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은 늘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제사 손에 잡았다. 읽어가며 놀랜다. 이 집요한 문제의식과 해박하게 훑어내리는 스케일. 이와 더불어 같이 읽을 책은 마샬 맥루한의 <구텐베르크 은하계>다. 두 책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은 곧 '구술성'(orality)이 '문자성'(literacy)에 어떻게 먹혀버렸는지, 그 과정에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다. 매혹적인 주제다.
좀더 파고들어간 책은 에릭 해블록의 <플라톤 서설>인데, 그는 여기서 그 유명한 플라톤의 '공화국에서 시인을 추방'하는 문제를 구술성과 문자성의 대립과 전이과정의 문제로 해명한다. 시인들의 구술적 교육에서 문자에 기반한 교육과 생각의 세계로 전이하려는 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옹과 맥루한은 모두 현대의 미디어 시대가 다시 '이차적인 구술문화'의 흥기를 목격하는 시대로 파악한다. 이 미묘한 시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자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던 '일차적 구술문화'를 제대로 음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 읽다보면 여러가지 자극과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감각을 통한 세계인식이 사실은 거꾸로 우리의 세계인식을 특정한 감각에 종속시킨다는 점과 그로 인해 우리가 결코 되찾아올 수 없는 어떤 데미지를 받는다는 문제. 다시 '야생'이라 불렀던 그 시대의 속살을 들여다 보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