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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행복한 한 그릇
이진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가깝고도 먼 일본’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 중 하나가 됐다. 기후가 비슷해 계절에 따른 옷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다 시차가 없어 여행 피로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이처럼 지척에 있다 보니 최근에는 부산에서 2만2천t급 팬스타 크루즈를 이용하여 히로시마를 거쳐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는 선박 여행도 등장했다. 나는 작년 10월에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을 여행 하고 왔다.
배를 타고 히로시마(廣島)까지 걸리는 시간은 11시간. 오후 8시 부산항을 출발, 다음 날 오전 7시에 히로시마항에 도착하기까지 밤바다의 묘한 분위기는 이튿날까지 지속된다. '벳푸=온천 지옥'이라고 할 정도로 이곳의 온천은 지옥을 연상시킨다. 벳푸의 이름난 지옥은 모두 9곳. 이 중 뿜어나오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는 데서 연유한 가마도(부뚜막) 지옥. 이곳은 6개의 크고 작은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흙탕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천과 푸른 빛깔이 고운 연못 등 지옥의 모습은 다양하다. 무료로 제공하는 온천 족욕으로 여행의 피로가 말끔하게 씻겨나간다. 특히 화산활동으로 지하 수백m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과 눈앞을 가릴 정도로 유황향이 가득 밴 곳인 만큼 100엔짜리 몇 개로 즐길 수 있는 찐계란과 이 지역 특유의 사이다도 별미이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특히 현지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이야말로 여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현지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찾아 먹는 일이 여행의 목적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도쿄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맛있다는 음식이 모두 모이는 곳이고,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프로페셔널 요리사들이 즐비한 곳이다.
이 책은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전세계를 여행한 저자가 현지 취재를 통해 선별한 도쿄 숨은 맛집 95곳을 소개하고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어시장 라멘집에서부터 긴자의 화려하고 고급스런 스시집까지, 최고 맛집에 얽힌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메뉴, 맛, 위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어우러져 일어 한마디 못하는 여행자도 맛있게 도쿄를 즐길 수 있는 여행 길잡이다. 재일교포 친구의 도움을 받아 2년여의 취재를 통해 완성한 책이기에, 기존의 사전 같은 정보서나 한정된 개인 체험에 치우친 소개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그 골목 음식점의 뒷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책은 ‘스시, 츠키지 어시장, 라면, 소바와 우동, 튀김, 오코노미야키와 철판요리, 나베요리, 카레와 하야시, 덮밥, 꼬치구이, 돈가스, 나카메구로 카페, 오므라이스와 함박스테이크, 코스요리, 이자카야의 창작요리, 케이크와 디저트, 프랜차이즈 명물’이라는, 총 17가지 카테고리별로 맛집을 나누어 설명해 준다.
흔히 일본 음식하면 스시, 라멘, 덴푸라만 도쿄 음식은 아니다. ‘세계 요리의 견본 시장’이라는 별명처럼 세계적 수준의 프렌치나 이탈리안 하이클라스 다이닝을 자랑하는 도쿄지만 또 그것만이 도쿄 음식은 아니다. 다양한 음식들이 우리의 입맛을 돋구어 준다.
이 책은 여행을 취미삼아 다니는 사람들에게, 세계의 먹거리를 위해 맛기행을 다니는 여행자에게, 집에서나마 책을 통해서 여행을 꿈꾸는 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일본 여행의 길잡이로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