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
김기흥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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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출판사 창비에서 '역사적 예수'를 다루는 책을 내었는데, 저자가 건국대에 재직중인 한국 고대사와 설화연구의 전문가 김기흥 교수다. 전문 신학자는 아니지만 사학자의 입장에서 주어진 사료를 평가하고, 기존에 제출된 연구성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생적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한 경지에 도달한 독특한 사례다. 이 책을 단순히 아마추어리즘의 한 성과물로 치부하기 쉽지 않은 것은, 530쪽 분량에 100쪽을 주석에 할애할 정도로 꼼꼼히 근거를 챙겼고, 인용된 신학적 저술은 비판적 성서학의 주요 흐름에 기초를 단단히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는 수많은 학자와 이론이 저마다 논쟁을 벌이며 각축하는 장이다. 사방에서 싸움이 펼쳐지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모를 그려보는 시도는 언제나 난해한 과제였다. 현대 성서학 연구 영역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이루고 있는 '비판적 연구'의 결과물을 사용하는데 있어 진보적 학자들은 최소주의적 접근을 선호하고, 보수적 학자들은 최대주의적 접근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전자는 기존의 성서 이해를 해체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후자는 기존의 이해를 정당화하려는 습성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의 장마다 펼쳐지는 언뜻 평이해 보이는 서술들은 비판적 성서연구의 표준적 이해에 근접해 있고,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 감각은 역사서술에서 흔히 보이는 사학자의 문장규범을 닮아있다. 현대적 질문이나 잔재미를 좀더 깔아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지만, 저자는 오히려 정색하고 이 주제를 다루는 꽤 튼실한 개관을 하나 써내겠다는 기세로 책을 내어놓았다. 신학교 바깥에서 이런 작업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당혹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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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당혹감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