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을 몇권 읽고 나서, 단단히 팬이 되어 버렸다.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머 미스터리를 지향하는 그의 필체가 다소 가볍게 느껴져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미스터리가 꼭 무겁고 어두울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에 그만의 가벼우면서도 유머러스한 터치가 내게는 무척이나 재미나게 느껴지곤 하였다. 심각할법 하다가 한번씩 툭툭 던져주는 유머의 즐거움이랄까. 가볍게 웃기는 일본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정말 바로 드라마로 만들어 성공한 예까지 있다고 하니 이 시리즈 전체가 드라마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현재 2012년 2분기 NHK 인기 드라마로 방영중이라는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http://melaney.blog.me/50138200954가 이 책의 번외편인 작품으로 나 또한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었다. 서점 대상 1위에 뽑혔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http://melaney.blog.me/50113129092는 내가 읽은 최초의 히가시가와 도쿠야였는데 이후 그의 작품들이 나오는 족족 반가운 마음에 빠짐없이 읽어야겠다 마음먹게 되니, 이 작가의 글 쓰는 취향을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가보다 싶다.

위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내가 읽어본 작품들로는  <이제 유괴 따윈 안해> http://melaney.blog.me/50149084543  ,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http://melaney.blog.me/50125302560  등이 있고, <밀실을 향해 쏴라>도 읽으려고 서재에 꽂아둔 중이다.

 

번외편에서 살짝 맛만 봤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궁금했는데 본편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번외편에서도 야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는데 본편에서도 마찬가지다. 탐정부 소속은 아니지만, 사건의 주요 흐름과 관련 인물들이 모두 야구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딸랑 세명인 탐정부, 그중 꽃은 타마가와 부장이다. 여기서 절정을 말하는 꽃이란 탐정의 활약으로서가 아니라, 바보같은 행동으로 인해 유머를 유발하는 꽃을 말한다. 부서의 핵심 인물이지만, 부원들보다 못한 바보같은 모습을 많이도 보여준다. 다만, 그가 잘하는 것 한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오코노미야키 부치는 거랄까?

이따금 핵심을 찌르는 예리한 말로 주목을 받는 사람이 야쓰하시 선배라면, 때때로 얼빠진 소리를 해서 욕을들어먹는 사람이 타마가와 부장이랄까. 둘의 성격은 대충 이렇다.16P

남은 부원 하나는 이 책의 화자, 아카사카로, 두 선배에게 속아 부원이 된 신입 피해자라고 되어 있다. 어찌 됐건 셋의 바보 트리오는 덤앤 더머를 보여주는 듯 하였다.

 

유머가 난무하지만, 미스터리에 빠질 수 없는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째 안 어울릴 법 한데 말이다.

 

절대 최약체, 코이가쿠보가쿠엔의 야구부의 베이스가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처음에 탐정부 일원들이 밝혀보려고 했지만 허사.

도대체 이런걸 어따 쓰려고? 하는 의문이 발생하던 차에, 드디어 사건이랄만한게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코이가쿠보가쿠엔의 노구치 감독이 코이가쿠보가쿠엔과 비등비등한 실력의 경쟁 약체 (참으로 눈물 겹다. 최강 라이벌이 아닌 약체 라이벌이라.) 히류칸과의 시합날 경기장 근처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만 것이다.

 

히류칸의 경기장 자체가 잡목 숲에 가려진 특이한 구조였는데, 사건 발생 추청 시각에 때마침 히류칸 이사장네 가족들이 그 곳에 몰려 있었다는 사실이 의아스러운 점이었다. 이사장네 가족도 산책을 나와 있었고, 이사장네 얹혀 사는 코이가쿠보가쿠엔의 미녀 선생 세리자와 선생님도 하시모토씨와 함께 따로 산책중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비슷한 시각에 코이가쿠보가쿠엔의 쓰치야마 부장도 그곳에서 연습중이었다.

 

참고로 쓰치야마 부장은 탐정부의 타마가와와 함께 서로가 범인이 아니냐며 으르렁거리는 사이기도 하다. 참으로 착실하기도 하지. 그들의 으르렁거림은 드라마로 방영되는듯 눈앞에서 재미나게 펼쳐지기도 한다. 마치 만담같은 장면들이 사이사이 재미나게 배치가 된다.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지만서도 어른들이 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재미랄까.

 

어른들에게 맡겨도 좋을 사건 해결에 탐정부는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한다. 게다가 용의자들과 관련 인물들을 모두 모아놓고, 사건을 추리해나갈때에는 너무나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이제야 탐정부가 빛을 보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과연 바보의 오명을 벗고, 탐정부의 위상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세리자와 선생님이 오해하는 대로 하마네 오코노미야케 가게에서 매일 오코노미야키나 부쳐먹으며 오코노미야키 연구부라는 오해를 받고 살아갈 것인가.

 

미녀 세리자와 선생님과 함께 오코노미야키에 마요네즈로 사건 발생 야구장을 그려가며 당시 상황을 연구해보기도 하고, 현직 경감, 형사와도 너스레를 떨어가며 (물론 그쪽에선 그런 친분으로 생각지 않겠지만) 사건 해결을 모색해 보려 하기도 한다.

우리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탐정부?"

순간 세리자와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문은 들은 적이 있어. 좋은 소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설마 실제로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저 학생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존재합니더. 도시 전설도 아니고 학교 7대 불가사의도 아입니더."

111p

심각한 사건보다 오히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도시전설처럼 되어버린 의문의 탐정부, 그들의 본격 이야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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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지도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조아라 옮김 / 에이지21 / 2012년 9월
절판


다카하시 아유무의 책은 <러브 앤 프리> http://melaney.blog.me/50081401796로 처음 만나 보았다. 명문대를 중퇴하고,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어 자서전을 내고,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학교까지도 경영하고 있다는 72년생 괴짜 남성 다카하시 아유무.
현재는 4가족이 전세계를 무기한으로 여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있다 한다.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부러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기가 벅차고, 갑갑하게만 느껴지는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보기에 너무나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영혼을 가진 다카하시의 삶은 이 청년 도대체 무어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도 그가 만들어낸 책들을 보면, 틀에 박힌 사무실에서만 제대로 된 산물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확연히 뒤집어줌을 알 수 있었다.

러브 앤 프리도 그랬지만 이번 책 인생의 지도 역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컸다. 다카하시의 말과 사진집이라는 이번 라이프 맵, 인생의 지도는 유명인들의 격언 모음집 못지 않게 세상 자체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청춘의 사색의 한 장 한장을 들여다보기 좋은 그런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 놀이처럼 즐겁고 재미나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자는 놀이 또한 일이 되어버리면 그때부터 또다시 지루한 직장인의 삶이 이어지는 것이라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하시는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서도 직업으로 삼기에 괜찮을 것 같아서, 억지로 학과를 정하고, 공부를 하려니 사실 고역스럽기도 하였다.
정말 난 여행이 하고 싶어. 맛있는 것을 만드는 요리를 하고 싶어. 이런 식으로 나의 기호와 취미를 살려 공부를 하고 일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적성에 잘 맞았으려나? (물론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파악한 중이 아니라 그 두가지가 나의 기호의 전부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즐기는것과 내가 업으로 삼은 일은 현격히 다른 일이었다.

다카하시는 말한다.
할 수 있거나 할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욕구를 해방시키는 거야.

당신은 무엇을 바라는가?
당신을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가?
45p

먼저 하고 싶은 것에 마음껏 열중하는 거야
모든 것은 거기에서 시작돼.

"어른이 진지하게 계속 놀이하면 그것이 직업이 된다." 65p

사실 이렇게 놀이를 직업으로 현실화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인터넷이 활성화가 되면서 블로그, 소설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자신의 기호 등을 재미나고 다양하게 담아낸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책을 내거나 사업을 구상하는 등의 일이 꽤 많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처럼 놀이가 직업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때와 달리 인터넷이라는 것이 도움을 주어 꿈을 실현하는 것이 떄로는 행운처럼 찾아올 수도 있음을 알기에 블로그를 하고, 카페를 하는 등의 사람들이 예전처럼 취미생활로만 하기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몰두하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수 있다.

직업 뿐 아니라, 욕구, 파트너, 선택, 행동, 규칙, 이야기 등 인생에서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지도를 그려내기에 필요한 것들이 하나하나의 소단원으로 소개되어 사진과 말들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어린 아가의 귀여운 찰나의 모습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명사들의 격언들을 모아놓음으로써도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만든다.

인생의 지도, 소설처럼 한번에 줄줄 읽어내릴 필요없이 필요할때 읽고 싶은 만큼 꺼내어 읽으며, 잠깐씩 생각을 다듬기에 좋을, 그런 책이었다.
힘들다면, 다카하시처럼 생각해보고, 되돌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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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그리는 아이 정글짐그림책 2
염은비 글.그림 / 정글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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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쉽게 감이 오질 않았다.

책을 다 읽고, 우와~ 이책 정말 괜찮은데? 하고 다시 꼼꼼히 살펴보니,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저자분이 이 작품으로 제 8회 부천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이 책은 고로 작가분의 첫 동화책이라는 말씀.

역시 평범한 작품이 아니었다.

아이들 그림책은 수상작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한게 아니라 오히려 더 재미나고, 유익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 책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우선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실감이 났다. 특히 주인공 이하나는 이렇게 생긴 조카나 자신의 어릴적을 보고 그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히 살아 있는 느낌이랄까. 어릴 적 내 친구를 보는 것도 같았고 말이다.


초등학생인 하나는 친구들과 함께 쉬는 시간에 즐거이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모두 모여 아이엠 그라운드를 하며 자기 별명 대기를 하는데?

딸기 캐릭터로 치장을 하고 다니는 예림이는 딸기 공주, 선생님만큼이나 키큰 영철이는 전봇대, 먹을것을 밝히는 곽태우는 혼자서 곽미남이라고 했다가 친구들이 곽식탐이라고 정정해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하나는 정작 자신의 별명이 없음에 당황하고 말았다.

고민하다 귀까지 빨개졌는데 친구들은 그냥 넌 이하나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말았다.



사실 별명을 그리 반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어른이 된 내가 어릴 적을 되돌아보면 별명을 달가워한 친구들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친구들이 친근함의 뜻으로 별명을 지어 불렀으나 사실은 그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워하는 친구도 있었고, 혹은 외모나 이름 등으로 괴상한 별명으로 놀림을 받는 친구들이 이름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내색을 하기도 여럿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별명은 뭐였지? 아이들이 모두 즐겨 부르고 놀리던 그런 별명은 없었고..옆 반 선생님이 내 성을 갖고 고무신이라고 부른다거나 하는 일은 있었다. 또 특정 친구와 서로 친근함의 의미로 웬숫댁, 푼숫댁하며 주거니 받거니 한 기억은 있었는데..

다른 별명은 뭐였더라? 스스로 메롱을 잘한다고 둘리라 불러달라고 했던 것도 같고..


암튼 친구들의 특색에 따라 별명이 생긴 것이 부러웠던 하나는 자신만 특색이 없는 것 같아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연습장 앞에 그린 다른 친구들 별명 그림에 비하면

몹시 초라해보입니다.

별명이란 그저 약점을 집어 놀려 대는 것인줄만 알았는데

관심을 끌지못하면 놀림받는 별명조차도 가질 수 없나 봅니다.

하나는 아무에게도 초대받지 못한 기분이 듭니다.



별명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거울을 보고 연구하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봐도 답이 안 나오자, 하나는 스스로 '난 존재감이 없나봐'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다음날 친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분석한 하나는 자신의 노트에 한명한명의 친구들을 그림으로 옮겨보았다.

개성 넘치는 별명의 친구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니, 이름만 갖고 있는 아이는 자신 하나뿐임을 알게 되었다.

또다시 우울한 기분으로 밥을 먹고 나서, 자리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


친구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노트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얼굴까지 화끈거리게 놀랐는데.. 수업시간 종이 울려 모두들 제 자리에 돌아가고 나자 놀랍게도 자신을 그렸던 연습장에 친구들이 한가득 주문과 함께 하나를 부를 별명을 지어놓은게 아닌가.



하나는 별명 박사가 되었다.

별명 그리는 아이 별명 박사.

자존감이 낮았던 하나가 스스로가 가장 잘하는 능력을 자신도 모르게 발휘해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 인기 최고의 아이가 된 것, 별명 박사 하나를 도드라지게 만든 행복한 그림책이었다.


재미난 것은 이하나의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작가의 이름은 실명으로 반 친구들 이름 속에 끼여들어가 있었다.

작가분 어릴적 모습도 이런 모습이었으려나?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던데 말이다.









뜻은 모르겠고, 어제부터 갑자기 자신을 '너맨다'라고 불러 달라고 한 다섯살 아들때문에 당황스러웠는데 금시초문의 말이라 무슨 뜻이야? 하고 물으니, "울 애기"라는 말이란다. 자신이 지어낸 신조어 같은데 스스로의 별명을 지어붙이는 아들 모습에 이 책이 생각나 한번 더 웃고 말았다. 친구들과 이제 유치원 다니면서 별명도 생기고 그러면 이 책이 더욱 와닿는 내용이 되겠지 싶고.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에게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을 괜찮은 책인것 같아서 이 책을 선물해줄까 한다.

엄마도 재미나고, 아이들까지 재미나게 읽으며, 가슴까지 훈훈해지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이하나 축하해~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친구들도 모두 용기를 내어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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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절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이 먹을 때만큼 행복한 때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생각의 차이인지라 다른 이들에게는 더 즐거운 일들도 있겠지만.

생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그냥 간단히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아쉽게 넘겨버리기보다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보다 더 즐거이 즐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갖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오가와 이토의 전작, 달팽이 식당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데뷔작임에도 50만부 이상 팔려나가고, 영화로 제작까지 된 책이라 하였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역시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저자 자신이 취미가 요리인지라 홈페이지에 자신만의 요리법까지 소개를 하고 있다고 하니 글은 역시 충분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체험 못지않을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의 빙수>,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안녕 송이버섯>, <코짱의 된장국>, <그리운 하트콜로릿>, <폴크의 만찬>,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 등의 7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었다. 제목에도 음식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바로 그 음식 이야기로 흘러간다. 하나하나 음식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먹는 과정에 빠져들게 만들면서도 이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가의 따뜻한 글솜씨에 호흡을 조금 느리게 하면서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한번에 다 읽어버렸지만 읽고 나니 아쉬웠달까. 천천히 읽을 걸~맛있는 것은 아껴 먹고 싶듯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눈길을 좇아 발견한 후지산에서 마유는 자연 얼음으로 만들었던 그 날의 빙수를 떠올리고, 할머니께 마지막 만찬이라 해도 좋을 그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나가 구해온다.

자연 얼음이라.. 우리나라 서빙고가 실재하던 시절에나 있었을 것 같은 자연얼음이 일본에서는 아직도 식당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건가? 하고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것 같은데..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은, 너무나 허름한 외관의 어느 유명한 맛집에 들어간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슈마이와 상어 지느러미 수프, 그리고 삼겹살 덮밥.

상어 지느러미 수프는 마치 초원에 내린 눈처럼 부드럽게 내 위를 채워갔다. 땅위에 내린 순간 사르륵 모습을 감춰버리는 눈처럼 위에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갔다. 허무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가 가장 행복하다. 기분 나쁜 일도 괴로운 일도 그때만큼은 전부 잊을 수 있다.

"어째서 이렇게 맛있는 걸까?" 37.38p

먹어본 적도 없는 요리들, 상어지느러미 수프와 삼겹살 덮밥, 그리고 안녕 송이버섯에 나오는 노도 여관의 송이 버섯 정식

작가의 세밀한 설명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고 말았다.

아, 나도 먹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맛있게 글을 쓰는 작가였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불편한 상황이나 진실들.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닌, 대부분의 이야기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10년이나 동거를 해온 커플이 이별여행을 떠나 둘이 함께하는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그 과정이 이해가 안되기도 하였다. 그 비극적인 순간 앞에서도 미각을 잃을 줄 알았던 주인공의 입에 감아드는 맛있는 송이버섯 정식.

그런가 하면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최고의 미식가였던 아버지가 가장 아꼈던 허름한 맛집에 여자친구를 데려온 남자의 이야기는 연인의 심정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어쩐지 두근거리는 행복감, 살짝 심장이 터질것 같은 그런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하였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왜 죽음이라는 슬픈 주제를 드러내야했을까. 너무나 맛있지만, 행복하면서도 평범한 그런 순간들이지만 우리가 인생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이야기들이었을까?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에서부터 실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들까지..

할머니의 빙수, 코짱의 된장국, 그리운 하트콜로릿, 폴크의 만찬,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까지.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다 우울하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어린 딸 코짱이 불앞에서 어렵게 엄마에게 된장국 만드는 법을 배워나갔던 것처럼 나 또한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된장국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으니..



음식을 소중히 대하는, 인생의 소중한 이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그 이야기들로 평범한 일상도 소중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흔하게 넘길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가의 느낌을, 일상을 인생으로 승화한 이야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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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미술로 달라졌어요
최민준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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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자아이들만을 위한 미술학원인 자라다 미술 연구소를 운영중인 저자의 남아 미술 교육 노하우가 담겨 있는 책.

방문 교습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다 남아 심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심을 기울여 아들의 특성을 알고 보면, 미술 교육 뿐 아니라 아이교육까지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딸로 태어난 엄마'들에게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

 

다섯살 아들을 둔 엄마라 이런 이야기가 더욱 귀에 쏙쏙 들어왔다.

아이가 유순한 편이라 남아라도 여아들과 같이 다니는 미술학원이 좋을 것 같아서, 소수 정예로 한다는 모 미술놀이 센터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과 1:1로 했을 적에는 아이도 재미나했지만 이내 다른 여아들과 어울려 하는 수업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다니기 싫다는 말을 해서, 곤란한 적이 있었다. 꽤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잘 다니는 다른 여아들과 달리, 분명 집에서는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블럭 만들기, 책 읽기도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아직 사회성을 키워주지 못해 그런것인지 왜 다른 미술학원에서는 적응하기 싫어하는 것일까 엄마로써 걱정도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아이의 입장에 서서 아이의 마음 들여다보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괜찮은 교육 시설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해있는데 놀랍게도 자라다 남아 전문 미술 연구소가 일산, 대전, 전주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 하고 검색해보니, 대전에서도 바로 우리집 근처에 있는 곳임을 알고 반가운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한 학원의 모습은 사실 학원이라기보다 비밀 연구소라는 선생님들 말마따라 아이들 눈에 그렇게 보일 연구실? 엄마들 눈에는 어쩌면 창고 비슷해보이는 구조랄 수도 있을 그런 모습들이 아이들 활동 틈틈이 보였다.

 

적어도 아이 교육에 관한한 하나하나의 개성에 살려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주입식, 선생님의 지도가 우선인 교육이 아닌 아이가 주도가 되는 교육을 해서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기에 어디에 있는 곳인지를 찾아봤던 것이다.

 

 

아뭏든, 꼭 미술교육이 아니더라도 아들 둔 엄마들에게는 육아서로도 도움이 될 그런 책이었다.

아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면, 아들을 내 기호와 규율에 맞게 교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

사실 나 또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착한 아이에게 자꾸만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강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오히려 내 앞에서 짜증을 낼 지언정,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더 효율적으로 보이고 둘 사이에도 큰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엄마로써의 내가 부족함이 많은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빠는 아들과 생각이 비슷한 남자였기에 딸인, 여성인 엄마가 이해하고 보듬어주기에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면이 많았던 것이다.

 

어렸을 적을 되돌아보면,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에 비해, 오빠를 비롯한 주위 친구들,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만들기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었다. 과학상자 조립대회도 그랬고, 간단한 수수깡이나 종이로 뭔가를 만드는 것도 남자아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좋아했던 것 같다. 저런게 왜 재미날까? 싶었던 나와 달리 말이다.

 

 

이 책에서도 어린 남자아이들이 만든, 깜짝 놀랄만한 작품들이 꽤 많이 실려 있다.

사실 선생님이 이렇게 해라~ 를 지도한 것이 아니라, 아주 간단한 최소한의 룰을 주고, 이 규칙만 지키면, 정해진 시간 동안은 여기 있는 모든 재료를 네 마음대로 써도 돼~ 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상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 남자 초등학생이 스타워즈 우주선을 커다랗게 만들어내는가 하면, 여섯살밖에 안된 남자아이가 꽤 정교한 자동차 그림을 뚝딱 그려내기도 한다. 미술학원에 오기 전부터 이미 실력이 뛰어났던 아이도 있고, 그리기 싫다, 미술학원은 지루하다 등등을 내뱉던 아이들이 미술학원 못가게 할까봐 엄마말 잘듣게 되었다는 아이들도 있다. 어찌 됐건 남자아이들의 경쟁심리서부터 (여아들과는 다른), 자기 주도 성향, 반항 심리, 혹은 천성적으로 청각적 자극에 둔감한 남아들의 성향을 확실히 분석해서, 아이들 스스로 재미난 창작활동을 해내고, 미술학원이 아닌 비밀 연구소라 굳게 믿게 만드는 그 자유로운 시간들이 작품으로 완성이 되면 보는 이까지 뿌듯해질것같았다. 다만, 모든 아이들이 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재료 탐색을 더욱 즐기고 과정만 더 소중히 여겨 만든 작품을 찢거나 부수는 아들들도 있다니 그 점도 감안할 부분이었고 말이다.

 

우선은 아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쭉 읽어내려갔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도 하지만, 소극적으로도 보이고, 얌전해보이는 면이 강하다 생각되었는데, 외향적이고 상당히 산만해보이는 아이들 못지 않게 소극적인 남아들을 위한 맞춤법 교육 방법도 소개가 되어 있어 주목할만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남아들에게서 보이는 성향들은 자칫 잘못하면 요즘 엄마들이 겁을 내는 그 ADHD 양성으로 판정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길 읽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 아는 의사 선생님도 자신의 아이가 산만해서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투약하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놀라웠는데 요즘은 예전과 달리 그렇게 ADHD진단후 투약까지 받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길 듣고 걱정도 되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책에서는 말을 한다. 아이들의 성향을 잘못, ADHD로 오인하여 섣불리 투약하고, 아이를 병에 가둬버리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닫혀버릴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도 엄마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서 그래, 하면서 수동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제대로 성숙하게 되는 문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제대로 된  ADHD판단을 내리기도 쉬운 문제가 아니라니, 섣불리 내 아이가 ADHD가 아닐까 하며 약을 먼저 먹여 산만함을 가라앉혀 보겠다 하지 말고, 아이의 가능성을 잘라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산만함은 병이 아니다. 나는 에너지가 넘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에 다라 세상을 바꿀 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실제로 세상에 알려진 많은 발명가, 선동가, 정치가 들은 어려서 엄청나게 산만한 아이들이었던 경우가 많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는 발명왕 에디슨을 포함해서 말이다. 톰 하트만은 산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엉뚱한 아이들을 두고 에디슨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한다. 나는 이 이름이 좋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산만했지만 스스로 에디슨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긍정적인 아이였기때문이다. 5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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