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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연을 끌어안는다 - 내 안의 이야기들이 말을 걸어 온 순간
노지혜 지음 / 바다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거의 1년에 두 세번은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동남아시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중동지방, 남아공, 서유럽, 동유럽 등 50여개국을 여행한 것 같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묶은 앨범만도 여러 권이 된다.
그동안은 여행을 하면서 주로 여기 저기 구경하며 휩쓸려 다니는 패키지 여행을 많이 했으나 이제는 어느 한나라의 도시를 정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살펴보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의 저자 노지혜씨는 10년간 해온 방송작가 일을 그만두고 마음속에 오래 묻어두었던 소설을 쓰고 싶어 서른의 나이에 인생의 또 다른 출발선 앞에 섰을 때 그녀에게 암스테르담에서 엽서 한장이 날아들었다. 8년 동안 바쁘게 살아온 생활을 접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예전에 잠시 들렸던 암스테르담이지만 다시 찾은 그곳에서 40여일을 머물면서 겪었던 그녀의 이야기가 감성 깊게 담겨져 있다.
렘브란트 하우스 미술관에서 예술가가 작품을 대하는 열정, 그 꺼지지 않는 온기를 품고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하고, 암스테르담 음악대학의 피아노 전공생이 연습하던 중 힘들어 하는 모습에서 지금의 자신을 발견하며 ‘잠시 엎드려 숨을 고르면 될거야.’라고 위로한다. 헤이그의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내 안의 이야기들이 말을 걸어 온 순간’을 잊지 말자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셀렉시즈 도미니카넨’에서 책표지를 쓰다듬으며 그 순간을 마음에 담는다.
저자는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재미를 알아 버렸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지에서 계획했던 일들이 어그러지는 것을 억지로 돌려 세우지 않고 그대로 바라 본다.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장소를 만나거나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 무엇을 만나기 위해 흘러가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법처럼 다가온 우연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여행을 떠난다. ‘이런 일이 일어났어. 정말 신기하지 않아?’ 시시콜콜 친구들을 붙들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날 하나님께서 예뻐하시고 그런 일을 많이 만들어 주시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더 많이많이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그 ‘우연의 힘’을 믿게 하라는, 그래, 그 우연은 말 그대로의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여행 속에서 마주치는 우연들로 이루어진 하루를 살고 그 안에서 현실의 또 다른 일상과 삶을 느끼며 자신의 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이 책은 우연을 통한 삶과 여행 그리고 우리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행자들에게 하는 말 중 닷새 동안 다섯 개의 도시를 도는 것 보다, 한 도시를 알아가는 걸 추천한다.”는 말이 있다. 도시는 변덕스러운 여자 같아서 유혹당하고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란다.
‘암스테르담’이야말로 시시때때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여행자들을 곤혹에 빠뜨리는 도시이다. 하지만 나도 그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다. 그곳에 저자의 감성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