고 다양하게 읽어보았다 생각하지만 번짐 시리즈가 주는 느낌은 참 신선하였다. 사진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멋진 그림 같았으며, 그 사진들로 글을 대신하는 많은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사진이 주는 감동이 무한한 책이라고나 할까.

백승선님의 책이 사진이 주는 그 느낌이 강렬하다고 하면, 이번 파리 책에서는 또다른 번짐 시리즈가 있어 김현정님의 책과 함께 어울려 읽을 수 있었기에 글이 부족한 느낌을 김현정님의 책에서 찾아 읽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백승선님이 올려준 사진 퐁피두 센터의 니키 분수로 유명하다는 스트라빈스키 분수에 대한 사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는데, 그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김현정님의 책에서 만나 볼수있는 그런 식이었다. 정말 감성은 백승선님이 지성은 김현정님이 나누어 맡은 것이 딱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싶었다.



피카소와 같은 경쾌한 느낌의 놀라운 분수를 건축한 니키 드 생팔은 사실 어릴 적 아버지와 사촌오빠에게 당한 성폭력의 아픔을 평생 간직한 여성이었다 한다. 이후 10대에 갑작스러운 결혼과 출산을 하고, 현모양처의 굴레로 살아간다는것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림을 통해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한다. 충동적인 결혼과 친족 성폭력의 아픔을 그대로 끌고 가야했던 그녀의 아픔은 의외로 너무나 발랄한 피카소 풍 그림처럼 개성적인 분수로 남게 되었다.

파리의 아름다운 다리, 퐁데자르, 퐁네프, 알렉산드르 다리 등의 이야기 역시 멋스러운 사진과 함께 다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건축물까지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아름다운 파리의 그 곳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당연하겠거니와 노트르담 성당, 사크레쾨르 성당(백승선 저자분의 불운한 여행의 추억이 담긴), 오페라 가르니에,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오르셰 미술관 등등.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멋스러운 곳들이 한가득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벤치에서의 휴식을 찍은 그 모습조차도, 그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 여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카페를 찾는다는 파리지엔들의 일상 등등이 말이다.

다시는 파리는 안가.

파리 학회를 다녀 온 후 가이드와 여행사를 잘못 만난데다가, 하필 파리 지하철 파업까지 겹쳐 생고생만 하다 온 신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파리가 그다지 낭만적인 도시만은 아닌듯 싶은데...

책 속의 파리는 이보다 아름다운 도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생지옥처럼 느껴졌을지 모를 그 파리가, 내게는 꼭 가보고 싶은,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울 것 같은 그런 매력적인 도시로 각인되어버렸으니, 이 책임을 번짐 시리즈에 물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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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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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물빛을 닮은 맑고 투명한 수채화, 그림 역시 하나하나 흐트러짐 없이 잘 그린 스케치의 그림.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참사 현장에 갔던 저자는 난생 처음 스케치북이 백지인 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풍경은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지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차마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3년후의 봄,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자선행사인 천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가해달라는 한통의 편지를 받고, 1998년 11월 천 명 중 한 사람의 첼리스트가 되어, 다시 잊어서는 안 될 풍경 앞에 섰다고 한다.

백지였던 스케치북은

첼로를 켜는 사람들의 크로키로 메워져갔다.

그로부터 2년, 이 그림책이 완성되기까지

내가 그린 첼리스트도 천 명이 되었다.

이세 히데코.



특별한 그림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000명의 첼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저자의 그림책.

지진으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 마음이 이제는 천명의 첼리스트를 그려낸 결과로, 한권의 그림책이 되어 바다 건너 내 손에 오게 된 것이었다.


첼로 교실에 처음 온 그 아이.

나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곡을 술술 켤줄 앎에도 화를 내는 것 같은 연주를 하는 소녀였다.

소녀는 어느 날 나를 불러 세워, 네 첼로 소리는 강아지처럼 앙앙 거린다고 이야길 해주었다.

소년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사랑했던 강아지 그레이를 잃고나서 아빠가 사다주신 것이 이 첼로였기에


소년과 소녀는 같이 첼로를 연주하며 가까워졌고, 그러다 첼로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게 되었다.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

지진으로 무너진 마을이나, 피해를 당한 마을의 사람들을 응원하는 음악회.

소녀는 선뜻 하겠다고 나섰다.


소년과 소녀에게 친절하게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대해 일러주셨던 첼로 할아버지는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슬픈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3년전, 마을도 집도 가족도 친구도 60년을 함께 한 소중한 첼로마저 앗아간 고베의 아픔을 말이다.

그리고 소녀 또한 고베에서 온 소녀였다.



소년은 그들의 아픈 고통을 완전히 함께 할 수는 없었으나 같이 연습하고, 노력함으로써 강아지 앙앙 거리는 소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그렇게 연습을 하고, 천명의 첼로가 켜지던 날, 천개의 소리가 하나의 마음이 됨을 느꼈다.



직접 그 음악회에 참가한 것은 아니나, 갈수록 절정을 향해 치닫는 그 느낌이 그림책이었음에도 오롯이 감동적으로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읽어주려 집어든 책이었는데 읽을때마다 내가 먼저 엄숙한 울림을 느끼게 되는 책이랄까.


천개의 바람, 천개의 소리..

천명의 첼리스트들의 그 연주가 얼마나 웅장한 울림이었을지..

그 노래를 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대지진 이후, 고베에서는 25만 그루의 목련을 심었다.

목련은 봄이 되면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란다

마을마다 나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내일에 가닿은 걸까?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 우리의 소리가...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소리와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감동 그 자체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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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 폴락 1 - 선택받은 소녀 옥사 폴락 1
안 플리쇼타.상드린 볼프 지음, 이혜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한 여자아이가 태어나고, 걱정하는 아버지와 반대로 할머니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바로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이 될 것이기에..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아기는 중 2 소녀가 되었고, 파리에 살던 그녀의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를 오면서 성 프록시무스 중학교에 그녀와 그녀의 절친 구스가 같이 전학을 오게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그녀의 담임을 맡게 된 맥그로우 선생은 초반부터 그녀에게 유독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사실 그녀는 에데피아의 젊은 여왕이 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소녀였다. 지도상 좌표로 쉽게 찾을 수 없는 에데피아라는 공간, 반역자들에 의해 그 곳을 떠나게된 여왕의 후손인 옥사 폴락네 가족과 그녀를 돕는 탈주자 일원들은 소녀가 자신의 배에 드디어 여왕의 무늬가 나타나고, 마법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에데피아로 돌아가기 위한 여왕의 기본 교육과 훈련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사사건건 학교에서 그녀에게 시비를 걸던 선생님이 사실은 반역자 오시우스의 아들 오손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졌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기에 (판타지의 단 일부일뿐인데도 벌써 이렇게나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였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요약하려 해도 정말 그 스토리를 다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을 정도였다.

흔히 청소년 판타지 소설 하면 떠올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도 있지만, 요즘의 판타지 소설들은 조금씩 그 양상을 달리해서 새로운 구도로 모색을 해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학생이지만, 여기서는 거죽만 선생님인 적과 공공연히 대적하는 그런 관계가 나타나는 가 하면 청소년기 소설 답게 어린 아이의 생각일지언정 어른들 또한 소녀의 생각에 귀기울이고,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많이 자란 것 같아도 아직 어리다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분했을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소설이 정말 그야말로 환타지 같을 터.

굳이 소설에서처럼 갖은 마법과 비술을 부리지 않더라도, 내가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 어른들까지도 나를 필요로 하고 나 하나가 주목받는 그런 위치에 있다면 그 자체가 환타지가 되리라.

 

여왕이 있어야 에데피아로 가는 문을 열 수 있기에 탈주자 뿐 아니라 반역자들까지도 여왕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맥그로우는 끝없이 옥사를 괴롭히고, 그녀를 납치하려 하는데, 옥사와 옥사의 가족들, 또한 옥사의 절친인 구스까지도 힘을 더해, 그 일을 호락호락하게 만들지 않는다. 맥그로우라는 악역을 책의 끝까지 끌고 가려다보니, 좀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아비쿰 할아버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출생이나 그저 존재감없는 줄 알았던 폴딩고들의 놀라운 비밀 폭로 등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기도 하였다.

 

2부에서는 옥사와 주변인물들, 그리고 옥사를 위협하는 새로운 세력의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또 어떤 이야기와 새로운 마법들로 우리 귀를 쫑긋하게 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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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구판절판


절에서는 최소한 하루 세 번의 청소를 한다고 한다. 청소란 그냥 공간을 쓸고 닦는 것 이상의 의미, 수행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공간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닦는 행위.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건, 갈수록 무뎌지는 청소에 대한 내 무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나도 지저분하고 정리안된건 싫은데, 자꾸 정리안된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꾸 청소가 아닌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곤 하였다. 마음 한켠에서는 우리집도 좀 깨끗하게 해놓고 살고 싶은데 아이가 금새 어지르네? 이러고 그냥 넘어가는 것, 정리해도 바로 어지르고 또 정리해도 또 어지르고. 그래도 정리하고 또 정리해야하는데도, 어떤땐 정말 이게 다 뭐야? 이런 상태로 방치해놓을때도 많았다.



아이가 있다보니 장난감과 책도 많아지고, 아이 관련 용품들이 많아지다보니 수납해서 넣어둘 공간이 필요한데 장난감 수납장을 따로 안사서 아이의 많은 장난감들이 갈곳을 잃고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저기 모아두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딘가 쌓아두고 싶어도 가구를 사서 놓을데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방치하니 그냥 방치가 계속 쌓이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데, 자꾸 내가 무뎌지는게 문제였다. 아이에게 정리안한다 뭐라고 하면서도 정작 나도 제대로 정리를 안해주니 이거야 원.



집안이 깔끔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퇴근하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남편 또한 집에서 휴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주변에서도 많이 들은 말이었고 책에도 그 말이 나와 있었다.) 그생각을 하면 신랑에게 늘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살림 그 많은 과정 중에서도 유독 청소에 취약한 나.



하다 못해 신랑에게 청소 서비스를 좀 신청해볼까 부탁하기도 하였는데,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냥 살자~ 하고 대꾸를 하는 바람에 그것도 실행을 못하고 (사실 바깥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1회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와서 손을 댄다는 것도 찜찜하기도 할 것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다른 식구들이 와서 후다닥 정리를 하면 잠깐동안이라도 어쩜 그리 빠르게 정리가 되는지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내가 정리하면 한도끝도 없고 제대로 정리도 안되는 것인지..



그냥 치우는게 우선이 아니라 우선, 이걸 어디에 두고 뭘 버리고 부터 등등을 고민하느라 일이 진행이 되지 않아 청소가 어렵게 느껴지고 하다가 포기하고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집안에 한가득 쌓여있는 장난감, 그 중 아이가 가장 열을 올리는 레고를 드디어 좀 한 곳에 모으기로 하였다. 커다란 장난감 통 하나를 비워서 레고를 채우는데, 그 커다란 통 하나가 가득 차고도 작은 통들에도 가득가득 쌓인 레고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도 우선 그렇게 좀 정리를 했다는 데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다른 부분들도 눈에 띄게 깨끗하게 정리하고픈 마음에서 눈을 더 돌리니, 어디에 어떻게 배치를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짜증만 부리고 있으니 신랑이 외출하자 하여서 외출하고 돌아오니 그대로 쌓여있는 거실.

매번 나의 청소가 실패로 돌아가는데는 나의 지루함과 끈기 부족에 있던게 아닌가 싶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갈한 곳에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며 나를 닦아가는 것, 잡념을 없애고 핸드폰 등의 불필요한 정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에서도 주변 청소부터 하라고 되어 있었다. 사실 요즘 나를 사로잡는 잡념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는 가정주부이고, 아이도 사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없을 정도로 유순한 편인데도 그래도 다섯살인지라 가끔 말안듣는 행동을 할때가 있어 짜증을 부리곤 했는데, 엄마가 먼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아이와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재미나게 놀아주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면 우리 아이가 그렇게 짜증낼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들처럼 산다는 것이 어려운게 아닌데.

사실 신랑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모두가 이상적인 그런 식구들인데..

나만 늘 미안한 마음을 달고 사는 것 중 하나가, 청소를 잘 못 해서 식구들을 깨끗한 공간에서 살지 못하게 하였다는 죄책감이 들고 있어서였나보다.


나를 위한 마음, 식구들을 위한 마음, 모든 것이 깨끗한 환경, 내 마음을 닦는 그 과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어수선한 청소법을 두루두루 늘어놓은 그런 책은 아니고, 다만 청소를 깨끗이 해야하는 그 당위성에 대해 조용조용, 짚어주는 그런 선의 책이었다.



참선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긴 힘드나, 우선 나의 청소부터 시작을 해야겠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청소하는 그 과정에서부터 얻어지기 시작하겠지.

양가 부모님댁에 가보면 언제나 깨끗한 양가를 보고 반성하게 된다.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길래, 난 못하겠어. 하고 지레 포기하고 말았던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나니, 참 기운 빠진 인생이 되었는데 예전의 자신있던 나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 시작은 아침 청소부터 시작하련다.

눈뜨면 인터넷부터 켜던것을, 이제는 눈뜨면 정리하는 것으로.

또한 너무나 당연한 말들인데 (특히 동생이 언니, 제발 제 자리에 좀 둬~ 하고 지적하던 바로 그것)

원래 제자리에만 두면 정리정돈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우선는 그냥 어딘가에 걸쳐버리고 나니 그 나중에 없어지고, 쌓이고 해서 청소가 더욱 가중되었던 것 같다.



우선은 아이가 주로 놀고 활동하는 거실부터 화사하게 정리정돈하고 아이와 재미나게 놀아주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

신랑에게도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 들지 않도록.

스님의 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소가 곧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삶의 의미를 좀더 깊이 부여해서, 실행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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