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입문 - 가가와 도요히코의 삶과 신앙을 읽다
가가와 도요히코 지음, 김재일 옮김 / 레베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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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간을 크게 환영한다. 가가와 도요히코의 사회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한일 양국에서 치러지던 2009년에 청어람은 한국측 주최자로 그의 삶과 저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이 책은 그 당시 번역을 마치고 출간 예정이었으나, 번역자의 급서로 지금까지 출판이 미뤄져 있었다. 60-70대 세대는 <사선을 넘어> 같은 자전적 간증으로 가가와를 접했을 수 있으나, 오늘날 그의 존재는 한일 양국에서 다 희미해지고 있다. 그는 폐병에 시달리면서도 일본의 빈민가에서 복음을 전했던 당대의 전도자이자, 미국 프린스턴에 유학한 신학자이기도 했던 대표적인 기독지성인이었다. 그는 일본 제국시대에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평화주의자로 활동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일본 노동운동과 생협운동은 그를 이 운동의 시조이자 대부로 기억한다. 총 2부 3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의 삶 전반을 잘 그려주고 있다.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죽음', '연애, 결혼, 성욕' 등 매우 솔직한 질문들에 대해 자전적 이야기로 답하고 있는 대목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한국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독교 신앙이 사회적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보고 싶다면, 우치무라 간조와 더불어 일본 신앙인으로 양대 산맥을 이룰 그를 만나보기를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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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IVP 모던 클래식스 12
존 R. 스토트 지음, 한화룡.정옥배 옮김, 김회권 해설 / IVP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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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복음주의자로 빌리 그래함과 쌍벽을 이룰 유일한 인물이면서도 그 행적에 있어 거의 오점을 남기지 않은 독보적 존재이다. 그런 존재에게서 복음주의 신앙이란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차근 차근 전해듣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이다. 그는 '이중적 경청(double listening)'을 통해 과거로부터 듣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향해 열린 자세로 오늘을 살도록 제안하고, 성경(Word)과 세상(world)이 말하는 바를 동시에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신중한 복음주의를 대표한다. 그러기에 '미국식 복음주의'가 완고함이나 위선적이란 비난을 종종 받을 때마다 해독제로 존 스토트가 대표하는 '영국 복음주의'의 입지가 좀더 주도적 위치를 가졌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단아한 문장으로 가득하고, 각 장절의 배치와 연결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균형감도 탄복할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해도 좋고, 관심 가는 항목을 그냥 찾아서 읽어도 무방하다. 2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에게 20세기 복음주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서 전달하는 책으로 여길 만하다. 이 책은 원래 1993년에 번역출간되어 널리 읽혔던 것을 'IVP 모던 클래식' 시리즈 12번째 책으로 재출간했는데, 클래식이란 것이 원래 늘 새롭게 읽혀야 할 책이다. 일차적으로는 그에게 매료되어 읽기를 권하지만, 재독, 삼독하면서 그를 넘어서는 21세기적 복음주의의 문제의식을 찾는 지점까지 전진해주기를 요청하고 싶다. 그의 말년의 저작들은 자신이 지켜오던 경계를 넘어서고 더 넓은 길을 보여주고 싶었던 열망이 가득 읽힌다. 그는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21세기에 존 스토트는 그렇게 읽혀야 마땅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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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발흥 -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탐색한 초기 기독교 성장의 요인
로드니 스타크 지음, 손현선 옮김, 이현수 감수 / 좋은씨앗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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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무렵 기독교인은 대략 8,000명 선이었을 것이란 추정, 몰몬교와 통일교의 개종전략을 참여관찰하면서 얻은 모델로 초기 기독교의 개종과정을 설명하면 어떤 모양이 될지, 초기 기독교인들은 과연 하층계급의 운동이었을지 아니면 중산층 이상의 참여가 주도적이었을지, 유대교와의 관계가 과연 일관되게 적대적이었을지, 전염병 같은 천재지변이 기독교 성장에 어떤 방식으로 연관될런지, 여아 유기가 통상적이던 그레코 로만 사회에서 기독교 신자들 중 여성들의 성비가 높았던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지 등등 저명한 종교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가 대답하고자 이 책에서 꺼내든 질문은 매우 매력적이다. 사회학적 연구 방법론과 결과물을 초기 교회 상황에 적용해서 얻을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한가득 접하고 보니,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효용은 단지 기독교를 사회과학적 도구로 해부해보았다는 지적 쾌감을 넘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현상과 사건들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 눈이 밝은 신학자나 목회자라면 여기에서 교회를 위해 매우 유용한 통찰을 여럿 건져낼 것이고, 성도들 역시 막연하고 맺혀있던 대목들이 시원스레 풀어지는 체험을 여러 번 할 것이다. 이런 작업이 기독교 신앙의 영적 차원을 증발시켜버린다고 여기면 불편할 수도 있다. 허나 데이터와 이론 속에는 기독교로 인해 발생한 혁신의 흔적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이 현상의 해명과 서술을 담담히 수행해내었다면, 이를 해석하고 의미를 새겨보는 작업은 그리스도인들의 몫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사회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논의가 이렇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진지한 신앙인들에게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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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뿔이다 - 어느 헤겔주의자의 우리 철학 뒤집어 읽기
전대호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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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마음에 든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철학과 대학원으로 가 칸트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로 건너가 헤겔 공부를 했으나 학위 취득에는 관심이 없이(?) 공부만 하고 돌아왔다. 귀국 후 영어와 독일어로 된 과학책과 철학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일찍 시인으로 등단했었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진실이라면 뭐 이렇게 괜찮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다 있냐 싶다.  


책 내용이 마음에 든다. 일단 이 책은 국내의 현존하는 명망가들을 다 까겠다는 기세로 쓴 책이다. 김상봉, 이진경, 김상환, 이어령을 대놓고 실명비판 하고 있고, 그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가끔은 잊혀가고, 종종 오해받고, 자주 무시당하는 헤겔의 철학을 새롭게, 쓸모있게, 재미있게 복권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책이다. 원래 책 제목을 '철학은 개뿔이다'라고 하려 했다는데, 정말 그래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출판사가 그만큼 객기를 부리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나는 이 책의 알라딘 북펀드 과정에 참여했다. 손해보지 않을만큼 팔리긴 한 모양인데, '개뿔'이라고 했으면 분명 더 팔렸을 것이란 쪽에 5,000원 건다. 철학을 너무 고상한 언어로만 다루는데, 패기와 박력으로 대결하는 모습도 종종 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과 저자에게 아낌 없는 '좋아요'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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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문학은 이상하게 실명 비판을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비평의 본질은 실명 비판이 아닐까요.

cyrus 2016-07-1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말씀이 맞습니다.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문제점을 따지는 학자나 비평가들은 결국 문단, 학계라는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노는 상황과 같습니다.
 
불량 크리스천
데이브 톰린슨 지음, 이태훈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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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불량끼'가 철철 넘친다. 오랜만에 보는 패기이다. 책의 영어 부제는 심지어 "어떻게 불량 크리스천이자 더 나은 인간이 될 것인가?(How to be a bad Christian ... and a better human being?)"이니 더 물을 것이 없다. 저자는 십여년간 '홀리 조'란 펍에서 모이는 가정교회의 리더였고, <Post-Evangelical>이란 책으로 영국 교회에 상당한 논쟁을 일으킨 사람이다. 나는 그를 소개하는 글을 2000년에 월간 <복음과상황>에 쓴 적도 있는데,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책이 한국에 소개되었으니 감개무량이다. 한국의 '가나안 성도'들이라면 던져볼만한 질문을 저자는 술술 다루고 있다. 입 안이 깔깔할지 모르나, 이 책은 우리 앞의 질문이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만나려면 무조건 읽어볼 책이다. 


이번 책의 추천사이자 해제를 썼는데, 그 중 몇 마디로 추천을 대신한다. "종교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신앙을 재발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제도 종교는 그들에게 의미있는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데 실패했다. 교리와 신학의 거대한 체계로 제도 종교가 죽지 않았음을 위력 시위하고 싶을지 모르나, 정작 사람들은 경청하고 대화하는 그리스도인을 잘 만나지 못한다. 한국으로 치면 호프집쯤에 해당하는 펍에서 교회를 한다거나, 반기독교 동호회쯤에 해당할 이교도 모임과 대화를 하는 등의 시도가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그는 생로병사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보통사람들의 고투에 예의를 갖추고, 그들이 터득한 지혜에 존경을 표할 줄 안다. 모든 문제에 답을 갖고 있다는 듯 가르치려드는 전형적인 태도를 거스르는 그의 모습이 생경해 보일지 모르나, 이는 우리에게 가장 결핍된 부분이기도 하다. ... 데이브가 한국에 소개되어서 정말 기쁘다."(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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