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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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그들나름대로의 삶이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계절이 바뀌기전이나 후, 세계가 종말을 고해도 다시 누군가의 삶은 시작된다. 대지는 달을 잃고 부서졌다. 분노한 대지는 복수로 생명을 집어삼킨다. 대체 이 끔찍한 먹이사슬관계에 그 끝이 있기나 한걸까.

 

부서진 대지 그 3부작의 마지막편인 <석조 하늘>을 펼치기전 우리가 사는 이 우주와 지구에 대해 묘한 감정이 일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천채 아래 한낱 먼지같은 존재임에도 우주와 대지를 주무르려든다. 그 대가는 오로지 일으킨자의 몫이다. 2부에서 에쑨은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었다. 그 후유증으로 그녀는 바로 깨어날수도 없었고 알라배스터가 그랬던것처럼 점차 돌이 되어간다. 그랬기에 나쑨의 비중이 커졌다. 나쑨은 드뎌 이 계절의 원리를 깨달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엄마인 에쑨이 아닌 이 모든 계절을 끝낼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자신임을 알게된다.

 

3부에서는 현재와 과거문명을 오가며 계절의 배경을 이야기한다. '고요' 이전의 세계 즉 호아가 살았던(물론 죽지않고 지금도 살아있지만) 고대 문명 '실 아나기스트'에 대한 회상장면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특별한 종족은 없었다. 제각각인 집단의 다름따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정복자들이 만들어낸 거짓위에 억울한 희생자들이 있을뿐이다. 이는 현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를 비꼬고 있다. 정복자들에 의해 차별과 억압, 편견과 부조리에 싸워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그 긴긴 싸움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어딜가나 힘의 구조는 재편된다. 각자의 목적이 다르면 절대 타협할 수 없다. 고대 문명속에서 호아의 역할도 오로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희는 반드시 도구여야 하고 도구는 사람이 될 수 없지. -p.239 하나의 세계를 이루기위해 도구로만 존재하는 존재들. 도구의 삶을 벗어던지기위해 필요한건 타협이 아니다. 오직 혁명만이 답이다. 오래전의 규칙을 깨부수기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대지에 뿌려지고 공기중에 흩어져갔던가.

 

에쑨과 나쑨은 조산력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2부에서 나쑨은 달을 위해 선택받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다. 엄마와 딸. 그들은 당연히 목마른 그리움으로 피어올라야 하는 관계이지만 애정의 파동은 어긋난다.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다는 운명하나만으로 에쑨은 모든걸 잃었다. 한편 호아를 통해 나쑨의 행적을 알게 된 에쑨은 모든 일을 자책하게 된다. 딸이 자신과 같은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다.

대지에 잡아먹힐 놈, 내가 그 애를 로 만들었어. -p.229

 

 

 

 

인류는 대지와의 싸움에 지칠대로 지쳐간다. 수호자들과 스톤이너들조차도 마찬가지다. 희망도 미래도 보이지 않던 암울한 계절 그보다 더한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일 놈이 되어야 하는 오로진의 운명이다. 나쑨은 그런것들을 견딜 수 없어한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증오의 화살을 더는 견딜 수 없다. 모든 걸 빼앗긴 나쑨에게 이제 남은 건 샤파뿐이다. 고대 문명의 유적인 코어포인트에 들어오게 된 나쑨은 대지의 분노를 깨닫지만 점점 의식이 혼미해져가는 샤파로 인해 이 계절을 끝내고자 결심한다.

 

"타인의 절망과 절박함을 무기로 이용하려는 자들은 항상 있었지." -p.209

선택받은 운명을 타고 났지만 그들의 운명을 손에 쥐려하는 자들은 어딜가나 있다. 그들은 교묘하게 진실을 조종해서 거짓을 믿도록 만든다. 힘의 냄새를 맡은 자들은 그 힘을 지배하기위해 모여든다. 인간적인 부분을 말살하여 하나의 도구로 쓰려는 자들. 나쑨은 이제 더이상 그 누구도 그래서는 안된다는걸 안다.

 

영원한건 없다. 그렇기에 몇천년을 살거나 불멸의 삶을 산다는 건 저주나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삶은 고통이다. 흘러가고 떠나가는 자들의 앞뒤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야만 한다. 그걸 견딜 수 없었기에 샤파는 나쑨에게 애정을 쏟았고 호아는 에쑨의 곁에 머문다.

진심은 은빛 네트워크에 서서히 스며들어 대지의 분노를 잠재울것이다. 이제 에쑨과 나쑨은 마지막 인간애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세상에 종말이 올 지언정 호아가 그랬던 것처럼 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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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빵님 서재에 2021년 연하장 놓고 가여

2021년 새해 행복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 신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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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건빵과 별사탕 2020-12-31 22:57   좋아요 1 | URL
생각지도 못한 연하장에 뭉클해졌어요. 새해엔 친구분들 서재도 더 많이 들여다보는 이웃이 될께요.
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