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삶 - 융의 성격 유형론으로 깊이를 더하는
김창윤 지음 / 북캠퍼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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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칼 융의 심리학을 대중들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안내서로 꼽을 만하다.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이트가 이 분야의 원조인데, 그 아래 수제자로 꼽히던 아들러나 칼 융이 저마다 입장 차이로 프로이트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인 논지를 전개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고전적 논의는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새롭게 재음미되고 있지만, 그의 이론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보니 다양한 학자군과 논쟁 주제들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편이다.  아들러는 최근 몇년간 국내 출판계에서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 받을 용기>가 소개되면서 대중적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칼 융은 그 논의가 만만치 않다는 것과 파고들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대중적 주목 대상이 되기에는 초기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론적으로도 그렇고, 그것이 임상적으로 도대체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도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전문서는 꽤 출판이 되어 있지만, 권할만한 대중서는 찾기 쉽지 않다.

저자는 융에 이르는 기존 접근법이 공통적으로 멈추는 지점을 효과적으로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융의 ‘성격유형론’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개념 설명은 간단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복적으로 주요 개념을 소개하면서 바로 그에 상응하는 케이스를 언급하고 있어서 직관적 이해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융의 학문세계 전반은 이부영의 <분석심리학>이란 책이 걸출하게 교과서적 개관을 제공해 준 바 있지만, 그 논의를 현실로 끌어와서 통찰을 주기에는 이미 출간된 지 너무 시간이 지난 상황이고, 임상 사례나 문화적 인용을 풍부히 접하기는 어려웠다. 이 책은 1부를 꼼꼼히 읽어내면 그 다음부터는 그 논의를 활용해서 다양한 분야와 사례에 눈을 열어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페르소나’, ‘콤플렉스’, ‘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 ‘개성화’ 등의 개념은 하나하나가 세계와 인간을 새롭게 보게 해주는 창문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이 책은 대중들에게 간결명료한 문체로 이 새로운 세계를 소개한다.

제2부는 1부에서 소개한 이론과 개념의 적절성을 여러 영역과 케이스를 언급하며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융의 ‘성격유형’ 논의가 일상생활에서 개인 내면, 부부간, 가족간, 직장내  갈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온갖 문제들을 이해하고, 풀어가는데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되는지를 폭넓게 펼쳐보여 준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임상경험뿐 아니라 문학작품이나 역사적 사건으로부터도 적용 가능한 사례를 끌어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역사에서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사용된 사도세자, 폐비 윤씨 등의 사례가 정신의학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풀어내는 대목은 흥미로왔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가다보면 동서고금의 문학이 도드라지게 다루어준 캐릭터들이 어떤 면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성에 내재한 심리적 구조와 유형을 반영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고, 왜 그런 캐릭터에 이끌렸는지 독자들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마 융의 심리학이 갖는 현실 적용성은 대대적으로 재발견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융의 성격유형을 차용해서 과하게 단순화시킨 MBTI 보다는, 융의 원래 논의가 더 풍성한 통찰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제3부는 융의 저작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저자가 국내 대표적 병원에서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의사로 재직하면서 아마도 빈번하게 받았을 법한 질문에 대한 대답의 성격을 갖는 장이다. 도대체 정신병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진단하며, 어떤 처방을 내리며, 치료의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매 장마다 빼곡히 써놓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 대중들의 무지, 왜곡을 차근차근 교정하는 것뿐 아니라, 종종 심리학이나 정신과 전문가들도 내보이는 헛점이나 미비함을 짚어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정신질환자로 판단하고, 약이든 상담이든 입원이든 치료를 시행하면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저자는 그 판단의 경계와 진단의 내용, 처방의 방향이 매우 섬세하고, 사려깊은 것이어야 함을 매번 강조한다. 정신적 고통을 몸과 마음에서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이 책의 논의를 따르자면 그 고통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지적도 새로왔다. 그런 인식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보느냐에 결국 달린 것일텐데, 오랜 시간 환자를 만나온 의사가 오히려 이런 철학적 접근을 칼 융의 논의를 빌어 내어놓고 있다는 것이 감명 깊었다. 그것이 의학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면 이런 논의는 더욱 널리 읽히고 알려져야 하는 것 아닌가. 책의 만듦새는 좀 투박한 느낌이 없지 않은데,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알찼다. 주변에 여러 명에게 권해주었다.


정신과 의사가 되어 칼 구스타프 융을 접했다. 융의 이론은 흔히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내게는 직관적으로 상당히 명료하게 다가왔다.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해 그간 가졌던 고민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도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성격유형론은 사람들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단연 으뜸이었다. 융은 프로이트와 아들러를 넘어서 인간 심리와 삶의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고,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를 상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심리학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과 치료란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도 마음에 와닿았다. 하이데거나 노자를 비롯한 동서양 철학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도 이끌리는 부분이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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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와 종교자유
이진구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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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쯤 전에 서점 갔다가 눈에 띄길래 사서 출퇴근하며 설렁설렁 읽고 있는 책인데, 매우 도움이 된다. '일제시대 종교교육 논쟁', '신사참배 문제', '일제하와 군사정권 시대의 종교법', '성시화, 템플스테이, 땅밟기', '기독교 학교 교육', '백투 예루살렘운동', '안티기독교' 등을 쭉 다뤄주고 있다.

저자의 입장이 좀더 첨예하게 드러났더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지만, 책은 기본적인 논의 구도와 쟁점을 드러내는데에 비중을 두고 있어서 각 주제의 핵심 논점과 근거들을 이해하는데에 유용하다. 나는 읽어가면서 대략 알고 있던 내용에 세부를 채워갈 수 있어서 매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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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 주성하 기자가 전하는 진짜 북한 이야기
주성하 지음 / 북돋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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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주성하 기자의 최신 북한 소개책이 드디어. 한국사회에는 이렇게 직접 실감나게 북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신뢰할만한 자료가 더 많아져야 한다. 남북관계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적극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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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를 찾아서 - 신약성경이 숨긴
옥성호 지음 / 테리토스(Teritos)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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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호 신작 <야고보를 찾아서>를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다작에 다변으로 뽑아내는 에너지는 놀랍다. 질문은 늘 직선이다. 모든 사안이 그리 단도직입하지만은 않을텐데, 그의 글에는 여백이 거의 없다. 그걸 시원하게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내게는 늘 좀 넘친다는 인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한국교회 내에서 이렇게 내지를 수 있는 드문 목소리의 소유자이니 자기 몫 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예수의 동생 야고보의 정체를 규명하는 궤적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바울과 그의 영향권 아래 있는 복음서 저자들이 어떻게 초대교회 내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던 예루살렘파, 즉 야고보를 축으로 하는 주류 흐름을 완벽히 묻어버리고 이후의 기독교를 제패하게 되었는가를 그려낸다. 일반인들이 성경본문에서 어렵지 않게 꺼냄직한 상호불일치와 차이를 대조해가며 가설을 세우고 이를 주장한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가설은 그간 신약학계에서 이미 제기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꼼꼼히 찾아가 규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용은 '한국 위키피디아'에 머문다.) 이런 류의 논의를 처음 접한 이들은 쇼크 충격을 적잖이 받으실 듯...

큰 흐름은 '바울의 기독교'는 '예수의 기독교'(혹은 '예수운동')와 많이, 어쩌면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논지다. (이건 신약학계에서는 전혀 낯선 내용이 아니고, 학자들이 갈라서서 찬반을 다투는 매우 큰 주제다.) 작가는 술술 써내려 갔는데, 정작 독자인 나는 읽어가며 한 문장 한 문장의 과감한 주장이 뒷받침 되기 위해서 필요했을 학술적 근거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작업이 어떻게 귀결될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해체적 해석이 다량 제공되었는데, 다음 번에는 재구성을 시도할 것인지... 아마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바울과 예수 사이를 벌려놓고 예수를 구하려는 시도가 바울을 혁신적 사상가로 읽으며 예수와 연결짓는 시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나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한 예수를 발견했다고, 바울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믿어낼 것인지는 어차피 확보가 안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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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김교신 선생 70주기였다.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가 창립되어서 봄가을로 강연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자료를 새롭게 발간하는 등 최근 몇년간 노력을 해왔다. 한국교회사에서 그의 존재를 접한 사람이라면 비범한 인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제도교회에서는 그의 '무교회주의'를 문제삼아 이단시 해왔으나, 오히려 역사학계에서는 일제하에서 그가 보여준 주체적 민족주의를 높이 평가했고, 교육학계에서도 그를 참 스승의 사표로 기억하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관심있는 젊은 세대가 김교신을 접할 수 있도록 그간 출간된 몇권의 책을 간략히 소개한다. 



고려대 교육학과의 김정환 선생이 쓴 김교신 평전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2016년말에 다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책을 확인해보지 못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려대 교육학과를 중심으로 교육계에서는 꾸준히 김교신의 교육관을 연구하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인수의 <김교신 평전- 조선을 성서 위에>(삼원서원, 2012)은 비교적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쓰여져 있다. 그는 특히 김교신이 겪었던 몇건의 논쟁(김인서, 장도원, 최태용)의 맥락 위에서 그를 상대편과 대비시켜가며 기술함으로써 그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었다. 전인수는 김교신의 신앙적 지향이 복음주의의 원형적 측면을 잘 드러내고 있지 않느냐는 제안을 한다.   


니이호리 구니지 (김정옥 옮김) <김교신의 신앙과 저항: 한국 무교회주의자의 전투적 생애>(익투스, 2012)도 속도감 있게 잘 정리된 평전인데, 일본인 무교회주의자의 눈에 비친 김교신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고, 특히 우치무라 간조나 야나이하라 다다오 등 일본쪽 무교회주의 지형과의 접합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평전을 권하라면, 후반부의 두권이 부담없이 입문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규의 <김교신, 거대한 뿌리: 조선산 기독교를 온몸으로 살다>(익투스, 2011)은 <성서조선 영인본>등 기존의 자료들에 나누어 실려있던 일기만 연대순으로 가지런히 뽑아서 새로 엮은 책인데, 새롭게 발굴한 사진자료 등도 포함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저자 박찬규는 무교회주의자도 아니지만 그야말로 개인적 관심에서 김교신의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을 정리한 재야의 인물이다. 그가 유족들이나 관련자들을 일일이 접촉해서 사실 관계를 정돈하고, 발굴한 내용이 적지 않다. 기념사업회에 포진된 김교신 학자들조차도 그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경우가 여러번이었다. 그는 직접 출판사를 세워 김교신 관련 서적을 출판해나가고 있다.


영인본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간 번역되지 않았던 김교신 선생의 개인적 일기 2권(1932.01-1934.8)이 이번에 <김교신 일보: 육필일기에 담긴 삶과 시대, 고뇌와 꿈>(홍성사, 2016)로 해역되어서 나왔다. 선생의 손글씨와 일본어, 헬라어 등이 포함된 내용이 제대로 해독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기념사업회의 노력으로 출간되었다.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자료라서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현혜 이화여대 교수의 박사논문 <윤치호와 김교신: 근대 조선의 민족적 아이덴티티와 기독교>(한울, 2009 [1994])은 김교신과 윤치호를 대비시켜가며 일제하 민족아이덴티티 형성을 다룬 것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널리 읽힌 책이다. 근대 초기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기독교인이었던 윤치호와 김교신이 얼마나 다른 길을 걸었는지 시종일관 대비시켜나가고 있는데, 두 사람의 삶은 이분법적인가 싶을 정도로 대조된다. 


양현혜 교수는 <김교신의 철학: 사랑과 여흥>(이화여대출판부, 2013)를 통해 김교신의 삶과 철학에 한발 더 다가가보려는 시도를 한다. 연대기적 논의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백소영의 박사논문을 담은 책 <우리의 사람이 의롭기 위하여- 한국교회가 무교회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기독교서회, 2005)은 무교회운동을 김교신-함석헌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정리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독법은 무교회운동 내부에서도, 김교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백소영의 제안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통찰을 담고 있어서 일독할 가치가 있고 그것대로 토론할 내용이다. (문제는 책이 POD(publish on demand)상태인 모양이라 아쉬운 대목이다.) 


백소영의 <버리지 마라 생명이다: 다시 김교신을 만나다>(꽃자리, 2016) 43개 장에 걸쳐 <성서조선>과 일기를 읽으며 묵상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자연스럽게 김교신의 글을 다시 읽어들어가며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효과를 내면서, 오늘날 삶의 정황과 맞물리는 성찰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에서 70주기를 맞아 주최한 봄 가을의 강연회와 학술대회에 나왔던 8편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가장 최근의 관심사와 맥락을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할 것으로 보이고,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의 취지나 방향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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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2021-08-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리뷰 감사합니다. 혹시 김교신 선생님의 무교회 주의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 싶다면 소개해주신 책 중에 어떤 것을 읽으면 좋을까요? 올바른 교회를 위한 무교회주의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