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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7월
평점 :
나는 복잡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산이나 바다 근처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자연과 흙을 밟으며 피톤치드 공기와 냄새, 새 바람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에 아담하고 쾌적한 전원주택을 지었다. 마당에 돌을 깔고 작물과 화초를 열심히 심고 가꾸며 전원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잔손이 너무 많이 간다. 봄부터 한 여름엔 집 주변의 풀과의 전쟁으로 지치기도 한다. 전원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유지 관리하느라 재미는커녕 일거리만 잔뜩 짊어지는 형국에 놓이게 되었다.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맑고도 달달한 공기와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하늘 그리고 작은 마당을 가꾸면서 느끼는 계절에 대한 감사가 아닐까 한다. 또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풀(잡초)들과의 전쟁이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 것은 전원주택에 마당과 화단을 꾸미고 각종 나무와 들꽃을 심고 가꾸면서 하루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잡초들을 뽑아버리고, 제초제를 뿌리면서도 해결이 되지 않아 잡초들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와 농학박사로 저술과 강연을 통해 식물과 생물,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인기 있는 대중 과학 저술가이며, 시즈오카대학교 대학원 이나가키 히데히로 교수가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잡초에 대해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불가능을 기회로 바꾸는 잡초들’이라고 하면서 “잡초가 사는 환경은 무조건 노력만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말라 죽지 않고 생명을 이어가려면 나름의 세련된 전략이 있어야 한다.”(p.6)고 말했다. 이 책은 길가나 공원, 논밭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들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잡초들이 언제 밟힐지, 언제 뽑혀 나갈지, 언제 제초제가 뿌려질지, 언제 기계에 의해 잘려 나갈지 모르는 가혹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번성하는지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잡초들이 말라 죽지 않고 생명을 이어가려면 세련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잡초들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달맞이꽃’이라는 잡초는 캄캄한 밤중에 꽃이 핀다. 가열되는 경쟁을 피하여 경쟁 상대가 적은 밤에 꽃을 피우는 길을 선택했다고 하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밤은 활동하는 곤충의 수는 적지만 경쟁 상대가 되는 꽃도 적기 때문에 적은 수의 곤충을 독점할 수 있다.
달맞이꽃의 꽃은 노란 형광색이다. 노란색을 띠는 것은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눈에 잘 뛴다 해도 밤에는 시야가 나쁘다. 그래서 달맞이꽃은 꽃 색깔뿐 아니라 강한 향기를 발산해서 박각시나방을 불러들인다. 이는 생존을 넘어서는 생명체의 지혜와 전략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잡초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서 길을 가면서도 밟아 뭉개버렸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잡초들은 각각의 전략에 적합한 자신 있는 장소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잡초 한 포기가 너무도 소중하고 예쁘게 보인다. 성경에 보면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마6:30)는 말이 있다. 잡초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잡초들처럼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을 기회로 바꾸고, 생명을 이어 나가기 위해 도전하고 분투하는 현명한 삶을 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잡초들이 변화해가는 과정들을 잘 알게 되었고, 기후와 환경적인 요인들이 달라짐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잡초들의 생태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에 잡초들의 사진을 수록하여 사진을 보면서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젠 이 책을 통해서 잡초에 대해 품어왔던 의문들이 하나둘씩 풀리게 되어 너무 좋았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