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 In the Blue 8
김현정 지음 / 쉼 / 2012년 10월
절판


번짐 시리즈가 이 책까지 총 9권이 시중에 나온 듯 싶다. 그중 내가 읽어본 번짐 시리즈는 5권 정도가 되는데, 그 중 저자분이 백승선님이 아닌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파리 편은 기존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지성과 감성, 두 권으로 나뉘어 나왔다. 지성은 김현정님이, 감성은 백승선님이 저술한 책이었다. 지성과 감성 파트를 나누었다고 해서, 다닌 곳들이 전혀 다른 곳도 아니다. 오히려 겹치는 곳들이 상당히 많아 놀라웠다. 쌍둥이같이 닮은 듯 다른 느낌의 이 두권의 책은 그래서 더욱 독창적인 번짐 시리즈가 되어주었다.

이 책 역시 기존의 번짐시리즈처럼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책을 통해 여행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지성이라는 말 답게 사진도 많지만, 글을 조금 더 많이 실었다는 차이점도 있다. 읽을 거리가 많아 좋기도 하지만, 한편 아쉬웠던 점 하나는 뒷부분에서 많은 그림 부분을 설명해줄때 참고 사진이 너무 작아서, 알아보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아예 실지 않거나, 실으려면 좀 크게 실어서 눈에 띌 정도는 되어주면 좋았을 텐데, 거의 증명사진 만하게 나온 사진들은 제대로 형태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 이외의 사진들은 만족스러웠다.

이 책의 서문은 더욱 특별하기도 하였다. 저자분도 결혼한 여성이기에 사실 여행 작가로 여기저기 다닌다는 것이 가족들을 신경쓰지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닌, 아예 해외 거주는 그래서 꿈꾸기만 할뿐 실행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외국 할머니 한분이 그런이야기를 해주었다 한다.

"늙은 것보다 나쁜 조건은 없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속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4p



사실 나 역시도 그녀 같은 고민을 많이 안고 살아왔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난 항상 늦은 나이같았다. 그런데 남들이 보면 한참인 30대의 젊은 나이인데, 항상 뭐가 안되고 걸리고, 하면서 재어보기만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일흔이 넘은 할머니도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나는 두려워하는게 너무나 많았다. 그녀의 글에서 그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스쳐지나온 파리의 족적과 사진들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더욱 큰 묘미는 백승선님의 파리 감성여행과 함께 읽으니, 퍼즐의 잃어버린 반쪽을 맞춘 듯, 명쾌하게 이해되는 느낌이랄까?

아마 같은 여행지를 다룬 여러 여행서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다녀온 곳들이 비슷한 두 책을 통해 (그것도 같은 타이틀을 달고 나온 두 책이기에 더더욱) 같은 장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야기가 겹치지 않고 묘하게 이어지는 그 느낌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누구든 붙잡고 이야기하고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파리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비슷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겹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같은 곳을 다른 이가 다녀오고, 다른 책을 써냄으로써, 어떻게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를 눈으로 비교확인하는 재미는 정말 그야말로 참신한 재미라 할 수 있었다.

파리의 다리 하면 퐁네프를 제일 먼저 떠올렸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다리는 의외로 철제로 만들어지고, 걷는 부분은 목재로 이뤄진 퐁데자르라 한다. 또 가장 화려한 다리로 알려진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정말 보이는 입이 벌어질만큼 아름다운 그런 다리였다.

사실 사진 속에 담긴 파리의 모습들이, 아름다운 곳들만 골라 담아내 그런 것인지 몰라도, 관광객들이 스파팅하며 찍어온 그런 사진과 확연히 다른 느낌 (전문가가 찍어 그런지 몰라도)이 들어 파리에 대한 매력적인 면들을 더욱 부추겨 주었다.

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도 나온다. 또 마리 드 메디치라는 비운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은 장소만 남아있는 그 곳들을 기리며, 역사의 한 토막을 장식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도 또한 기억할 만한 일이었다. 파리를 여행하기전 이렇게 쌓아놓고, 기억해둔 것들이 직접 다녀보게 되면 여기가 그런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그 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가보지 못한 유럽, 그 중 정말 가보고 싶은 파리라 그런지, 한권의 책이 아닌 두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이 만남이 더욱 행복한 추억이 되어 주었다. 따로 봐도 괜찮지만, 두 권을 쌍을 이루어 보면 더 새로운 느낌을 받을 거라 확신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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