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방정국의 풍경 -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신복룡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평점 :
79년 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일제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은 순간이었고 곧 바로 국토가 분단되고, 분단 정부가 수립되었으며, 민족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벌어졌다. 1953년 7월 27일, 수백만의 사상자와 수천만의 이산가족, 폐허가 된 국토와 골 깊은 적대감을 남긴 채 전쟁의 포화가 멈추고 정전협정이 체결되어 지금까지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날로 강화하고, 한·미·일은 핵확장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책은 정치학자이자 인물 연구가인 신복룡 박사가 이승만, 김구, 김일성, 박헌영 등 한국 현대사를 풍미하는 좌익과 중도, 우익을 대표하는 인물들 사이에 일어난 일화와 사건을 상세히 소개하며, 이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한국 역사의 진실과 이면을 상세히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는 해방정국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좌우익의 갈등이 비극을 낳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좌익 내부의 갈등과 우익 내부의 갈등이 좌우익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했고 더 적의(敵意)에 차 있었으며 잔혹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방정국을 더욱 비극의 길로 몰아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한국의 정치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야가 상대를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요즘 행태와 극한 정쟁을 보면서 지금이 마치 1945년 해방 직후란 착각이 들 정도다. 해방정국에는 김구·여운형·장덕수·송진우 등이 암살되는 비극이 잦았다. 지금은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세 치 혀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 놓고야 말겠다는 극단적 태도는 결코 덜 험악하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해방정국을 심층적으로 해부한 이유에 대해 “왜 해방정국이 파열했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하면서 “현대사의 비극은 결국 사람이 저지른 업보였고 그 가운데 일부만 우발이론으로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승만과 김구는 해방 정국의 최대 라이벌이었다.”고 말한다. 이승만과 김구가 갈등하게 된 첫 사건은 돈 문제였다고 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저자는 “일부 김구를 숭모하는 사람은 ‘이승만이 김구를 죽였다’고 내놓고 말하고 있고, 이승만 측에서는 ‘김구가 장덕수와 여운형을 죽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하면서 “지금 이승만이나 김구의 숭모자들이 해야 할 일은 내가 법통이니,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를 두고 다툴 것이 아니라 그 양쪽 후손들이 먼저 화해하고 좌익에 대해 항거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과 북이 통일하지 말고, 두 개의 국가로 지내자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데, 저자는 한국의 통일에 대해 “문득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는 체제 경쟁에서 남한의 승리나 북한의 붕괴에 의한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우발성을 의미하는 것이다.”(p.532) 라고 말했다.
해방과 분단 80년을 앞둔 현재의 상황에서 그 시대를 돌아보는 것은 그때나 이제나 역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 책을 통해서 해방정국 시기를 제대로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